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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23화
PAYLUA ORIGINAL · 제23화

어제 출항한 배의 오늘 승객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695자

오프라인 책장
무장한 상단 경비원에게 세금계산서를 보여 주면 칼날이 무뎌질까. 내 경험상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상대가 계산서를 읽는 동안 도망칠 시간은 조금 벌 수 있다. 나는 서류를 두 손으로 펴 들었다. 앞에 선 검객은 검집에서 손을 떼지 않았고, 미라는 밧줄 매듭을 풀었다. “미귀환자 일곱 명을 근거로 통행료를 걷으셨죠?” 내가 물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탑승 예정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승객이 실제로 배에 올랐다는 선장의 확인란은 비어 있고요.” “계약상 예정 인원도 비용이 발생한다.” 경비대장이 대꾸했다. “그럼 예정 인원과 실종 인원을 같은 칸에 넣지 마세요. 제 수첩은 글자를 구별합니다.” 그가 잠깐 말을 잃은 사이 나엘이 수문으로 달려갔다. 두 번째 종이 울리자 물살이 목선의 선미를 떠밀었다. 미라는 밧줄을 던져 계류기둥과 배를 묶었지만 바닥의 다른 날과 오늘의 수위가 엇갈리고 있었다. “레이븐! 사람이 탔는지 먼저 봐요!” 나는 빈 의자로 뛰어갔다. 젖은 발자국이 끝나는 자리에 작은 황동 단추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가장자리에는 루메르 항만의 톱니 모양이 새겨져 있었고, 뒤쪽에는 배가 접안한 연도 대신 시간을 나타내는 짧은 선 두 개가 그어져 있었다. 이 물건이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경비대장이 손을 뻗어 단추를 빼앗으려 했다. 테온이 그 앞을 막았다. 왕자라는 호칭은 쓰지 않았지만 그가 검을 뽑는 자세만큼은 왕궁에서 배운 것이 분명했다. “증거물을 직접 가져오시오.” 테온이 말했다. “빼앗지 말고.” “망한 왕국의 왕자가 여기서 명령할 처지인가?” “내 나라가 사라졌어도 당신이 무례하다는 사실은 남아 있군.” 나는 그 말에 웃을 뻔하다가 수문의 떨림을 느꼈다. 낡은 하역대 아래의 돌이 갈라졌고 물이 양쪽으로 빠르게 갈라졌다. 지도 위에 나타난 선은 갑자기 두 개가 되었다. 한 줄은 현재의 배를 가리켰고 다른 줄은 허공을 향했다. “저 선은 뭔가요?” 키오가 물었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어제의 계류로일 거야.” “그럼 저기 배가 하나 더 있다는 거예요?” 대답하기 전에 고동이 울렸다. 수로 반대편의 흐릿한 창고 사이로 두 번째 목선이 나타났다. 첫 배와 모양은 비슷했지만 선체의 못이 새것이었고, 돛에는 검은 별이 아닌 하얀 물방울이 그려져 있었다. 선미의 작은 현판에는 ‘미발송’이라고 적혀 있었다. 상단 경비대장도 그것을 보자 당황했다. 그가 손짓하자 부하들이 수레에서 화살을 꺼냈다. 미라는 즉시 소리쳤다. “쏘지 마! 사람 있는지 확인도 안 했잖아!” “저 배는 폐기 대상으로 등록됐다!” “서류가 젖으면 종이가 가라앉는 건 알겠는데,” 내가 외쳤다. “사람까지 함께 가라앉혀야 합니까?” 헤론은 천문도를 배의 방향과 맞췄다. 그는 두 배의 그림자가 달랐다고 했다. 지금 수로에는 정오의 햇빛이 내리쬐었지만 두 번째 배의 그림자는 긴 새벽처럼 서쪽으로 누워 있었다. 미라는 그 길을 오늘의 물길과 바로 이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닿을 수 있는지부터 측정해요. 거리가 같아 보여도 수심이 다를 수 있어요.” 나엘이 수문 아래에서 돌아와 소리쳤다. “밸브를 중립에 고정했어요! 하지만 한 차례밖에 버티지 못해요.” 우리는 상단 경비대에게 밧줄을 붙잡으라고 요구했다. 그들은 거절했다. 그러자 나엘이 발밑의 수문 손잡이를 가리켰다. 그들이 내보내려는 목선이 가라앉으면 경비대의 수레가 서 있는 길도 함께 잠길 터였다. 경비대장은 그제야 밧줄을 잡게 했다. 미라는 먼저 빈 나무통을 두 번째 배에 띄웠다. 통은 중간에서 거꾸로 흘렀다가 잠깐 멈추더니 새벽 그림자 쪽으로 당겨졌다. 위험했지만 통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시엘이 측량자를 뻗어 현재의 하역대와 옛 계류기둥 사이에서 같은 높이의 돌을 찾았다. 나는 두 사람이 직접 확인한 거리만 지도에 옮겼다. 종이는 끝까지 선을 그으라고 유혹하는 듯 은빛을 번쩍였으나, 나는 빈칸을 남겼다. 