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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73화
PAYLUA ORIGINAL · 제73화

제73화 - 물에 없는 배의 그림자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799자

오프라인 책장
달 없는 해협에 들어온 첫날 밤, 우리는 달을 잃지 않았다. 달은 분명 하늘에 있었다. 둥글고 누르스름한 달이 돛대 위로 올라왔고 헤론은 만족스럽게 그것의 각도를 쟀다. 그런데 배에서 다섯 걸음 떨어진 수면에는 달이 비치지 않았다. 별은 비치고, 등불도 비치고, 내가 갑판에 엎드린 모습도 수면에 흔들렸다. 오직 달만 없었다. “제 얼굴도 없애 줄 순 없을까요?” 내가 물었다. 미라는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건 바다에 너무 큰 요구야.” 나름 상처가 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배 위에서 가장 침착한 사람에게 불평을 해 봐야 노를 더 오래 잡게 될 뿐이었다. 우리는 소금꽃 여울에서 구한 온을 이덴의 통선에 태워 외항 쪽으로 돌려보냈다. 온은 할머니에게 보낼 편지를 품에 넣고, 내가 그려 준 여울의 위험 지도를 품에 하나 더 넣었다. 이덴이 떠나기 전 붉은 붕대를 다시 매며 미라에게 말했다. “폐등대를 본 뒤에는 돌아온 자리도 확인해. 저곳에서는 등불을 봤다는 사람들이 전부 다른 선착장을 기억하거든.” 그는 우리의 귀항 위치를 직접 기록하고 돌아올 때 맞춰 볼 날짜를 정했다. 배가 떠난 뒤, 미라는 이덴의 사라지는 불빛을 한참 바라봤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떠나는 배를 보는 사람은 대개 머릿속에서 돌아오는 배도 동시에 그리고 있으니까. 해협의 입구에는 두 개의 바위기둥이 서 있었다. 하나에는 달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고, 다른 하나에는 아무런 문양도 없었다. 두 기둥 사이로 줄을 던지자 물결은 잔잔한데 줄 끝만 바깥쪽으로 당겨졌다. 미라는 즉시 줄을 거두었다. “이건 조류가 아니야.” 헤론이 물속에 가벼운 유리구를 띄웠다. 구는 우리 배 쪽으로 천천히 굴러왔지만 줄 끝은 계속 멀어졌다. 서로 다른 깊이의 물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것인지, 눈이 잘못된 위치를 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지도를 펼쳐 바위기둥의 위치부터 표시했다. 우리가 지나온 외항의 쇠고리, 어제 멈춘 조수표의 위치, 그리고 오늘 배가 서 있는 자리. 확인한 세 지점을 잇자 은빛 선이 짧게 나타났다. 그러나 두 기둥 뒤편에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다. “계속 갈 거야?” 테온이 물었다. “오늘 여기까지는 확인했어요.” 나는 지도를 접었다. “안쪽은 지금부터 확인해야죠.” 미라는 돛을 절반만 올렸다. 바람을 받는 면적이 줄자 갑자기 배의 속도가 느려졌고, 그제야 물 아래에서 들려오던 종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세 번 짧고, 한 번 길게. 분화구 골짜기의 고리에서 들었던 소리와 닮았지만 마지막 소리가 더 낮았다. “같은 사람이 보내는 걸까?” 미라가 중얼거렸다. “같은 방식의 신호인 건 맞아요.” 내가 말했다. “사람은 아직 모르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의 이름을 섣불리 꺼내지 않는 일이 예전보다 조금 덜 고통스러워 보였다. 바위기둥을 지나자 안개가 올라왔다. 특이한 안개였다. 한쪽에서 보면 하얗지만 반대쪽에서 보면 검은색이었다. 헤론은 달빛이 굴절되는 각도를 재려다가, 기구의 투명한 판에 붉은 점들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그 점들은 누군가 옛날에 찍어 놓은 기호처럼 규칙적이었다. 세 점, 일곱 점, 마지막에 비어 있는 자리. “또 그 숫자군.” 테온이 말했다. “무엇보다 빈자리를 보세요.” 헤론이 답했다. “이건 관측값이 없다는 표시일 수도 있네.” “빈칸이 언제부터 사람을 잡아먹었습니까?” 나는 중얼거렸다. 배 앞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미라가 곧바로 키를 틀었다. 우리 뱃머리 옆에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스쳤다. 물 위에선 배 모양이었는데, 실제 물속에서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헤론의 기구가 바닥에 떨어졌다. 키오는 갑판 틈에 끼운 짧은 자로 수면의 높이를 재려다 손을 뻗었다. “만지지 마!” 미라가 외쳤다. 나는 키오의 목덜미를 잡아끌었다. 손이 공중을 가르자 검은 그림자의 윤곽이 내 손 아래를 지나갔다. 소름이 끼쳤다. 