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52화
PAYLUA ORIGINAL · 제52화

제52화 - 세 번째 종을 친 사람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698자

오프라인 책장
세 번째 종소리가 들렸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소리를 들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낮고 긴 울림을 들었다. 미라는 쇳소리 속에 물 튀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고 했다. 테온은 한참 침묵하다 루메르 왕궁에서 화재를 알리던 종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반면 키오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며 귀를 세차게 비볐다. “선생님, 제가 귀가 막힌 겁니까?” “그랬다면 미라 선장님의 잔소리를 못 들었겠지.” “레이븐.” “죄송합니다. 정상입니다.” 서로 다르게 들은 종을 하나의 기록에 ‘세 번째 종 확인’이라고 쓰는 건 위험했다. 헤론은 관측 시각을 따로 적고 나무 막대로 탑의 진동을 재려 했다. 종은 그 순간 다시 잠잠해졌다. 루안은 내일 날짜가 적힌 쪽지를 두 손에 쥐고 있었다. “누나가 보내려고 한 경고일 거야.” “어디에서 찾았다고 했죠?” 내가 물었다. “여기 계단. 하지만 나는 저 종이를 놓은 사람을 못 봤어.” 우리 중 누구도 쪽지가 미래에서 왔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누군가 날짜를 잘못 적었을 수도 있고, 이곳 사람들이 서로 다른 달력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베사가 위험을 알리려 했다는 정황이었다. 미라는 루안의 손에서 종이를 받아 물자국을 살폈다. 물은 소금기가 거의 없었다. 분지의 소금비와는 다른 물이었다. “서쪽 물길 얘기가 있었지?” 미라가 말했다. “여기 어딘가 담수가 흐르나 봐.” 루안은 동쪽 바위를 가리켰다. 그곳에 우물이 있었지만 한 달 전부터 물이 줄었다고 했다. 우물 뒤에 ‘돌목 통로’라는 옛 수로가 있는데, 경계작성회가 안전 경로로 지정하면서 출입을 막았다. 베사는 그쪽으로 순찰을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통행료를 내면 열어 줍니까?” 내가 물었다. “하루치 경계 보증금 세 은화.” “그건 통행료가 아니라 사람의 불안을 팔아먹는 가격표군요.” 루안은 쓰게 웃었다. 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길목의 경비를 자기 마음대로 물릴 권한은 없었다. 우리는 먼저 탑에 올라갔다. 계단은 두 세대가 다른 곳에 세워 놓은 집처럼 높이가 들쭉날쭉했다. 한 단은 어른 정강이만큼 높았고, 다음 단은 아이가 발끝으로 오를 정도였다. 계단 안쪽에 남은 낡은 청색 표식은 루메르의 왕실 측량 표준과 닮았다. 테온이 손바닥으로 돌을 문질렀다. “우리는 저 문양을 길의 주인이라는 뜻으로 가르쳤어.” “실제 뜻은요?” 헤론이 물었다. “왕실 측량대가 통과했다는 표시였대. 내가 배운 말이 틀렸던 거지.” 그는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하지 않았다. 어릴 때 배운 권리를 아직도 다른 사람에게 적용했다면 책임은 지금의 그에게도 생겼을 것이다. 왕자의 왕관은 우리에게 문을 여는 열쇠가 아니라 오래된 문장을 읽는 단서가 되어야 했다. 탑의 윗방에는 종이 두 개 있었다. 큰 종은 금이 가 있었고 작은 종은 거미줄에 묶여 있었다. 루안이 말한 대로라면 둘 다 현재 관리 중인 시설이었다. 그런데 세 번째 종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천장에는 종을 매달았던 고리가 하나 남아 있었고, 바닥에는 둥근 긁힘이 있었다. “도둑맞았군요.” 내가 말했다. 헤론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도 있어. 다만 고리가 닳은 상태를 봐. 오래전에 떼어 낸 흔적이야.” 미라는 창밖의 강바닥을 내려다봤다. 얇은 안개 사이로 원형 구덩이가 보였다. 물이 있는 것처럼 빛나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마른 자갈이 가득했다. 그녀는 먼 바다에서 난파선을 찾던 습관처럼 탑과 구덩이의 거리를 재기 시작했다. “종을 아래로 내렸다면 저곳에 걸렸겠지. 탑에서 울린 것처럼 들릴 수도 있어.” 우리는 옛 수로로 내려갈 계획을 세웠다. 루안은 급히 나서려 했지만 미라가 멈춰 세웠다. 안내자가 실종자를 찾으려는 가족이라면 시야가 좁아진다. 