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수상한 문구는 ‘안전 보장’이다. 별이 떨어질 때마다 지형이 바뀌는 세상에서 누군가 그 말을 판다면, 그 사람은 둘 중 하나다. 별을 멈출 수 있는 신이거나, 고객에게 거짓말을 하는 상인. 나는 아직 신에게 영수증을 발급해 본 적이 없다.
위쪽 장터에 도착하자 금색 깃발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백동상회가 세운 천막마다 ‘귀환 예정 포함’, ‘낙성 전 우선 통행’, ‘공식 경계 통과’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은화를 내고 얇은 목판을 받아 갔다. 목판 뒤에는 조그만 글씨로 ‘지형 변동에 따른 책임은 통행자에게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이건 길을 파는 게 아니라 책임을 파는 거잖아.” 미라가 말했다.
“정확히는 책임을 팔았다고 주장하면서 책임은 안 받는 구조죠.” 내가 답했다.
천막 가운데에는 베르탄이 있었다. 밤숨 분지에서 장부를 잃고 구조됐던 바로 그 상인이었다. 그의 옷은 새것이었고 손에 든 잉크병에는 아직 금색 밀랍이 붙어 있었다. 나를 발견한 그는 놀랍게도 먼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지도 제작자! 또 만나는군.”
“물에 빠진 뒤에는 금색 안료를 줄이실 줄 알았습니다.”
“내가 하는 건 판매가 아니라 고객 안내일세.”
“고객 안내에 세 은화씩 받으시면 꽤 높은 수준의 안내네요.”
베르탄은 멋쩍게 웃었다. 지난번 사건 이후 자신은 물건을 직접 팔지 않고 항로 판독만 맡았다고 했다. 그가 말한 역할과 실제로 목판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이 일치하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했다.
우리는 에브의 허락을 받아 가져온 목판 사본을 보여 줬다. 베르탄은 날짜가 앞선 귀환 확인 도장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이 도장은 상단 정산실에서 찍어 주는 거야. 예정 통행을 완료 통행과 구분하도록 되어 있지.”
“구분이 안 돼 있더군요.”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으면 저 아이가 어째서 끊어진 다리 위에 있었습니까?”
그는 말문을 닫았다. 나는 손님을 몰아붙이는 기분이 들어 괜히 씁쓸했다. 하지만 돈을 받고 판 목판의 문구가 실제 위험과 다른 것이 확인된 이상, 최소한 판매 중지와 회수 안내는 필요했다.
테온은 장터의 끝에 서서 통행자를 지켜봤다. 가난한 노인이 목판 하나를 사기 위해 은화 두 닢과 구리 동전을 꺼내고 있었다. 그에게는 북쪽에 사는 딸이 있다고 했다. 왕자는 노인의 손을 잡고 물었다.
“그 길을 오늘 확인한 사람을 만나셨습니까?”
“공식 지도라는데요.”
“그렇다고 오늘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노인은 슬픈 표정으로 목판을 바라봤다. 우리는 그의 딸이 사는 곳까지 직접 확인된 연락망이 있는지부터 찾기로 했다. 그가 지금 당장 출발하지 못한다고 해서 길을 찾을 권리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헤론은 장터의 커다란 금색 측량판 뒤쪽에서 미세한 구멍들을 발견했다. 구멍 사이에 검은 실이 묶여 있고, 판의 방향을 바꾸는 추와 연결돼 있었다. 바람이 불면 판이 북쪽으로 움직이지만, 검은 실을 당기면 모든 판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수 있었다. 밤숨 분지에서 봤던 현상과 닮았다. 그러나 그 장치가 실제로 그날의 금색 판을 조작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걸 손으로 바꾸고 있었어요?” 키오가 물었다.
“바꾸도록 만들 수는 있겠지.” 헤론이 말했다. “누가 언제 썼는지는 관리 장부를 봐야 한다.”
나는 장터 관리자에게 장부 열람을 요청했다. 관리자는 금색 서류를 내밀며 열람료를 요구했다. 비용이 어찌나 비싼지 잠깐 지도 제작을 그만두고 장부를 보여 주는 직업을 하고 싶어졌다. 미라가 내 표정을 보고 팔짱을 꼈다.
“네가 생각하는 거, 하지 마.”
“아직 말도 안 했어요.”
“돈 냄새 맡을 때 표정이 달라져.”
