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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29화
PAYLUA ORIGINAL · 제29화

지도가 사람을 놓친 밤

별가루 지도 제작자 · 4,015자

오프라인 책장
내가 지도 제작자로 살아오며 가장 두려웠던 것은 길을 잘못 그리는 일이었다. 절벽을 평지라 표시하면 누군가 떨어질 수 있고,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남겨 두면 누군가 밤새 그 다리를 찾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날 처음으로 다른 종류의 공포를 배웠다. 길은 정확하게 그렸는데, 사람들의 발이 그 길에 닿지 않는 상황이었다. 백동상회의 화물선이 여백항 수로에 들어오자 검은 물이 제분소 아래로 쏟아졌다. 해안은 어제와 오늘의 지형 사이에서 접히고 있었다. 물에 잠긴 길이 잠깐 사막으로 변했다가 다시 물이 됐다. 그 사이 짐을 메고 달리던 사람이 발을 헛디뎠다. “오른쪽 길로!” 내가 외쳤다. 남자가 몸을 돌렸지만 바로 앞의 디딤돌이 사라졌다. 내가 표시한 길은 아침에 실제로 존재했다. 지금도 지도에는 남아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낙성 움직임으로 그 돌이 다른 시각에 잠시 물러난 것이다. 미라가 달려가 남자의 허리띠를 붙잡았다. 그녀는 안전밧줄을 난간에 걸고 뒤로 몸을 던졌다. 물이 종아리까지 차올랐고, 남자는 겨우 발을 되찾았다. 나는 지도의 해당 구간에 검은 빗금을 그었다. 통행 확인을 취소한다는 표시였다. “왜 지도를 지워요?” 키오가 놀라서 물었다. “지금 건널 수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길의 기록은 남기되 사용 가능 표시는 거둬야 해.” 그제야 미라가 나를 바라봤다. “지도가 틀렸다는 말 하는 거 어려워하더니.” “제 간판이 얼마나 비싼데요.” 그녀가 짧게 웃었다. 하지만 저편의 비명이 웃음을 삼켰다. 귀환 확인실 아래의 소금 언덕에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나엘의 동생을 찾기 위해 온 가족들, 징수권 회수 통지를 보러 온 상인들, 심지어 우리를 내쫓겠다고 한 상단 경비대도 있었다. 시엘이 지도를 펼치고 외쳤다. “이쪽은 오래된 배수로예요. 오늘도 열려 있는지 확인해야 해요!” 나는 헤론과 함께 고지대에서 수위를 살폈다. 배수로 위로 세 갈래의 물길이 겹쳤다. 하나는 현재의 검은 물, 하나는 어젯밤의 얕은 조류, 마지막은 오래전 루메르 항구의 바닷길처럼 보였다. 세 경로가 같은 곳을 가리키는 순간이 짧게 반복됐다. “연결되는 때가 있어요.” 내가 말했다. “다만 그때를 기다릴 동안 사람을 어디에 세워 둬야 하죠?” 테온이 왕관 조각을 감싸 쥐었다. “높은 곳에 먼저 모으자. 내 나라에서도 물이 올라오면 그랬어.” 그는 경비대에게 검을 거두라고 지시했다. 경비대장은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자기 부하가 밧줄에 매달려 있는 걸 보고 결국 무기를 내려놓았다. 테온은 부하의 이름을 묻지 않고 먼저 그를 끌어올렸다. 그 모습을 보자 다른 사람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렌과 나엘은 수문을 반쯤 열어 물이 일시에 쏟아지는 걸 막았다. 미라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보내지 않았다. 각자 발을 딛는 위치를 확인하고, 먼저 건넌 사람이 다음 사람에게 소리로 길을 알려 주게 했다. 나는 한 줄의 대피로가 아니라 사람마다 통과한 시간을 지도에 표시했다. 내 손은 점점 떨렸다. 지도에는 은빛 선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모든 선이 안전한 길은 아니었다. 누군가 과거에 걸었다고 해서 지금 같은 속도로 걸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키오가 내 곁에서 기록표를 받아 적었다. “이 사람은 방금 왼쪽을 밟았어요. 그런데 다음 사람은 발이 더 작아요.” “좋아. 그럼 발을 딛는 곳을 더 확인해 줘.” 키오가 겁먹은 얼굴로 물었다. “제가 잘못 적으면요?” “틀렸으면 고치면 돼. 모르는 걸 안다고 쓴 것보다 훨씬 낫지.” 그 말은 어쩌면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이기도 했다. 수면이 갑자기 뒤집히며 앞에 있던 길이 사라졌다. 이번에는 미라가 건너편에 고립됐다. 그녀 뒤에는 나엘과 어린 남자아이, 그리고 발을 다친 이르사가 있었다. 내가 지나온 길은 여전히 내 발아래 있었다. 하지만 그들 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레이븐!” 미라가 외쳤다. “새 길 만들 생각 하지 마요!” “알아요!” 