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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9화
PAYLUA ORIGINAL · 제19화

거울만에서 돌아온 아이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775자

오프라인 책장
거울만의 항로를 찾으러 가는 일은 거울을 보러 가는 일과 달랐다. 거울은 대체로 정면에 있는 것을 비춘다. 거울만은 우리가 잃어버린 뒤쪽의 길만 비췄다. 시엘은 해질 무렵에만 나타나는 부두로 가려면 사막을 가로질러야 한다고 말했다. 배로 돌아가는 길은 훨씬 길었지만 미라는 세린과 화상 입은 남자에게 정박 위치를 바꾸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배가 안전한 위치에 있는지 확인한 뒤 우리와 합류했다. 테온은 벨을 수리소에 남겨 두려고 했으나, 소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로엔이 저를 기다릴지도 몰라요.” “로엔을 찾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위험합니다.” 테온이 말했다. 벨은 지도를 펴 보여 주었다. 자기가 기억하는 로엔의 발걸음에는 작은 특징이 있었다. 높은 곳을 지날 때마다 오른쪽으로 세 걸음 비켜 걷는다는 것이다. 어릴 때 다친 발목 탓이었다. 우리 중 누구도 알지 못한 단서였다. 결국 시엘이 벨을 데리고 안전한 뒤쪽에서 움직이기로 했다. 미라는 수평선에 보이는 검은 점을 살폈다. “저건 별이 아니라 별이 떨어질 자리를 미리 표시한 선이라고 했죠?” 헤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문도의 기존 눈금과 안 맞아. 누군가 낙성 예정지를 기록한 선이 하늘에 비친 것처럼 보여.” “누가 그렸는지도 알아낼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서명은 없네. 다만 별가루가 남긴 선이라면 오래된 관측과 맞춰 볼 수는 있지.” 거울만에 가까워질수록 소금 사막의 색이 변했다. 흰 소금 아래 검은 돌이 드러났고, 바위마다 다른 날짜가 새겨져 있었다. 어떤 돌은 내일의 날짜를 가리켰고 어떤 돌은 십이 년 전의 겨울을 가리켰다. 나는 눈에 보이는 돌을 모두 지도에 적지 않았다. 도장 하나가 찍혀 있다고 그날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해가 지기 직전 거울만은 매끈한 유리처럼 변했다. 무심코 몸을 굽혀 내 얼굴을 보려 했지만 수면에는 텅 빈 선착장만 비쳤다. 나는 세 번째로 내 신발 끝을 확인했다. 나는 여기에 서 있고, 내 발자국도 뒤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물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거울이라는 이름은 누가 붙였을까요?” 내가 물었다. 헤론이 말했다. “자기 얼굴을 보러 오는 사람은 실망하겠지만, 잃어버린 것을 찾는 사람은 다른 이름을 붙이겠지.” 미라는 부두에 나타나는 오래된 선박의 윤곽을 보며 턱을 굳혔다. 나는 그녀에게 동생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아직은 그 이름을 입 밖에 내기 어려운 듯했다. 테온은 반쪽 왕관을 꺼내 지도의 한쪽 모서리에 올렸다. 다른 쪽 반쪽은 가방 깊숙이 두었다. 물에 비친 왕관은 완전한 모양이었지만, 그의 손바닥에 있는 것은 여전히 부러진 금속이었다. 그런 차이를 확인하고도 우리는 쉽게 기뻐할 수 없었다. 해가 거의 지자 검은 돌 사이에서 물빛이 번졌다. 얕은 만이 생겼다. 거울처럼 평평한 수면에는 우리 얼굴이 비치지 않았다. 대신 낡은 부두와 오래된 범선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부두 끝에서 한 소년이 신발 한 짝을 흔들고 있었다. “로엔!” 벨이 외쳤다. 소년이 고개를 돌렸다. 나는 벨을 붙잡았다. “잠깐. 우리가 먼저 보이는 것을 확인하자.” 벨의 손이 떨렸다. “저거 로엔 맞아요. 걸을 때 오른발을 조금 끌어요.” “그렇다면 그 기록을 적어 둡시다. 확인하고 나서 가도 늦지 않아요.” 미라가 부두의 계단을 측정했고 시엘은 사막 쪽 기준점에 나무자를 고정했다. 헤론은 해가 넘어가는 시각을 적었다. 서로 다른 세 위치의 관측이 겹치자, 물 위에 좁은 돌길이 드러났다. 우리는 벨과 함께 그 길을 건넜다. 소년은 정말 로엔이었다. 그는 벨을 보자 울컥했지만 곧 주위를 살폈다. “빨리 돌아가야 해. 사람들이 들어오면 길이 또 바뀌어.” “누가 들어온다고?” 시엘이 물었다. 로엔은 뒤쪽 바다를 가리켰다. 그곳에서 낡은 범선의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배는 흰 돛을 달고 있었고, 선미에는 루메르 왕국의 문장이 있었다. 우리는 며칠 전 바다에서 보았던 새벽의 손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 배가 같은 선박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선체의 창문 수와 돛대 높이부터 달랐다. “저 배가 여기에 들어올 때마다 항구가 생겼다가 사라져요.” 