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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63화
PAYLUA ORIGINAL · 제63화

제63화 - 별의 껍질은 돌보다 얇다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739자

오프라인 책장
분화구 아래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곳으로 내려갈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낸 직후에는 그랬다. “누가 창문 앞을 지났잖아요.” 키오가 말했다. “사람일 수도 있고, 비친 그림자일 수도 있지.” 헤론이 대답했다. “그럼 직접 내려가서 확인하면 되잖아요.” 미라가 나를 쳐다봤다. “그 말을 하는 애가 왜 네 제자 같지?” “아직 제자로 받은 적 없습니다. 사직서를 낼 수 있는 쪽이 누구인지부터 정해야 해서요.” 우리는 진한에게 지하 배송실 열쇠를 빌리고, 설묘가 맡은 방수통은 그녀의 손에 그대로 두었다. 문서를 수신인에게 건네는 일까지 우리가 대신할 이유는 없었다. 진한은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옛 물길과 겹친다고 했다. 길이 막혔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그는 그 문을 닫는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소문과 돌덩이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는 직접 내려가 보아야 알 것 같았다. 지하 입구는 세 시계 뒤편에 숨은 작은 철문이었다. 문을 열자 바람이 밖으로 불어 나왔다. 습기보다 먼지 냄새가 강했고 아주 오래된 책의 표지가 썩는 냄새도 났다. 첫 계단에는 낡은 발자국 두 개가 굳어 있었다. 발자국의 방향은 안쪽이었다. 돌아 나온 자국은 확인되지 않았다. “밧줄 하나만 가져가자.” 미라가 말했다. “하나만요?” “내가 쓰는 건 하나. 나머지는 네가 메고 가. 무게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워.” 계단이 아홉 개를 지나자 벽에 은색 얇은 층이 나타났다. 달빛을 비추면 투명한 유리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니 돌 속에 땅의 단면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푸른 물풀, 거무스름한 흙, 잘린 나무뿌리, 그 위에 다시 흙. 마치 여러 날의 땅을 한 번에 포개 만든 것 같았다. 헤론은 벽 표면에서 가루를 긁어 내지 않았다. 대신 서로 다른 층을 종이에 탁본했다. “이게 첫 별의 잔해라고들 했지. 그런데 여기에는 그보다 오래된 식물층이 있고, 같은 모양의 나무뿌리가 두 깊이에서 나타나네. 낙성으로 돌이 새로 생긴 건지, 원래 있던 땅이 다른 자리에 나타난 건지부터 구분해야겠어.” 테온이 나뭇뿌리 화석을 만지려다 손을 멈췄다. 그의 나라 루메르에서도 같은 모양의 나무가 자랐다고 했다. 나는 그것을 수첩에 적었지만 곧바로 '루메르가 여기 있었다'고 쓰지는 않았다. 국경보다 나무의 뿌리가 오래 산다고 해서 두 지역을 같은 나라로 만들 수는 없다. 돌길이 갑자기 넓어졌다. 큰 지하 호수가 나타났다. 수면은 검은 유리처럼 매끄럽고 천장에는 별이 없는 하늘이 비쳤다. 물 한가운데에는 부서진 돔의 뾰족한 꼭대기가 나와 있었다. 관측대는 분화구 위에 서 있다가 통째로 가라앉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주춧돌에 있는 문양은 우리가 위쪽에서 본 폐허의 문양과 달랐다. “관측대가 두 개였나요?” 미라가 물었다. “그렇게 볼 이유는 생겼지.” 헤론이 대답했다. “하나가 다른 하나의 과거일 수도 있고.” 우리는 호수 둘레의 마른 보행로를 따라갔다. 중간에서 돌바닥이 푹 꺼져 키오의 부츠가 빠졌다. 테온이 그의 외투를 낚아챘다. 나는 손을 뻗으려다 빛나는 균열을 보았다. 균열 아래에는 돌 대신 얇은 막이 있었고, 그 막 너머로 다른 바닥이 보였다. 발을 더 디디면 막이 찢어질 것 같았다. “뒤로! 저건 바닥이 아니라 표면이야!” 미라가 키오 허리에 밧줄을 묶고 테온과 함께 당겼다. 키오가 빠져나오자 우리가 선 부분의 얇은 막이 한 번 접히더니 저쪽 호수까지 미끄러졌다. 부서진 유리 같은 소리가 길게 울렸다. 헤론은 그 표면이 자연의 바위가 아니라 무언가를 덮어 둔 층 같다고 했다. “누가 덮었죠?” 키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몰라.” 내가 답했다. “그런데 덮은 사람은 아래에 있는 길을 알고 있었을 거야.” 호수 건너편에서 낮은 휘파람이 들렸다. 미라가 즉시 등불을 가렸다. 