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락 대륙 안쪽에는 해가 두 번 뜨는 들판이 있었다.
정확히는 해가 하나인데 땅에 드리운 그림자가 두 방향으로 생겼다. 미라는 그 사실을 보고 돛의 방향을 계산하려다 포기했다. 여기서는 배가 아니라 우리가 육지를 항해하고 있었다.
돌시계탑에서 나온 은선은 북쪽 산맥의 관측봉으로 이어졌다. 헤론은 그곳에서 낙성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남은 시간이 열다섯 날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이미 며칠이 지났다. 문제는 지도에 나타나는 날짜가 일정한 속도로 줄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이동하는 동안 낙성 예상 위치도 하루에 몇 번씩 바뀌었다.
“이렇게 예보할 거면 차라리 별에게 직접 물어보죠.” 내가 말했다.
헤론이 엄숙하게 답했다. “실제로 오래된 천문학자들은 그랬다는 기록이 있네.”
“대답은 받았습니까?”
“대부분 받지 못했지.”
“저도 오늘부터 천문학자 하겠습니다. 대답 없는 질문은 아주 자신 있습니다.”
우리는 살비의 안내로 바람 없는 낮은 협곡을 건넜다. 그의 다친 무릎이 부어 있었으므로 이동 속도를 늦췄다. 테온은 노인을 번갈아 부축하자고 했고 미라는 수레 하나를 구했다. 나는 수레를 끌다가 첫날부터 손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지도 제작자의 직업병이 있다면 다리가 먼저 지치고 입만 남는다는 것이었다.
관측봉 아래에는 소금빛 천막촌이 있었다. 여러 상단과 별 관측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는 백동상회의 깃발도 있었다. 장사꾼들은 낙성 위치를 정확히 안다고 주장하며 안전한 땅의 사용권을 팔고 있었다.
“저쪽은 안전합니다. 별이 반대편으로 떨어져요!”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내가 물었다.
“왕립 관측소가 보증했지.”
헤론이 그들의 표에 적힌 왕립 관측소의 인장을 살폈다. 인장 자체는 진짜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날짜는 이 년 전이었다. 오래된 별자리 위치를 오늘의 낙성 위치로 옮겨 쓸 수는 없었다.
“이 증명서는 낙성이 안전하다는 보증이 아니네.” 헤론이 낮게 말했다. “그날 그곳에서 별이 관측됐다는 기록이야.”
상인은 우리가 장사 방해를 한다며 화를 냈다. 미라는 화를 내는 대신 그들에게 최근 관측표를 달라고 했다. 상인은 거절했다. 나는 그 사실을 수첩에 적었다.
천막촌 구석에서 작은 여자아이가 푸른 돌을 들고 앉아 있었다. 발목에 감긴 붕대가 낡았고 주변 어른들은 돌만 바라봤다. 아이는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돌이 자꾸 안쪽으로 굴러간다고 했다. 돌을 놓아 보니 정말로 낮은 경사면에서 위쪽으로 굴렀다.
“자석인가?” 키오가 물었다.
헤론은 돌을 가벼운 접시 위에 올려놓고 방향을 보았다. 접시째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돌이 움직이는 방향은 천막촌 중심이 아니라 산맥의 왼쪽 능선이었다.
그곳에는 낡은 관측거울 세 개가 있었다. 거울 가운데 하나가 별빛을 오래된 시간대로 비추고 있었다. 헤론은 즉시 동료 관측사들에게 부탁해 거울을 잠정 가렸다. 거울을 통과한 빛이 돌의 움직임과 연결된다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상 현상을 그대로 두고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때 천막촌의 대장장이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관측봉에서 내려오던 측량 인부 둘이 바위 사이에 끼었다는 것이다. 땅이 한 번 들썩인 뒤 발판이 둘로 갈라졌다고 했다.
미라는 곧장 밧줄을 챙겼다. 나는 어린아이에게 돌을 맡아도 되냐고 묻지 않았다. 그녀가 자기 돌을 놓고 싶지 않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의 어머니에게 사고 현장의 방향을 물었다.
관측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셋이었다. 오래된 나무계단과 새로 놓은 금속 발판, 눈 밑에 묻힌 예전의 돌길. 나는 가장 짧아 보이는 나무계단을 선택하려다가 미라의 시선을 받았다.
“네가 만든 길이 아니잖아.” 그녀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실제로 확인한 것은 금속 발판의 첫 구간뿐이었다. 그 부분부터 접근했다. 헤론은 뒤에서 구름과 그림자를 기록하며 지형이 다시 변하는 시간을 추정했다. 정확한 시각은 몰라도 조금 전부터 주기가 짧아지고 있었다.