로엔이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저 안에 타면 사라진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어요. 근데 난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테온이 무릎을 굽혀 소년의 눈높이를 맞췄다. “왜 믿지 않았지?” “배에 탄 사람이 다음번에 돌아왔을 때 저를 모르더라고요.” 그 말은 무서웠다. 돌아온 사람이 전과 같은 사람인지, 아니면 다른 날의 사람인지 알 수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지도에 로엔이 서 있던 돌계단을 표시했다. 그것만은 우리가 직접 확인했다. 그때 부두의 반대편에서 뱃고동이 울렸다. 미라가 몸을 굳혔다. 바다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작은 구명정이 나타났다. 그 안에는 얼굴을 가린 사람 둘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흰 천을 들어 올리자 미라의 눈빛이 변했다. “저 문장…… 동생이 쓰던 항해반 표식이에요.” “동생이란 증거는 아니죠.”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알아요.” 미라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서 더 가고 싶어요. 확인할 수 있잖아요.” 그녀는 우리가 돌아갈 길을 먼저 표시한 뒤 구명정 쪽으로 다가갔다. 나는 별가루 지도에 짧은 선 하나를 그렸다. 미라는 구명정 끝에 닿자 첫 질문으로 이름을 물었다. 상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바닥에 낡은 은제 고리 반쪽을 올렸다. 미라의 고리와 꼭 맞아 보였다. 하지만 한쪽 끝이 조금 다르게 닳아 있었다. 미라는 가져오지 않았다. 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추억을 섣불리 합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구명정의 노인이 작은 쪽지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루메르행 선박은 거울만에서 일곱 번 접수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접수인 이름은 매번 달랐다. 시각도 모두 달랐다. 다만 마지막 칸에 같은 항로 번호가 반복되었다. ‘370.’ 테온이 숨을 들이켰다. “왕실 소금창고의 번호도 370이었어.” 헤론은 고개를 저었다. “숫자가 같다는 것만으로 같은 곳이라 할 순 없네. 그러나 어디서 나왔는지는 조사할 이유가 있지.” 나는 종이를 수첩에 끼웠다. 그리고 구명정의 기록 번호를 베껴 썼다. 노인은 우리가 적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더니 배를 밀고 물안개 속으로 떠났다. 로엔과 벨은 돌아갈 준비를 했다. 시엘은 두 아이에게 각자 확인한 길을 그려 보라고 했다. 로엔의 지도에는 거울만의 부두가 있었고 벨의 지도에는 사막의 빈터가 있었다. 두 선은 우리가 처음 만난 돌계단에서 겹쳤다. 길이 완성되자 아이들은 그 길을 따라 안전하게 사막으로 돌아갔다. 나는 잠시 부두에 남아 거울만의 수면을 바라봤다. 내 얼굴은 끝내 비치지 않았다. 대신 아르켄의 낡은 지도 골목이 나타났다. 가게 앞에 어린 내가 서 있었다. 나이는 대략 열두 살쯤이었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커다란 지도통을 들고 있었다. “레이븐?” 미라가 불렀다. 나는 입을 열려다 멈췄다. 그 모습은 내가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내가 직접 가게 간판에 써 넣은 '작성 당일 기준'이라는 글씨를 똑같이 썼다. 나는 그 장면을 기록하지 않고 먼저 시간을 확인했다. 거울만의 바람이 멎었다. 곧 부두가 사라질 것이다. 그때 헤론의 천문도에서 검은 선 하나가 꿈틀거렸다. 낙성의 예정 위치가 또 한 칸 움직였다. “레이븐, 지금 돌아오게.” 나는 마지막으로 수면을 보았다. 어린 나의 그림자가 지도통에서 종이를 한 장 꺼냈다. 종이 가장자리에는 내가 요즘 보는 것과 똑같은 예언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별이 떨어지는 날, 지도를 그린 자가 세계를 지운다.’ 바다는 그대로인데 내 손바닥이 차가워졌다. 나는 내가 예언을 처음 본 사람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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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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