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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32화
PAYLUA ORIGINAL · 제32화

길을 팔아먹는 검문소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502자

오프라인 책장
상흔 고개 귀환관리소에는 관리인이 없었다. 하지만 규칙은 있었다. 관리인이 없는 곳에 규칙이 더 많은 건 어느 세상에서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초소의 게시판에는 통행자 성명, 출발지, 귀환 예정지, 귀환 증언인, 지형 변동 손해 책임자라는 다섯 칸이 붙어 있었다. 마지막 칸에는 누군가 세 번 밑줄을 그었다. “산이 움직여 다쳤는데 피해 책임자를 적으라고?” 미라가 말했다. “아마 산의 주소를 몰라서 사람 이름을 받나 봐요.” 내가 대꾸했다. 초소의 북쪽 길목에는 검은 고깔을 쓴 경비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대장은 왼쪽 뺨에 붉은 흉터가 있었고 가슴에는 경계작성회가 새긴 은제 눈금자를 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도른이라고 소개했다. “내륙 통행은 상회 허가를 받은 지도만 인정한다.” “상회가 길을 직접 만들어 놓았습니까?” “길은 소유권으로 관리된다.” “그렇다면 어제 사라진 절벽도 세금을 냅니까?” 도른의 표정이 굳었다. 미라는 내 등 뒤에서 소리 없이 웃었다. 테온은 아예 고개를 돌렸다. 그가 웃음을 참는 데 성공한 건지 나는 확인하지 않았다. 도른은 우리를 세웠다. 상단의 공식 경로를 구매하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다고 했다. 비용은 은화 열두 닢. 사람마다 별도였고, 왕족에게 할인은 없었다. “그럼 왕족에게 세금을 더 걷으십시오.” 테온이 느닷없이 말했다. “대신 왜 이 길을 독점했는지 왕실 문서로 답해 주시오.” “어느 왕국의 왕실 말씀이오?” 테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루메르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그가 왕자라는 말보다 빠르게 세상에 퍼졌다. 그는 빈손을 바라보다가 여행증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왕자라는 직함 대신 테온이라는 이름만 적혀 있었다. “한 명의 여행자로 묻겠습니다.” 그 말에 도른이 조금 당황했다. 나는 테온에게 고맙다고 속삭였다. 왕위 없는 왕자가 국정을 펼친다면 대체로 이런 식일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다투는 동안 눈 덮인 고개 아래에서 여자가 지게를 메고 올라왔다. 한쪽 장화에는 밑창이 없었다. 여자는 게시판을 지나가려다가 경비에게 붙잡혔다. 상단의 허가증이 없다는 이유였다. “우리 집이 저 위에 있어요.” 여자가 말했다. “이번 주 등록된 길은 이쪽뿐이다.” “그 길로 가면 집 뒤 낭떠러지가 나오는데요.” “지도가 보증한다.” 나는 허가 지도에 눈길을 주었다. 반듯한 파란 선이 산을 가로질렀다. 문제는 길이 지나가는 위치에 산사태 경고 표시가 있다는 것이었다. 경고 표시 위에 백동상회의 금색 인장이 겹쳐 찍혀 있었다. “이건 통행 허가가 아니라 추락 허가서군요.” 도른이 내 말을 무시하고 여자를 돌려보내려 했다. 미라가 그의 앞에 발을 내디뎠다. 검 대신 젖은 밧줄을 손에 감았다. “그녀가 실제로 다니는 길을 먼저 확인하죠. 지도와 다르면 저희가 경고 표식을 세우겠습니다.” 여자는 자신을 사벨이라고 했다. 상흔 고개 북쪽 산장으로 양초와 약초를 나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한 달 전에는 동쪽 사면을 다녔고, 지난주에는 그 길이 묻혔다. 오늘은 마른 개울 아래의 소나무길로 돌아온다. 말뿐인 경로가 아니었다. 사벨은 발에 묻은 붉은 석분을 보여 주었고 손수레의 바퀴에는 소나무 송진이 묻어 있었다. 헤론은 오래된 관측표에서 마른 개울의 위치를 찾았다. 그것이 실제로 사용됐던 적은 있었다. 다만 지금도 통행할 수 있는지는 직접 확인해야 했다. 도른은 우리를 막았지만 사벨이 자신의 길을 안내하겠다고 서명하자 더는 그대로 돌려보낼 수 없었다. 주민 통행을 막는다는 소문이 백동상회에 좋지 않다는 계산이겠지. 