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두 개면 선택이 쉬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두 길 모두 사람을 살릴 수 있고 동시에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사람은 어느 쪽이 더 아름답게 그려졌는지로 결정을 내리고 싶어진다. 나도 그 유혹을 안다. 지도에서 직선 하나를 지울 때마다 잉크값이 줄어드니까.
계곡에 나타난 다리 두 개는 겉모습부터 달랐다. 위쪽 다리는 넓고 새것 같았으나 건너편 교각이 안개 속에 숨었다. 아래쪽 다리는 난간이 깨지고 발판이 듬성듬성 비었지만 건너편에는 오래된 나무문이 보였다. 두 다리의 중앙에는 각기 작은 불빛이 흔들렸다. 키오는 두 사람이라고 했고, 미라는 바람에 흔들리는 천 조각일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부터 건너가 보죠.” 내가 말했다.
“오늘의 가장 멍청한 제안을 방금 들었어.” 미라가 대답했다.
“그럼 어제의 가장 멍청한 제안은?”
“네가 선장이 되겠다는 거.”
나는 반박을 포기했다. 대신 헤론과 함께 계곡의 두 교각을 관측했다. 위쪽 다리는 낙성 후의 흙층 위에 서 있었고, 아래쪽 다리는 오래전 강바닥을 따라 세운 돌기둥에 매달려 있었다. 별가루 지도는 두 장소 모두에 과거 통행 흔적이 있다는 것을 희미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지도에 표시된 시기가 달랐다. 지금 둘 중 어느 것이 안전한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했다.
우리가 산줄기를 돌아 비탈에 내려섰을 때 미라가 먼저 바닥에 무게를 실었다. 곧은 지팡이를 돌 틈에 끼워 보니 아래쪽 다리의 첫 발판은 단단했지만 두 번째는 흔들렸다. 그녀는 모험가처럼 뛰지 않았다. 항해사가 배의 돛을 올리듯, 한 번 묶은 매듭을 두 번 검사했다. 테온은 계곡을 바라보며 검집을 느슨하게 풀었다. 이곳에 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붙잡고 끌어올릴 때 칼이 허리에 걸리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위쪽 다리의 불빛이 움직였다. 작은 종이 세 번 울리더니 낮은 외침이 들렸다.
“여기 아이가 있어요! 길이 바뀌고 있어!”
우리는 경로를 나누었다. 미라와 테온은 아래쪽 다리를 따라 건너편의 현재 지면을 확인하고, 헤론과 나는 높은 바위에서 위쪽 교각의 흔들림을 측정했다. 키오는 루안에게 배운 박자를 신호로 사용했다. 세 번 두드리고 잠깐 기다린 다음 두 번. 상대가 같은 박자로 답하면 들렸다는 확인일 뿐, 구조가 완료됐다는 뜻은 아니었다.
안개 속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등에는 아이를 업고 있었고 두 손으로 난간을 붙잡고 있었다.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자기 이름을 ‘에브’라고 외쳤다. 어제 서쪽 장터에서 목공 일을 하다가 길이 바뀌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했다. 그가 말한 어제는 우리와 같은 날짜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구조를 요청한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거기서 움직이지 마세요!” 미라가 외쳤다. “발판을 먼저 확인할게요!”
에브는 아이를 고쳐 업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안개 아래에서 날개 소리가 났다. 새가 아니었다. 길고 얇은 수정 깃을 단 괴물 세 마리가 교각 밑에서 솟아올랐다. 현지 사람들이 ‘초침새’라고 부르던 짐승이었다. 낙성이 임박한 지역에서 금속 진동에 모여드는 습성이 있다는 헤론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놈들의 날개가 난간을 스치자 나무가 말라 비틀어졌다.
테온은 아이를 위협하는 새 한 마리를 검집으로 쳐냈다. 미라는 칼 대신 천막을 펴서 날개가 난간에 닿지 않도록 가렸다. 나는 돌 위의 오래된 금속 고리를 해체해 다리에서 떨어진 곳으로 던졌다. 금속이 바위에 부딪쳐 날카로운 소리를 내자 새들이 방향을 틀었다.
“이렇게 잘 던지면 왜 칼은 못 써?” 테온이 물었다.
“칼값이 비싸거든요!” 내가 외쳤다.
