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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59화
PAYLUA ORIGINAL · 제59화

제59화 - 경계선 저편에서 돌아온 여행자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590자

오프라인 책장
제영 좌표의 사용자가 재등록되었다는 문장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어떤 끔찍한 마법을 떠올렸다. 그러나 세린은 아주 현실적인 질문을 했다. “누가 등록했지?” 그 질문이 문제의 절반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사용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인지였다. 밤숨 분지에서 본 금색 판도, 연흔 탑의 귀환 완료 명부도 누군가 서류를 고쳤다는 사실만으로 사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다만 그 서류를 믿고 사람이 움직이면 사고가 났다. 제영 좌표가 그런 종류의 장치라면 서둘러 사람들을 알리고 길을 막아야 했다. 기록실 바닥의 돌판에는 아주 얇은 금색 선이 번지고 있었다. 세린은 그것이 낙성 이전 경계선의 기준점에만 나타나는 표식이라고 했다. 확실한 것은 그녀가 열두 해 전에 같은 빛을 본 적이 있다는 증언뿐이었다. 헤론은 긴 자를 꺼내 금색 선의 움직임을 잰 뒤 고개를 갸웃했다. 선이 일정한 방향으로 뻗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길 위를 조금씩 덧칠하는 것처럼 보였다. “원래 길이 아니란 뜻입니까?” 내가 물었다. “원래라는 말은 그만 쓰자.” 헤론이 대답했다. “지금 그 선이 덮는 곳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하자.” 우리는 세린의 허락을 받아 불일치 표의 사본을 만든 다음 기록실을 나왔다. 금빛이 산비탈을 타고 연흔 탑 쪽으로 흘렀다. 하늘은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는데 별가루가 희미하게 떨어지는 듯했다. 낙성의 실제 시작일은 관측소마다 달랐다. 다만 헤론이 가진 기구의 눈금은 일제히 남쪽으로 쏠리고 있었다. 경계가 급속히 이동하는 징후였다. 미라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저쪽에 사람!” 우리가 내려오던 돌길의 반대편에서 한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옷은 낡은 선원복이었고 어깨에는 짧은 돛천을 멘 채였다. 그녀의 장화는 진흙투성이였지만 등에는 곧은 나무자 하나가 묶여 있었다. 여자는 우리를 보자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이 길이 아직 있네요?” 나는 본능적으로 대답하려다가 멈췄다. ‘아직’이라는 말은 그녀가 어느 날을 기준으로 말하는지 묻기 전에는 해석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 걸어오셨습니까?” “지난여름부터라고 하면 믿을래요?” “사흘 전부터라고 해도 확인은 해야 합니다.” 그녀는 내 표정을 보고 웃음을 거뒀다. 이름은 로엘. 해안의 측량선에서 하역 일을 하다가 별락의 경계가 바뀌는 날 배에서 내려 걸었다고 했다. 그녀가 말한 항구 이름은 지금 지도에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세린은 오래된 배식표에서 그 지명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바로 같은 장소를 가리키는지 확인할 자료는 부족했다. “당신은 혼자 오셨습니까?” 미라가 물었다. “처음엔 둘이었어요. 동료가 왼쪽 길을 택했지. 그 뒤에는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녀는 동료의 이름을 직접 밝힐지 잠깐 고민했다. 우리가 무언가를 적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고는 먼저 자신의 이름만 적어 달라고 했다. 동료의 이름은 본인이 돌아와 확인할 때까지 섣불리 실종자 명부에 옮기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로엘은 자기 발로 걸어온 경로를 바닥에 그려 보였다. 구불구불한 선은 솔개 마루의 옛 조사 지도와 일부가 겹쳤지만, 마지막 두 굽이는 현재의 지도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선을 ‘로엘의 진술’로 적었다. 그녀가 자기 다리로 걸어왔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다른 사람도 지금 그 경로를 따라올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로엘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낡은 쇠패를 꺼냈다. 