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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41화
PAYLUA ORIGINAL · 제41화

밤숨 분지의 첫 번째 숨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891자

오프라인 책장
밤숨 분지로 가는 길을 출발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돌아올 길을 그렸다. 모험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처음부터 뒷걸음질을 계획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 이야기는 대개 책값을 받기 어렵다. 그러나 내가 지도 제작자라는 직업으로 아직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아름다운 목적지보다 질 나쁜 귀환길을 더 오래 기억하기 때문이다. “출발 전에 돌아오는 길부터 기록하자고 하셨죠.” 키오가 새 수첩을 흔들었다. “제가 오늘의 우편 주소를 정했습니다. ‘밤숨 분지 가는 길, 아직 안 감.’” “정확하군요. 우편이 절대로 잘못 배달될 수 없는 주소예요. 누구에게도 도착하지 않을 테니까.” 미라가 내 어깨를 쳤다. “놀리지 마. 저 애가 누구보다 배달 기록을 꼼꼼히 챙기잖아.” 우리는 증언 보관실을 떠나기 전 에일렌과 마지막으로 사본을 대조했다. 사본에는 세 명의 기록자가 한 차례씩 분지에 들렀다는 흔적이 있었지만, 그들이 같은 날 같은 장소를 보았다는 증거는 없었다. 가장 오래된 기록에는 해가 뜨지 않는 바닥, 다음 기록에는 호수, 세 번째 기록에는 발밑에서 숨 쉬는 푸른 풀밭이 적혀 있었다. “그러면 분지가 한밤중에 세 번이나 이사를 다녔다는 건가요?” 내가 물었다. 헤론이 머리를 흔들었다. “서로 다른 날의 관측을 한 장에 합쳐 놓은 걸 수도 있어. 별락에서는 그 차이가 생사를 가르지.” 에일렌은 내게 사본의 오른쪽 여백을 보여 주었다. ‘귀환 다음 날 확인’이라고 적힌 칸은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두 장은 귀환 시각 자체가 비어 있었다. “기록이 빈 것은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키오가 물었다. “아직 모르죠.” 에일렌이 대답했다. “기록을 잃어버렸을 수도, 다른 보관실에 두었을 수도 있어요. 빈칸에 죽음부터 적지 마세요.” 그 말은 차분했지만 오래 남았다. 나는 그 빈칸을 사본에 그대로 두었다. 우리가 사용할 귀환 표식은 세 가지로 정했다. 미라가 밧줄에 짧은 매듭을 묶으면 실제 통과한 길, 키오가 우편 표에 날짜를 적으면 누군가 그곳을 확인한 시각, 내가 지도에 가는 점선을 그으면 아직 되돌아오지 못한 구간이었다. 살비는 이 모든 표시가 유실될 때를 대비해 바위의 울림을 기억하기로 했다. “선생님은 그것을 어떻게 읽습니까?” 내가 물었다. “바위에 묻지. 어제 네 발소리와 오늘의 발소리가 같은지.” “바위가 대답을 안 하면요?” “그럼 귀가 나쁜 바위를 탓하지 않고 다른 곳을 찾으면 되네.” 나는 그 말을 마음에 들게 적어 두었다. 미래의 내 제자에게 전해 줄 만한 격언이었다. 다만 수업료를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해가 가운데에 걸렸을 때 우리는 북쪽 비탈로 들어섰다. 분지 쪽으로 내려가는 바람은 이상하게도 차가운 공기를 위로 밀어 올렸다. 나뭇잎은 움직이지 않았으나 우리 망토 자락이 바닥을 쓸었다. 헤론이 작은 유리 구슬에 먼지를 넣어 던졌다. 먼지는 아래로 떨어졌다가 세 번 휘돌고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저건 돌아온 거예요, 못 나간 거예요?” 미라가 물었다. “실험을 반복하기 전에는 구분 못 해.” “그럼 다신 던지지 마. 귀한 유리잖아.” 바로 그때 오른쪽 능선에서 수레가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당나귀 두 마리가 짐끈에 묶인 채 경사진 흙에서 버티고 있었다. 수레 옆에서는 파란 머리끈을 묶은 소녀가 한쪽 바퀴를 붙잡고 있었다. “비켜요!” 미라가 달렸다. 테온은 수레 아래에 검집을 끼워 받침을 만들었고, 미라는 짐끈을 나무에 걸었다. 나는 발밑의 흙을 살폈다. 수레가 미끄러진 자국은 하나인데, 그 아래에는 오래된 바퀴 자국이 두 줄 더 있었다. 먼저 누군가 지나간 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자국은 낭떠러지 바로 앞에서 끊겼다. “바퀴를 끌어당길 때는 왼쪽으로!” 내가 외쳤다. “오른쪽은 밟힌 땅이 아니에요!” 미라가 나를 돌아봤다. “그건 어떻게 알아?” “왼쪽에는 어제 지나간 수레 자국이 있고, 오른쪽에는 그림자만 있거든요!” 그녀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밧줄을 당기자 수레가 조금씩 올라왔다. 