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64화
PAYLUA ORIGINAL · 제64화

제64화 - 수신인 없는 마지막 지도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646자

오프라인 책장
첫 낙성 관측대에서 제일 깨끗한 곳은 관측실이 아니라 우편함이었다. 물론 우편함 자체가 깨끗하다는 뜻은 아니다. 녹이 슬어 손가락을 베기 좋았고, 안에는 전혀 배달되지 않은 서류가 눅눅한 채 쌓여 있었다. 내가 감탄한 것은 봉투마다 적힌 배달 실패 사유가 지나치게 꼼꼼했다는 사실이다. ‘수신인 부재’, ‘도로 미존재’, ‘도로 확인 실패’, ‘수신인 존재 여부 미확인’. 세상이 변해도 우편 업무는 끈질기게 살아남는 법이었다. 소율을 역참의 단우에게 보낸 뒤 우리는 진한의 안내로 남쪽 경사면을 돌아 지하 배송실 앞에 도착했다. 설묘는 자기 방수통을 품에 안고 따라왔다. 그녀는 위험한 길이 싫다면서도 전달증에 적힌 목적지를 직접 확인하겠다고 했다. “제 임금이 걸려 있어요.” “수신인과 임금이 같은 사람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렇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죠.” 미라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설묘와는 처음부터 말이 잘 통할 것 같았다. 배송실의 쇠문은 셋으로 나뉜 열쇠 구멍을 가지고 있었다. 진한의 열쇠는 그중 첫 번째에만 맞았다. 나머지 둘은 안쪽에서 걸려 있는 수동 쇠막대였고, 위쪽에는 오래된 설명서가 붙어 있었다. ‘문밖에서 한 사람이 열어도, 안쪽에서 한 사람이 열지 않으면 서류는 반출하지 않는다.’ “안에 사람이 없으면 영원히 못 여는 문 아닙니까?” 내가 물었다. 진한이 고개를 저었다. “보관 기록을 담당하는 사람이 죽으면 다음 교대자가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소. 지금은 그 교대자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지.” 철문 옆에는 얇은 통풍구가 있었다. 미라가 불을 가까이 비추자 안에서 빛이 한 번 반짝였다. 어젯밤 창문을 지나간 손의 주인은 소율이었지만, 배송실 안에도 누군가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안에 계십니까?” 설묘가 외쳤다. “우편 배달 왔습니다!” 한참 뒤 쇠기침이 들렸다. “오늘은 무슨 날인가?” 나는 우리 달력의 날짜를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런 날은 아직 오지 않았소.” “그럼 이곳의 날짜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첫 관측 종료 뒤의 첫째 날.” 설묘는 나를 바라봤다. 이 세계에서 낯선 날짜는 크게 놀랄 일이 아니었지만, 사람이 낯선 날짜 속에 갇혀 있는 일은 늘 심각했다. 나는 이름을 물었다. 안쪽 남자는 자신을 무연이라고 소개했다. 오래전에 첫 관측대의 배송 책임을 맡았고, 그 뒤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진한이 깜짝 놀랐다. “무연 선생은 십이 년 전에 실종된 걸로 기록됐는데.” “자네가 진한인가? 그때는 젊었는데.” 노인의 대답은 반가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렀다. 진한은 손을 문고리에 올렸다가 떼었다. 목소리만으로 사람이 실제 무연인지 확정할 수 없었고, 서두르면 오래된 보관 장치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우리는 통풍구로 문서 번호를 주고받았다. 설묘의 배송통에는 ‘봉인함 3번, 최종 관측 지도 송부’라고 적혀 있었고, 무연은 안쪽에서 같은 번호의 오래된 접수표를 찾았다. 두 종이의 찢어진 가장자리 모양이 일치했다. 미라가 수동 쇠막대를 어떻게 풀 수 있는지 묻자 무연은 배송실의 벽시계가 멈추면 안쪽 잠금도 고정된다고 했다. 따라서 문을 열려면 세 시계 중 하나가 아니라, 별도로 설치된 배송실 시계를 풀어야 했다. 헤론이 기록을 살펴보았다. 배송실 시계는 예전 낙성 관측신호를 받아 움직였는데 지금은 고장난 안테나에 연결돼 있었다. 진한이 옛 배선도를 꺼냈다. 배선의 끝은 우리가 전날 나무 쐐기로 끊었던 동조 기어 옆에 있었다. 반갑지 않은 우연이었다. 기어를 다시 작동시키면 돌다리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다른 방법은요?” 내가 물었다. 무연이 안에서 조용히 대답했다. “벽시계를 손으로 한 눈금씩 넘기면 된다. 오래 걸리지만 밖의 길은 흔들지 않소.” 