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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21화
PAYLUA ORIGINAL · 제21화

여백의 항구는 빈 종이에만 나타난다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737자

오프라인 책장
내가 지도 제작자가 된 뒤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문구는 ‘지도에 없는 곳’이었다. 지도가 부정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장소 자체가 없다는 뜻이라면, 길 안내를 업으로 삼는 나는 어디서 월급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엘루안 북쪽 관측소의 새벽은 종소리로 시작됐다. 세 번 울린 종이 전날의 마지막 세 번과 같은 소리인지는 몰랐다. 관측사 마르켄은 종을 직접 치고도 확신하지 못했다. 별락 대륙에서는 어제의 소리가 오늘의 종탑에서 울리는 일이 있었다. “여백의 항구라는 지명이 공식 해도에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마르켄은 돋보기를 벗고 찻잔에 떨어진 소금 결정을 건져 냈다. “없네. 그래도 항구세 징수 기록에는 있지.” “그렇다면 누군가 실존하지 않는 항구에서 세금부터 걷는군요. 매우 선진적인 행정입니다.” 미라가 내 머리를 가볍게 쳤다. “빈정대기 전에 길부터 찾죠.” 그녀는 밤새 손질한 항해일지를 탁자에 펼쳤다. '어제의 파도'는 엘루안 남쪽의 수심이 안정된 만에 정박해 있었다. 세린과 얼굴을 가린 조난자는 선실에 남았고, 미라는 등불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배를 옮기기 전엔 반드시 오늘의 조류를 다시 확인할 계획이었다. 시엘은 수리소에서 가져온 두 장의 해안 측량도를 내밀었다. 한 장에는 엘루안 북쪽에 소금 제분소가 있었다. 다른 한 장에는 같은 자리에 바다가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둘 다 작성 날짜와 입회인이 적혀 있었다. 같은 날 다른 시간의 지도였다. “이쪽이 여백의 항구로 가는 길일까요?” 테온이 물었다. “그랬던 길입니다.” 시엘이 대답했다. “오늘 열려 있을지는 모르죠.” 나는 십이 년 전에 맡겨졌다는 빈 지도를 펼쳤다. 거울만에서 보았던 어린 시절의 나와 필체가 비슷한 문장. 누가 보냈는지 모르는 지도통. 종이에는 여백의 항구라는 목적지 이름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여기에 내 멋대로 부두와 길을 그리면 무엇이 생길까. 아르켄에서 바닥에 엎질렀던 은빛 선은 내가 새로운 문을 창조한 게 아니라, 그때 실제로 연결될 수 있던 옛 골목을 잠시 드러낸 것이었다. “도착했다고 생각하고 그리면 안 되겠지.”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헤론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배우는 데 도시 하나가 필요했던 셈이지.” “좀 비싼 수업이었습니다.” 키오는 우편통을 껴안고 창가에 앉아 있었다. 그는 아침 식사로 나누어 준 빵을 반만 먹었다. 누군가의 이름이 적히지 않은 편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잠을 설친 모양이었다. 나는 그에게 지금 당장 우편통을 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소년은 빵 조각을 만지작거리다 조용히 물었다. “항구가 없으면 편지는 어디로 배달돼요?” “받을 사람이 확인될 때까지 제가 책임지고 안 잃어버리는 수밖에요. 우편 요금은 모르겠지만.” 출발하기 전 시엘은 수리소의 작은 나무판에 우리 이름과 돌아올 예상 시각을 적어 놓았다. 별락에서는 길이 움직여 귀환이 늦어질 수 있지만, 적어도 누군가 언제 어느 방향으로 떠났는지는 남겨야 했다. 키오는 자기 이름을 맨 아래에 조심스럽게 썼다. 글씨가 비뚤어지자 그가 지우개를 찾았다. “그대로 둬도 돼.” 내가 말했다. “네가 직접 쓴 걸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되니까.” 테온은 자기 이름 옆에 왕자라는 칭호를 빼고 ‘보행 확인’이라고 적었다. 미라는 밧줄 보관 위치와 등불 신호의 횟수를 기록했다. 헤론은 하늘에서 낙성 예정 지점이 이동하는 동안 위험해지는 골짜기에 붉은 표시를 했다. 우리는 새로운 땅으로 떠나기 전에, 돌아와야 할 사람들의 흔적부터 남겼다. 수리소를 나설 때 벨이 문밖까지 나왔다. 