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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69화
PAYLUA ORIGINAL · 제69화

제69화 - 바다로 보내지 못한 편지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547자

오프라인 책장
하얀 등불이 켜진 골짜기는 분화구의 서쪽 끝에 있었다. 문제는 우리가 확인한 서쪽이 그날 오후 세 번이나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미라는 나침반을 들지 않았다. 대신 밤숨 분지에서 가져온 실제 답사 기록과 자신이 직접 확인한 돌기둥의 위치를 대조했다. “저쪽으로 가려면 호수를 돌아야 해.” 그녀가 말했다. “관측대에서 거기까지 통로는 없습니까?” 내가 물었다. “있었던 흔적은 있어. 그런데 오늘도 있는지는 아직 몰라.” 우리는 무연의 허락을 받아 옛 지도를 한 장 베꼈다. 그 지도에는 분화구 안쪽의 좁은 바위틈이 그려져 있었다. 틈은 한때 바다와 연결되는 물길이었고, 물이 빠졌을 때는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었다. 그래서 옛 항해사들은 그곳을 ‘바다 없는 항구’라고 불렀다고 했다. 미라가 지도를 펴더니 오래된 매듭 문양을 발견했다. 세 번 뒤집어 감은 줄의 끝, 그녀가 동생과 함께 배웠던 매듭이었다. 이번에는 이전에 본 것보다 모양이 훨씬 선명했다. 하지만 문양 옆에는 다른 이름이 있었다. ‘항로 보존자 아린.’ “아린은 당신 동생과 함께 항해한 적이 있다고 했죠?” 내가 물었다. “응. 둘이 같은 배에 탄 적이 있어. 하지만 그게 여기까지 같이 왔다는 뜻은 아니야.” 미라는 대답하고 한참 동안 지도를 바라봤다. 나는 그녀가 불안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지도를 넘겨 달라고 하지 않았고, 내게 동생의 이름을 적으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대신 조용히 말했다. “이번엔 내가 앞서 갈게.” 우리가 골짜기 쪽으로 향할 때 분화구 위에 또다시 회색 먼지가 일었다. 단우는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역참의 기둥에 짧은 천 조각을 묶어 신호를 주었다. 진한의 시계실도 각기 다른 시각의 종을 울려 경고를 보냈다. 그 소리들이 멀리서 들리자 나는 새삼 생각했다. 하나의 시각으로 맞춰지지 않는 시계도 제대로 사용하면 사람을 살릴 수 있다. 골짜기 입구에는 오래된 부두처럼 생긴 석축이 있었다. 물은 없었지만 돌바닥은 젖어 있었고 밧줄을 묶던 고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헤론은 석축의 높이와 지금 분화구 바닥의 높이를 비교했다. 과거에는 이곳의 물이 훨씬 깊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분화구는 별이 떨어진 뒤 갑자기 생긴 구멍만이 아니라 오래전 바다나 강의 일부였을 수도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지도에 적었다. 확정된 바다라고 하지 않고 '항구로 사용한 흔적 있는 석축'이라고. 미라가 웃었다. “네 지도는 점점 설명서가 되어 가는구나.” “사람이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것보단 낫죠.” 우리는 석축 끝의 작은 창고를 열었다. 안에는 금속 고리와 오래된 편지 봉투가 있었다. 봉투의 받는 곳은 ‘돌아오지 않은 항해사에게’라고만 적혀 있었다. 보낸 사람 이름은 지워져 있었고, 봉인에는 우리가 타라의 우편함에서 보았던 세 갈래 문양이 남아 있었다. 미라가 손을 뻗다가 멈췄다. “이것도 열면 안 되겠지?”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알아야겠죠.” “내 동생일 수도 있어.” “그럴 수도요. 하지만 미라의 동생에게 왔다는 말은 아직 없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때로 그 반응이 더 아팠다. 확인되지 않은 희망을 바로 부수는 말이 얼마나 잔인하게 들리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도로 누군가를 되찾을 수 있다고 쉽게 약속할 수는 없었다. 헤론은 창고의 돌벽을 조사하다 얇은 석판 하나를 찾아냈다. 그 안에는 과거 항로를 그린 선이 두 개 있었다. 첫째 선은 부두에서 관측대까지 이어졌고, 둘째 선은 부두를 떠나 바다로 향했다. 바다를 향한 선은 지도 끝에서 끊겼다. 그 너머에는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길은 물이 빠져도 남지만, 통행은 다시 확인해야 한다.’ 나는 그 글을 보고 무연의 미배달 지도틀을 떠올렸다. 