우리는 그 농담의 끝까지 듣지 못했다. 위쪽 다리의 중간 발판이 휘어졌기 때문이다. 에브가 아이를 끌어안고 몸을 낮췄다. 아래쪽 다리의 미라가 밧줄을 날려 올렸지만 고도가 달라 닿지 않았다. 내 지도통 속 금속판은 두 경로가 한때 만났던 지점을 은빛으로 가리켰다. 문제는 그 지점이 현재의 지형에서는 허공이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두 길이 만난 적 있어요!” 내가 소리쳤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헤론이 차갑게 대꾸했다. “그럼 과거 경로를 그릴 시간에 현재 바위를 찾아!”
맞는 말이었다. 나는 두 지도를 접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을 잇는 마법이 아니라 밧줄을 걸 수 있는 단단한 돌이었다. 우리는 아래쪽 다리 중턱에서 위로 뻗은 암석을 발견했다. 에브가 그쪽으로 걸어올 수만 있다면 줄이 닿을 거리였다. 미라가 테온에게 줄을 묶고 암석 위로 올라가자고 했다.
“내가 먼저 가겠소.” 테온이 말했다.
“왕자는 가벼워?”
“아니. 대신 넘어지면 네가 먼저 잡아 줄 거니까.”
“그렇게 태평하면 바다에 던져 버린다.”
두 사람은 투덜거리면서도 손발을 맞췄다. 테온이 바위 끝에 닿아 도르래를 설치하고 미라가 에브에게 밧줄 고리를 던졌다. 에브는 먼저 아이에게 고리를 매었다. 아이가 움직일 기미가 없어 모두가 숨을 죽였다. 토렌에게 받은 구급약과 담요를 준비한 키오가 아래에서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아이를 먼저 끌어올렸다. 그다음 에브가 자신이 서 있던 발판에서 떨어져 나왔다. 바로 그때 위쪽 다리가 안개 속으로 흐려졌다. 누군가 눈앞의 그림을 지우개로 문지른 것처럼 난간과 기둥의 윤곽이 희미해졌다. 에브는 줄에 매달린 채 비명을 질렀고 테온은 두 손에 피가 나도록 밧줄을 붙잡았다.
“하나, 둘, 셋!” 미라가 외쳤다.
우리 모두 동시에 당겼다. 에브의 발이 바위에 닿았을 때 위쪽 다리 한가운데가 비어 버렸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불안정한 구간이 옅게 남아 있었지만 사람이 다시 건널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아이의 이름은 노아였다. 담요를 덮고 몸을 따뜻하게 하자 아이는 눈을 떴다. 에브가 아이를 껴안고 울었다. 그는 자신들이 위쪽 다리를 건넜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 진술을 오늘의 기록에 남겼다. 그러나 나중에 찾아온 다른 사람에게 그 다리를 지금도 건널 수 있다고 안내할 수는 없었다.
에브는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얇은 목판을 보여 주었다. 누군가 그에게 팔았다는 ‘낙성 이전 통행증’이었다. 목판에는 백동상회의 상표와 경계작성회의 검인, 그리고 오늘보다 하루 앞선 귀환 확인 도장이 찍혀 있었다. 금액은 세 은화. 에브는 다리 끝에서 길이 안전하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그걸 팔았던 사람은 어디 있습니까?” 나는 물었다.
“위쪽 장터에 있어요. 아마 오늘도 팔고 있겠죠.”
우리는 에브의 목판을 사진처럼 베껴 그리고 그에게 원본을 돌려줬다. 그것은 피해자의 증거였다. 그가 원한다면 훗날 공개해도 되겠지만 지금은 아이와 쉴 곳이 먼저였다.
해가 지자 아래쪽 다리의 마지막 부분도 조금씩 흐려졌다. 우리는 두 다리 모두에 임시 통행 중지 표시를 달고, 실제 확인한 암석 우회로를 지도에 적었다. 노아가 내 지도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저씨, 위에 있던 다리는 어디 갔어요?”
“아직 어디 있는지는 몰라.”
“그럼 내가 건넌 것도 없어져요?”
나는 아이의 젖은 신발을 내려다봤다. “네가 건넜다는 건 없어지지 않아. 네가 여기 와 있으니까.”
키오는 그 말에 무언가를 떠올린 듯 내 옆에서 날짜표를 꺼냈다. 우리는 아이가 오늘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을 적고, 내일도 확인하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멀리 위쪽 장터에서 종이 울렸다. 하루가 끝났다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헤론이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저건 낙성 예고 종이야. 관측선이 남쪽으로 움직이고 있어.”
그 순간 내 지도에 실처럼 가느다란 검은 선이 그려졌다. 연흔 관측소에서 시작해 두 다리를 지나 장터로 이어지는 선이었다. 누군가 서로 다른 날의 길을 억지로 한 장에 꿰매고 있었다.
제56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