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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68화
PAYLUA ORIGINAL · 제68화

제68화 - 첫 낙성일은 두 번 기록되었다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757자

오프라인 책장
관측대 안에는 별이 떨어진 날짜가 두 개 있었다. 첫 번째 날짜는 오래된 현무암에 새겨져 있었다. 돌 표면이 닳고 균열이 퍼져 있었지만 숫자는 또렷했다. 두 번째 날짜는 금색 테두리가 붙은 새 측량판에 찍혀 있었다. 두 날짜의 차이는 사흘. 단순히 누구의 시계가 늦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어느 쪽이 진짜죠?” 키오가 물었다. “좋은 질문이야.” 나는 말했다. “이곳에서 가장 비싼 질문이기도 하지.” 헤론은 돌판의 홈 안에 낀 먼지를 살폈고, 진한은 오래된 작업 일지를 가져왔다. 현무암의 날짜는 첫 낙성 관측대가 세워지기 이전의 것으로 추정됐다. 금색 판의 날짜는 관측대가 처음으로 ‘공식 낙성일’을 공표한 날이었다. 그렇다면 둘의 차이는 낙성과 발표 사이의 시간일 수 있었다. 문제는 나중의 문서에서 두 날이 모두 ‘첫 낙성일’로 적혔다는 점이었다. 나는 돌판을 바라보며 문득 깨달았다. 최초 관측대라는 말도 애매했다. 이 세계에서 별이 처음 떨어진 장소를 뜻할 수도 있고, 별락 대륙의 체계적인 관측이 처음 시작된 장소를 뜻할 수도 있다. 누군가 앞의 의미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뒤의 의미로 기록을 만들었다면 이야기는 크게 달라진다. 키오는 현무암의 날짜를 탁본하느라 손등을 까맣게 물들였다. 옆에 선 무연이 낡은 천으로 손을 닦아 주었다. “예전에도 여기서는 잉크보다 돌가루가 먼저 떨어졌지.” 그는 오래전 기술자들이 밤마다 관측 결과를 두 장씩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나는 다음 날의 측정에 쓰는 판이었고 다른 하나는 밖으로 나갈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판이었다. 두 판이 서로 다른 까닭은 관측과 안내의 목적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둘 중 한 장만 ‘정답’이라 부르게 됐다고 했다. 무연은 봉인함에서 옛 관측일지를 꺼내 보여 주었다. 발신자는 한 사람이 아니었다. 기압을 적은 기술자, 바다 수위를 기록한 항해사, 지질을 조사한 사람의 필체가 서로 달랐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지도를 담당한 기록사가 주석을 남겼다. ‘우리는 빛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땅에 닿는 순간을 본 사람은 이 안에 없다.’ 헤론은 낮게 숨을 들이켰다. 그의 스승들은 첫 낙성이 이 분화구를 직접 만들었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가장 오래된 현장 기록은 떨어지는 별빛만 보았고 실제 충돌 장면을 봤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럼 이 구덩이는 어디서 생긴 거죠?” 테온이 물었다. “그걸 알아내려면 지질을 더 조사해야겠지.” 헤론이 대답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전설과 목격 기록이 다르다는 것만 지금 확실하네.” 그때 관측실 문이 세차게 열렸다. 오르반이 경비 셋을 이끌고 들어왔다. 그 뒤에는 렌바도 있었다. 오르반은 처음으로 분화구까지 직접 온 듯 잿빛 외투에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레이븐. 원본을 그 자리에 내려놓아라.” 나는 서류를 덮었다. “어느 원본입니까? 이 방에만 열둘인데.” “첫 낙성 판정 기록. 그건 작성회의 공통 자산이다.” “방에 있는 사람은 원래 작성회보다 오래전부터 그걸 지키던 무연 씨입니다.” 오르반의 눈썹이 올라갔다. 무연이 앞으로 나섰다. “이 자료는 보관돼 있었지, 매각된 적이 없소.” 오르반은 렌바를 돌아봤다. 렌바는 구역의 임시 보존권을 근거로 문서를 회수해야 한다고 했다. 테온이 이전에 열람한 계약서를 내밀었다. 문서에는 주민 통행권 승계 조항이 삭제돼 있었지만 자료의 실제 소유권에 대해서는 아무 판단도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러니 렌바의 주장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럼 왜 이렇게 서둘러 회수하려는 겁니까?” 미라가 물었다. 오르반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다음 낙성이 가까워졌다. 서로 다른 지도를 공개하면 주민들이 공포에 빠진다.” “틀린 지도를 하나만 공개하면 안심해서 죽을 수도 있죠.” 