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숨 분지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숨을 세 번 세어야 한다고 했다.
마른 종 마을의 숙소 주인이 진지한 얼굴로 전한 규칙이었다. 나는 먼저 계산을 해 봤다. 숨을 세 번 세는 일이라면 비용이 들지 않았다. 지도 제작자 입장에서 꽤 마음에 드는 입장료였다.
“왜 세 번입니까?”
“첫째는 지금 쉬는 숨, 둘째는 돌아왔을 때 쉴 숨, 셋째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에게 남겨 두는 숨이야.”
“철학적이네요. 다만 저는 올라오는 계단에서 이미 스물네 번쯤 과호흡을 했는데, 그건 계산에 포함되지 않나요?”
숙소 주인은 웃지 않았다. 미라는 대신 크게 웃었다.
우리는 리아가 데려다 준 마을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분지 안으로 해질녘 들어가지 말라는 것은 미신이 아니라 경험에 가까웠다. 주민 열두 명이 각자 마지막으로 본 경로를 그렸는데, 여덟 장은 밤에 바닥이 내려앉았다고 적혀 있었다. 나머지 네 장에는 지형 변화가 없었다. 공통된 현상은 있었지만 매번 일어난다는 증거는 없었다.
헤론은 이 기록을 받자 밥을 먹는 것도 잊었다. 천문학자는 별만 보다가도 숫자가 보이면 세상 모든 것을 잊는 모양이다. 미라가 그의 앞에 따뜻한 수프를 밀어 놓았다.
“밥도 관측에 포함해.”
“왜?”
“굶으면 내일 네가 쓰러지는 걸 관측해야 하니까.”
그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헤론은 숟가락을 들었다.
다음 날 새벽 우리는 여섯 명이 아니라 일곱 명이 되어 출발했다. 리아가 돌아오는 길의 약상자 수거와 마을 기록 전달을 맡겠다고 자원했기 때문이다. 에일렌은 보관실에 남아 우리가 보낸 날짜별 관측표를 받기로 했다. 나엘은 여백의 항구에서 귀환자 대기 기록을 관리했다. 서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같은 원정에 참여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낡은 나무문이 있었다. 경계작성회가 걸어 놓은 금속 표지에는 ‘안전 통행권 구매자만 입장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 아래 낡은 돌에는 다른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길은 먼저 걸어간 자의 것이 아니라, 돌아온 자의 증언으로 이어진다.’
두 문구가 서로 다른 시대의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했다. 나는 각각의 글자를 탁본했다. 앞쪽이 새롭다고 늘 사실인 건 아니고, 오래됐다고 늘 옳은 것도 아니다.
문을 넘자 냄새가 바뀌었다. 마른 흙 냄새가 사라지고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젖은 풀 냄새가 났다. 분지의 바닥에는 얕은 안개가 흐르고 있었다. 안개는 우리가 걸을 때마다 발등에서 갈라져 뒤쪽으로 흘렀다. 방금 놓인 발자국이 몇 걸음 지나자 둥글게 부풀었다.
“여기는 흙도 숨을 쉬나 봐.” 테온이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밟은 발자국이 불쾌해할 수도 있겠네요.”
“진지하게 좀 해.” 미라가 말했다.
“진지하게는 지금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땅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살비가 제안한 방식으로 바닥의 울림을 확인했다. 돌을 세 번 두드리면 같은 소리가 돌아왔다. 일곱 번 두드리면 끝의 두 번이 어긋났다. 살비는 이곳의 빈 공간이 계곡의 가운데와 연결돼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하에 사람이 산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분지 안쪽에서 노인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회색 우비를 입고 작은 삼각 깃발을 들었다. 그는 자신을 ‘숨표 관리자’ 라곤이라고 소개했다. 기이한 직함이었다. 내 명함에 ‘지도 제작자’라고 적었을 때도 몇 사람은 웃었지만, 적어도 숨표라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입장하러 왔나?” 라곤이 물었다.
“확인하러 왔습니다. 예전 답사자들의 귀환길을요.”
“확인이라. 그 말은 여기서 꽤 비싸지.”
“역시 입장료가 있군요.”
그는 동전이 아닌 작은 나무패를 내밀었다. 앞면에는 이름 칸, 뒷면에는 ‘돌아갈 때 누가 기다리는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여기에 본인 이름을 적으시오. 기다릴 사람 이름은 본인이 허락한 경우에만.”
그 규칙은 마음에 들었다. 나는 내 이름을 적고, 기다릴 사람의 이름 칸은 비워 두었다. 미라가 옆에서 팔짱을 꼈다.
“나라고 적으면 안 되는 거야?”
“우리가 실제로 여기서 헤어지면 그때 다시 물어보죠.”
그녀가 못마땅한 얼굴로 자기 패를 적었다. 잠시 후 내 이름 옆에 자기 이름을 작은 글씨로 썼다가 지웠다. 나는 본 척하지 않았다. 지도는 관찰 도구이지만 남의 마음까지 관측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라곤은 나무패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각자 가지라고 했다. 과거에는 돌아올 사람을 기다리는 자가 패의 사본을 보관했지만, 경계작성회가 이를 통행증 판매에 쓰기 시작해 금지했다고 한다. 누가 그 제도를 없앴는지는 그도 몰랐다.