우리는 세 시간 동안 작은 손잡이를 돌렸다. 키오는 처음 십 분은 열심이었지만 열한 번째부터 손목을 부여잡았다. 테온이 그를 대신했고, 진한은 손가락 두 개가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시간을 세었다. 나는 종이에 ‘대단한 마법 의식: 노동 네 사람, 물 한 통, 말린 빵 둘’이라고 썼다가 미라에게 걸렸다. “보고서에 그렇게 쓰면 안 됩니다.” “왜요? 정확한데.” “당신이 뭘 했는지도 적으세요.” 나는 종이를 고쳤다. ‘지도 제작자는 음료를 나르고 불평을 제기했다.’ 수동 눈금이 마지막 칸을 지났을 때 안쪽에서 금속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무연이 직접 걸쇠를 열었다. 문은 천천히 열렸고 그 사이로 찬 공기가 빠져나왔다. 안에는 긴 탁자와 봉인된 지도통 다섯 개, 온통 날짜가 다른 서류함이 놓여 있었다. 책상 앞에 앉은 무연은 생각보다 늙지 않은 얼굴이었다. 진한이 기억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한은 그에게 손을 뻗지 못했다. “정말… 선생입니까?” “나도 그 질문을 해야겠군.” 무연이 말했다. “내가 떠나기 전의 자네와 지금의 자네가 같은 사람인지.” 두 사람은 잠시 마주보다 결국 웃었다. 무연은 예전에 진한이 종을 잘못 쳐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새벽에 일어났던 사건을 기억했다. 그 일은 진한 외에도 증인이 있었다. 작은 기억 하나가 그들을 이어 주었지만, 정확한 시간차에 대해서는 더 기록해야 했다. 무연은 설묘에게 배송통을 받기 전에 내용물을 확인할 권한이 있는지 물었다. 설묘는 자신은 전달자일 뿐 발송자도 수신인도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통을 받아 들고 손상되지 않은 봉인을 확인했다. 봉인을 확인하는 동안 무연은 자꾸 창밖을 힐끗거렸다. 그는 십이 년 동안 매일 같은 풍경을 보았다고 했지만, 이제는 창 밖에 있던 돌기둥의 절반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진한이 그 사이 경계가 여러 번 움직였다는 기록을 내밀자 무연의 손이 떨렸다. “그럼 내가 보고 있던 하늘도 같은 하늘이 아니었겠군.” 헤론은 창틀의 표시와 실제 별자리 각도를 재어 주었다. 어제의 하늘과 오늘의 하늘이 달라졌다는 말을 위로로 삼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는 이제 혼자서 그 차이를 견디지 않아도 됐다. 통 안에는 지도 한 장이 아니라 지도표의 빈 틀과 서로 다른 수신란 세 개가 있었다. ‘첫째, 돌아온 자에게.’ ‘둘째, 기다린 자에게.’ ‘셋째, 아직 길을 확인하지 못한 자에게.’ 미라가 종이를 들여다봤다. “수신인이 세 명이라는 말이군.” “아니.” 무연이 대답했다. “받아야 할 사람이 세 부류라는 뜻이지. 처음에는 각각 한 장씩 보내려 했소. 그런데 마지막 그림을 누가 완성할 것인지를 놓고 다퉜지.” 나는 봉인된 지도통 다섯 개를 보았다. 그중 셋은 이미 안에 내용물이 없는 빈 통이었고, 둘은 그대로 봉인돼 있었다. 무연은 분화구가 변하기 직전 마지막 지도 한 장의 송부를 보류한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끝까지 ‘전달 안 됨’이라는 표시를 지우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 당신이 보관해 온 마지막 지도는 어디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무연은 방 가장 깊은 곳의 선반을 가리켰다. 목제 함 위에는 봉투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봉투의 주소는 지워져 있었지만 접힌 자리에는 내 지도통의 세 갈래 문양이 남아 있었다.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남의 편지를 자기 이름이 떠오른다는 이유로 열어 보는 습관은 버리고 싶었다. 무연이 봉투를 뒤집었다. 반대쪽에 아주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발송인의 이름이 아니라, 최초 관측이 실패한 이유를 찾는 사람에게 열람을 허락한다.’ 그가 말했다. “그럼 이제 당신들에게 보여 줄 때가 됐겠군.”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64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6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