나는 지도통을 붙잡았다. “실제로 있었던 길만 찾을 겁니다!” 나는 세 장의 기록을 펼쳤다. 시엘의 오래된 배수로 측량도, 미라가 오늘 확인한 높은 돌계단, 이르사가 직접 걸었다는 염전 벽의 보행 기록. 서로 다른 시간의 세 길은 한 지점에서 겹쳤다. 귀환 확인실 뒤편의 작은 돌문이었다. “테온! 저 문이 어디로 연결됐는지 아십니까?” 그는 내가 가리킨 벽을 살폈다. 왕관의 일곱 번째 도장이 희미하게 빛났다. “루메르의 항만 대피 통로와 같은 구조야. 하지만 저 끝이 살아 있는지는 모르겠어.” “그럼 오늘부터 확인하죠.” 헤론이 별가루 선을 읽었고 시엘이 물길을 재었다. 키오는 미라 쪽으로 밧줄을 던졌다. 나엘이 받은 뒤 이르사의 허리와 돌기둥에 각각 묶었다. 돌문까지 닿을 수 있는 폭이 확보되자 미라는 한 걸음씩 움직였다. 그때 화물선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귀환 명부 회수! 원본 증거 소각!” 검은 별 깃발 아래의 사람들이 종이 상자를 갑판으로 끌어냈다. 그 안에는 우리가 지키려던 선박 출입표 사본과 낡은 항만 검인서가 있었다. 나는 발을 멈췄다. 이 기록이 불타면 누가 누구에게 표를 팔았는지 추적하기 어려워진다. 미라가 내 마음을 읽었는지 소리쳤다. “레이븐, 사람부터!” 나는 망설임을 삼켰다. 그녀의 말이 옳았다. 지금은 기록을 확보하는 것보다 바로 앞의 사람이 살아남는 일이 먼저였다. 나는 테온에게 돌문을 받치라고 외쳤다. 그가 몸으로 문을 밀어 올리는 동안 미라와 나엘, 이르사와 아이가 하나씩 통과했다. 마지막으로 키오가 돌문에 닿으려는 순간, 화물선의 닻이 수로 바닥을 긁었다. 돌문이 심하게 흔들렸다. 테온의 손에서 왕관 조각이 미끄러져 물속으로 떨어졌다. “왕관!” 그가 외쳤다. “전하!” 나는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지금 사람을 놓치면 왕관이 무슨 소용입니까!” 테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뒤돌아 물을 보았다. 그러더니 이를 악물고 키오를 먼저 밀어 올렸다. 우리는 모두 고지대에 도착할 때까지 왕관을 찾으러 내려가지 않았다. 낮은 수로 쪽에서 화물선이 기울었다. 선적 상자 하나가 갑판 아래로 떨어졌다. 나엘이 잿빛 얼굴로 말했다. “저거 우리 남동생 명부예요.” 나는 그녀를 붙잡고 배를 바라봤다. 화물선의 뱃전에는 아직 사람들이 있었다. 구조 밧줄이 필요했다. 도망치는 이들의 손까지도 구해야 한다는 사실이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오렌이 남은 불빛을 켜고, 미라가 닻줄을 풀어 물에 띄웠다. 테온은 상단 경비원이 던진 밧줄을 받아 사람들을 끌어올렸다. 그동안 나는 고지대에서 가능한 경로를 계속 수정했다. 배의 종이를 구하지 못했지만, 배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 살아서 올라왔다. 물이 빠졌을 때 제분소는 반쯤 잠겨 있었다. 귀환 확인실은 살아남았지만 출입구에 검은 소금이 쌓였다. 시엘은 무너진 돌문 옆에서 작은 금속 조각을 주웠다. 테온의 왕관 한쪽이 아니었다. 똑같은 도장을 찍은 낡은 인장 손잡이였다. “왕실 물건이 둘이었다는 뜻인가?” 테온이 중얼거렸다. 나는 젖은 수첩을 펼쳤다. 구조한 사람들의 이름과 시간, 확인되지 않은 사람의 수를 분리해 적었다. 우리는 아직 모든 사람을 구조했는지 알 수 없었다. 상단 경비대장도 자기 부하의 정확한 숫자를 다시 세고 있었다. 그때 미라가 나를 불렀다. 그녀는 물이 빠진 해안에 생긴 가느다란 홈을 보여 주었다. 홈은 별가루 지도에도 은빛으로 나타났다. 제분소에서 귀환 확인실까지, 사람들이 직접 통과했던 길이었다. 그러나 가장 마지막 부분만 검은 먹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 위에 누군가 손가락으로 쓴 듯한 문장이 떠올랐다. ‘지도 제작자 레이븐. 당신이 방금 지운 것은 무엇인가?’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내가 지운 것은 사람의 길이 아니었다. 위험하다는 걸 확인한 경로의 ‘안전’ 표시였다. 그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언젠가 나는 정말 사람의 길을 지우게 될지 모른다. 검은 글씨 아래에 새로운 숫자가 나타났다. 남은 낙성 예상일은 이제 열다섯 날. 헤론은 실제 시각과 낙성 위치가 계속 변하니 이 수치를 확정 기한으로 볼 수 없다고 다시 경고했다. 나는 수첩 첫 장에 적었다. ‘오늘의 길은 오늘 다시 확인할 것.’ 그것이 지금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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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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