그 그림자는 우리가 탄 배보다 크고 돛대도 두 개였다. 한쪽 돛의 끝에는 루메르에서 쓰던 낡은 붉은 매듭이 매달려 있었다. 테온도 그것을 보았다. 왕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건 루메르 왕실의 옛 보급선 문양이야.” “그럼 배는 어디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 질문에 답할 사람은 없었다. 헤론이 바닥에서 기구를 주워 들며 아주 느리게 말했다. “그림자는 어떤 물체가 빛을 가릴 때 생겨. 그런데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물체는 없어. 빛을 가린 것이 다른 시각에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야겠네.” “또 시간 문제입니까?” “측정해 보지 않고 결론을 내리지는 않겠다는 뜻이야.” 우리는 배를 멈추고 수면 위 그림자의 선체 길이와 돛의 각도를 적었다. 키오는 자신이 만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열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림자 끝을 가리켰다. 그림자가 지나가자 안개의 검은 면이 잠시 하얗게 바뀌었다. 그 틈 사이로 낮은 등대 하나가 드러났다. 꼭대기의 창은 깨져 있었고, 불빛은 등대 아래의 물속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저게 폐등대야.” 미라가 말했다. “이덴이 본 곳이군요.” “아니, 저건 내가 기억하는 등대랑 위치가 달라.” 그 말을 듣자 나는 지도를 꺼냈다. 이덴의 조수표 속 폐등대는 두 번째 바위기둥을 지난 뒤 서쪽에 있었다. 지금 눈앞의 등대는 남쪽이었다. 둘 중 하나가 틀렸을까. 아니면 이 세계에서는 옛날의 등대와 오늘의 등대가 서로 다른 자리일까. 그때 등대에서 사람이 나왔다. 회색 방수옷을 입은 노파였다. 그는 난간 위에 빨간 천을 걸고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우리 배에서 들리던 세 번의 금속음이 잠깐 멈췄다. “여기!” 노파가 외쳤다. “등대 불을 따라 들어오지 마! 바닥이 오늘의 바닥인지 먼저 확인해!” 미라는 즉시 돛을 내렸다. 우리는 출입하려던 작은 수로에 납을 단 줄을 떨어뜨렸다. 줄이 바닥에 닿았다고 느낀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추는 바닥에 닿지 않고 길게 늘어져 물속으로 사라졌다. 줄을 당겼더니 끝에 묶었던 납이 없어져 있었다. 매듭은 멀쩡했다. “바닥이 아니라 다른 수면에 닿았던 건가.” 헤론이 탄식했다. 노파는 등대 난간에서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옛 돌기둥 세 개가 가까스로 수면 위로 나와 있는 곳이었다. “저쪽으로 돌아! 내가 오늘 아침에 직접 건넌 길이야! 하지만 지금도 그렇다고 보증하진 못해!” “적어도 솔직한 안내인이네.” 나는 말했다. 미라가 돌기둥을 향해 배를 움직였다. 한 걸음씩 줄을 내려 바닥을 확인하고, 무인 부표에 밧줄을 묶었다. 노파는 자신의 신발을 들어 보였다. 바닥에 진흙이 묻어 있었다. 그녀가 실제로 그 돌길을 밟았다는 표시였다. 세 번에 걸쳐 배를 끌어 들인 뒤 우리는 무사히 등대 옆 낡은 부두에 닿았다. 노파의 이름은 유네였다. 그는 처음부터 우리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먼저 모두 살아 있느냐고 물었다. 미라가 선원 수를 확인하고 대답하자 유네는 손을 내밀어 검은 쇳조각 하나를 보여 주었다. 작은 종의 혀처럼 생긴 부품이었다. “이게 그 소리를 내.” “누가 울리고 있습니까?” 미라가 물었다. “사람이 아니야. 바닷물이 들어오면 울리도록 만든 오래된 구조 신호지.” 미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 신호가 곧 동생의 귀환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한 듯했다. 그런데 유네는 말을 끝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누군가 이걸 새로 고쳤어. 쇳조각이 새것이거든. 그리고 고친 사람은 세 번 짧게 울리는 법을 알고 있었지.” 우리는 동시에 등대 문을 돌아봤다. 바다에 떠 있는 그림자는 어느새 사라졌고, 물속 등불만 점점 깊은 곳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유네가 낮게 덧붙였다. “그 사람이 남긴 건 신호만이 아니야. 오래된 귀항 명부에 아직 잉크가 마르지 않은 이름 하나를 적고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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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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