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편지를 받을지 말지 고민했다.
정확히는 받는 사람이 적혀 있지 않은 편지였다. 도서관에서 찾은 봉투는 이제 키오의 우편 주머니 안에 들어 있었다. 키오는 우편을 다루는 사람이니 수신인 없는 물건을 마음대로 전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럼 그냥 보내 준 사람에게 되돌리면 되지 않나?” 테온이 물었다.
“발신 주소도 없잖아요.”
“그렇군.”
“전하, 왕국에서 우체국은 어떻게 운영하셨어요?”
“내가 왕이 되면 우편사고부터 줄이겠다.”
“그 말을 두 번째로 들었습니다. 왕이 되기 전에는 비용부터 계산해 주세요.”
우리가 몸을 숨긴 곳은 바람이 낮은 돌턱을 넘어오는 작은 쉼터였다. 밤새 서리가 내리더니 새벽에는 땅에 보라색 물방울이 맺혔다. 헤론은 낙성 구름이 가까워지면 이슬의 색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라는 그 설명을 듣고 곧장 물통을 덮었다. 과학적인 말보다 식수를 지키는 일이 먼저였다.
살비는 우편 주머니를 손끝으로 만지더니 눈썹을 움직였다.
“봉투 가장자리에 접은 자국이 세 번 있네. 이건 옛 귀환 우편의 표식이야. 받는 사람을 모를 때는 길을 기록한 기관에 보관하는 방식이지.”
“그 기관이 어디인데요?” 키오가 물었다.
“내가 아는 곳은 이 산 아래의 돌시계탑뿐이네.”
도른이 구리 자를 훔쳐 간 뒤 처음으로 그가 무엇을 노렸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구리 자는 이 시계탑의 잠금을 맞추는 기준척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짐작으로 잠금을 열 수는 없었다.
우리는 작은 우회 골짜기를 따라 내려갔다. 미라는 사벨이 걸었던 길을 따라 발자국과 나무 자국을 확인했다. 살비가 알려 준 예전의 길은 지도에 잿빛으로 따로 남겼다. 나는 과거의 안전 표시를 현재의 안전 표시와 겹치지 않았다.
돌시계탑은 무너진 수도원과 비슷했다. 종탑에 종이 없었고 시계 바늘은 한 방향만 가리켰다. 다만 아래쪽 마당에는 세 갈래의 물길이 모여 있었다. 물길 옆 표석에는 서로 다른 날짜가 새겨져 있었다. 그중 두 개는 서로 같은 날을 나타내면서도 계절이 달랐다.
헤론이 해를 올려다봤다. “같은 날짜가 다른 하늘을 가진다는 증거야. 별락 대륙에서는 기록할 때 분기의 위치를 남겨야 해.”
나는 표석의 돌가루를 살펴 봤다. 한쪽에 새긴 글자는 훨씬 최근 것이었다. ‘첫 귀환자’라는 단어가 위에 덧새겨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본래 ‘첫 기록자’라는 글자가 남아 있었다.
“둘이 다른 사람이었다는 말이군.” 테온이 말했다.
살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돌아온 사람의 이름을 기록자가 대신할 수는 없지.”
입구는 열려 있었지만 내부에는 모래가 쌓여 있었다. 시계탑의 기어 아래에서는 낮은 금속음이 났다. 도른 일행이 앞서 들어온 듯 등불 자국과 장화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미라는 칼을 뽑지 않고 등불을 가렸다. 발자국 옆의 모래는 아직 따뜻했다.
우리는 그들을 쫓지 않기로 했다. 먼저 시계탑의 구조를 알아야 했다. 중앙 기어가 갑자기 돌아가면 천장의 쇠추가 내려올 수 있었다. 살비는 구리 자가 원래 기어 사이의 거리와 깊이를 재는 도구였다고 했다. 도른이 가져간 것은 ‘왕실 지도’를 열쇠처럼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래된 장치의 치수를 재서 다른 곳에서 똑같이 만들 수 있게 하는 도구였다.
“원본을 훔쳐 팔 수 없으면 복제품을 만들겠군요.” 내가 말했다.
“그것도 원본이라고 부를 거야.” 헤론이 답했다.