바위 뒤에 작은 그림자가 흔들리더니 웬 소녀가 튀어나왔다. 짙은 갈색 머리카락에 장화가 한 짝뿐이었다. 나이는 열다섯쯤 되어 보였다. 손에는 녹이 슨 나침반이 있었다. “거기 서요! 한 발 더 오면 길이 뒤집혀요!” 우리는 멈췄다. 소녀는 자기 이름을 소율이라고 말했다. 위쪽에서 버려진 관측 기구를 주워 팔다가 지하 틈으로 떨어졌고, 이곳에서 이틀을 보냈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의 목걸이에 묶인 날짜표는 한 달 전을 가리켰다. 소율은 손을 떨며 그 날짜가 자신이 직접 적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에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어요. 하지만 창문까지 가면 바닥이 다른 데로 옮겨져요.” “그 푸른 창문 앞에 있었니?” 내가 물었다. “가끔요. 밖에서 오는 불빛을 볼 수 있으니까.” 푸른 빛의 정체 하나가 풀렸다. 살아 있는 사람의 손이었다. 다만 그녀가 지금껏 이곳에 혼자 있었는지는 더 확인해야 했다. 소율은 일주일 전 한 노인이 자기에게 문을 닫으라고 했다고도 말했다. 어느 쪽 날짜의 일주일인지 물으려다 멈췄다. 아이가 지금 필요한 것은 달력 시험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는 길이었다. 소율의 발목에는 거친 천 조각이 감겨 있었다. 미라는 그것을 풀어 상처를 확인했다. 발등이 크게 붓고, 오래된 유리 가루가 작은 상처에 박혀 있었다. 테온은 자기 물통의 마지막 물을 조금 덜어 천을 적셨다. 소율은 우리가 무엇을 찾으러 왔느냐고 물었다. 내가 별의 첫 기록을 찾는다고 하자 아이가 코웃음을 쳤다. “나는 집에 가는 길 하나면 돼요.” 그 말이 우리의 원정 목적보다 훨씬 명확했다. 나는 먼저 그 아이가 왔다는 높은 절벽의 방향을 지도에 표시하고, 우리가 아직 확인하지 못한 구간에는 작게 물음표를 그렸다. 우리는 지하 돔의 외곽에서 얕은 돌길을 확인했다. 소율은 자신이 여러 번 걸어 본 코너를 알려 줬고, 미라는 밧줄 길이를 조절했다. 나는 은색 벽의 두 가지 층을 번갈아 살펴보며 발판이 움직이는 주기를 표시했다. 그런데 갑자기 돔 안에서 벨 소리가 세 번 울렸다. 호수 표면의 별 없는 하늘이 새까맣게 물결쳤다. “다음 바닥 교체가 시작돼요!” 소율이 외쳤다. 보행로 끝의 마지막 발판이 위로 솟더니 뒤집혔다. 키오가 들고 있던 작은 등불이 호수로 떨어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지도를 펼쳤다. 별가루는 이 길이 내일도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소율과 우리가 방금 밟았던 발판의 흔적만 은빛으로 밝혔다. “올 때 걸었던 길로 돌아갑니다!” “그 길도 변하고 있잖아!” 테온이 소리쳤다. “그래서 가면서 다시 확인할 겁니다!” 미라가 앞에서 발판의 결을 밟아 보고, 테온이 소율을 업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발판의 폭을 재고 헤론과 키오에게 외쳤다. 밧줄은 팽팽했지만 우리는 다리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가느다란 돌 위를 한 사람씩 건넜다. 뒤에서 어둠이 덮쳤다. 마지막 발판에 도착한 순간 진한의 시계실에서 내려온 쇠줄이 우리 머리 위로 흔들렸다. 쇠줄을 붙잡고 올라오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소율은 벽에 기대 앉아 처음으로 울었다. 미라는 물을 마시게 하고 단우의 역참에 보낼 구조 신호를 작성했다. 그 아이가 직접 말한 이름과 오늘 우리와 함께 올라온 사실만 적었다. 진한은 소율이 가지고 나온 나침반을 보더니 손을 멈췄다. 나침반 뚜껑 안쪽에는 분화구 돔의 휘어진 문양이 있었다. 그것은 첫 관측대의 관측기구 가운데 일부였다고 했다. 그리고 눈금 바깥의 글자는 우리가 갖고 온 어떤 지도에도 없었다. ‘별의 껍질 아래, 처음으로 돌아온 땅을 기록하라.’ 헤론은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나는 분화구를 바라봤다. 처음 별이 떨어져 땅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땅이 어딘가에서 돌아왔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문제는 돌아온 땅이 원래 어디에 있었느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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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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