내가 대꾸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장이 흔들렸다. 새로 낸 바람길 안전장치가 아직 전부 작동하지 않은 탓인지, 분화구의 한쪽에서 날카로운 진동이 내려왔다. 작업대에 놓인 유리관이 깨지고, 금색 측량판이 떨었다. 테온이 사람들을 문 옆으로 밀었고 미라는 바깥 출구를 확인했다. 오르반의 경비 하나가 먼저 보관함을 열려고 다가갔다. 무연이 막았지만 그는 팔로 밀쳤다. 그 충격으로 벽에 걸린 금색 판이 떨어졌다. 바닥에 부딪힌 판의 뒷면에서 검은 잉크가 흘러나왔다. 금빛 아래 숨겨진 글자들이 드러났다. ‘후행 공표본. 최초 관측과 불일치. 낙성일 보정 불가.’ 오르반은 그 문장을 보고 굳었다. 렌바가 재빨리 판을 주우려 했지만 미라가 먼저 발을 올려 막았다. 원본은 모두가 볼 수 있는 바닥에 남았다. “이제 왜 서둘렀는지 알겠네요.” 내가 말했다. 렌바가 이를 악물었다. “그건 내부 검토용 표기일 뿐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검토 과정도 같이 공개하죠.” 헤론은 판에 적힌 글씨의 안료가 최근 것임을 확인했다. 마엘이 전에 분석했던 금색 판의 안료와 같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누가 이 문장을 숨겼는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었다. 오르반은 한참을 바라보다 경비들에게 원본을 더 건드리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이 순간에는 증거를 찢는 쪽을 선택하지 않았다. 진동이 다시 일어났다. 금색 판 아래의 돌바닥이 갈라지며 뜨거운 공기가 올라왔다. 렌바의 경비 하나가 넘어져 다리를 다쳤다. 테온이 그를 붙잡았고, 오르반도 급히 손을 내밀었다. 나는 금속이 뜨거워진 바닥을 피해 사람들을 바깥쪽 벽으로 이동시켰다. “문서는 나중입니다!” 미라가 외쳤다. “사람부터!” 오르반은 자신의 서류함을 놓았다. 그것은 뜻밖이었다. 그는 경비의 어깨를 받쳐 들고 바깥으로 나왔다. 문 앞에서 렌바가 뒤를 돌아봤다. 금색 판이 갈라진 돌 틈에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앞을 막았다. “뭐 합니까?” “원본이….” “지금 들어가면 둘 다 원본이 됩니다. 후대에서 땅을 파서 찾겠죠.” 미라가 내 옷깃을 잡아 당겼다. 렌바는 마지못해 돌아섰다. 무연은 방 밖에서 철문을 잠갔다. 틈으로 뜨거운 바람이 새어 나왔지만, 봉인함 안의 기록은 아직 그대로 있었다. 우리는 기록 위치와 손상 범위를 적은 다음 진동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저녁에 오르반은 새 임시 명령서를 작성했다. 관측대 전체에 대한 독점 회수 대신 위험 구역 출입을 제한하고 공통 입회 아래 원본을 대조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명령을 신뢰하지는 않았지만 오늘 필요한 한 걸음이라고 생각했다. “왜 그동안 날짜를 하나로 만들려고 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다들 하나의 답을 원했다.” 오르반이 대답했다. “정부도 상인도, 길을 잃은 사람도.” “답이 없다고 말하기 힘들었겠군요.” 그는 웃지 않았다. “그 말로는 사람을 안심시킬 수 없으니까.” “그렇다고 없는 답을 그리면 사람을 돌아오게 할 수도 없어요.” 그날 밤, 무연의 봉투 안에 있던 빈 지도 틀의 가장자리에 두 날짜가 동시에 떠올랐다. 둘 중 하나를 지우라는 안내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작은 별 표시 하나가 두 날짜 사이를 천천히 움직였다. 나는 지도 위에 사실 두 개를 나란히 적었다. 첫 번째 날짜에 누군가 빛을 보았다는 것. 두 번째 날짜에 누군가 낙성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의 첫 줄이 달라졌다. 그때 헤론이 분화구 맞은편을 가리켰다. 지금까지 아무 빛도 없던 바위의 골짜기에 새하얀 등불이 켜져 있었다. “저곳은 옛 지도에도 표시돼 있지 않은데.” “새 길입니까?” 키오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불빛입니다.” 그러나 무연은 그 방향을 보더니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 “저기… 첫 관측대에서 마지막으로 지도를 보낸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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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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