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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33화
PAYLUA ORIGINAL · 제33화

눈먼 지도 제작자의 산장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994자

오프라인 책장
산장 주인은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펼친 지도의 틀린 부분을 세 번이나 정확히 지적했다. 한 번은 북쪽 화살표가 한 치 돌아가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눈이 보이는 고객들도 내가 그렇게 비뚤게 그린 것을 지적한 적은 없었다. “그 선은 진북이 아니라 오늘의 북쪽이군.” 노인이 말했다. “보통 지도에서 북쪽은 하루에 몇 번 바뀌지 않습니다.” “보통 지도에 관해서는 자네가 전문가겠지.” 노인의 이름은 살비였다. 산장 벽에는 오래된 지도와 사람들의 신발 밑창을 탁본한 종이가 가득했다. 낡은 부츠 하나는 끈 대신 회색 실로 묶여 있었다. 그는 지도를 눈으로 그리지 않았다. 직접 걸었던 사람의 발소리, 비탈을 따라 흐르는 물의 속도, 눈 위에 남은 압력을 기록했다.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리는 겁니까?” 키오가 물었다. “보이는 것만 믿는 사람이 잘못 그리는 길도 있지.” “어른들은 왜 질문을 대답으로 안 끝내고 더 어려운 말로 만드나요?” 나는 웃었다. 살비도 웃었다. 소년의 질문은 내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었다. 우리는 산장 식탁에 여백항에서 건진 표 세 장의 사본을 펼쳤다. 살비는 종이를 만져 보고 손끝을 멈췄다. 세 번째 표에 양각으로 찍힌 작은 문양 때문이었다. 열두 해 전 같은 문양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이건 좌표가 아니네. 증언을 나누어 기록하라는 표시지. 걸어간 사람, 기다린 사람, 기록한 사람.” “여백항의 기준점과 똑같네요.” 내가 말했다. “아니, 다를 수도 있지. 이곳의 기록을 직접 대조하기 전에는 같은 것이라고 확정하지 말게.” 말이 이상하게 반가웠다. 적어도 이 노인은 답을 서둘러 완성해 주지 않았다. 그는 기다렸다. 내가 질문의 모양을 제대로 만들 때까지. 살비는 산장 옆 지하실에서 나무상자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닳은 구리 자와 종이 뭉치가 있었다. 표지에는 ‘첫 답사자의 복행 기록’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옆의 도장은 내가 지도통에서 본 나침반 문양과 비슷했지만 가장자리 선이 하나 부족했다. “첫 지도 제작자가 쓴 겁니까?” 헤론이 물었다. “그 이름은 후대에 붙었네. 처음 걸은 사람과 처음 기록한 사람은 달랐어.” 헤론은 의자에 앉았다. 그가 처음으로 질문보다 침묵을 택한 순간이었다. 별가루 지도는 기록한 사람의 능력만으로 만들어졌다고들 했다. 하지만 살비의 말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길을 걸었고, 다른 누군가 그 길을 기다렸으며, 세 번째 사람이 그 사실을 기록했을 것이다. 테온이 장갑을 벗었다. “루메르의 왕실도 셋이 함께 귀환을 증명했소. 다만 왕궁 기록에는 왕이 증언의 주인이라고 돼 있지.” “왕은 길의 주인이 아니네.” 살비가 말했다. “왕이 지켜야 할 건 누가 길을 건넜는지 기록할 자리야.” 테온은 고개를 숙였다. 그 말이 귀에 아프게 닿았을 것이다. 살비는 내가 지도통을 열도록 했다. 안에는 십이 년 전에 도착했다는 빈 지도 한 장과 숫자 3, 7, 0이 남아 있었다. 노인은 지도통 테두리를 손끝으로 따라 만지다가 한 구석에 멈췄다. “여기 흠집이 있네.” “원래 있었습니다.” “나도 알아. 열두 해 전에도 있었으니까.”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랬다. 어느 겨울 저녁, 산장에 두 사람이 찾아왔다. 한 사람은 지도를 말아 넣은 통을 등에 지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작은 아이의 신발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들은 상흔 고개를 넘으려 했지만 눈보라가 길을 바꾸었다. 살비는 서로 다른 날의 길을 한 장에 그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다시 돌아왔으나 다른 한 명은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 아이가 저였습니까?” 내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는 아이의 얼굴을 본 적이 없네. 발소리도 듣지 못했어. 신발만 있었지.” 나는 입을 다물었다. 거울만에서 보았던 어린 내 모습과 빈 지도통이 자꾸 한 줄로 이어지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건 내 바람이지 아직 증거는 아니었다. 