우리는 유라의 편지와 베사의 진료표, 에브의 통행증 사본을 묶어 공식 안전 심사를 요청했다. 당시 경계작성회 지휘관도 관문에 추가 장치가 설치된 사실을 몰랐다는 진술을 남겼다. 모든 일이 하나의 범죄로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실제 구조 사고와 사전 완료 도장이라는 모순은 쉽게 부인할 수 없었다.
늦은 오후, 오르반이 나타났다. 그는 금색 장갑을 끼고 자기 이름이 적힌 심사 명령서를 들고 있었다. 장터의 일부 판을 임시 봉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그에게 고마운 말을 하려 했다. 그가 다음 말을 하기 전까지는.
“현장 기록은 전부 경계작성회가 회수한다. 민간 지도는 혼란을 부르니까.”
“봉인은 필요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목판을 가진 사람들에게 회수 이유를 알려야죠. 그리고 원래 기록을 없애면 사고를 누가 확인합니까?”
“같은 지도를 여러 장 갖고 있으면 거짓 지도가 늘어날 뿐이다.”
“아니요. 서로 다른 날에 확인한 길이 여러 장인 겁니다.”
오르반의 경비들이 우리 앞을 막아섰다. 미라는 단검을 꺼내지 않고 긴 밧줄을 손목에 감았다. 테온도 칼집을 붙잡은 채 기다렸다. 여기서 싸우면 사람들이 달아날 통로가 막힐 수 있었다. 나는 시장의 중앙 통행로를 가리켰다. 장터에 모여 있던 상인과 손님들이 우리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럼 공개 대조합시다. 오늘 실제로 다리를 건넜다가 구조된 사람의 말과, 이미 완료됐다고 적은 장부를.”
베르탄이 뜻밖에도 앞으로 나섰다. 그는 상단 내부에서 받은 정산표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거기에는 판매된 통행증 수량과 ‘귀환 완료’ 수량이 정확히 일치했다. 오늘 아직 길목에 서 있는 노인도 완료자에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돈 받는 줄 몰랐소.” 베르탄이 낮게 말했다. “내가 눈을 감고 판독한 판이었구먼.”
그의 말은 면책이 아니었다. 그 역시 무엇을 팔았는지 확인할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은 다른 장부와 대조할 자료가 하나 더 생겼다.
오르반은 정산표를 가져가려 했지만 미라가 손을 들었다. “원본은 소유자에게 두고, 우리가 사본을 만들자. 오늘 여기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상단 서기 둘이 마지못해 복사를 도왔다. 키오는 노인이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해 적었다. 베르탄은 자기 이름을 사본의 제공자로 남겼다. 오르반은 굳은 얼굴로 봉인 명령의 범위를 ‘미확인 통행증 발급 정지’로 바꿨다.
밤이 되자 금색 판들이 하나씩 내려왔다. 시장은 오랜만에 별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노인은 딸에게 보낼 편지를 썼고, 유라의 우편망으로 배송하기로 했다. 나는 위험을 표시한 지도를 나눠 주면서 부디 오늘은 아무도 다리를 건너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때 베르탄이 내게 작은 가죽 수첩을 건넸다. 상단으로부터 받은 오래된 항로 판매 목록이었다. 맨 뒤에는 같은 상품의 판매 방식이 바뀐 날짜가 적혀 있었다. 열두 해 전, 밤숨 분지에서 첫 귀환 대조가 멈춘 바로 그 무렵이었다.
그리고 그 변경을 승인한 칸에는 이름 대신 문장 하나가 남아 있었다.
‘마지막 조사원의 귀환을 확인하지 못함. 따라서 모두의 귀환일을 동일하게 정한다.’
나는 수첩을 덮었다. 확인되지 않은 한 사람 때문에 다른 모든 사람의 날짜를 지운다는 발상. 그것이 우리가 싸우고 있는 금색 지도들의 시작일지도 몰랐다.
나는 그 문장을 다시 펼쳐 키오에게 읽어 달라고 했다. 아이가 한 글자씩 천천히 읽었다. 원래 조사원의 귀환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기록과, 다른 사람들의 귀환을 완료 처리하겠다는 결정 사이에는 아무런 논리적 다리가 없었다. 다리 하나가 무너지면 나무를 대고 다시 세울 수 있다. 그러나 기록의 틈을 거짓말로 메우면 그 위를 건너는 사람들만 추락한다. 나는 장터가 조용해진 뒤에도 그 문장 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제57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