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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50화
PAYLUA ORIGINAL · 제50화

소멸된 좌표 영

별가루 지도 제작자 · 4,856자

오프라인 책장
첫 지도 제작자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내가 준비한 물건은 펜 세 자루였다. 하나는 지도를 그릴 펜. 하나는 틀렸다고 적을 펜. 마지막 하나는 아직 모른다고 적을 펜. 미라는 그걸 보더니 말했다. “세 번째가 제일 빨리 닳겠네.” “그래도 다행이죠. ‘모른다’는 글자는 ‘천하를 구했다’보다 짧으니까.” 우리는 밤숨 분지의 낮은 둥근 기둥으로 향했다. 전날 아린이 알려 준 위치는 아직 물 위에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주변 바닥은 밤새 달라졌고, 어제 우리가 건넌 나무다리는 다시 잠겨 있었다. 오늘의 귀환길을 만들려면 처음부터 확인해야 했다. 이번에는 일행이 세 팀으로 나뉘었다. 미라와 테온은 먼저 건너가 바닥을 확인했다. 헤론과 살비는 높은 곳에서 지형과 울림을 기록했다. 나와 키오, 아린, 마엘은 뒤에서 서로 다른 시기의 기록을 대조했다. 리아와 나도르는 마을에 남아 방수문을 지켰다. 그들의 신호가 없으면 분지 바닥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약속도 했다. “오늘은 꼭 뭔가 밝혀낼 수 있을까요?” 키오가 물었다. “적어도 오늘 돌아왔는지는 밝힐 수 있겠죠.” “그건 너무 작은 목표 아닌가요?” “작은 목표를 열 번 이루면 열 번 살아남은 거예요.” 키오는 수첩을 덮고 웃었다. 녀석이 어른의 말투를 흉내 내는 걸 보면 언젠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지도 모른다. 기둥에 도착하자 나는 먼저 손을 멈췄다. 돌 위에는 얇은 금색 막이 붙어 있었다. 누군가 최근에 금색 안료를 발랐다. 마엘은 손톱보다 작은 부분을 표본으로 떼어냈다. 그 아래에는 오래된 푸른 선이 있었다. 금색 표면의 숫자는 ‘귀환 확인 7’이었지만 푸른 선 밑에는 세 개의 독립된 칸과 비어 있는 가운데 원이 남아 있었다. “이걸 누가 덮었을까요?” 내가 물었다. “지금은 안료가 더 새롭다는 것만 말할 수 있어요.” 마엘이 답했다. “누가 왜 발랐는지는 따로 찾아야죠.” 우리는 기둥의 다른 면을 살폈다. 세로로 좁은 홈이 있었고 그 안에는 작고 둥근 황동판이 들어 있었다. 판은 저절로 움직이지 않았다. 살비가 손끝으로 글씨의 홈을 만졌다. “걸어간 사람, 기다린 사람, 기록한 사람.” 마침내 3·7·0의 세 역할에 관한 직접적인 기록이 나타났다. 하지만 일곱과 영의 뜻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아린이 기둥 아래쪽을 가리켰다. “내가 열두 해 전에 봤던 부분은 여기까지였어요. 그때는 물이 차서 더 아래를 볼 수 없었죠.” 우리는 물높이를 확인하고 옆의 작은 배수홈부터 열기로 했다. 리아가 마을의 방수문에 신호를 보냈고, 나도르가 수위 조절판을 움직였다. 오래된 장치를 무턱대고 당기지 않으려고 미라는 손짓으로 한 단계씩 지시했다. 물이 천천히 내려갔다. 돌기둥의 아랫부분에 일곱 개의 작은 홈이 나타났다. 각 홈마다 다른 날의 작은 표지가 끼워져 있었다. 하나는 글씨가 닳았고, 둘은 봉인이 끊어져 있었으며, 넷은 아직 읽을 수 있었다. 헤론은 날짜의 기준을 먼저 확인했다. 같은 문서라도 별락 대륙에서는 날짜를 하나로 환산하면 잘못될 수 있었다. 그는 표지마다 관측 기준점이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곱은 사람 숫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확인표의 수일 수도 있겠군.” 내가 말했다. “그렇지. 