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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51화
PAYLUA ORIGINAL · 제51화

제51화 - 경계선에는 오늘이 세 개였다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541자

오프라인 책장
밤숨 분지를 떠나는 날, 미라는 내게 지도를 세 장이나 내밀었다. “하나는 어제, 하나는 오늘, 하나는 오늘인 척하는 어제야. 어느 걸 들고 갈래?” “세 번째 건 환불이 가능합니까?” “네가 만든 거잖아.” “그러니까 더더욱요.” 우리가 묵던 여관의 종은 새벽부터 두 번 울렸다. 첫 번째 종이 울렸을 때 동쪽 바위에 이슬이 맺혔다. 두 번째에는 그 이슬이 얼어붙었다. 여관 주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난로에 장작을 넣었다. 이곳에서 기후란 하루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날을 밟고 서 있느냐의 문제였다. 나는 어제 직접 걸어 돌아온 길을 따로 접었다. 그 경로에는 리아와 나도르의 증언, 미라가 매듭지은 밧줄 위치, 키오가 측정한 돌턱의 높이가 제각기 표시돼 있었다. 오늘도 안전하다고 쓰지는 않았다. 살비는 분지 입구에서 우리를 배웅했다. 눈먼 지도 제작자는 지도보다 먼저 내 구두 소리를 들었다. “발걸음이 망설이는구먼.” “그렇게 잘 들리십니까?” “아니. 네가 자꾸 같은 자갈을 밟잖아.” 살비의 지팡이가 땅을 한 번 쳤다. 그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찾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돌아올 날짜를 정하라고 했다. 그 말은 훈계처럼 들렸지만, 우리가 밤숨 분지에서 배운 것이기도 했다. 우리는 아린과 마엘에게 원본을 맡기고, 필요한 사본만 챙겼다. 아린은 열두 해 전 지도통의 발송 경위가 아직 완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내게 다시 상기시켰다. 내 이름을 아는 물건 하나를 얻었다고 내가 그 물건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일행은 나와 미라, 테온, 헤론, 키오였다. 분지에서 구조를 도왔던 사람들이 길목에 모여 물과 마른 빵을 나눠 주었다. 키오는 빵을 두 개나 받아 신이 났다. 나는 하나도 못 받았다. 아이가 내 표정을 보고 잠시 고민하더니 자기 것을 반 잘랐다. “선생님은 길 찾을 때 머리를 쓰니까요.” “많이 쓰지. 가끔은 잃어버리기도 해.” “그럴 땐 지도를 보세요.” 그 말을 했던 것이 나라는 사실을 나는 모르는 척했다. 분지의 마지막 등성이를 넘자 멀리 검은 탑이 나타났다. 전날 미라의 망원경에 잡혔던 바로 그 탑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탑이 둘로 보였다. 앞쪽 것은 지붕이 온전했고, 뒤쪽 것은 꼭대기가 반쯤 부서져 있었다. 헤론이 천문관을 세워 두 건물의 그림자를 측정했다. 그림자는 같은 장소로 떨어졌다. 바람이 불자 뒤의 탑이 흐릿해졌고, 앞의 탑은 조금 더 선명해졌다. “둘 다 있는 겁니까?” 테온이 물었다. “우선 하나가 지금 눈앞에 보인다는 것밖에는 말할 수 없어.” 헤론이 대답했다. “다른 하나는 낙성 이전의 관측 기록과 겹쳐 보이는 것일 수도 있지.” 나는 별가루 지도를 펼쳤다. 종이의 빈 모서리에 좁은 은선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선이 이어진 것은 우리가 어제 걷던 돌길까지였다. 탑으로 올라가는 경사는 여전히 빈칸이었다. 눈앞에 탑이 있다고 그곳까지 가는 길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았다. 산허리의 첫 굽이에 작은 검문대가 있었다. 바위에 박힌 표지는 ‘연흔 경계 관측소’라고 읽혔다. 그 아래에는 오늘 날짜가 세 개 적혀 있었다. 하나는 아르켄력, 하나는 별락의 낙성력, 마지막 하나는 ‘귀환 다음 날’이라고만 되어 있었다. 관리인은 두꺼운 모피 외투를 입은 청년이었다. 한쪽 팔에는 잘 닳은 나침반이 묶여 있었다. “통행증을 보여 줘.” “저희는 통행증이 없습니다.” “그럼 오늘을 선택해야 해.” 그가 가리킨 장부에는 세 칸이 있었다. ‘현재 관측’, ‘낙성 이전’, ‘귀환 확인’. 어느 칸을 고르느냐에 따라 다리의 이용 시간과 통행료가 달랐다. 