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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45화
PAYLUA ORIGINAL · 제45화

하늘 대신 땅에서 내리는 소금비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733자

오프라인 책장
밤숨 분지에서 처음 맞은 비는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 내렸다. 아침에 신발을 신으려고 보니 밑창에서 하얀 소금 결정이 떨어졌다. 리아는 그것을 보고 얼른 창문을 닫았다. 마른 종 마을에서는 소금비가 오면 강물이 거꾸로 움직인다고 했다. “비가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게 아니면 ‘비’라는 이름을 바꿔야 하지 않나요?” 내가 물었다. “지도 제작자님, 마을 사람들에게 이름값도 받으실 거예요?” 리아가 물었다. 나는 조용히 부츠를 신었다. 요즘 내가 던진 농담이 종종 되돌아와 내 머리를 때린다. 하늘은 맑았다. 그런데 분지 바닥에서 희고 가는 결정이 일어나 사람들의 망토와 가방에 달라붙었다. 결정은 물에 닿으면 사라졌지만 곧 다른 곳에서 생겼다. 헤론은 오래전 낙성 잔류물이 지층 사이를 움직일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추정했다. 마엘은 소금 결정 속에 푸른 안료가 섞여 있는지 확인하려고 작은 표본을 모았다. 그때 종마을의 우물지기가 뛰어왔다. 우물 아래의 돌계단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길이 사라지면 물을 길으러 내려간 사람도 돌아오지 못한다. 우리는 이름과 마지막 목격 시각을 물었다. 우물지기는 여자 둘이 새벽에 내려갔고 한 사람은 먼저 올라왔으며, 다른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했다. 미라는 곧장 우물로 갔다. 우물 벽에는 오래된 손잡이가 있었지만 계단의 아랫부분은 하얀 결정 아래 감춰져 있었다. 아래에서 물을 퍼 올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일 수도, 물살에 흔들리는 두레박일 수도 있었다. “안에 계십니까?” 미라가 외쳤다. “여기요! 발판이 안 보여요!” 여성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우리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밟았던 계단의 위치를 물었다. 다행히 손에 쥔 물동이가 돌벽에 부딪히는 소리도 들렸다. 밧줄을 내리면서 미라는 먼저 바닥의 경도를 확인했다. 테온은 위쪽 지렛대를 붙잡았고 나는 우물 안쪽의 오래된 쇠고리를 지도에 표시했다. 여자가 올라왔을 때 어깨와 머리에는 하얀 결정이 붙어 있었다. 이름은 사야였다. 그녀는 우물 아래가 갑자기 깊어졌다고 말했다. 우리가 본 계단 높이와 그녀가 설명한 깊이는 일치하지 않았다. 나는 어긋난 부분을 따로 적었다. 그녀를 구한 사실과 우물이 실제로 깊어졌다는 주장은 다른 문제였다. “사야 씨, 오늘 아래에서 누구를 봤습니까?” 헤론이 물었다. “사람은 안 봤어요. 대신 누군가 제 이름을 불렀어요. 돌아가라고.” “목소리를 아십니까?” “모르겠어요. 어머니와 닮았지만 어머니는 열한 해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녀는 울지 않았다. 오히려 말을 끝내고 물동이를 꼭 끌어안았다. 미라는 무턱대고 위로하는 대신 따뜻한 물을 건넸다. 사야를 마을에 데려다주자 경계작성회에서 파견한 수집인들이 우물 앞에 도착했다. 그들은 소금비를 ‘희귀 별락 광물 이동’이라고 부르며 우물과 진입로를 임시 매입하겠다고 했다. 사야의 구조 기록을 넘기면 안전 배상금을 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제가 구조된 기록이 왜 매입에 필요하죠?” 사야가 물었다. 수집인이 대답했다. “그것이 지형 위험의 공식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제가 집에 돌아온 사실도 증거네요.” “그건 확인 절차가 필요합니다.”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사람을 위험하다는 근거로 쓸 때는 목격담을 믿고, 안전하게 돌아왔다는 근거로 쓸 때는 확인을 미루는 방식이었다. “그분은 지금 여기 계십니다.” 내가 말했다. “공식 여부를 떠나 적어도 우리 눈앞의 귀환은 사실이죠.” 수집인은 내 지도통을 보자 손가락을 멈췄다. 그는 나를 알아보고, 경계작성회에서 내게 제안하려는 거래가 있다고 했다. 