소녀는 양팔로 당나귀의 목을 감싸 안았다. 수레가 단단한 곳에 올라온 뒤에야 모두가 숨을 골랐다. 소녀의 이름은 리아였다. 그녀는 분지 바깥의 ‘마른 종 마을’에서 약초와 소금을 실어 온다고 했다. 약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며칠째 같은 길을 오가는데, 오늘 아침 바닥이 예전과 달랐다는 것이다. “길이 바뀐 걸 보고도 들어왔나요?” 테온이 물었다. “돌아가면 약을 기다리는 할아버지가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해요.” 리아가 답했다. “그런데 바퀴가 빠지면 누구도 약을 못 받겠죠. 그래서 후회하고 있었어요.” 나는 그녀에게 우리가 확인한 왼쪽 길을 설명하고, 누구에게 약을 가져가는지 물었다. 리아는 이름을 알려 줬지만 그 사람이 지금 살아 있는지까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어제 저녁이었다. 그 솔직함 때문에 우리는 그녀를 믿었다. 믿는다는 것은 확인하지 못한 부분까지 사실로 만들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리아의 길 안내는 오늘 눈으로 확인한 수레 자국이 있는 구간에서만 쓰기로 했다. 잠시 뒤 경계작성회의 검은 수건을 두른 두 사람이 능선을 따라 내려왔다. 그들은 망가진 수레를 보더니 먼저 리아에게 벌금표를 내밀었다. “이곳은 백동상회 등록 경로다. 무단 운송료를 내라.” 리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수레의 바퀴를 가리켰다. “그쪽이 등록한 길의 끝은 어디입니까?” 사내 하나가 금색 판을 펼쳤다. 선은 낭떠러지 너머까지 반듯했다. 내가 실제로 확인한 바퀴 자국과는 삼십 보쯤 차이가 났다. “이 지도는 누가 어느 날 걸어서 확인했죠?” “상회의 허가를 받은 지도다.” “그건 허가를 받았다는 대답이지 걸어봤다는 대답은 아닙니다.” 사내가 내 지도통을 보자 표정이 굳었다. “오르반 감사관이 그 통을 찾고 있다.” “저는 제 통을 잃어버린 적 없습니다. 감사관님께는 안부만 전해 주세요.” 그들이 한 걸음 앞으로 오자 테온이 리아와 수레 사이를 막았다. 검을 뽑지는 않았다. 미라는 이미 수레 뒤편의 낡은 고정말뚝에 밧줄을 걸어 놓았다. 싸움이 나도 먼저 달아날 길을 만든 것이다. 사내들은 결국 벌금표만 땅에 내려놓고 물러났다. 표에는 리아가 동의하지 않은 날짜에 이미 운송을 완료했다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나는 그 서류를 주웠지만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기록된 날짜와 실제 바퀴 자국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리아와 함께 마른 종 마을의 바깥 고개까지 걸었다. 그녀는 수레의 약상자를 무사히 전달했고, 할아버지는 침상에서 일어나 직접 고맙다고 말했다. 우리는 전달을 확인했지만 약이 병을 낫게 했다고 쓰지는 않았다. 그런 건 내일도 확인해야 하는 일이었다. 해질 무렵 마을 어귀에서 분지가 보였다. 산으로 둘러싸인 둥근 땅의 바닥이 희미하게 들썩였다. 살아 있는 짐승의 배처럼 느리게, 분명히 움직이고 있었다. “밤숨 분지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군요.” 내가 말했다. “밤이 되면 숨을 쉰대.” 리아가 설명했다. “그때 길이 한 번씩 옮겨 가요.” 살비는 발치의 돌을 두드렸다. 딱 세 번, 일곱 번, 그리고 한 번의 침묵. 돌 아래에서 멀리 다른 울림이 돌아왔다. 분지 안에 우리가 아직 본 적 없는 통로가 있다는 뜻인지도 몰랐다. 지도통 속 빈 종이에 가는 선 하나가 나타났다. 그 선은 우리가 실제로 걸어온 마른 종 마을까지 이어졌다. 더 먼 분지 바닥에는 아무 선도 없었다. 나는 일부러 그곳을 그리지 않았다. 그 순간 분지 중앙에서 작은 종소리가 들렸다. 바람을 잃은 도서관에서는 듣지 못했던 소리였다. 리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 종은,” 그녀가 말했다. “원래 새벽에만 울리는데요.” 아직 저녁이었다. 하늘에는 해가 반쯤 걸려 있었다. 나는 시간을 기록하고 미라를 바라봤다. 우리가 찾아온 것은 새 길만이 아닐지도 몰랐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미 내일이 시작된 장소가, 눈앞에서 천천히 숨을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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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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