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탄이 준 수첩의 마지막 문장은 유난히 간결했다.
‘마지막 조사원의 귀환을 확인하지 못함.’
거기까지는 인정할 수 있었다.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어야 한다. 문제는 다음 문장이었다. ‘따라서 모두의 귀환일을 동일하게 정한다.’ 나는 그것을 읽고 지도의 여백에 새로 만든 직업을 적었다. ‘모르는 것을 지워서 아는 것으로 만드는 사람.’ 세상에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지도 제작자는 아주 편해질 것이다. 우리는 그냥 종이를 파는 일만 하면 되니까.
미라는 내 손에서 수첩을 빼앗아 자세히 읽었다.
“승인란에 이름이 없네.”
“그래서 찾아야죠. 누가 자기 손을 감춘 건지, 아니면 정말 공용 기록인지.”
우리는 유라의 우편소에 사본을 보내고 밤숨 분지의 아린과 마엘에게도 대조를 요청했다.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헤론은 열두 해 전의 별자리 기록을 가져와 연흔 탑의 그림자와 비교했다. 지도에서 ‘낙성 이전의 경계선’이라고 불린 곳은 별이 떨어질 때 사라진 땅이 아니라, 별이 떨어지기 전에 측량을 마쳤던 오래된 경계 측량 구역이었다. 적어도 그 용례가 여러 기록에 남아 있었다. 다른 뜻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아직 배제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오래된 조사원을 찾아야 했다. 탑 북서쪽에는 은퇴한 경계 조사자들이 살던 ‘솔개 마루’라는 촌락이 있었다. 길목은 위험했지만 어제 실제로 돌아온 약초꾼 하나가 숲길의 상태를 증언해 주었다. 미라가 그 길을 앞장서 걸었고 테온이 뒤에서 바위 낙하를 살폈다. 키오는 점심으로 가져온 단단한 치즈를 씹으며 무릎 높이까지 자란 풀을 헤쳤다.
“왕자님, 원래 왕자들은 산을 이렇게 걸어 다녀요?”
“원래 왕자들은 마차를 타지.”
“그럼 왜 걸어요?”
테온이 웃었다. “나라가 사라지면 마차도 대개 없어지거든.”
나는 덧붙였다. “저도 가게가 망하면 걸어 다닙니다.”
미라가 뒤돌아봤다. “네 가게는 네가 돌아가서 문만 열면 아직 있잖아.”
“아, 그러네요. 이렇게 희망을 줘서 감사합니다.”
솔개 마루는 멀리서 보면 한쪽 날개가 부러진 새처럼 보였다. 집들이 낙성 후 지형의 높낮이에 따라 조금씩 다른 층에 서 있었다. 몇몇 집은 위층 창문이 이웃집 마당과 같은 높이였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빈 표석이 있었다. 주민들은 그 표석을 ‘첫 길’이라고 불렀지만, 누가 처음 놓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우리는 기록 보관인 유라가 추천한 여인 한 명을 찾아갔다. 이름은 세린. 희끗한 머리를 단정히 묶은 노년의 측량사였다. 한쪽 손목에는 별가루 화상을 입은 자국이 있었다. 그녀는 우리의 지도통을 보자 대문을 닫으려 했다.
“그 통을 들고 오는 사람은 늘 무언가 확답을 요구했어.”
“확답이 없으면 없다고 말씀해 주세요.” 내가 말했다.
세린은 내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 그러고는 뜻밖에 문을 열어 주었다. 그녀의 집에는 지도보다 낡은 신발이 많았다. 굽이 닳은 구두와 밑창이 떨어진 장화, 아주 작은 어린아이의 신발까지 선반에 날짜와 함께 놓여 있었다.
“왜 신발을 모으세요?” 키오가 물었다.
“사람이 어떤 길을 실제로 걸었는지 남기려고.”
그녀는 첫 지도 제작자가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십이 년 전에는 세린 자신을 포함한 여러 조사자가 낙성 이전의 경계선을 측량했다. 그들은 걸어간 사람의 기록만으로 길을 확정하지 않았다. 돌아오기를 기다린 사람과 다음 날 다시 확인한 사람의 기록을 함께 묶었다. 그 절차를 처음 고안한 이가 누구인지는 세린도 알지 못했다.
“그럼 마지막 조사원은 누굽니까?”
세린은 창문을 닫았다. 바깥에서 쇳날개가 바람을 갈랐다. 어제 다리 아래서 보았던 초침새 한 마리가 지붕에 내려앉았다가 날아갔다.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지막'이라는 말이 문제야. 그날 조사는 세 팀이 했어. 모두 돌아왔다고 적힌 기록도 있고, 한 사람이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는 기록도 있어. 어느 쪽이 원본인지 나는 아직 모르지.”
