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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27화
PAYLUA ORIGINAL · 제27화

침묵 등대가 밤에 켜진 이유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702자

오프라인 책장
등대가 밤에 켜졌다는 소문은 보통 좋은 소식이다. 배가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침묵 등대의 불은 낮에만 켜진다. 밤에 고동이 울렸다는 사실을 들은 미라는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아무리 배가 잘 보이는 바다라도 항해사는 자기 등대가 거꾸로 작동하는 걸 반가워하지 않는다. “오렌, 오늘 밤에도 불을 켤 계획이었어요?” “내 기름병은 이미 꺼졌어.” 그가 대답했다. “불을 켜는 데 필요한 건 원래 기름이 아니라 두 항로를 함께 기억한 기록이었거든.” “그럼 누가 켰습니까?” 내가 물었다. “등대가 아니라 등대를 지나간 배가 불렀을 수도 있지.” 그 말은 어려웠다. 나는 설명을 듣는 대신 배를 확인하기로 했다. '어제의 파도'는 엘루안 남쪽의 안정된 만에 있었고, 세린은 밤하늘의 파도 방향을 기록하고 있었다. 미라가 신호를 보냈더니 선실에서 푸른 등불이 한 번, 두 번 깜빡였다. 배는 무사했다. 수리소에서 곧장 거울만으로 향할 수는 없었다. 바람이 불 때만 항구가 생기는 곳이라, 지금 들어가면 배가 아니라 소금 바닥을 만날 수도 있었다. 시엘은 소금 제분소에서 침묵 등대가 보였던 시각과 오늘 밤의 바람 방향을 비교했다. “여기서 보면 등대가 진짜 동쪽에 있어야 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런데 울린 소리는 서쪽에서 왔죠.” 테온이 반쪽 왕관을 꺼내 소리를 들은 방향으로 돌렸다. 일곱 번째 도장이 조용히 떨렸다. 나는 그 반응이 방향의 증거라고 바로 적지 않았다. 테온이 직접 느낀 진동과 시엘이 관측한 소리를 별개로 적었다. 키오는 우편통 속에서 젖은 편지를 꺼냈다. 그는 더 이상 물건을 꼭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봉인을 뜯기 전에 나를 보며 말했다. “이게 그 배에서 온 거라면, 받아야 할 사람을 찾았을 때 읽어야 하겠죠?” “그래. 하지만 지금 배와 사람의 안전이 걸려 있다면 봉인 겉면에 있는 발송 정보부터 볼 수 있어.” 봉인에는 받은 사람의 이름이 없었고, 대신 작은 나침반 두 개가 겹쳐 찍혀 있었다. 미라는 그 문양을 보자 입술을 깨물었다. 어릴 적 동생과 함께 배웠던 항해반의 오래된 표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같은 표식을 쓰는 사람이 여럿 있었고, 동생이 이 편지를 보냈다는 증거는 없었다. “동생 이름을 아직 묻지 않아도 되나요?”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라는 잠깐 침묵했다. “내가 제대로 말할 수 있을 때요. 지금은 그 이름이 있는 모든 것에 달려가고 싶어져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찾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름으로만 확인하면 다른 사람을 잘못 데려올 수도 있었다. 미라는 항해일지에 동생이 마지막으로 직접 확인된 날짜만 적었다. 이름란은 비어 있었다. 수리소를 나설 때 세린에게서 작은 쪽지가 왔다. 선실의 화상 입은 조난자가 저녁 식사를 조금 했고, 다친 손의 붕대도 갈았다고 했다. 미라는 쪽지를 확인하고서야 외투의 단추를 잠갔다. 대륙 한가운데서 낡은 항로를 찾는 동안에도 배에 남겨 둔 사람들의 안전을 잊지 않는 것이 그녀다운 방식이었다. 나는 그 기록을 항해일지 뒷장에 덧붙였다. 우리가 지금 쫓는 열두 해 전의 비밀보다 오늘 밤 살아 있는 사람의 식사 한 끼가 먼저일 때도 있었다. 우리는 제분소로 돌아가 나엘과 함께 야간 조류를 재었다. 상단은 정오에 자료를 압수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밤이었다. 나엘은 자신의 열쇠로 수문을 고정하고, 오렌은 기름병에 남은 빛을 물 위에 비췄다. 수로 한복판에서 흰색 선이 나타났다. 낮에 우리가 본 목선의 길과 달랐다. 선은 서쪽의 오래된 제방으로 향했고, 그 끝에서 수많은 작은 불빛이 번쩍였다. 한 척의 배가 아니라 오래된 계류등들이었다. “저렇게 많은 등이 왜 한꺼번에 켜지죠?” 테온이 물었다. 오렌은 쇠사슬을 만졌다. “예전엔 항로의 입구마다 한 사람씩 서서 등불을 들었어. 배가 돌아올 때까지 빈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오래된 길드가 그걸 지워 버렸지.” “그래서 빈자리 보전금이 나온 건가.” 