삼각형 금속 표면에는 우리가 베사의 수문 부품에서 보았던 ‘제영’ 표식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아래쪽 번호는 달랐다. 베사의 것은 전환 시험, 로엘의 것은 ‘대기 경로’였다. “이건 어디서 얻으셨어요?” 내가 물었다. “선착장에서. 누가 길을 찾아 돌아오면 이 패를 반납하라고 했어요. 반납하러 갔더니 창구가 사라졌고.” “서류를 못 받으셨습니까?” “받았죠. 안 돌아온 사람으로 처리됐다는 서류요.” 그 말에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앞서 연흔 탑에서 살아 있던 베사가 미리 치료받은 것으로 기록됐듯, 로엘은 실제로 돌아왔는데도 귀환되지 않은 사람으로 남아 있었다. 기록과 사람의 위치가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내야 했다. 우리는 로엘을 쉬게 하기 위해 솔개 마루의 쉼터로 데려가려 했다. 그런데 마을로 이어지는 둔덕에서 금색 장치가 울렸다. 길목의 표석들이 동시에 노란빛을 내며 ‘확인된 귀환자’라는 글자를 띄웠다. 로엘의 쇠패가 그 빛에 반응했다. 잠시 뒤 경계작성회 순찰대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제영 좌표 사용자를 발견했다!” 누군가 외쳤다. 순찰대장은 로엘을 가리켰다. 그녀가 쇠패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였다. 로엘은 자신이 하역 노동자일 뿐이라고 했지만, 순찰대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테온이 길 한가운데로 나섰다. “그 사람이 이 지역의 장치를 조작했다는 증거가 있소?” “표식이 반응한다.” “그럼 표식이 반응한 것만 확실하군.” 경비들이 검을 빼자 미라도 칼을 꺼냈다. 나는 납작한 돌 뒤로 물러나며 급히 주위를 살폈다. 경비와 싸우면 좁은 길에서 주민이 다칠 수 있었다. 그러나 로엘을 넘기면 쇠패 하나로 모든 죄를 뒤집어쓸지 몰랐다. 그때 상공에서 수정 깃 소리가 들렸다. 초침새들이 금속 장치의 진동을 따라 날아왔다. 놈들은 금빛이 번지는 표석에 부딪쳤고, 조각이 튀어 아이들이 놀라 달아났다. 미라가 순찰대장에게 소리쳤다. “검부터 거둬! 이 상태로 놈들이 내려오면 사람부터 죽어!” 그는 잠깐 망설였다. 그러나 첫 새가 자기 견장을 찢자 곧 대열을 돌려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테온은 좁은 길의 난간을 지켰고 로엘은 자기 돛천으로 새의 시야를 가렸다. 나도 돌을 던져 금속이 울리는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첫 돌이 내 발등에 떨어졌다. “대단한 투척 실력이군.” 헤론이 말했다. “다음에는 검을 배워 보겠습니다.” “먼저 발부터 치료받아라.” 소동이 끝나자 순찰대장은 로엘을 즉시 연행하지 않았다. 대신 쇠패의 출처와 그녀가 실제로 걸어온 경로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나는 우리 사본을 공유하되 로엘의 동료 이름을 그녀의 동의 없이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 대장은 못마땅해했지만 공개된 현장에서는 억지를 부리기 어려웠다. 저녁에 로엘은 쉼터에서 나를 따로 불렀다. 그녀는 자기 항로를 떠올릴 때마다 물 위에 떠 있던 작은 등불 하나가 기억난다고 했다. 등불은 배를 안내하는 불빛이 아니라 반대쪽에서 돌아오는 사람이 켜 놓은 것처럼 보였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아린이 전해 준 ‘돌아올 자리를 비워 둔 약속’을 떠올렸다. “그 등불을 누가 켰습니까?” “모르죠. 다만 제가 지나간 뒤에도 꺼지지 않았어요.” 우리는 여관 앞에서 로엘이 가리키는 방향을 확인했다. 멀리 낙성 이전의 경계선 위에 작은 청백색 빛이 있었다. 헤론의 기구로도 정확한 거리를 잴 수 없었다. 그러나 루안의 관측소에서 보았던 검은 탑의 그림자와 같은 축이었다. 그때 내 지도통 속 금속판에 새 글자가 나타났다. ‘제영 좌표 사용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방금 재등록됐다는 문장과 모순되는 말이었다. 나는 지도가 아니라 그 문장을 만든 사람의 의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한 사람을 사용자로 만들어야 했고, 또 누군가는 그 빈자리를 남기려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로엘은 아무도 묻지 않은 죄를 뒤집어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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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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