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는 회랑을 찾으려면 적어도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발목까지 오는 장화, 밧줄, 그리고 자기가 옳다고 믿는 마음을 잠깐 내려놓을 용기.
나는 그중 마지막 것을 구하는 데 가장 큰돈이 들 것이라 생각했다. 나머지는 백동상회 시장에서 팔았지만, 마지막 것은 아무리 찾아도 가격표가 없었다.
우리는 밤숨 기록실의 다른 입구를 찾아 동쪽 수로를 따라 움직였다. 나도르는 다친 발목 때문에 마을에 남았고 리아가 그의 회복을 돌보기로 했다. 대신 그는 수리용 렌치와 바퀴 도면을 빌려 주었다. 대여 계약에는 ‘수로를 고친 다음 돌려줄 것’이라고 적었다. 나는 그 아래 ‘수로를 고친다는 약속은 하지 않음’이라고 덧붙였다.
“계약서에 그렇게 까다롭게 굴면 친구가 없어져.” 미라가 말했다.
“괜찮습니다. 친구는 적지만 위험한 약속도 적으니까요.”
키오가 뒤에서 웃었다. “친구 여섯 명 있잖아요.”
순간 내가 말문을 잃자 테온이 어깨를 으쓱했다. “숫자를 세는 직업치고는 정작 곁의 숫자를 모르네.”
저런 말은 왕자에게 들으면 특히 억울하다.
우리는 분지 외벽의 회색 돌을 조사했다. 수로와 나란히 걸어온 발자국은 어제의 것과 달리 오래된 돌가루 속에 묻혀 있었다. 살비는 바닥을 지팡이로 두드려 빈 공간을 찾았다. 세 번째 갈림길에서 그는 갑자기 멈췄다.
“이쪽 벽 너머는 물이 아니라 바람이네.”
미라가 틈에 작은 천을 들이밀었다. 천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헤론은 구멍의 크기와 방향을 적고 우리가 지나온 바닥의 높이를 비교했다. 산장에 있던 옛 배수구와 비슷한 구조였다.
테온은 돌무더기에 박힌 녹슨 고리를 당겼다. 무너진 문이 조금 열렸고 검은 회랑이 드러났다. 벽에는 배의 노처럼 생긴 나무 막대들이 길게 걸려 있었다. 그 위의 글자는 루메르의 옛 문자였다.
“‘떠난 사람의 이름은 돌아온 뒤에 새긴다.’” 테온이 읽었다.
그가 말을 끝내자 벽의 한쪽 그림이 은빛으로 빛났다. 왕자의 손이 아니라 헤론의 등불이 문틈에서 반사된 탓이었다. 신비한 장소에서는 평범한 빛도 기적처럼 보인다. 나는 소리 내어 그 원인을 말해 주었다. 모두의 표정이 조금 덜 경건해졌다.
미라가 벽의 바닥을 살폈다. “여기서는 한 번에 두 명씩 움직여야 해. 오른쪽 돌은 밟으면 흔들려.”
앞서 걸었던 사람이 남긴 긁힌 자국 덕분에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실제 바닥이 남아 있는 곳만 따라 이동했다.
회랑 한가운데에서 벽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왼쪽에는 오래된 루메르 왕실의 문장이, 오른쪽에는 공용 선착장의 문양이 있었다. 테온은 왼쪽으로 가고 싶어 했다. 멸망한 자기 왕국의 마지막 문서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어느 쪽이 기록실일까요?” 그가 물었다.
“먼저 다녀온 사람이 있는 쪽부터 알아보죠.”
미라는 오른쪽 입구의 문턱에서 사람 둘의 흔적을 확인했다. 바닥의 소금 결정이 최근 깨져 있었다. 왼쪽의 먼지는 두껍고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오른쪽부터 조사하기로 했다.
테온의 얼굴에 실망이 비쳤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전하, 루메르가 그쪽에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억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곳이 오늘 안전해지는 건 아닙니다.”
“알아.” 그는 짧게 대답했다. “그래도 왕실 문양을 보면 자꾸 어린애가 되는군.”
그런 고백은 대단히 인간적이었다.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린애라면 적어도 왕관 관리비는 면제해 주겠죠.”
오른쪽 회랑 끝에는 물이 가득 찬 방이 있었다. 좁은 돌발판이 물 위로 솟아 있었고 맞은편에는 쇠판으로 잠긴 문이 있었다. 문 옆에는 사람 이름 열한 개가 새겨져 있었다. 그중 여섯 개는 물때에 가려 읽을 수 없었다.
살비가 벽에 손을 댔다. “이건 내 스승의 글씨와 닮았어.”
“닮은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으시겠죠?”
“당연하지. 내가 젊었을 때 스승의 글씨를 열 번이나 위조했다가 혼난 적도 있으니까.”
나는 그를 바라봤다. 지도 제작자의 윤리 수업을 하던 노인이 과거의 위조 경험을 아무렇지 않게 고백할 줄은 몰랐다.
맞은편 문에는 손잡이가 세 개 있었다. 우리는 섣불리 돌리지 않았다. 물살이 왼쪽으로 몰리는 것을 보니 잘못 열면 수로 전체가 회랑으로 쏟아질 수 있었다. 미라가 벽을 따라 물 높이를 측정하고 헤론이 오래된 유량표를 확인했다. 테온은 문 근처의 밧줄 고리를 살폈다. 누군가 비상 대피용으로 설치한 것이었다.