우리는 초소에서 멀지 않은 곳까지 동행했다. 계곡에는 바닥 없는 얇은 물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미라가 탐침을 내리자 쇠끝이 닿지 않았다. 사벨의 손수레 자국은 웅덩이 앞에서 끊겼다가 왼쪽 소나무 뒤에서 이어졌다. “여긴 뛰어넘는 곳이 아니에요.” 사벨이 말했다. “어제는 나무다리가 있었고, 오늘은 뿌리가 남았죠.” 그 말 그대로 나무 뿌리 위에 오래된 다리의 못자국이 있었다. 나는 과거의 다리 위치와 현재 남은 뿌리를 별도로 그렸다. 은선은 두 곳을 겹쳐 보여 주었지만 어느 쪽으로 건너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우리는 허리를 묶은 뒤 한 명씩 뿌리를 디뎠다. 미라가 먼저 건너 반대편에 줄을 고정했고 사벨이 뒤따랐다. 테온은 약초 자루를 들고 건넜다. 키오가 발을 옮기려는 순간 웅덩이 아래에서 검은 바람이 솟았다. 뿌리의 껍질이 뜯겨 나갔다. “뒤로!” 나는 키오를 끌어안고 땅에 주저앉았다. 미라가 줄을 당겨 둘을 붙잡아 주었다. 그 위로 검은 물방울이 흩날리며 잠깐 다른 계절의 풍경이 나타났다. 눈도 소나무도 없는 한여름 계곡, 그리고 그 안을 뛰어가는 어린아이의 뒷모습. 키오는 눈을 크게 떴다. “방금 제 또래 아이를 봤어요!” “나도.” 내가 숨을 골랐다. “그렇다고 그 애가 여기 있다는 뜻은 아니야.” 헤론은 그 풍경이 오래된 투영인지 현재의 다른 지역인지 아직 구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방금 본 아이의 얼굴을 누구의 이름과도 연결하지 않았다. 그때 위쪽 초소에서 호각이 울렸다. 도른과 경비 둘이 우리를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불법 지도를 제작했다며 벌금을 매겼다. 하지만 사벨은 건너편에서 직접 손을 흔들었다. “제가 건너왔어요. 그 사람들이 제 길을 확인해 줬어요!” 도른은 발 아래 표시된 옛 못자국을 보고도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미라의 밧줄을 잘라 버리려 검을 들었다. 테온이 한 걸음 앞을 막았다. 그는 칼집을 뽑지 않았다. 대신 검등으로 도른의 손목을 쳐 검끝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길을 건넌 사람에게 화낼 이유가 있습니까?” “상회 지도에 없는 길이다!” “상회 지도에 없다고 세상에도 없는 건 아니지요.” 사벨의 발 아래 흙은 분명히 눌려 있었다. 그녀는 장화를 벗어 먼지를 털었다. 그 발자국을 나는 정확히 보았다. 뒤를 돌아보니 도른의 수하들이 말을 아꼈다. 도른은 내 지도통의 표식을 발견하고 표정이 바뀌었다. 분노보다는 놀람에 가까웠다. 그는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그 통은 분명 열두 해 전에 회수됐는데.” “누구한테서요?” 그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경비에게 우리 이름을 따로 적으라고 명령했다. 나는 그가 쓴 기록의 날짜를 확인했다. 오늘이었다. 그 말은 적어도 그가 오늘 우리를 처음 확인했다는 뜻이다. 오래된 지도통의 회수 경위를 안다는 말과는 별개였다. 사벨이 길 건너 산장으로 올라가자 우리는 일단 그녀를 따라갔다. 산장 벽에는 손바닥 높이의 지도 여섯 장이 걸려 있었다. 지도를 직접 그린 사람의 이름은 ‘살비’. 출생 연도는 적혀 있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지팡이 소리가 났다. “지도 제작자가 왔다면,” 낯선 목소리가 말했다. “먼저 발을 닦고 들어오게. 이 집에 남은 길은 흙보다 귀하니까.” 문이 열렸다. 은발의 노인이 한 손으로 벽을 더듬었다. 그의 눈은 흐린 회색이었다. 그러나 내가 들고 있던 지도통을 보자 노인은 빛이 없는 눈으로 정확히 그쪽을 향했다. “또 왔군.” “저를 아십니까?” “자네는 모르지.” 노인이 대답했다. “나는 자네가 오기 전의 그 통을 알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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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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