하지만 기록에 일곱 귀환자라는 표현도 있었잖아.” 헤론이 답했다. “두 제도가 연결됐을 수도, 우연히 같은 숫자를 쓴 걸 수도 있어.” 우리는 결론을 서두르지 않았다. 대신 남아 있는 네 표지의 날짜와 봉인 상태를 각각 옮겼다. 그중 한 표지에는 ‘마지막 기록자의 재방문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날짜는 첫 답사자들이 돌아온 뒤의 것으로 보였다. 다만 종이가 손상되어 정확한 연도는 읽을 수 없었다. 그때 반대편에서 큰 소리가 났다. 오르반의 경비들이 우리가 들어온 길을 막고 있었다. 그는 금색 측량판을 들고 기둥 쪽으로 내려왔다. “레이븐, 그 기록은 여기서부터 공식 문서로 바뀐다.” “누가 공식으로 만든다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경계작성회가 앞으로 모든 귀환길을 관리한다. 하나의 대륙에는 하나의 지도만 있어야 한다.” “하나의 지도는 편리하겠죠. 하지만 서로 다른 날의 길까지 하나인 척한다면 사람은 죽습니다.” 오르반은 기둥의 금색 막을 가리켰다. “일곱 귀환은 이미 확인됐어. 이걸로 충분하다.” “그럼 남은 빈칸은 왜 있습니까?” 그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손짓으로 경비 하나를 앞으로 보내려 했다. 그 순간 분지 밑에서 낮은 진동이 올라왔다. 방수문을 지키던 리아가 경고 신호를 울렸다. 물이 예정과 다르게 북쪽에서 밀려오고 있었다. 미라가 내게 외쳤다. “논쟁은 높은 데 올라가서 해!” 우리는 기록판을 그대로 두고 이동했다. 오르반의 경비들도 뒤따랐다. 그러나 좁은 돌길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바닥이 무너질 수 있었다. 테온이 검집을 바위 틈에 끼워 임시 발판을 만들었다. 미라는 가장 무거운 짐을 먼저 옮기고, 나는 실제로 확인한 돌길의 폭을 지도에 표시했다. 첫 번째 파도가 들이닥쳤을 때 경비 하나가 미끄러졌다. 오르반이 그를 잡으려다 함께 중심을 잃었다. 나는 가장 가까운 밧줄을 던졌다. 둘이 붙잡자 미라와 테온이 끌어올렸다. “나를 왜 구하지?” 오르반이 물었다. “제가 그려 놓은 안전한 길에 당신도 서 있었으니까요.”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물이 다시 빠지자 기둥 앞의 금색 막이 일부 떨어졌다. 그 아래 원 하나가 드러났다. 비어 있던 원의 안쪽에는 아주 작은 글자가 있었다. ‘소멸을 확인한 좌표 — 영.’ 우리는 마침내 영이라는 숫자가 쓰인 한 가지 문맥을 확인했다. 첫 귀환 대조 때 확인된 소멸 좌표가 없었다는 기록이었다. 이것이 모든 시대의 0을 같은 뜻으로 만든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적어도 이 기둥에서는 분명했다. 그 말은 세계가 소멸하지 않는다는 예언이 아니었다. 확인한 것과 확인하지 못한 것을 구분하는 기록이었다. 살비가 오래 침묵하다가 말했다. “우리가 첫 지도의 뜻을 오래 잘못 짚었을지도 모르네.” “어쩌면요.” 내가 답했다. “하지만 누군가 그걸 바로잡을 수 있도록 빈칸을 남겨 둔 건 다행이네요.” 우리는 돌기둥의 표지 네 개를 옮기지 않았다. 원본을 보호하는 일은 중요했지만 다른 사람의 기록을 들고 도망치는 것과 같아서는 안 됐다. 대신 마엘이 표면을 탁본하고, 키오는 현재 상태와 위치를 기록했다. 아린은 자신의 과거 방문 시각을 별도로 증언했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을 다시 확인했다. 미라의 매듭이 아직 살아 있었고 리아가 마을 쪽에서 대답했다. 사람들과 기록이 실제로 이어졌다. 그때 내 별가루 지도에는 우리가 건넌 길이 은빛으로 하나씩 나타났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선이 그어지는 일은 없었다. 분지 바깥의 높은 돌턱에 도착한 뒤 나는 세 개의 빈칸이 있는 사본을 펼쳤다. 