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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71화
PAYLUA ORIGINAL · 제71화

제71화 - 달 없는 해협의 항해권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608자

오프라인 책장
달 없는 해협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배를 구해야 했다.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는 약 세 시간 동안 산길에 새겨진 암호를 해독하고, 무연에게 마지막 지도틀의 모사 허가를 받고, 헤론과 별의 그림자가 어디를 향했는지 토론했다. 정작 미라는 세 시간 내내 나무통 위에 앉아 그물만 꿰매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출발하면 됩니까?” 내가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배는?” “……그게 문제였군요.” 미라가 그물을 내 얼굴에 씌우려는 것을 테온이 막았다. 왕자에게는 품위가 있었다. 다만 나를 구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물을 망가뜨리면 수리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왕실 교육의 효용을 새삼 깨달았다. 단우의 역참에서 마지막 아침을 먹었다. 단우는 안전하게 열어 둔 석축길과 여전히 폐쇄된 네 바람길을 따로 색칠한 지도를 내밀었다. 소율은 직접 확인한 발판 옆에 작게 자기 이름을 적었다. 키오는 새 자를 세 개 받자마자 두 개를 동료에게 빌려줬다. 나는 세 번째만큼은 부러뜨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길을 재다가 부러지는 자는 좋은 자예요.” 키오가 말했다. “어째서?” “길보다 사람이 먼저 돌아왔다는 뜻이잖아요.” 그 아이를 이길 방법은 없었다. 나는 그냥 자를 하나 더 사 주겠다고 약속했다. 진한은 시계가 서로 다른 시각을 가리키는 상태를 그대로 두었다. 대신 바람이 거세질 때 어떤 종이 먼저 울리는지 알 수 있도록 표시를 달았다. 무연은 마지막 지도틀의 원본을 분화구에 남기고 우리가 사용할 사본 두 장을 공동 입회로 만들었다. 설묘는 배달 실패 통지서의 ‘실패’라는 글자에 선을 긋고 ‘수신 경로 조사 중’이라고 고쳐 썼다. “당신들이 돌아오면 배송비도 청구할 겁니다.” 그녀가 말했다. “지도를 하나 드릴까요?” “현금이요.” 역시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사람은 돈을 정확히 받으려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서쪽 계곡을 내려가 사흘째 되는 오후, 바다 없는 항구의 끝에서 간신히 물을 만났다. 여기서부터는 전에 미라가 사용했던 배 ‘어제의 파도’가 정박한 작은 외항까지 육로를 걸어야 했다. 그런데 항구의 선착장은 전날보다 여섯 걸음 짧아져 있었다. 파도가 잔잔했는데도 말뚝 세 개가 허공에 매달려 있었고, 어부들은 줄을 걸어 두고도 배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미라는 즉시 신발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말뚝을 당겨 보더니 물 아래에 남아 있는 돌계단의 위치를 손끝으로 짚었다. “부두가 사라진 게 아냐. 다른 날의 수위 표식이 올라온 거지.” “그걸 구분할 수 있어요?” “계단에 조개가 붙어 있거든. 물이 아예 없던 돌이라면 저렇게 살지 않아.” 헤론은 수면 위에 떠 있는 은빛 먼지가 구름도 달도 없는 곳에서 밝아지는 현상을 관측했다. 하늘에는 반달이 떠 있었다. 그런데 부두의 그림자 안쪽에 들어가자 달빛이 수면에 닿지 않았다. 횃불과 별빛은 그대로 비쳤다. 마치 달만 그 부분을 지나가지 않는 듯했다. “달 없는 해협이라는 이름이 이런 뜻인가?” 테온이 물었다. “그런 곳이 실제로 있는지부터 확인해야지요.” 내가 답했다. 항만 관리인은 낡은 수위표 네 장을 내놓았다. 한 장에는 오늘 수위가 장대 여덟 칸이라고 적혀 있고, 다음 장에는 다섯 칸, 나머지 두 장에는 같은 날 항로가 폐쇄됐다고 나와 있었다. 백동상회가 발행한 금색 항해권도 걸려 있었다. ‘달 없는 해협, 단 한 번의 조수로 모든 구간 통과 가능.’ 가격은 평범한 여객선의 열 배였다. “조수가 한 번이라는 걸 누가 확인했습니까?” 내가 묻자 관리인은 고개를 돌렸다. “상회에서 보증했지요.” “보증이 수위계를 대신할 수는 없는데요.” “그 말을 했다가 지난 관리인이 해고됐소.” 