오전이 지나자 첫 위험이 나타났다. 미라가 맨 앞에서 걷다가 오른쪽 길이 여섯 걸음 동안 같은 경치로 반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작은 돌무더기와 낮은 풀밭이 똑같았다. 나는 뒤돌아 우리가 지나온 표식을 세었다. 매듭은 여섯 개였으나 바위 위의 분필은 다섯 군데만 남아 있었다.
“같은 자리에 돌아온 건가?” 테온이 물었다.
“그러면 좋겠는데요. 같은 자리라면 밧줄 길이도 같아야 하거든요.”
미라가 밧줄 끝을 살폈다. 사십 보를 걸었는데 줄은 스물일곱 보밖에 풀리지 않았다. 헤론은 해가 조금 전보다 낮아졌다고 말했다. 아침이 되돌아가는 건지, 분지가 그림자를 비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앞으로 가지 않았다. 돌아오면서 바위를 하나씩 확인했다. 세 번째 바위에 흙을 긁은 흔적이 있었고, 그 밑에는 오늘 우리보다 먼저 찍힌 장화 자국이 있었다. 리아는 그 자국의 굽 모양을 알아봤다. 마을에서 사라진 수리공 나도르의 신발과 같았다. 다만 나도르가 직접 남긴 것인지는 확정할 수 없었다.
“그분은 어제 돌아오지 않았어요.” 리아가 말했다. “분지의 고장 난 풍차를 고치러 간 뒤에요.”
우리는 신발 자국을 따라 곧장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 자국은 네 번째 바위에서 갑자기 둘로 나뉘었다. 왼쪽은 젖었고 오른쪽은 말라 있었다. 같은 굽이 두 시대의 흙 위에 찍힌 것처럼 보였다.
헤론이 무릎을 꿇고 흙을 확인했다. “하나를 고르는 건 위험해. 두 가지가 언제 찍혔는지 구별할 방법이 필요해.”
살비는 지팡이로 발자국 주위의 돌을 두드렸다. 왼쪽에서는 맑은 소리가 났다. 오른쪽에서는 깊고 둔한 울림이 돌아왔다. 그는 자신이 십여 년 전 들었던 풍차 아래 빈 공간의 울림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확정은 아니었다. 기억이었다.
우리는 지금 안전한 쪽인 왼쪽으로 돌아갔다. 리아는 분지의 외곽에 있는 빈 창고를 가리켰다. 나도르가 고치러 간 풍차의 부품이 보관된 곳이라고 했다. 그곳에는 부러진 톱니바퀴와 오늘 날짜가 찍힌 작업지시서가 있었다.
이상한 것은 작업지시서의 뒷면이었다. ‘작업 완료, 귀환 확인’이라는 도장 아래 나도르의 서명은 없었다. 대신 모서리에 금색 가루가 굳어 있었다.
“누가 끝내지도 않은 수리를 끝냈다고 적었네요.” 내가 말했다.
“상회가 풍차를 사들이려 한다는 소문이 있어요.” 리아가 속삭였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누군가 확인되지 않은 귀환을 완료로 처리한 것은 눈앞의 사실이었다. 우리는 지시서를 발견 위치에 그대로 두고 사본을 만들었다. 원본을 빼앗았다가 사람이 더 위험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풍차 쪽에서 세 번의 짧은 종소리가 들렸다. 분지의 종과 같은 음색이었다. 리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나도르 아저씨가 쓰던 신호예요. 부품을 올릴 때 셋을 세곤 했어요.”
미라가 고개를 들었다. “그럼 누군가 풍차 근처에 있겠네.”
“그 소리가 오늘의 것인지는 아직 모르죠.” 나는 시각을 적었다. “하지만 오늘 들었다는 건 확실합니다.”
우리 뒤편에서 해가 한 번 더 낮아졌다. 나는 새로 그린 돌아가는 길의 끝에 작은 원을 찍었다. 분지의 첫날 우리는 두 개의 신발 자국과 하나의 종소리를 얻었다. 생존자를 찾을 근거로는 부족했지만, 수색할 위치를 좁히기에는 충분했다.
밤이 되면 땅이 숨을 쉰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직 밤이 되지 않았는데 종은 두 번 울렸다. 다음 소리가 들리기 전에 안전한 거점을 만들어야 했다.
“오늘의 숙박비는 얼마죠?” 내가 물었다.
라곤이 빈 창고의 문을 열어 주며 대답했다. “돌아와서 이야기를 한 가지 들려주시오.”
“이곳은 정말 이상하군요. 살아남아야만 계산할 수 있는 숙박비라니.”
나는 수첩에 계약의 내용을 적었다. 밤숨 분지에서 우리가 지불할 첫 번째 값은 돈이 아니라, 돌아와서 사실을 말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제42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