미라가 그 빈칸 앞에 닿을 때까지 기다렸다. “여기서 한 걸음 더는 안 돼요!” 그녀가 소리쳤다. “이쪽은 물이 아니라 어제의 물길이에요!” 바로 그때 두 번째 배의 선실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오래 망설이다 세 번째. 사람이 두드리는 소리였다. 테온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루메르 선적패를 꺼내 높이 들었다. “안에 누구 있소? 나오는 길을 확인하고 있소!” 선실 안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희는 아직 안 탔어요.” 그 순간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눈앞에 분명 배가 있는데 승객은 아직 타지 않았다는 대답. 하지만 그 말이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는 출항 전의 시간이 출항 후의 배와 겹치기도 했다. “그럼 지금 어디 있니?” 내가 물었다. “내일의 선착장에요. 어른들이 오늘 저희를 다 탄 사람으로 적으려고 해요.” 키오가 우편통을 꽉 쥐었다. 그 소년은 처음 배에 나타난 우편통을 누가 보냈는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키오에게 질문을 넘기지 않았다. 안쪽의 아이가 지금 말할 수 있는 범위부터 물었다. “이름을 안 말해도 돼. 네가 직접 보는 건 뭔지 알려 줄래?” “파란 기둥 두 개요. 벽에 숫자 일곱이 있고, 바닥에 안개가 들어와요.” 시엘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제분소 오래된 도면에 파란 기둥이 표시된 곳이 있었다. 서쪽의 폐쇄된 저류창고. 현재는 단단한 바닥이지만 예전에는 배를 대던 공간이었다. “저류창고에 현재 들어갈 길이 있어요!” 시엘이 외쳤다. 미라는 선실 문을 억지로 열지 않고 되돌아왔다. 우리는 젖은 단추와 선적패, 아이의 말을 각각 따로 적었다. 경비대장이 배를 폐기하라고 다시 명령했지만 나엘은 수문 기록의 빈 확인란을 보여 주며 거절했다. 운영자의 직접 확인 없이 수문을 열면 자신이 사고 책임자로 남는다는 이유였다. 나는 제법 마음에 들었다. 이 세상에서도 규정이 가끔은 사람을 살렸다. 그 전에 나는 등록된 발송자란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남의 필체를 흉내 낸 글은 내 글씨와 상당히 비슷했지만, 내 이름의 마지막 획이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뻗어 있었다. 나는 늘 급하게 쓰는 바람에 그 획을 짧게 끊는다. 이 미세한 차이를 기록해 두었다. 헤론은 그 흔적을 보며 말했다. “한두 획이 다르다고 위조라고 증명할 수는 없네.” “알고 있습니다. 대신 누가 어떤 필체를 보고 따라 썼는지는 조사할 수 있겠죠.” 나엘은 항구 사무실에 남은 옛 직원명부에 지도 제작자라는 직책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발송 승인권은 내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세상에 어째서 낯선 책임만 이토록 친절하게 배달되는지 궁금했다. 키오는 발송 기록의 원본을 건네받아 비닐 대신 기름종이 사이에 끼웠다. 소년은 우편을 다루는 손만큼은 매우 신중했다. 우리는 저류창고로 향했다. 하역대 뒤의 좁은 돌길은 시엘의 지도에만 표시돼 있었다. 미라가 두 번 발로 두드려 안전을 확인하고 앞섰다. 키오는 끝까지 목선을 돌아보았다. “아저씨, 저 안의 애가 진짜 여기 있는 거죠?” “목소리는 들었어.” 나는 대답했다. “어디 있는지는 이제부터 확인해야지.” 창고에 도착하자 녹슨 쇠문 안쪽에서 같은 노크 소리가 났다. 세 번. 나는 손을 문에 대고 말했다. “우리는 여기 도착했어.” 그런데 안쪽에서 돌아온 목소리는 조금 달랐다. 먼저 들었던 아이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였다. “너무 늦었어요.” 여자가 말했다. “오늘 그 애들을 출항시킨 사람의 이름이 방금 등록됐거든요.” 쇠문 위의 새 명패에 검은 먹이 번졌다. 등록된 발송인 이름은 ‘레이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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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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