마지막 지도는 특정한 장소를 찾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길의 기록을 구별하는 틀이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왜 배송이 끝나지 않았는지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때 먼 바위틈에서 울림이 왔다. 뱃고동이었다. 근처에는 배가 없었다. 미라가 금방 소리의 방향을 찾았다. 바위벽 사이의 넓은 구멍에서 바람이 지나갈 때 항해 신호처럼 울렸다. 낙성재가 구멍의 크기를 바꾸면 같은 바람도 다른 음을 냈다. 오래된 항해사들은 이 소리로 수위를 재었을지 몰랐다. “저 소리를 내가 들어 본 적 있어.” 미라가 말했다. “언제요?” “동생의 배가 떠나던 날. 항구 밖에는 안개가 짙었고, 멀리서 저런 소리가 났어.”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끊지 않았다. 미라는 그날 동생이 남긴 매듭을 한 번도 풀지 않았다고 했다. 그 매듭은 꼭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항구에 묶어 두라는 약속 같았다. 그런데 배가 돌아오지 않자 사람들은 동생이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이미 귀환을 포기한 것이라고 떠들었다고 한다. “나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어.” 미라가 말했다. “찾아가 봤자 아무것도 남지 않을까 봐.” 나는 내 지도를 접었다. “그럼 이번에는 끝까지 찾아봅시다. 발견하는 사실이 무엇이든 기록할게요.” 우리가 돌아서려는 순간 창고 문이 바깥에서 닫혔다. 렌바의 경비 두 명이 석축 위에 서 있었다. 그들은 편지와 석판을 넘기면 안전하게 보내 주겠다고 했다. 렌바는 나타나지 않았다. 경비들은 자신들도 명령을 받은 것뿐이라고 했다. “그럼 명령한 사람을 데려오세요.” 미라가 대답했다. “시간이 없다. 재바람이 온다.” 정말로 분화구 쪽에서 회색 먼지가 몰려오고 있었다. 창고 안에는 뒤쪽으로 빠지는 작은 배수구가 있었다. 나는 오래된 항로 기록에서 배수구가 예전에 사람의 손으로 정비된 통로라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지금 사람이 빠져나갈 만큼 넓은지는 직접 살펴야 했다. 키오가 먼저 바닥의 높이를 잰 뒤 고개를 흔들었다. 허리를 굽혀도 쉽게 지나갈 수 없다고 했다. 테온은 정면의 문을 지켰다. 미라가 밧줄을 석축 고리에 묶고 문틈으로 내밀었다. 경비가 한쪽 끝을 잡았지만 그것이 덫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늦었다. 미라가 바깥 난간에 밧줄을 걸어 당기자 경비들이 문에서 멀어졌다. 테온이 문을 밀어 열었고 우리는 정면으로 빠져나왔다. “훌륭한 잠입술이네요.” 내가 말했다. “잠입이 아니라 퇴장이지.” 미라가 대답했다. 바깥에서 재바람이 석축을 덮었다. 경비 한 명이 미끄러져 바위틈으로 굴러갈 뻔했다. 테온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들은 놀란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나는 두 사람에게 안전한 우회로를 알려 주었다. 원한이 있다고 해서 위험한 길을 알려 줄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편지와 석판을 가져오지 않았다. 원래 있던 자리와 상태를 기록하고, 무연에게 사본을 전달하기로 했다. 미라는 마지막으로 석축의 고리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그 고리 한쪽에는 세 번 뒤집은 매듭의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누군가 실제로 이곳에서 배를 묶었다는 흔적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뱃고동 같은 울림이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바람소리 사이로 세 번 짧은 금속음이 섞였다. “저건 내 동생이 쓰던 신호야.” 미라가 작게 말했다. 나는 숨을 삼켰다. 그 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여전히 몰랐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것이 울려 나온 장소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돌아올 길도 기록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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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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