걸어간 사람, 기다린 사람, 기록한 사람. 오늘의 사건을 기준으로 적어 보았다. 걸어간 사람에는 미라와 테온, 돌아올 때 기다린 사람에는 리아와 나도르, 기록한 사람에는 나와 헤론, 키오, 살비, 마엘, 아린의 이름을 적었다. 다만 모두의 동의를 구하고 각자 직접 확인한 일을 구분해 표시했다. “이제 끝난 건가요?” 키오가 물었다. “오늘의 기록은 끝났어.” 나는 말했다. “내일 다시 확인하면 오늘이 어떻게 남았는지 알 수 있겠지.” 밤이 깊자 아린이 내 옆에 앉았다. 그녀는 지도통의 숨은 금속판을 바라보고 조용히 말했다. “열두 해 전 그 통을 보낼 때는 누가 받게 될지 몰랐어요. 다만 미래의 누군가가 길을 확인하면 그 사람 이름이 적힐 수 있도록 만든 거예요.” “그럼 이 지도에 나타난 제 이름은…” “누가 열두 해 전에 미리 쓴 이름이라고는 말할 수 없죠. 당신이 최근 지나온 길을 기록하면서 생긴 것일 수도 있어요.” 그 설명은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잃어버린 과거를 가진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어졌다. 누군가 나를 알고 있었다기보다, 처음부터 나 같은 사람을 기다리는 자리를 만들었을 수도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다시 돌턱에 모였다. 어제 돌아온 사람들이 정말 오늘도 그곳에 있는지 확인했다. 미라가 먼저 손을 들고, 테온과 헤론이 차례로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키오는 날짜표를 고쳐 썼고 살비는 바위에서 같은 울림을 들었다. 마엘과 아린도 자신이 확인한 사실만 적었다. 이로써 밤숨 분지의 첫 귀환 대조에 대한 우리의 재방문 기록이 완성됐다. 첫 지도 제작자의 신원은 여전히 미확정이었다. 그러나 기록이 만들어진 방식 하나는 직접 검증했다. 바로 그때 헤론이 하늘을 가리켰다. 새 별빛이 북동쪽에서 비스듬히 떨어지고 있었다. 낙성의 날짜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지만, 별락 대륙의 관측 기준선이 다시 달라질 징후였다. 분지 너머 지평선에 검은 건물의 윤곽이 떠올랐다. 전날까지 우리가 본 적 없는 탑이었다. 미라는 먼저 망원경을 들었다. 탑 아래에는 오래된 길의 흔적이 있었고, 그 곁에 사람 셋이 걸어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새 길인가?” 그녀가 물었다. “아직은 아닙니다.” 내가 답했다. “실제로 누가 언제 지나갔는지부터 확인해야죠.” 지도통 속 금속판에 다음 문장이 나타났다. ‘첫 귀환 대조 완료. 다음 기준점: 낙성 이전의 경계선.’ 나는 지도 끝의 흰 여백을 바라봤다. 밤숨 분지의 수수께끼 하나를 풀었지만, 별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아르켄을 지켰던 날도, 여백의 항구로 돌아오는 길을 남겼던 날도 결국 같은 뜻이었다. 내가 세계를 소유할 수는 없다. 미래의 땅을 만들어 낼 수도 없다. 다만 누군가 실제로 지나온 길을 거짓말 없이 적을 수는 있다. “출발합시다.” 내가 말했다. 미라가 배낭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밥부터 먹고.” “좋은 판단입니다. 제가 어제부터 그 말을 하고 싶었어요.” 우리는 웃으며 분지를 내려갔다. 내 뒤에는 돌아올 길이 있었고, 앞에는 아직 지도에 적지 못한 경계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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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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