문 아래에서 인기척이 났다. 우리는 숨을 죽였다. 이어 낮은 목소리가 말했다.
“거기 누구요? 길이 바뀌어서 나가지 못했소.”
“몇 분이 계십니까?” 미라가 물었다.
“나 하나. 그리고 누군가 앞쪽으로 먼저 지나간 것 같지만 보지 못했소.”
그 말투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았다. 증언 보관실의 에일렌도 똑같이 확인한 사람과 보지 못한 사람을 구분했었다. 이곳의 오래된 안내문이 사람들에게 남겨 놓은 습관인지도 몰랐다.
우리는 문 안쪽 사람에게 물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동의하자 바깥 밧줄을 고정하고 작은 배수구부터 열었다. 물이 무릎 높이까지 내려간 뒤 미라가 문 손잡이 하나를 돌렸다. 쇠판이 삐걱거렸지만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나온 사람은 젖은 회색 외투를 입은 중년 여자였다. 그녀는 자신을 미술 복원사 마엘이라고 소개했다. 오래된 해안의 색을 복구하는 일을 하다가 분지의 돌벽에 남은 안료를 조사하러 왔다고 했다.
“여기 오신 지 얼마나 됐습니까?” 헤론이 물었다.
“이틀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시계는 멈춰 있고, 배낭에는 일주일 전에 먹다 남긴 빵이 있어요.”
우리는 그녀의 시각 인식을 틀렸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대신 마지막으로 실제로 본 사람과 장소를 물었다. 마엘은 회랑 입구에서 금색 측량판을 든 사람 둘을 봤다고 했다. 그들은 오래된 문에서 문서 뭉치를 꺼낸 뒤 왕실 문양이 있는 쪽으로 사라졌다.
테온이 벌떡 일어났다. “루메르 기록을 가져갔다고?”
“그 문서의 글자는 보지 못했어요.” 마엘이 답했다. “다만 금속 상자에 넣어 갔어요.”
마엘은 우리에게 큰 벽화를 가리켰다. 먼지 아래에는 바다로 돌아가는 배와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세 번째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어떤 얼굴에도 왕관이 없었다. 벽화 아래 루메르 문자는 ‘첫 귀환 대조’라고 읽혔다.
“왕실이 만든 시설이었습니까?” 내가 물었다.
테온은 한동안 그림을 살폈다. “왕실 문장은 나중에 덧그린 것 같아.”
그는 문장에 손가락을 댔다. 파란 안료가 벽화의 원래 선 위를 가리고 있었다. 마엘은 안료의 층을 긁어 직접 보여 주었다. 왕실 문장이 더 새로웠다는 물질적 흔적이었다.
“우리 왕실은 이 길을 소유했다고 주장했겠군.” 테온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그렇지만 길은 먼저 있었죠.” 내가 말했다.
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을 만든 사람은 지금 보이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돌아오는 사람을 기다린 모양이에요.”
그때 회랑 위쪽에서 쇠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왼쪽 문을 열려고 하고 있었다. 미라가 등불을 껐다. 좁은 틈으로 금색 빛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오르반의 사람들일까?” 키오가 속삭였다.
“누구든 지금은 수로를 무너뜨릴 수 있어.” 미라가 답했다.
우리는 마엘과 함께 비상 밧줄을 따라 되돌아갔다. 그들이 왼쪽으로 들어가는 동안 오른쪽 수로의 돌발판은 여전히 안전했다. 우리는 먼저 사람을 밖으로 안내했고, 뒤따라오던 테온이 문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바깥에서 마엘은 자신이 보관하던 안료 표본 중 하나를 내게 보여 주었다. 푸른 가루가 담긴 작은 유리관이었다. 색은 별가루 지도에 남는 은빛 선과 비슷했지만 원료는 달랐다. 그녀는 우리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표본의 출처를 적었다.
“밤숨 기록실에는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지도를 다시 읽는 사람이 먼저 들어갔던 모양이에요.” 마엘이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수첩에 적었다. 기분이 묘했다. 지도를 그리는 일이 위대하다고 믿었던 내 직업적 자부심이 조금 상했다. 그러나 돌아오지 못한 길을 다시 읽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분지 가장자리로 나왔을 때 낮은 해가 또 다른 방향에 걸려 있었다. 우리는 모험의 시간을 정확히 세지 못했지만 적어도 마엘이 회랑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테온은 왕실 문양이 있던 통로를 오래 바라봤다.
“다음엔 그쪽도 가자.”
“가죠. 먼저 무너진 발판부터 고친 다음에요.”
“넌 정말 낭만이 없군.”
“살아 돌아오면 낭만은 다음 달에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웃었다. 그러다 자신의 왕관 조각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왕실의 과거를 되찾는 것과 오늘의 사람을 안전하게 돌아오게 하는 것은 서로 모순될 필요가 없었다.
우리 뒤에서 회랑의 오래된 종이 한 번 울렸다. 곧이어 두 번째 소리가 들렸다. 셋째 소리는 없었다.
나는 종소리가 끝난 시각을 기록했다. 그리고 마엘이 가져온 벽화 사본을 보았다. 그림 아래에 작고 선명한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귀환 확인 2 / 기록 대기 1.’
세 역할 중 마지막 하나가 아직 남아 있었다. 이번엔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우고 있는 것일까.
제4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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