첫 답사자의 일지를 넘기면 별락 대륙 전체의 도제 자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 일지는 제 것이 아닙니다.” “보관실에서 사본을 받으셨다지요.” “사본을 가지고 있다고 남의 발걸음을 팔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죠.” 그의 뒤에서 다른 수집인이 소금비에 젖은 판을 덮었다. 판에는 금색 항로가 그려져 있었다. 분지의 위험 구간이 아주 반듯하게 지워져 있었다. 나는 일부러 그 지도에 사야의 우물 위치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판에는 왜 우물이 없죠?” “재배치될 예정이니까.” “우물은 아직 여기 있고, 오늘 사람이 다녀왔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판을 접었다. 오후에는 소금비가 거세졌다. 돌시계탑 쪽에서 전해진 관측 신호도 끊겼다. 우리는 분지 가운데의 오래된 목책이 위험하다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 갔다. 목책은 원래 하천의 물높이를 재는 시설이었는데, 소금 결정이 고정핀을 밀어 올리면서 판자가 뒤틀리고 있었다. 목책이 부서지면 마을의 유일한 얕은 통행로가 막힐 수 있었다. 테온과 미라는 목책을 붙잡았고 헤론은 물높이를 재는 자를 내렸다. 내가 보기에는 당장 고쳐야 할 것은 목책 전체가 아니라 동쪽 고정핀이었다. 나도르가 빌려준 렌치가 딱 그 크기에 맞았다. 우리는 흰 결정이 쌓이는 방향과 실제 목재의 움직임을 비교했다. “오른쪽을 먼저 풀어!” 미라가 소리쳤다. “그럼 물이 밀어붙이지 않나요?” “왼쪽을 먼저 풀면 목책이 사야 마을 쪽으로 넘어져!” 그녀가 맞았다. 나는 거기까지 계산하지 못했다. 지도를 만드는 사람은 바닥을 읽을 수 있어도, 배를 타며 물과 싸워 온 사람만큼 물의 힘을 바로 알지는 못한다. 우리는 미라의 지시에 따라 고정핀을 차례로 풀었다. 목책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물살을 비껴 세웠다. 테온의 손바닥이 찢어졌지만 큰 사고는 막았다. 마을 사람들은 밧줄을 잡고 차례로 얕은 통행로를 건넜다. 그 과정에서 수집인들이 가져온 금색 지도 한 장이 물에 빠졌다. 나는 붙잡지 않았다. 사람을 먼저 건너게 했고 마지막에 물 위에 떠온 판을 꺼냈다. 판의 금색 선은 물에 닿자 거의 사라졌다. 아래에는 낡은 은색 선과 숫자가 남아 있었다. 3·7·0. 헤론이 판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금색 판을 새로 만든 게 아니라, 더 오래된 지형 대조판 위에 덮어쓴 것 같아.” “그렇다고 이 판의 원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건 아니죠.” 내가 말했다. 마엘이 물에 젖은 표면을 살폈다. “두 안료의 접착층이 달라요. 금색은 훨씬 나중에 발랐어요.” 이제 우리에게는 단순한 의혹보다 강한 증거가 있었다. 백동상회가 판매하는 일부 지도가 오래된 기록을 덮어씌운 물건이라는 물질적 흔적이었다. 그것이 누군가를 속이려는 목적이었는지는 더 확인해야 했다. 밤이 되자 소금비가 멎었다. 사야가 우리에게 작은 등불을 들고 왔다. 구조된 보답으로 우물 위에 새 표시를 남겨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지도에 우물의 오늘 위치와 사야가 무사히 올라온 경로를 그렸다. 미래에도 안전하다는 보증은 하지 않았다. “그 정도면 돼요.” 사야가 말했다. “사람들이 내일 확인할 수 있게만 해 줘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오늘의 안전을 내일의 진실로 가장하지 않는 지도. 지도 제작자에게는 그것이 가장 어려운 작품일지도 몰랐다. 막 불을 끄려는데 키오가 숙소 문을 두드렸다. 누군가 보낸 우편이 있었다. 보내는 사람은 없었고 수신인은 ‘열두 해 전의 지도통 보관자’라고 적혀 있었다. 봉투에는 노란 소금이 묻어 있었다. 안쪽에는 항구의 거울을 닮은 작은 금속조각과 문장 하나가 들어 있었다. ‘지도가 돌아올 때, 지도 제작자가 먼저 돌아온다고 믿지 말 것.’ 나는 그 문장을 읽고 한참 침묵했다. 내 이름으로 적힌 오래된 기록들이 떠올랐다. 누군가 내 이름을 갖다 쓴 것인지, 아니면 지도통 자체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는지. 질문을 풀기 위해서는 남겨진 물건과 실제 전달자를 찾아야 했다. 창밖에서 분지의 종이 세 번 울렸다. 이번에는 소금비가 멎은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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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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