나는 중얼거렸다. “등불을 들던 사람들은 지우고 빈자리의 가격만 남겼군.” 나엘이 손에 든 옛 출납 장부를 펼쳤다. 실제로 가장 오래된 항구 기록의 비용 항목은 ‘대기 인부 일당’이었다. 그다음에는 ‘귀환자 안내료’, 더 나중에는 ‘미귀환자 보전금’으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금액이 늘어난 건 확실했지만, 같은 비용이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것인지는 따로 조사해야 했다. 해안에 짙은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미라가 밧줄을 풀고 앞장섰다. 나는 오늘 확인한 계류등 사이의 간격과 오렌이 직접 지나온 길만 별가루 지도에 옮겼다. 어둠 속의 은선이 생각보다 느리게 나타났다.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뜻이었다. “지도가 늦군요.” 테온이 말했다. “제 지도도 야근에는 수당을 요구하는 모양입니다.” “그런 건 내 나라에도 없었어.” “그럼 멸망 전부터 노동환경이 열악했군요.” 우리가 제방 끝에 도달했을 때, 검은 물 위로 오래된 바지선 한 척이 떠올랐다. 뱃전에는 루메르의 닻 문양과 백동상회 이전의 창고 인장이 함께 붙어 있었다. 이 배가 일곱 번째 배인지는 아직 몰랐다. 하지만 나엘이 보여 준 출납 기록의 마지막 서명란과 형태가 같았다. 갑판에는 사람보다 먼저 장부가 있었다. 유리 뚜껑이 달린 작은 보관함 속에 선박 출입표가 접혀 있었다. 봉인에는 '등대지기 공동 입회'라는 글이 남아 있었다. 오렌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여러 사람의 손글씨가 겹쳐진 문장을 손끝으로 따라갔다. “이건 내가 알던 방식이야. 마지막 선적은 한 사람이 혼자 확정하지 못하도록 했지.” 미라와 나는 보관함 주위를 조사했다. 봉인이 망가지지 않았고, 도난 흔적도 없었다. 당장 뜯는 대신 오렌과 나엘이 함께 외부의 날짜와 상태를 기록했다. 나중에 정식 입회에서 열어도 원본이 바뀌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였다. 그때 바지선 안쪽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동시에 멈췄다. 미라가 선실 문에 손을 댔지만 밀지는 않았다. 그 대신 짧게 두드렸다. “여기 누구 있나요? 밖에 구조할 사람들이 있어요.” 잠시 뒤 문틈으로 낡은 노트 한 권이 밀려 나왔다. 표지에는 손바닥 모양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노트 안쪽 첫 장에는 열두 해 전의 날짜가 적혀 있었고, 마지막 장에는 오늘의 날짜가 있었다. 그 사이 수십 장은 통째로 비어 있었다. 종이가 뜯긴 흔적도 없었다. 누군가 아예 적지 않은 듯했다. 마지막 장의 문장 하나만큼은 선명했다. ‘돌아온 사람은 둘. 기다린 사람은 일곱. 일곱을 승객이라고 적지 말 것.’ “기다린 사람이 일곱이면,” 헤론이 중얼거렸다. “상단의 미귀환자 일곱은 도대체 누구였던 거지?” 선실 안의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침묵 등대에서 고동이 한 번 더 울렸다. 이번에는 그 소리를 바로 앞에서 들을 수 있었다. 바지선의 바닥 아래에서 울린 것이었다. 오렌이 눈을 감았다. “등대가 뱃속으로 옮겨졌군. 누군가 길을 지우지 못하게 하려고.” 나는 그의 말을 곧장 사실로 적지 않았다. 다만 바지선에 실제로 고동 장치가 있다는 것, 대기 인부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 선실 안에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록했다. 미라가 선실에 다시 물었다. “밖으로 나오고 싶으신가요?” 오래 기다린 뒤 안쪽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은 아니에요. 먼저 그 배가 어디로 돌아가는지 확인해 줘요.” 나는 비어 있는 종이를 내려다봤다. 일곱 번째 배는 어쩌면 떠난 배가 아니라, 돌아오는 사람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장소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 그 기다림을 항구세로 바꿔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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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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