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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20화
PAYLUA ORIGINAL · 제20화

십이 년 전에 도착한 빈 지도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916자

오프라인 책장
별락 대륙에 들어와서 얻은 가장 확실한 사실은 이것이다. 이곳에는 길을 잃은 사람이 많고, 그 길을 팔아먹는 사람은 더 많다. 우리는 벨과 로엔을 시엘의 수리소에 무사히 데려다주었다. 두 아이는 서로의 지도에 작은 붉은 점을 찍고 잠이 들었다. 시엘은 밤새 그들의 기록을 따로 보관했다. 같은 장소를 서로 다르게 보았다는 이유로 한 아이의 지도만 남기고 다른 하나를 폐기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나는 빵을 두 조각 먹고 곧장 지도를 펼쳤다. 거울만에서 본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은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는 열두 살 때 큰 지도통을 들고 가게 앞에 서 있었던 날이 없다. 누군가 내 과거를 보여 준 건지, 나를 닮은 다른 사람이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괜찮아요?” 미라가 물었다. “어린 저를 봤다고 해서 지금 제가 둘이 되는 건 아니겠죠.” “둘이라면 급여도 두 배 받아야죠.” “그 말은 위로가 됩니다.” 미라는 웃다가 곧 진지해졌다. “그때 보인 사람이 정말 당신이었는지, 그 모습이 있던 날이 어느 날이었는지부터 찾아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지도 제작자는 확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확인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 말은 내가 가게 간판에 적어 두고도 지키기 어려웠던 직업윤리였다. 다음 날 아침, 시엘은 우리를 엘루안 측량도시로 안내했다. 도시라고는 하지만 여러 시기의 건물들이 나란히 붙은 긴 거리였다. 골목의 절반은 나무판자였고 나머지 절반은 깨진 유리로 덮여 있었다. 시계탑 세 개가 모두 다른 시간을 가리켰으며, 사람들은 자기 집 앞에 도착 날짜를 표시해 두었다. 시엘은 가장 오래된 구역을 가리켰다. “저기가 제로 관측소예요. 붙박이 별 0번의 눈금이 남은 곳이죠.” “나머지 3과 7은요?” “관측소가 움직일 때 나타나요. 지금은 0만 남았어요.” 테온은 관측소 옆의 문장을 읽었다. ‘어느 한 지도가 모든 날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는 그 문장을 두 번 읽고 입술을 깨물었다. 루메르의 지도 역시 한 장만 남았을 때 쉽게 지워졌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관측소 안에는 키가 작은 노인이 있었다. 잿빛 머리와 둥근 안경을 쓴 그는 우리를 보자 바로 책상을 정리했다. 이름은 마르켄. 별락 대륙에서 오래전부터 낙성 예보를 기록해 온 관측사였다. 그는 헤론의 이름을 듣더니 낡은 장부 하나를 꺼냈다. “왕립천문대의 헤론이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군.” “저도 아직 제 이름이 남아 있는 줄 몰랐네.” 헤론이 말했다. “추방된 이름은 오래 남지. 지우려는 사람이 많으니까.” 노인은 우리에게 별락 예보를 보여 주었다. 하늘에 떨어질 별의 크기와 예상 위치, 그곳에서 이동할 수 있는 지형이 표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런데 표의 맨 오른쪽 칸에 이상한 숫자가 있었다. 예상 이동 인원이었다. 땅이 움직일 때마다 실종되거나 기록에서 사라질 사람의 수를 미리 적어 둔 것이다. “이건 예보입니까, 선고입니까?” 내가 물었다. 마르켄은 얼굴을 찌푸렸다. “옛날에는 지형에 관한 수치만 적었어. 몇 해 전부터 백동상회에서 인원 칸을 넣기 시작했지. 항로 보험을 계산해야 한다면서.” “사람이 사라질 거라고 예측해서 보험료를 올린 겁니까?” “그렇다고 주장하지. 그런데 문제는 인원 수가 아니라 그 근거야.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계산에서 빠지거든.” 우리는 관측소를 나와 도시 북쪽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지도에서 사라진 거주 구역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 집을 떠나지 않았지만 시의 공식 경계도에는 집들이 표시되지 않았다. 어린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물이 흐르고 밥 냄새가 났다. 지도에는 그 자리가 흰 여백이었다. “이 사람들은 낙성이 오면 위험해요.” 시엘이 말했다. “공식 대피로에서 빠지니까.” “그럼 현재 지도에 넣으면 되겠군요.” “말로는 쉽죠. 