그걸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위험을 계산하는 일까지 혼자 맡길 수는 없었다. 해가 중천에 올랐을 무렵 경계작성회의 순찰대가 나타났다. 금색 가죽 견장을 단 지휘관은 누군가 조용히 탑을 조사하기를 기다린 사람처럼 우리를 바라봤다. “연흔 관측소는 공식 경계 측량구역이다. 출입 신고 없이 안에 들어왔군.” “신고대가 비어 있었습니다.” 내가 말했다. “빈 곳에는 들어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 원칙 때문에 빈 사람이 더 생기면 어쩝니까?” 지휘관은 내 질문에 답하는 대신 금색 판을 꺼냈다. 판 위에는 연흔 일대의 공식 대피 경로가 반듯하게 그려져 있었다. 하필 우리가 본 끊어진 밧줄 다리 위로 선이 지나갔다. 나는 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다리는 조금 전 시험했습니다. 세 번째 발판부터 썩어 있습니다.” “공식 검사에서는 통과했다.” “언제요?” “사흘 전.” “그럼 사흘 전에는 통과했을지도 모르죠. 오늘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논쟁을 끝내지 못했다. 지휘관은 베사를 찾을 권한이 경계작성회에만 있다고 했고, 루안은 누나를 찾으러 가겠다며 검문 막대부터 움켜쥐었다. 나는 그 사이에 두 사람의 기록을 따로 적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이 마찰의 이유가 ‘불순한 외지인’ 한 줄로 정리되지 않도록. 바로 그때 강바닥에서 둔탁한 충격음이 났다. 탑 아래 돌먼지가 솟아올랐다. 물이 없는 줄 알았던 구덩이에서 탁한 물이 차올랐고, 수로 입구로 떠내려온 나무 상자들이 바위에 부딪쳤다. 지휘관의 얼굴이 굳었다. “방수문이 열렸나?” 그는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급히 두 부하를 데리고 내려갔다. 미라가 나를 바라봤다. “우릴 막던 사람이 직접 확인하러 가네.” “이참에 그분의 뒤를 따라가면 통행료를 아낄 수 있겠네요.” “돈 이야기는 목숨이 붙어 있을 때 해.” 우리는 탑 옆 비탈로 우회했다. 옛 지도에는 사냥꾼들의 발길이 표시돼 있었지만, 지금은 흙이 젖어 있어 경사 일부가 미끄러웠다. 미라가 먼저 밧줄을 걸고 테온이 키오를 한 명씩 내려 보냈다. 나는 마지막으로 내려가며 우리 위의 탑을 올려다봤다.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 아래서 큰 종이 한 번 울렸다. 수로 안쪽에는 사람이 남긴 흔적이 있었다. 최근 발자국 두 줄, 젖은 토막 나무, 그리고 바위에 새긴 작고 긴 화살표. 화살표 끝은 물이 차오르는 방향이 아니라 좁은 배수구를 가리켰다. 루안이 숨을 삼켰다. “베사가 썼던 표식이야. 어릴 때부터 둘이 약속했어. 돌아올 길이 막히면 화살 끝에 홈을 두 개 파기로.” 나는 바위 가까이 다가갔다. 화살 끝에 실제로 홈이 두 개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오늘 새겨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같은 표식을 다른 날에 남긴 흔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배수구 안에서 금속성 울림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키오도 들었다. 아이가 내 소매를 움켜잡았다. “선생님, 저건 종소리가 아니에요.” “왜?” “사람이 쇠통을 두드리는 소리예요. 세 번 두드리고 기다리잖아요.” 우리 모두 귀를 기울였다. 깜깜한 배수구 너머에서 소리가 다시 났다. 셋, 잠깐의 침묵, 그리고 둘. 루안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 안에 대고 외쳤다. “베사! 거기 있어?” 대답 대신 나무에 긁힌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안이면… 종을 치지 마. 그건 문을 여는 신호야.” 나는 그제야 세 번째 종이 누구에게 좋은 소식인지 생각했다. 탑 안의 방문객에게는 경고였을지 몰라도, 배수구 속 사람에게는 물을 밀어 넣는 신호일 수 있었다. 누군가 오래된 경보를 통행 통제 장치로 바꿔 썼다면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범인의 이름보다 문의 작동 방식이었다. 미라는 밧줄을 한 번 더 조였다. 검은 구멍에서 또 한 차례 셋과 둘의 두드림이 울렸다. 다음 박자가 오기 전에 움직여야 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52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52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