놀랍게도 두 번째 칸이 가장 비쌌다. “과거가 원래 비싼가요?” 내가 물었다. 청년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돈 많은 사람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거든.” “저는 지난주에 산 빵값으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미라가 내 옆구리를 찔렀다. “통행료 협상은 내가 할게. 넌 입 좀 다물어.” 청년의 이름은 루안이었다. 그는 우리가 고른 칸을 묻는 대신 우리 신발 바닥을 보았다. 분지의 소금이 아직 밑창에 남아 있었다. 그가 그 소금을 작은 병에 털어 담더니 표지판을 가리켰다. 최근 분지에서 실제로 돌아온 사람이라는 흔적이지만, 그 흔적만으로 탑 너머 길까지 통행을 보증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럼 안내인을 고용하겠습니다.” 미라가 말했다. 루안은 고개를 저었다. “어제 안내하던 사람이 아직 안 돌아왔어.” “이름은요?” “베사. 내 누나야. 낙성 이전 경계선의 표석을 확인하러 갔지.” 그의 말투는 무덤덤했지만 손목의 나침반 줄은 여러 번 조여져 있었다. 누나를 기다리는 동안 습관적으로 만진 모양이었다. 우리는 오늘의 기록을 대조하자고 제안했다. 루안은 관측소에서 세 시간 전에 베사를 봤다는 순찰대의 증언과, 어제 저녁 베사가 보냈다는 쪽지를 보여 줬다. 쪽지에는 ‘종이 세 번째 울리면 서쪽 물길을 막아’라고 적혀 있었다. 문제는 관측소의 종이 오랫동안 두 번밖에 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먼 탑에서 첫 번째 종이 울렸다. 소리가 우리 발밑 바위를 타고 흘렀다. 루안이 즉시 외투 깃을 세웠다. 길가의 마른 풀이 한 방향으로 기울었다. 나는 지도의 등성이 부분에 작은 시각을 적었다. 종이 울린 뒤 바람이 바뀌었다고. 원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 관측한 순서는 남길 수 있었다. 우리는 루안의 안내로 첫 번째 밧줄 다리까지 걸었다. 다리는 있었다. 다만 건너편에는 그것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한 발자국이 없었다. 미라가 무게를 실어 난간을 시험하자 썩은 나무 한 조각이 아래로 떨어졌다. 아래는 물길이 아니라 짙은 회색 안개였다. “보세요. 이게 바로 지도 제작자의 삶입니다.” 내가 말했다. “있던 다리가 안전한 다리일 줄 알았던 순간 고객이 화를 내죠.” 테온이 낡은 왕관 조각을 만지작거렸다. “저 아래에 우리 왕국의 옛 고개가 있던 것 같아.” “확인한 적 있습니까?” “어릴 때 한 번. 아버지와 함께.” 왕자는 한참 망설이다 정확한 계절을 말했다. ‘겨울이 시작되기 사흘 전.’ 헤론은 그 시기의 별자리 각도와 지금 탑의 그림자 방향이 엇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나 열두 해가 넘게 지난 기억으로 오늘 다리를 건널 수는 없었다. 미라는 자기 밧줄을 풀어 주변 바위에 묶고, 루안에게 다른 순찰로가 있는지 물었다. “동쪽에 돌계단이 있어. 단, 마지막 열두 계단이 지금도 있는지는 몰라.” “그럼 열한 계단까지 확인해 보자.” 모든 일이 그런 식으로 시작됐다. 열두 번째 계단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세계에서도, 첫 번째 계단을 직접 밟을 수는 있었다. 둘째 종이 울리기 직전, 우리는 무너진 탑 뒤쪽의 땅에 도착했다. 먼지가 쌓인 돌계단 끝에 사람 발자국이 있었다. 발자국 옆에는 젖은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루안이 그것을 집어 올렸고, 나는 그 위에 적힌 날짜를 읽었다. 내 손에 든 달력으로는 내일이었다. 루안이 입술을 떨었다. “베사의 글씨야.” 쪽지에는 짧은 말이 적혀 있었다. ‘셋째 종이 울리면 경계선을 넘지 마. 거기에는 아직 오지 않은 오늘이 있다.’ 그 순간 첫 번째와 두 번째 종소리 사이로, 우리가 한 번도 듣지 못한 세 번째 울림이 아주 희미하게 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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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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