그녀는 안쪽 방에서 찢어진 작은 보관증을 꺼냈다. 종이에는 ‘귀환 확인 미완료 1건’이라고 적혀 있었고, 다른 문장에는 ‘확인 담당자 교대’라고 적혀 있었다. 즉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 조사원 자신인지, 귀환을 확인해 줄 사람이었는지 불명확했다. 이 두 가능성은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와 전혀 달랐다.
“왜 남들에겐 한 명이 실종됐다고 알려졌을까요?” 미라가 물었다.
세린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관리자들이 한 명의 결원이면 작업을 끝낼 수 없다고 했거든. 그래서 어떤 사람은 전체를 완료로 찍자고 했어. 다른 사람은 모든 지도를 폐기하자고 했지. 나는 둘 다 거절했고.”
내 가슴이 서늘해졌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빈자리를 없애기 위해 지도 자체를 없애려 했다는 말이었다. 여백의 항구에서 만난 사람들의 행방도, 유리울의 사라진 창고도 같은 위험에 놓여 있었을지 몰랐다.
세린은 우리에게 옛 기록실이 있다고 알려 주었다. 마을 아래쪽의 폐쇄된 반원형 방이었다. 그곳에는 당시 조사자들이 버리지 않고 남긴 ‘불일치 표’가 보관되어 있다고 했다. 우리는 곧장 가겠다고 했지만 세린은 해가 기울기 전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방으로 가는 돌길의 일부가 낮에는 흐려졌다가 저녁에만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전설인가요?” 내가 물었다.
“아니. 내가 사흘 전에 다녀왔어. 그때의 바닥 상태와 오늘의 상태를 다시 확인해야겠지만.”
그 대답만큼 믿음직한 말은 없었다.
저녁에 우리는 세린의 안내로 길을 확인했다. 돌계단은 열두 해 전 도면과 대체로 같았으나 중간에 흙이 꺼진 구간이 있었다. 미라가 밧줄을 걸고 지나갔고 헤론은 바위의 작은 진동을 측정했다. 기록실의 문에는 흰 잎 세 개를 묶은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아린의 천 조각과 닮은 모양이었다.
세린은 문을 열기 전 잠시 머뭇거렸다. “저 문은 누구의 이름으로도 열리지 않아. 우리 셋이 함께 확인했던 문이니까.”
문 옆에는 손바닥 모양의 홈 세 개가 있었다. 하나는 닳아 없어진 듯했고 다른 하나에는 은빛 가루가 남았다. 세린은 자기 손을 한 홈에 얹고, 미라에게 다른 홈을 살피게 했다. 미라는 무작정 손을 대지 않고 주변의 장치를 먼저 확인했다. 잠금쇠는 오래되어 힘으로 밀면 무너질 수 있었다.
“세린 씨.” 나는 물었다. “누가 지금 이 문을 열 수 있습니까?”
“열쇠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보관 기록을 지키기로 합의한 사람들.”
그녀는 뒤쪽 벽의 수동 레버를 가리켰다. 힘을 합쳐 레버를 돌리자 먼지가 떨어지며 문이 열렸다. 안에는 낡은 지도가 수십 장 놓여 있었다. 놀랍게도 그중 하나는 지도에 길이 거의 없었다. ‘돌아오지 않았다고 확인된 곳’만 표시돼 있었다.
헤론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 모든 길을 지운 게 아니야. 지워졌다고 주장된 길의 출처를 남겼어.”
마지막 서랍에는 작은 서명 칸이 있었다. 이름을 적는 자리 대신 붉은 색의 짧은 말이 남아 있었다.
‘최초 지도 제작자 일동 — 제영 좌표를 보류한다.’
나는 멈춰 섰다. 우리가 찾던 ‘첫 지도 제작자’는 정말로 여러 사람의 서명이었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이 문서가 원본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세린은 그 글씨를 쓰던 손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 옛 수첩과 대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때 서랍 아래의 돌판이 낮게 울렸다. 탑 방향에서 날아온 금색 빛이 문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누군가 멀리서 봉인 장치를 작동한 것이다.
내 지도는 빛을 받자 저절로 접혔다. 빈 여백 한가운데에 붉은 문장이 나타났다.
‘제영 좌표의 사용자가 재등록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자료만 찾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누군가 우리보다 먼저 그 자료를 이용하고 있었다.
제5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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