우리는 시계탑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를 세 곳에서 측정했다. 헤론의 천문표와 시엘의 오래된 경계 기록, 살비가 실제로 걸었던 길의 방향이 만나는 지점을 찾았다. 그곳에 작은 검은 홈이 있었다. 상단의 새 발자국은 그 홈을 지나치고 있었다.
홈 아래에는 작은 우편 상자가 숨겨져 있었다. 봉투 표식과 같은 세 번 접힌 선이 새겨져 있었다. 키오는 봉투를 꺼내 안에 넣기 전에 우리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우리는 표식이 일치하는 것만 확인했다.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상자 뚜껑을 닫자 기어가 한 번 돌아갔다. 나는 순간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쇠추는 내려오지 않았다. 대신 반송표가 작은 구멍으로 나왔다. 그 표에는 문장이 있었다.
‘접수 완료. 수신인 미확정. 증언 보관실로 이송 대기.’
“드디어 제대로 된 우체국을 만났군요.” 내가 말했다.
키오가 기뻐할 틈도 없었다. 위층에서 무거운 것이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른이 사다리를 통해 내려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구리 자가 있었다.
“그 봉투를 내놔.”
“받는 분 성함부터 알려 주세요.”
“그 안에 첫 지도 제작자의 이름이 들어 있다!”
내 손이 잠깐 멈췄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모든 질문의 답을 얻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도른은 아직 봉투를 열어 보지도 않았다. 그는 어떻게 내용을 알고 있단 말인가.
“혹시 봉투를 미리 열어 보셨나요?”
도른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적어도 그의 말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었다.
그는 갑자기 쇠추의 잠금 손잡이를 당겼다. 천장 위에서 쇠사슬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미라가 키오를 뒤로 밀었고 테온은 검집으로 떨어지는 쇠고리를 받아 옆으로 밀었다. 그 사이 살비가 시계탑의 벽을 세 번 두드렸다.
“오래된 멈춤장치가 아래에 있어!”
나는 그가 가리킨 곳에서 쇠레버를 찾았다. 레버를 당기려면 중앙 기어 아래로 몸을 숙여야 했다. 헤론이 내게 올바른 그림자 방향을 알려 줬고, 미라가 밧줄을 허리에 감아 줬다.
“급하면 나를 당겨요.” 내가 말했다.
“평소에도 많이 당기고 싶었어.”
그런 말은 농담으로만 해 줬으면 좋겠다.
나는 기어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손가락이 쇠가루로 새까매졌다. 살비가 말한 위치에 레버가 있었지만 절반쯤 부러져 있었다. 나는 대신 옆의 고정핀을 밀었다. 쇠추가 내 머리 바로 위에서 멈췄다. 기계가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숨을 내쉬었다.
도른은 도망쳤다. 구리 자를 들고 위층 계단으로 사라졌다. 그를 쫓기보다는 다친 사람이 없는지 살폈다. 테온의 팔에 작은 상처가 났고 키오는 먼지를 잔뜩 마셨다. 미라는 약을 꺼내 상처를 감았다.
오후에 시계탑의 작은 창을 열자 먼 평원의 별빛 흔적이 보였다. 별이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대지에 푸른 선이 그어져 있었다. 나는 그것이 고대의 오래된 길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시간의 그림자인지 판단하지 못했다.
헤론은 반송표를 다시 읽었다. “증언 보관실은 시계탑보다 북쪽의 높은 지대에 있었을 거야.”
“그래도 처음 지도 제작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네요.” 키오가 아쉬워했다.
“그게 나쁠까요?” 나는 물었다. “오늘은 누군가의 이름을 마음대로 쓰지 않고 편지를 제대로 보냈잖아.”
살비는 웃었다. 그리고 마당의 표석을 쓸었다.
그 순간 돌 위에 숨겨진 글자들이 드러났다.
‘기록자 셋, 귀환자 일곱, 소멸된 좌표 영.’
3, 7, 0.
우리가 숫자를 나란히 보았을 때 시계 바늘이 처음으로 움직였다. 시계탑의 그림자는 북쪽 산맥을 가리켰다. 내 지도통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은선이 나타났다.
나는 날짜와 기계 상태를 기록한 뒤 말없이 지도를 접었다. 이제 숫자의 한 가지 해석은 생겼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뜻인지 확인할 증거는 아직 그 산맥 너머에 있었다.
제3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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