미라가 항해권의 뒤쪽을 읽었다. 맨 아래에는 승선한 순간 목적지 도착으로 처리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그녀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미라가 동생의 배를 잃었던 날, 배는 실제로 돌아오지 않았는데 장부에는 ‘귀항’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계약은 사지 마.”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보다 어디서 돌아올 수 있는지가 중요해.” 우리는 금색 항해권을 사지 않았다. 대신 물이 빠지기 전 실제로 배를 끌어냈다는 어부 셋을 찾아 그들이 밟았던 계단과 쇠고리의 위치를 대조했다. 처음 두 사람의 설명은 비슷했지만 마지막 어부는 전혀 다른 계단을 가리켰다. 그가 거짓말한 것은 아니었다. 손등에 남은 오래된 줄 자국을 보고 알았다. 그의 배는 열두 해 전에 떠난 배였다. 그동안 길이 바뀐 것이다. 해 질 무렵, 작은 통선 한 척이 부두로 다가왔다. 선장은 팔 한쪽에 붉은 붕대를 감고 있었다. 이름은 이덴. 그는 미라를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네가 아직 그 배를 찾아다니는구나.” 미라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그날 뭘 봤는지 말해요.” “볼 수 있는 건 안개뿐이었어. 들은 건 세 번의 쇳소리. 그런데 내가 본 항로를 기록한 종이와 상회가 제출한 귀항증은 날짜부터 달랐지.” 그는 품에서 가장자리가 소금에 삭은 표를 꺼냈다. 한쪽에는 직접 기록한 네 차례 조수 높이가, 다른 한쪽에는 붉은 먹으로 덮인 단 하나의 수치가 있었다. 수치 아래에 찍힌 문양은 무연의 마지막 지도틀에서 보았던 세 갈래 선을 닮았다. 다만 한 갈래가 거꾸로 그려져 있었다. “그 종이를 어디서 구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달 없는 해협 입구의 폐등대. 배가 돌아오지 않던 날, 누군가 거기서 조수를 하나로 맞추고 있었어.” 등대는 지금도 있느냐는 질문에 이덴은 쉽게 답하지 않았다. 그는 바닷물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갔을 때는 있었어. 오늘도 있는지 알려면 같이 가야지.” 나는 새 지도를 펼쳤다. 이미 존재했던 선착장과 이덴이 돌아왔던 물길이 은빛으로 번졌다. 그 너머는 흰 여백이었다. 별가루는 한 번도 확인되지 않은 항로를 대신 그려 주지 않았다. 그제야 미라가 웃었다. 아주 조금. “좋아. 배가 필요하다고 했지?” “드디어 어제의 파도를 탈 수 있는 겁니까?” “응. 대신 네가 오늘 밤 갑판 청소야.” “제가 지도 제작자인데요.” “그래서 바닥에 난 구멍도 잘 찾아낼 거야.” 나는 남몰래 항해사의 급여가 지도 제작자의 급여보다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 내게는 둘 다 없었다. 배에 오르기 전 이덴이 마지막으로 종이를 펼쳤다. 붉은 먹 아래에서는 이상하게도 날짜가 지워지지 않았다. 세 갈래 표식 바로 옆에 작은 글씨가 남아 있었다. ‘그림자는 바다를 건너지 않는다. 바다가 그림자를 건넌다.’ 나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그날의 관측과 이덴의 귀항 경로를 각각 다른 색으로 적었다. 달 없는 해협으로 향하는 첫 지도에는 화려한 예언 대신, 돌아온 사람이 실제로 밟은 계단 여덟 개가 남았다. 그날 밤 출항 명부의 빈칸을 채우다가 나는 미라의 이름 옆에 작은 물음표를 붙였다. 그녀가 어디에 가려는지는 알았다. 하지만 어디에서 돌아올 생각인지는 아직 듣지 못했다. 미라는 내 어깨너머로 그것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 “나는 내 동생을 찾고 싶어. 그렇지만 돌아갈 항구를 없애면서 찾고 싶진 않아.” 나는 물음표를 지웠다. 대신 ‘귀환할 곳: 확인된 외항’이라고 썼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그 글씨를 두드렸다. “이제 좀 지도답네.” 나는 웃었다. 지도 한 장에 들어갈 가장 중요한 정보가 꼭 산이나 바다인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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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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