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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22화
PAYLUA ORIGINAL · 제22화

빈자리에도 항구세를 받습니다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604자

오프라인 책장
여백의 항구로 가는 배를 발견한 지 열 분 만에 나는 세금 신고서를 받았다. 문제는 그 열 분 동안 우리가 항구에 도착하지도, 배에 타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제분소의 부서진 벽 너머에서 노란 외투를 입은 여자가 나타나더니, 우리 손에 작은 종이뭉치를 쥐여 주었다. “선박 접안세, 경계 확인료, 빈자리 보전금.” “마지막 건 뭡니까?” 내가 물었다. “돌아올 손님을 위해 비워 둔 자리는 누군가 관리해야지요.” “아직 누가 돌아올지도 모르는데요.” “그러니까 관리비가 더 듭니다.”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땅이 걸어 다니는 나라에서도 세금을 걷는 방법만은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여자는 자신을 나엘이라고 소개했다. 서식에는 ‘여백항 임시 징수관’이라고 적혀 있었으나 발급 관청의 주소는 빈칸이었다. 미라는 바늘 끝으로 종이 뒷면의 인장을 긁었다. 인장은 관공서 것이 아니라 백동상회의 거친 동전 무늬와 닮아 있었다. “당신 상단 직원이에요?” 미라가 물었다. 나엘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계약직입니다. 고용주를 바꿔도 세금은 세금이지요.” “고용주를 바꾸면 보통 월급이 바뀝니다.” 내가 말했다. “왜 그쪽은 첫인사부터 사람을 슬프게 하세요?” 그녀는 종이를 회수하려 했지만 내가 먼저 두 장을 분리했다. 하나는 시엘의 서명이 인쇄된 옛 측량 보증서였다. 시엘은 그런 서류에 서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에는 ‘미귀환자 일곱’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이름란은 비어 있었고, 각 빈칸에 똑같은 금액이 부과되어 있었다. “이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내가 물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그걸 어떻게 압니까?” “돌아왔으면 미귀환자로 적히지 않았겠죠.” 논리가 둥근 고리처럼 자기 꼬리를 물었다. 헤론이 헛기침을 하며 나를 뒤로 물렸다. 그는 오래된 선적패에 남은 루메르의 글씨를 보여 주었다. 나엘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그 물건은 어디서 났습니까?” “여기 부두에서요. 직접 보시겠습니까?” 나엘은 하역대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녀는 수로가 보이는 자리에서 멈췄다. 물이 밀려 나올 때마다 그림자가 깊어졌다. 노란 외투 안쪽의 주머니에서 시계 소리가 났다. 우리는 그 소리가 일정한 간격이 아니라 수로의 움직임에 맞춰 끊긴다는 걸 알아챘다. 테온이 선적패를 들고 조용히 물었다. “루메르의 선박이 이 항구에 들어온 적이 있소?” “기록에는 있습니다.” 나엘이 답했다. “하지만 기록이 곧 사실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보여 주시오.” “열람료가 있습니다.” 테온은 잠깐 눈을 감았다. “우리 나라가 망하지 않았으면 왕실 재정으로—” “전하,” 내가 말을 끊었다. “왕실이 망한 날부터 무료 열람권도 같이 사라졌을 겁니다.” “그게 왜 이렇게 현실적이냐?” 그 전에 나엘은 오래된 장부를 접어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손등에 잉크 자국과 밧줄에 쓸린 흔적이 있었다. 세금을 걷는 사람이라기보다 항구를 겨우 움직이게 하는 정비사에 가까웠다. “월급은 제때 나옵니까?” 내가 물었다. “지난달 것도 못 받았어요.” “그런데 임시 운영권이 회수되면 책임은 다 떠안으라고 하겠죠.” 나엘은 뭔가 말하려다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녀를 상단의 공범이라고 곧장 분류할 수 없었다. 그녀가 징수에 참여한 건 사실이지만, 사람 이름 대신 숫자가 내려오는 구조를 결정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각자의 역할을 정확히 구분해야 했다. 