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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28화
PAYLUA ORIGINAL · 제28화

세 번째 기준점은 물속에 없다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626자

오프라인 책장
어떤 비밀은 열쇠를 찾아도 바로 열면 안 된다. 세상에 숨겨진 금고가 모두 보물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중에는 남의 이름을 멋대로 적은 장부도 있으니까. 우리는 바지선 보관함을 즉시 열지 않았다. 오렌과 나엘이 확인한 봉인 상태를 서로 다른 종이에 적고, 마르켄 관측소에 보낼 사본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빈자리 일곱 개를 실종자 일곱 명으로 팔아온 상단을 상대로는, 종이 한 장을 확보한 것보다 종이가 언제 어디서 발견됐는지를 보존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결국 지도를 그리는 사람도 서류쟁이가 되는군.” 테온이 말했다. “세상은 검으로 지켜도 행정은 칼을 무서워하지 않잖습니까.” “내가 왕이 되면 서류를 줄일 거야.” “전하가 왕위를 되찾으면 그 약속부터 공증받겠습니다.” 새벽의 낮은 물때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바지선의 뱃전을 살폈다. 오래된 못과 새 나무가 섞여 있었다. 한쪽에는 루메르의 문장이, 다른 쪽에는 엘루안 측량 길드의 폐지된 표식이 있었다. 배가 다른 날의 부품으로 수리됐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것만으로 배가 시간을 건너왔다는 사실이 증명되지는 않았다. 시엘은 선실 아래의 작은 동판을 발견했다. 동판에는 숫자 3, 7, 0이 삼각형으로 찍혀 있었다. 미라의 은제 고리에 있는 숫자와 같았지만 배열이 달랐다. 우리는 숫자의 뜻을 먼저 확인하려고 오래된 항해 검인서를 찾아봤다. 3은 항로를 실제로 지났던 세 지점의 관측, 7은 일곱 명의 대기 인부가 아니라 일곱 차례의 귀환 신호, 0은 아직 귀환을 확인하지 못한 빈칸을 뜻했다. 그런 설명이 낡은 검인서 여백에 적혀 있었다. 하지만 다른 선박에도 같은 뜻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미확인이다. “0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군요.” 키오가 말했다.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는 뜻이겠지.” 내가 대답했다. “비어 있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지워도 된다는 허가는 아니고.” 헤론은 관측표에 세 숫자의 위치를 따로 표시했다. “별락 대륙의 세 번째 기준점을 찾으려면 관측, 귀환, 미확인이라는 세 상태를 모두 남겨야 하나 보군.” “그게 항구를 여는 열쇠라는 건 확실합니까?” “아니. 지금은 가설이지.” 나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확실하지 않은 말을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항로는 조금씩 안전해질 것이다. 우리는 제분소 쪽으로 다시 돌아왔다. 시엘이 벽화에서 본 열린 손의 모양을 종이에 옮겨 놓았다. 손바닥의 가운데에는 작은 원이 있었고, 그 원의 바깥쪽으로 셋, 일곱, 비어 있는 자리의 점이 그려져 있었다. 그 점은 수로가 아니라 제분소의 뒤편 고지대를 가리키는 듯했다. “세 번째 기준점은 바닷속일 줄 알았는데.” 미라가 말했다. “바다 위에서는 늘 항구로 돌아오는 길을 찾게 되죠.” 오렌이 답했다. “하지만 돌아온 사람을 맞는 건 대부분 육지에서였어.” 우리는 고지대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말라붙은 소금밭과 무너진 작은 건물이 있었다. 건물 문에는 항구 이름 대신 ‘귀환 확인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엘은 처음 보는 장소라고 했다. 그녀가 수문을 맡았던 기간의 지도에는 이곳이 없었다. 시엘의 십 년 전 측량도에는 같은 위치에 작은 창고가 있었다. 나는 서로 다른 두 기록을 나란히 보관했다. 오늘 이 건물이 실제로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확인했다. 하지만 옛 창고가 같은 건물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귀환 확인실 안쪽에는 세 개의 의자가 있었다. 하나는 금이 간 돌, 하나는 나무, 마지막 하나는 비어 있는 돌받침이었다. 누군가 의자를 가져간 흔적이 있었다. 바닥에서는 오래전 발자국의 모양이 굳어 있었고, 벽에는 수많은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다. 