그때 산장 아래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나무 울타리가 부서지는 소리였다. 미라가 창문을 열었다. 바람 속에 검은 외투를 입은 사내들이 서 있었다. 선두의 도른이 도착한 것이었다. “살비! 통행기록 원본을 내놔!” 살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지도를 달라고 하더니, 이제는 지도를 그린 손까지 빌려 달라는군.” 미라는 창밖의 발자국을 세었다. 다섯 명. 산장 뒤쪽에는 오래된 짐승 길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눈이 두껍게 쌓여 있어 통행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테온은 문 앞에 서서 검을 뽑을 자세를 취했다. “부수고 들어오면 막겠습니다.” “칼은 마지막에 쓰게.” 살비가 말했다. “저들이 찾는 건 이 상자라네. 저 상자를 가져가면 나를 죽이지 않고도 내가 걸었던 길을 지울 수 있지.” 우리는 원본을 옮기지 않았다. 대신 산장 안의 다른 지도를 각각 맡았다. 키오는 종이를 말아 천장 속에 넣었고 헤론은 날짜별 관측 기록을 베껴 썼다. 미라는 살비가 허락한 일부 사본을 방수 천에 감쌌다. 나는 원본 상자와 방금 있었던 일을 수첩에 적었다. 밖에서 도른이 세 번 문을 두드렸다. “이 집은 경계작성회의 보존 대상이다. 문을 열어라.” “보존 대상이라면서 왜 도끼를 들고 있죠?” 내가 물었다. “위험 문서를 분리하려는 거다!” “그럼 먼저 도끼부터 위험 물품으로 분리하세요.” 그가 욕설을 내뱉었다. 뒤이어 첫 도끼질이 문을 울렸다. 테온이 검집으로 문빗장을 받치고, 미라는 바닥에 소금물을 뿌렸다. 갈라진 틈으로 올라오는 얼음의 방향을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살비가 내 손목을 잡았다. “계단 아래 일곱 번째 단을 기억하나?” “밟지 않았습니다.” “그 밑에서 올라온 바람이 이 산장 지하의 바람과 같아. 서로 다른 때에 존재했던 같은 경사가 이어지는 모양일세.” 그 말만으로 지하길을 만들 수는 없었다. 나는 살비에게 그곳을 실제로 걸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젊었을 때 산장 지하의 작은 배수로로 내려가 열한 걸음을 걷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때의 소리와 수위, 지금의 출입 상태를 따로 설명했다. 미라는 지하실 입구를 확인했다. 오래된 발자국은 남아 있었지만 마지막 나무 발판은 부러져 있었다. “한 번에 네 명씩. 끝까지 이어졌다는 보장은 없어.” 그녀가 말했다. 우리는 살비를 먼저 내려보내지 않았다. 그의 산장이었고, 떠날지 남을지는 그가 결정할 일이었다. 살비는 잠깐 기다리더니 원본 상자를 잠그고 말했다. “떠나겠네. 단, 내게 발소리를 들려주게.” 미라가 앞에서 발을 디딜 때마다 짧게 두드렸고, 헤론이 뒤에서 물이 차오르는 소리를 셌다. 나는 지하에서 실제 확인한 열한 걸음만 지도에 표시했다. 다른 곳은 여백으로 두었다.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도른이 산장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앞에도 문제가 있었다. 열두 번째 걸음 앞에서 배수로가 끝나 있었다. 그 너머는 검은 낭떠러지였다. “돌아가야 하나요?” 키오가 물었다. “그럴 수도.” 나는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하지 않은 길을 그리는 것보다는 낫지.” 그때 살비가 지팡이로 벽을 두드렸다. 세 번, 일곱 번, 마지막으로 한 번도 두드리지 않고 멈췄다. 벽 뒤에서 아주 멀리 물소리가 돌아왔다. “이게 3, 7, 0이었나.” 그가 중얼거렸다. “예전에 누군가 소리로 길을 찾던 방식이지.” 우리는 아직 그 뜻을 알지 못했지만 벽의 빈 공간은 확인할 수 있었다. 테온이 녹슨 쇠덮개를 들어 올렸다. 그 아래에는 산장 밖으로 이어지는 좁은 관측 배수구가 있었다. 미라가 탐침을 내리고 바닥을 확인했다. 우리는 간신히 바깥 비탈에 나왔다. 산장 앞에서는 도른의 횃불이 흔들렸다. 살비는 자신의 집이 보이지 않는 방향을 오래 바라봤다. “돌아갈 길을 기억하겠네.” 그때 그의 상자에서 종이 한 장이 저절로 미끄러져 나왔다. 우리가 가져온 사본에는 없던 도면이었다. 낡은 글씨로 제목이 적혀 있었다. ‘첫 답사자는 어느 길로 돌아왔는가.’ 도면의 끝에는 상흔 고개 안쪽에 있는 오래된 천문 시계탑이 표시돼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직 존재를 확인하지 못한 낯선 이름이 붙어 있었다. ‘바람을 잃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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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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