사고 현장에는 허리가 끼인 인부 하나와 손목이 부러진 듯한 인부 하나가 있었다. 둘 다 의식이 있었다. 테온은 바위에 검을 쐐기처럼 끼우려 했지만 미라가 막았다. 돌이 부서지면 위쪽 절벽까지 흔들릴 수 있었다.
“검도 쓸 데가 없는 날이 있군.” 테온이 투덜거렸다.
“전하의 검을 제가 빌리면 펜촉으로 쓸 수 있을까요?”
“안 되네.”
우리는 나무로 버팀목을 세우고 큰 바위를 조금씩 들어 올렸다. 살비는 손을 얹어 바닥의 떨림을 확인했다. 인부가 처음 떨어졌던 바위와 현재 갇힌 바위가 서로 다른 토양층임을 알려 주었다. 나는 그 말을 기록하고 위험 구간을 붉게 표시했다.
한 사람씩 구조해 안전지대로 내려왔을 때 발밑에서 낮은 굉음이 일었다. 산맥 너머 하늘에 아주 밝은 선이 나타났다. 별이 떨어지는 듯했으나 실제로는 먼 곳에서 빛이 꺾이며 여러 번 번졌다.
관측사들이 소리쳤다. “낙성이 시작됐다!”
헤론이 망원경을 들었다.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천막촌의 오래된 기록표를 꺼내 하나씩 대조했다. 현재 보이는 빛이 지상까지 닿았다는 증거는 없었다. 하늘에서 관측된 낙성 전조일 수 있었다.
“추락은 아직 확인 안 됐어. 하지만 이건 예보가 틀렸다는 뜻이기도 해.”
나는 그가 뿌듯해하길 바랐다. 과학자가 틀린 예보를 인정하는 얼굴은 지도 제작자가 내일 환불해 줄 지도를 보는 얼굴과 비슷했다.
그때 산맥 왼쪽 능선에서 검은 깃발이 올라왔다. 백동상회의 관측대였다. 그들은 이미 고정된 낙성 좌표를 적은 표지를 세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표지 뒤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최근 지형을 확인한 관측사들은 그곳이 오히려 지반이 약한 곳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서둘러 인부들에게 돌아가 그 경고를 전했다. 모든 사람이 우리 말을 믿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행은 확인된 균열 위치를 공개했고, 이전에 발생한 함몰 사고의 사진 대신 실제 측량 기록을 보여 주었다. 사람들은 하나둘 천막을 옮기기 시작했다.
밤에는 산맥 너머에서 은빛 먼지가 내려왔다. 먼지는 발자국 위에만 빛났다. 내가 별가루 지도와 비교하니 어제의 발자국과 오늘의 발자국이 서로 다른 밝기로 남았다. 이곳에서는 별가루가 없는 길을 그리는 도구가 아니라, 남겨진 발자국을 다시 읽는 재료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헤론이 관측봉 꼭대기에서 내려와 내게 오래된 천문도를 건넸다. 가장자리에는 아르켄과 루메르가 같은 별자리 아래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두 도시가 같은 시기에 존재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지도 아래 적힌 기준 날짜가 달랐다.
“대륙 전체를 한 장으로 그린다면,” 헤론이 말했다. “누군가 날짜 하나를 지워 버릴 수 있어.”
“그럼 날짜도 지도에 남기죠.”
“종이가 너무 작을 텐데.”
“또 종이값이 문제군요.”
그는 웃었다. 그러다 곧 낡은 시계를 보여 줬다. 시계의 짧은 바늘이 멈춘 위치는 우리가 지나온 돌시계탑과 같았다. 그 시계 뒷면에는 작은 문장이 있었다.
‘첫 답사 기록의 마지막 날짜는 낙성 하루 전이 아니라, 귀환 다음 날이다.’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만약 첫 지도 제작자가 낙성 뒤에도 돌아왔다면, 세계를 지우는 예언은 다른 뜻을 지닐 수 있었다. 아직 결론을 낼 수는 없지만 기록이 있었다. 사라질 길의 끝을 가리키는 기록이 아니라, 돌아온 사람이 계속 걸어갔다는 기록이.
그리고 그날 밤, 먼 계곡에서 붉은 불빛이 세 번 올라왔다. 살비는 그것이 ‘증언 보관실’에서 사용하는 옛 조난 신호라고 했다. 누군가 우리보다 먼저 그곳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제3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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