테온이 왕관의 일곱 번째 도장을 벽에 대었다. 손바닥 자국 사이에서 얇은 금빛이 흘렀다. 이어 미라가 은제 고리를 대자 은빛 선이 벽 아래로 내려왔다. 나는 내 지도통의 테두리를 갖다 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혹시 제 물건만 반응이 없는 겁니까?” 나는 불평했다. 헤론이 웃었다. “물건을 갖다 대는 게 목적이 아니겠지. 이름을 지키는 곳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자 나엘이 조심스레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동생의 이름을 말하려다가 멈췄다.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있어요. 그런데 지금 여기 적어 두면 또 누군가 그 이름으로 돈을 받을까 봐 무서워요.” 바닥에서 아무 빛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문틀의 세 번째 빈 의자 표식 옆에 새로운 글씨가 드러났다. ‘기다리는 사람의 동의 없이 귀환을 확정하지 말 것.’ “이렇게도 작동하네요.” 나는 수첩에 적었다. “이름을 말하지 않는 선택을 기록하는 곳인 모양입니다.” 이르사는 동생의 행방을 걱정하는 나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네가 그 애를 기다린다는 건 내가 봤어. 그 사실을 여기에 남겨도 되겠니?” 나엘은 오랫동안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엘이 그 말을 증언서에 적었다. 나엘의 동생 이름은 쓰지 않았고, 이르사가 직접 들은 범위만 적었다. 귀환 확인실의 바닥에서 희미한 선 하나가 켜졌다. 미라가 고개를 들었다. “동의와 증언이 이어지면 반응하는군요.” “반응한다고 진실을 만들어 주는 건 아닙니다.” 나는 말했다. “우리가 이미 확인한 선택을 보존하는 거겠죠.” 그때 길드의 경계조사원들이 고지대 아래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오르반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의 서명이 찍힌 봉인문이 앞장서고 있었다. 그들은 귀환 확인실을 ‘미등록 건축물’로 분류해 폐쇄하려 했다. 테온이 문 앞에 섰다. 미라가 낮게 말했다. “싸우면 이 안의 기록이 망가져요.” “그러니까 싸우지 않을 겁니다.” 테온이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왕관에서 발견한 옛 표어를 읽었다. 경계조사원 중 한 명이 그 문장을 알아듣고 움직임을 멈췄다. 그 남자는 어릴 적 할머니에게 같은 말을 들었다고 했다. 오렌이 다가와 그에게 물었다. “그럼 당신도 여기로 누군가 돌아오는 걸 기다린 적 있소?”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수첩에서 낡은 항해표를 꺼냈다. 표의 일곱 번째 도장이 귀환 확인실의 문양과 같았다. 그 남자는 사람을 기다린 적은 없지만, 자신이 받은 표를 보관하고 있었다고 했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의자 아래 새로운 선이 생겼다. 별가루 지도에도 얇은 은빛 고리가 하나 나타났다. 다만 마지막 빈칸까지 채워지지는 않았다. 귀환 확인실이 기준점과 관련됐다는 근거는 늘었지만, 누가 언제 이곳을 완성할지는 모른다. 경계조사원들은 건물을 즉시 부수지 않기로 했다. 현장 증언과 옛 표의 진위를 상부에 대조하겠다고 했다. 임시 보존은 하루뿐이었다. 하루가 지나면 오르반이 다시 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우리가 밖으로 나오자 하늘에 검은 선이 세 갈래로 퍼졌다. 세 번째 기준점을 가리키는 지도의 은선은 오히려 더 밝아졌다. 한 걸음 나아간 것 같았지만 나는 발밑을 다시 봤다. 여기까지의 길은 여전히 있었고, 돌아가는 길도 아직 열려 있었다. 그러나 나엘이 갑자기 아래쪽 해안을 가리켰다. 우리가 정박시킨 작은 목선과 수로 사이에 낯선 화물선이 들어오고 있었다. 검은 깃발에는 백동상회의 문장이 달렸고, 선미에는 우리가 분명히 본 그 서명이 있었다. ‘레이븐 — 발송 승인.’ “또 제 이름이군요.”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서명 위조범부터 꼭 만나야겠습니다.” 화물선 뒤에서 파도가 뒤집혔다. 해안의 소금 들판 위로 검은 바닷물이 천천히 밀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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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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