테온은 징수대 옆에 쌓인 빈 영수증을 세었다. 일곱 장마다 색이 달랐고 색이 바뀌는 구간마다 서명이 하나씩 비어 있었다. 시엘은 그것이 실제 선박 접안 날짜와 맞는지 옛 조수표를 꺼내 대조했다. 두 기록은 세 번이나 어긋났다. 우리는 일치하지 않는 날짜를 선으로 긋지 않고 옆에 따로 적어 두었다. 우리는 돈 대신 현장 검증을 제안했다. 나엘이 주장하는 일곱 빈자리가 실제로 존재했던 좌석이라면, 부두의 선박 계측 기록이 있어야 했다. 미라는 제분소 벽의 물높이와 선체에 남은 마모 자국을 재고, 시엘은 옛 지도에 그려진 계류기둥 간격을 대조했다. 나엘은 한동안 말이 없더니 계약서 아래의 작은 문구를 손톱으로 눌렀다. ‘미귀환자의 이름은 보관권자의 승인 전 공개 불가.’ “저도 이름을 몰라요.” 그녀가 말했다. “명부는 백동상회가 갖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숫자만 내려와요. 한 사람이 두 번 기록됐는지, 아예 사람이 없었는지 알 길이 없어요.” “그런데 돈은 걷고 있군요.” “제가 오늘 일을 안 하면 내일 이 길이 닫힙니다. 상회가 준 기름으로 수문을 돌리거든요.” 나는 나엘을 다시 살폈다. 신발 가장자리에 작은 화상 흔적이 있었다. 물속에서 밸브를 만지다 데인 자국 같았다. 단순한 징수원이라고 보기엔 손마디가 너무 거칠었다. 미라가 기름통 뚜껑을 열었다. 안에 든 것은 등대에서 쓰는 평범한 기름이었다. 나엘은 불안한 눈으로 수문 쪽을 돌아봤다. “오늘은 수문이 두 번 닫힐 예정이에요. 두 번째에 물길이 바뀌면 목선도 못 돌아옵니다.” “누가 예정을 정했죠?” 헤론이 물었다. “백동상회의 경계 조정표입니다. 지난달부터 관측소보다 먼저 도착합니다.” 헤론은 목소리를 낮췄다. “천문 관측보다 먼저 낙성 위치를 안다는 건가?” “정확히는 그쪽에서 정한 위치를 예보라고 부르는 거예요.” 나엘이 답했다. 우리는 수로를 지키는 임시 작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나엘은 서류 위에 ‘무상 현장 입회’라고 적었다. 나는 ‘무상’이란 단어를 두 번 확인했다. 상단이 이를 나중에 기부로 처리해 또 다른 비용을 만들까 봐서였다. 제분소 안쪽 수문에는 장부 조각이 끼어 있었다. 물에 젖은 종이의 가장자리에는 낯익은 숫자 370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같은 줄에서 검은 먹이 문질러진 자리를 비추자 훨씬 작은 글씨가 드러났다. ‘탑승 예정’이라는 단어였다. “미귀환자가 아니라 예정된 승객일 수도 있겠네요.” 내가 말했다. “그리고 그 예정은 실행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시엘이 덧붙였다. 나엘은 오래도록 장부 조각을 보았다. 그러더니 자기 가슴에서 작은 놋쇠 열쇠를 풀었다. “제 남동생도 저 일곱 명 중 하나로 처리돼 있어요. 그런데 실종된 날, 그 아이는 저랑 집에서 밥을 먹었어요.”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숫자가 사람을 대신하는 순간 얼마나 손쉽게 삶을 빼앗는지, 나엘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때 제분소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검은 바퀴가 달린 상단 수레 두 대가 도착했다. 선두에는 백동상회의 문장이 매달려 있었다. 브라크는 없었지만 그와 같은 검은 별 모양의 밀랍 봉인이 수레 문에 붙어 있었다. 수레에서 내린 사내가 호령했다. “여백항 임시 운영권 회수다. 명부와 열쇠를 넘겨라.” 나엘이 뒤로 물러났다. 미라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열쇠를 빼앗는 대신, 젖은 장부를 한 장 더 펼쳤다. “잠깐만요.” 내가 외쳤다. “아직 이 항구의 세금부터 계산이 안 맞습니다.” 사내의 눈이 가늘어졌다. “넌 누구지?” “영수증을 읽는 지도 제작자입니다. 대부분 아주 불편해하시더군요.” 그의 손이 검집으로 향했다. 동시에 제분소 바닥 밑에서 두 번째 수문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물결이 반대로 흐르기 시작했다. 빈 의자 위에 남았던 젖은 발자국이 수로 쪽으로 이어졌다. 그 발자국은 우리 가운데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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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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