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나온 첫날, 나는 배가 안전하다는 믿음을 버렸다.
바다는 움직인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우리가 탄 ‘어제의 파도’는 바다보다 더 심하게 움직였다. 배가 좌우로 흔들릴 때마다 돛대에서는 오래된 비명이 났고, 내 위장은 모든 파도의 높이를 가장 정확하게 기록했다.
“저것 좀 치워.” 미라가 말했다.
“뭘요?”
“네가 붙들고 있는 양동이. 갑판 가운데 두면 걸려 넘어져.”
“저의 유일한 구명 장비입니다.”
“밧줄을 잡아.”
“그럼 양동이가 도망가는데요.”
키오는 내가 들고 있던 양동이에 ‘선장보다 먼저 귀환한 물건’이라는 이름표를 붙였다. 녀석은 요즘 사람을 웃기는 데서 기이한 재능을 보였다. 그 재능이 지도 제작보다 돈이 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제자를 공연단에 팔아넘겼을 것이다. 물론 키오는 아직 내 제자가 아니었다.
이덴의 통선은 앞서 나아갔다. 그는 조수의 높이를 재는 막대를 선미에 세웠고, 헤론은 분화구에서 가져온 세 종류의 시각 기록을 펼쳤다. 오늘 우리가 통과하려는 얕은 여울은 지도상으로는 하나였지만, 네 장의 조수표에는 서로 다른 시간에 네 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물 높이 하나로 계산하면 안 된다는 뜻이네.” 헤론이 말했다.
“그럼 어떻게 계산하죠?” 내가 물었다.
“물의 높이를 네 번 재야지.”
“역시 학문은 가난한 직업이군요. 같은 일을 네 번 시키면서 보수는 한 번 주잖아요.”
“그건 네 직업도 마찬가지 아닌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오가 되기 전, 바다에서 꽃이 피었다. 아니, 꽃처럼 보이는 물결이 피었다. 하얀 소금 결정이 수면 위로 솟아오르더니 둥근 꽃잎 모양으로 퍼졌다. 멀리서 보면 겨울 들판의 서리꽃 같았다. 가까이 가면 서리꽃 안쪽마다 수중 암초가 움직이고 있었다. 어부들은 그것을 소금꽃 여울이라 불렀다.
테온이 뱃머리에 서서 검집을 잡았다. “암초가 움직이는가?”
“암초가 있는 자리는 그대로인데 물이 다른 자리를 보여 주는 걸 수도 있지.” 미라가 답했다.
“둘 중 어느 경우가 더 위험하지?”
“둘 다.”
왕자는 그제야 검에서 손을 뗐다. 물에 검을 휘두르면 검술 실력과 관계없이 물만 신나게 튈 뿐이었다.
첫째 조수에서 이덴은 여울 동쪽을 돌았다. 둘째 조수에서는 같은 돌머리가 물 아래로 가라앉아 서쪽 길이 열렸다. 헤론이 시간을 적고 키오가 양쪽 위치를 줄자로 쟀다. 세 번째 조수가 올 무렵에는 우리가 방금 지나온 뱃길이 길고 좁은 회색 모래톱으로 변했다. 배 세 척이 그 모래 위에 걸려 있었다.
미라는 망설이지 않고 키를 돌렸다. “돛 반만 내리고, 구명줄 준비!”
이덴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모래톱에 걸린 배 중 가장 큰 것은 금색 돛을 달고 있었다. 백동상회 소속 운송선이었다. 선원들은 우리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외쳤다. 그 뒤에서는 어린 심부름꾼 하나가 사다리 끝에 매달려 있었다. 발아래의 모래가 빠른 물살에 녹아내리는 듯했다.
“당장 끌어올려!” 미라가 소리쳤다.
“이곳은 상회의 보호 항로입니다!” 금색 배의 부선장이 외쳤다. “허가 없는 구조는 항해권 위반이에요!”
“아이가 떨어지는 데도 허가가 필요해?”
부선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인간이 아니라 계약서에서 태어난 생물이라고 확신했다.
우리는 배 옆에 닿지 않았다. 이덴이 먼저 물살이 덜 흔들리는 쪽에 작은 통선을 고정했다. 키오가 직접 건넌 적 없는 길은 지도에 넣을 수 없다고 말하자 미라는 줄을 두 가닥 풀었다. 하나는 이덴의 배에, 하나는 우리 돛대에 묶었다. 테온이 두 배 사이에서 줄을 고정했고, 나는 모래톱의 남은 폭을 매 순간 적었다.
“마지막 한 걸음이 끊어집니다!” 내가 외쳤다.