허가받지 않은 길을 그리면 벌금이고, 허가받으려면 소유권 증명이 필요해요.” “집에 사는 사람이 있는데 소유권을 누가 증명해야 합니까?” 그녀는 대답 대신 주민들이 남긴 수기 지도를 내밀었다. 유리울의 출석부와 닮은 물건이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그린 골목과 우물이 모여 있었다. 어떤 사람은 집 앞에 키우는 나무를 표시했고, 어떤 아이는 학교까지 걸리는 발걸음 수를 세어 놓았다. 나는 그 지도들을 단순히 합쳐 하나의 '정답'을 만들지 않았다. 각 그림의 작성자와 날짜를 따로 적었다. 길이 겹치는 곳과 어긋나는 곳을 모두 표시했다. 그 과정에서 북쪽 우물과 오래된 배수로 사이에 일치하는 보행 흔적이 발견되었다. 지형이 오늘 아침에도 존재한다는 두 명 이상의 확인이었다. “지금 대피로 하나가 필요합니다.” 내가 말했다. “다음 낙성까지 열일곱 날쯤 남았지만, 땅이 바뀌는 건 오늘도 일어나니까요.” 우리는 주민들과 함께 해질 때까지 길을 표시했다. 미라는 긴 밧줄을 난간에 묶고, 테온은 아이들을 데리고 실제로 안전한 길을 걸어 보았다. 헤론은 수로의 수위를 재며 예전 기록과 비교했다. 길을 그리는 일은 펜만 잡는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몸이 지나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저녁에 관측소로 돌아왔을 때 마르켄은 우리가 그린 임시 대피로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시의 허가 없이 만든 지도군.” “네. 길이 하루 뒤에 또 바뀔 수 있어서요.” 그는 잠깐 웃더니 관측소의 공식 증인란에 이름을 적었다. “허가를 주는 건 아니야. 오늘 그 길을 내가 직접 확인했다는 기록일 뿐이지.” 그 한 줄이 필요했다. 사람을 보호하는 길이 행정의 위법 서류에 묻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증거였다. 밤이 되자 관측소의 구석에서 쇠문이 열렸다. 마르켄이 우리를 아래층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오래된 낙성 예보와 지도가 보관되어 있었다. 그런데 가장 깊은 선반에는 잉크가 전혀 없는 흰 지도통이 있었다. 지도통 끝에 작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레이븐의 정확한 지도 — 작성 당일 기준.’ 나는 한 발 물러났다. 그 문구는 내 가게 간판에만 있는 줄 알았다. 마르켄은 설명 대신 보관 대장을 펼쳤다. 지도통은 십이 년 전에 들어왔고 발신자는 기록되지 않았으며, 수령 예정일은 오늘로 되어 있었다. “이런 걸 왜 이제 보여 주십니까?” 내가 물었다. “오늘에서야 네 이름이 보존 대장에 나타났으니까.” 나는 지도통을 열었다. 안에는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지도 한 장이 있었다. 종이의 모서리에는 별가루가 아닌 검은 잉크로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첫 번째 낙성에서 지운 것은 도시가 아니다. 누구의 길을 그릴 권리인가를 지웠다.’ 글씨는 내 필체와 닮았지만 몇 획이 달랐다. 나는 그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내 손이 쓴 적 없는 글이었다. 그때 관측소 위층에서 종이 세 번 울렸다. 마르켄은 천장을 바라봤다. “낙성 예보가 당겨졌어.” 우리는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하늘의 검은 선이 이전보다 길어져 있었다. 별이 떨어질 자리를 누군가 미리 그린 것처럼 대륙 위로 휘어 있었다. 헤론이 천문도의 눈금을 확인했다. “열일곱 날이라고 적혔지만, 도착까지 열일곱 날이라는 뜻은 아니야. 낙성이 시작될 장소가 변하고 있어.” 미라가 내 손에서 빈 지도를 받아 들었다. 종이 가장자리가 서늘하게 빛났다. 3, 7, 0. 세 숫자의 위치가 처음과 달랐다. 서로 떨어져 있던 점들이 한 줄로 모이고 있었다. 나는 관측소의 가장 높은 창으로 걸어갔다. 먼 서쪽에 아르켄의 옛 원형 들판을 닮은 어두운 그림자가 보였다. 그곳에서 어떤 길이 시작되는 듯했다. 우리가 찾는 것은 사라진 왕국의 문만이 아니었다. 길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을 정하는 오래된 권한이기도 했다. “그럼 이번에는 어디로 가야 하죠?” 키오가 물었다. 나는 빈 지도통에 새로 찍힌 작은 표식을 보았다. 지도에는 처음으로 목적지 이름이 나타났다. [여백의 항구 — 낙성 전, 세 번째 기준점이 열리는 곳] 나는 가방끈을 다시 조였다. “항구로 갑시다. 이번엔 길값을 내기 전에, 누가 계산서를 만들었는지부터 물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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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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