그녀는 로엔과 함께 그린 지도의 가장자리만 보여 주었다. “길이 바뀌면 이 부분을 틀렸다고 지우지 말아 주세요. 어제 저희가 여기서 돌아왔다는 건 진짜니까요.” 나는 그 말이 내게 주어진 하루치 숙제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해가 낮은 동안 제분소 쪽으로 걸었다. 시엘은 벨과 로엔을 수리소에 남겨 지도를 따로 보관하게 했다. 두 아이는 구조됐다고 해서 당장 또 위험한 길에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로엔이 그린 거울만의 부두와 벨이 기억하는 소금 들판은 서로 다른 그림으로 접혀 있었다. 엘루안 외곽에는 길드가 세운 검은 목책이 있었다. 표지판은 이동하는 땅보다 더 위협적이었다. ‘미확인 경계 통과 금지. 통행 기록이 없는 자의 귀환은 보장하지 않음.’ 경비원은 우리의 서류를 차례로 보더니 테온의 이름 앞에서 멈췄다. “왕국 없는 왕자는 직업란을 뭐라고 쓰십니까?” “생존자.” 테온이 대답했다. 경비원은 당황했다. 서식의 직업란에는 생존자라는 항목이 없었다. 테온이 직접 ‘생존자이자 항로 증인’이라고 적었다. 나는 그 글자를 보고 괜히 웃음이 났다. 왕좌보다 먼저 자기 이름을 되찾는 방법도 있구나. 목책을 지나자 젖은 소금 냄새가 났다. 분명 마른 사막인데 바다에서만 나는 검은 해초 향이 섞였다. 미라는 걸음을 멈추고 길가의 돌을 만졌다. 손가락에 묻은 진흙이 아직 부드러웠다. “지난 밤 조수가 여기까지 왔어요.” “그런데 발자국은 없군요.” 내가 말했다. “물이 빠질 때 지워졌을 수도 있어요. 없다는 기록과 사라졌다는 기록은 다르죠.” 제분소는 바람개비 날개가 모두 부러진 건물이었다. 문틀 위에 세 개의 숫자가 있었다. 3, 7, 0. 미라의 은제 고리를 대자 마지막 숫자만 차갑게 식었다. 나는 기뻐하기보다 고리와 숫자의 닳은 자리를 각각 적었다. 상징이 일치한다는 사실은 연결의 이유가 아니었다. 건물 안쪽에는 뼈대뿐인 하역대가 있었다. 물에 닿았던 나무에는 소금띠가 일곱 겹 남아 있었다. 헤론은 겹마다 같은 간격으로 별락이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했다. 시엘이 가져온 옛 측량도에는 여기서 짐수레가 다녔다는 기록이 있었고, 미라의 해도에는 이곳을 지나가는 얕은 수로가 있었다. 서로 다른 날, 둘 다 실제로 존재했던 길이었다. 나는 도면 두 장을 겹쳐 하역대까지의 발걸음을 세었다. 미라가 직접 밧줄을 걸고 먼저 다녀왔다. 내 별가루 지도에 엷은 선 하나가 나타났다. 하지만 그 선은 부두에서 끝났다. 물 건너편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두까지만 확인됐네요.” “그럼 부두까지만 가면 돼요.” 미라가 말했다. “항해사는 물 없는 데서 바다를 고집하지 않아요.” 우리가 하역대에 올라서자 문득 발아래서 고동 소리가 들렸다. 바람개비 날개 하나가 천천히 움직였다. 빈 바닥에 물결 무늬가 생기더니, 목책 뒤에 없던 좁은 수로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 아래로 작은 목선이 밀려 나왔다. 뱃머리에는 배 이름이 없었다. 대신 요금표가 매달려 있었다. ‘여백의 항구행. 승객 수는 탑승 전에 결정하지 않는다.’ 나는 미라를 바라봤다. 미라는 빈 선실을 살폈다. 낡은 구조 밧줄, 물통 두 개, 그리고 누군가 오래 앉았던 듯 오목해진 나무 의자. 생명이 있는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때 물에 젖은 종이표 한 장이 내 발밑으로 떠올랐다. 뒷면에 어설픈 필체로 문장이 쓰여 있었다. ‘빈자리 하나를 남겨 두어라. 아직 돌아오는 사람이 있다.’ 테온이 물었다. “저 배에 타면 항구로 갈 수 있습니까?” “아직 모르겠습니다.” 나는 표를 접어 수첩 사이에 넣었다. “먼저 이 배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부터 확인하죠.” 목선 뒤쪽에는 금속으로 된 작은 선적패가 있었다. 누군가 지운 흔적 아래 마지막 두 글자가 남아 있었다. ‘루메르.’ 테온이 숨을 멈췄다. 멀리에서 종소리가 세 번 울렸다. 분명 엘루안의 새벽 종과 같은 음색이었지만, 지금 하늘에는 정오의 햇빛이 가득했다. 그리고 목선의 빈 의자 위로 젖은 발자국 하나가 천천히 생겼다. 누군가 방금 배에서 내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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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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