“알았어!” 미라가 답했다. “넌 소리 지르는 재능을 개발하고 있구나!”
“앞으로 관측소장이 되겠습니다!”
“그 전에 당겨!”
아이의 발이 물에 빠졌다. 줄을 잡은 테온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그는 무릎으로 난간을 누른 채 버텼다. 미라는 줄을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 물에 잠기는 아이의 어깨를 끌어올렸고, 이덴은 통선의 작은 닻을 모래 뒤편에 던졌다. 아이가 갑판에 굴러떨어지자 금색 배의 선원들까지 안도의 함성을 질렀다.
그때 네 번째 조수가 왔다.
꽃잎 같은 파도가 한꺼번에 뒤집어졌다. 돌머리가 바깥쪽에서 밀려 들어오는 것처럼 보여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모래톱에 있던 큰 배들이 동시에 기울었다. 물이 불어나는 게 아니었다. 수평선의 위치가 갑자기 한 뼘 내려간 것 같았다. 키오는 그 광경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바다가 접히고 있어요.”
헤론이 난간에 몸을 묶고 외쳤다. “북서쪽 별의 각도는 그대로네! 시야가 이동한 것이지 하늘이 이동한 게 아닐 수도 있어!”
“말씀은 쉬운데 배가 기울어요!”
우리는 방금 통과한 첫 번째 조수의 경로를 무작정 되짚지 않았다. 미라가 바람을 읽고 실제로 물결이 밀려오지 않는 구간으로 배를 붙였다. 이덴은 곧바로 네 번째 조수의 수심을 재기 시작했다. 결과는 기묘했다. 물의 깊이는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수면에 비친 선체의 위치가 두 걸음씩 어긋났다.
“이걸 항로라고 팔았단 말인가.” 테온이 중얼거렸다.
“하나의 지도가 네 번 다른 현장을 보여 준 셈이죠.” 내가 대답했다. “물론 상회는 가장 잘 팔리는 한 장만 남겼겠고요.”
금색 배는 결국 닻을 내려 정박했다. 부선장은 우리에게 다가와 표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미라가 그 앞에서 젖은 줄을 털었다.
“표는 상회에 있지? 지금 보고 싶은 건 아이의 이름이야.”
아이 이름은 온이었다. 온은 배에 오른 지 이틀째라고 했다. 집에서 기다리는 할머니에게 편지를 써 달라기에 내가 깃펜을 내밀었더니, 아이는 직접 글을 쓰겠다며 떨리는 손을 고집했다. 나는 종이가 젖지 않도록 양쪽 모서리만 붙들었다.
저녁 무렵 물결이 잠잠해졌다. 헤론은 네 가지 조수 기록을 나란히 놓고 하늘의 각도를 표시했다. 놀랍게도 네 차례 조수가 밀려온 방향은 항상 달의 위치와 조금씩 어긋나 있었다. 그 어긋남을 연결하니 작은 꺾인 선이 생겼다. 나는 그 모양을 보고 분화구의 세 갈래 금속판을 떠올렸다.
“그림자를 찾으려면 달부터 보면 되는 줄 알았는데요.”
“달은 거기 있었어.” 헤론이 말했다. “사라진 건 우리가 달을 보는 기준일지도 모르지.”
우리는 온을 가장 가까운 확인된 항구에 내려 주기로 했다. 상회 배에 돌려보내지 않은 이유는 온이 자기 의사로 우리 배에 남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부선장은 인수증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미라는 아이가 직접 쓴 편지를 보여 주었다. 수신인은 할머니였다. 부선장의 이름은 어느 칸에도 없었다.
밤이 깊어지자 바다에 은색 길이 나타났다. 우리가 지나온 네 조수의 경계가 점처럼 이어지더니, 달빛이 닿지 않는 검은 띠를 바깥쪽에서 둘러쌌다. 별가루 지도는 검은 띠 안을 채우지 못했다. 대신 우리가 실제로 돌아온 안전한 쪽에 가느다란 선을 그렸다.
“저기.” 이덴이 소리 없이 말했다.
검은 띠 너머, 물 한가운데에 불빛이 하나 있었다. 등대처럼 높지도 않았고 배의 등불처럼 흔들리지도 않았다. 네 차례 조수가 거쳐 가는 동안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빛이었다.
나는 새 지도에 그 위치를 표시했다.
‘조수 네 번 관측. 고정 불빛 하나. 접근 경로 미확인.’
그리고 처음으로, 우리 배보다 먼저 그 불빛 쪽으로 움직이는 그림자를 보았다. 그림자에는 돛도 노도 없었다. 배가 없는 곳에서 배의 모양만 물 위를 미끄러지고 있었다.
제7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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