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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8화
PAYLUA ORIGINAL · 제18화

길을 사려는 자들의 발자국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715자

오프라인 책장
돈을 많이 버는 사람과 길을 잘 아는 사람이 반드시 같은 사람은 아니다. 백동상회의 단장 브라크는 그 사실을 보여 주는 완벽한 사례였다. 그는 별락 대륙의 모든 길을 거래한다며 큰소리를 쳤지만, 자기 구두가 언제 소금 사막을 건넜는지 묻자 반박부터 했다. “상단장의 신발을 조사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소?” “없습니다.” 나는 인정했다. “다만 어린 실종자의 발자국과 비슷해 보이기에 물어보는 거예요. 답하지 않으시면 제가 따로 확인하겠습니다.” 그는 손을 뒤로 감췄다. 너무 늦었다. 나는 이미 그의 구두 뒤축에 찍힌 세 개의 톱니 자국을 보았다. 시엘이 보여 준 나무자의 톱니와 닮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죄를 단정할 수는 없었다. 같은 신발장인이 만든 구두일 수도 있었다. “그 애가 어디에 있습니까?” 시엘이 물었다. “실종 신고서가 우리 상단에 있다는 말이지, 아이가 우리에게 있다는 말은 아니오.” 브라크는 이번에는 정확한 구분을 했다. 돈을 받지 못할 상황에서만 정직해지는 상인은 흔치 않았다. 그가 몸을 돌리자 나는 테온에게 눈짓했다. 왕자는 아무 말 없이 상단의 수레 뒤로 움직였다. 미라는 내게 속삭였다. “당신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그럼 표정은 왜 이렇게 자신만만해요?” “계획 없는 걸 들키면 가격이 올라가니까요.” 우리는 브라크의 상단에 임시 측량 의뢰를 넣었다. 도착지도 없는 항로의 안전 검증이라는 조건이었다. 브라크는 처음에 경계했지만 수수료를 제시하자 금세 웃음을 되찾았다. 나는 계약서에서 길을 독점한다는 조항을 줄로 그었다. “이 조항은 제외하죠.” “그럼 거래가 안 됩니다.” “그래서 제가 실제로 돈을 낼 부분은 출발점 측량뿐입니다.” 브라크는 나를 두고 장사 못하는 사람이라고 중얼거렸다.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남이 걸어온 길에 통행금지 줄을 치는 사업을 시작하면 내 이름부터 지도에서 지워 버리고 싶을 것 같았다. 상단의 뒤편에는 길 안내표 수십 개가 쌓여 있었다. 가운데에는 별락 해안의 최신 경계도가 펼쳐져 있었다. 선들은 대부분 같은 방향으로 찍혀 있었다. 놀랍게도 그중 하나가 로엔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흰 언덕을 지나갔다. “저건 무슨 길입니까?” “폐쇄된 화물길이오.” 브라크가 대답했다. “사용하려면 통행증을 사야 하지.” 나는 그 길의 두께를 살폈다. 검은 잉크로 한 번 그린 다음, 그 위에 은가루가 덧칠되어 있었다. 누군가 진짜 길의 흔적을 흉내 낸 모양이었다. 하지만 별가루는 살아 있는 증언 없이 마음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두꺼운 가짜 선을 지도에 겹치자 내 펜끝이 미세하게 밀렸다. “이 길은 어느 날의 지형을 기준으로 했나요?” 브라크가 얼굴을 찌푸렸다. “우리 길드는 검증받은 기록만 판매하오.” “검증한 사람이 누구죠?” “백동상회 자체 검수단.” “그럼 감사는 누가 합니까?” “우리가.” “모든 문제에 정답이 같은 회사군요.” 미라가 웃음을 참다 기침했다. 브라크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그는 경호원 둘을 불러 우리와 지도 사이에 세웠다. 그때 바깥에서 테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이븐, 여기 좀 봐!” 수레 뒤편에는 사람의 신발이 가득했다. 작은 신발도 있었다. 테온은 아무것도 만지지 않고 가죽 바구니 하나를 가리켰다. 안에는 새것 같은 구두 세 켤레와 모양이 각기 다른 헌 구두 다섯 켤레가 섞여 있었다. 그중 한 짝에는 로엔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시엘이 달려와 구두를 보자 눈빛이 변했다. “로엔은 자기 신발에 이름을 안 새겨요. 길을 잃으면 신발을 서로 바꿔 신기 때문이죠.” 그 말이 중요했다. 물건에 새겨진 이름이 반드시 현재 주인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 나는 로엔의 출발 기록과 견습생들의 신발 교환 습관을 함께 적었다. “상단이 신발을 모은 이유가 뭡니까?” 내가 물었다. 브라크는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 “저 사람들을 내보내.” 미라가 단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싸우면 상단은 증거를 태우고 실종자는 더 멀어진다. 대신 나는 브라크에게 영수증을 요구했다. 그가 건넨 영수증에는 ‘경계 흔적 보관료’라는 항목이 적혀 있었다. “사람들이 잃은 신발과 이름을 보관하고 돈을 받는군요.” “길이 안정될 때까지 보관하는 것이오. 찾으러 오는 사람은 제값을 내고 가져가면 되지.” “그럼 로엔이 직접 찾으러 오면 돌려줄 겁니까?” 브라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이 침묵을 기록했다. 브라크의 수레에는 구두뿐 아니라 작은 좌표판도 있었다. 판마다 별락의 첫 해안과 사라진 해안이 겹쳐 있었다. 사람들의 소지품을 모아 서로 다른 날의 길을 잇는 기준으로 쓴 것이다. 문제는 그 주인들의 허락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헤론이 수레 아래로 손을 넣어 낡은 천 조각 하나를 꺼냈다. 검은 별이 실로 수놓여 있었다. 아브렌의 검집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표식이었다. 하지만 실의 색이 다른 만큼 곧장 같은 조직이라 결론 내릴 수는 없었다. “이 표식을 누가 보냈습니까?” 테온이 브라크에게 물었다. “경계조사국의 공식 허가를 받은 상단이라면 어디든 있소.” 브라크가 대답했다. “왕도가 옮겨 갔으니 이제 새 계약이 필요할 뿐.” 나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아르켄이 살아남아도 그 도시의 이름을 돈벌이 도장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여전히 있었다. 세계가 달라져도 장부의 칸은 늘 남았다. 브라크와 헤어진 뒤 미라는 줄곧 손잡이를 잡은 채 걸었다. 싸우고 싶어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싸우지 않은 걸 후회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거예요?” 내가 물었다. “그 자리에서 신발 상자를 들고 달렸겠죠. 그러면 경호원들이 쫓아오고, 키오는 사람들 틈에 넘어지고, 로엔을 찾을 기록도 없어지겠죠.” “그러니까 참은 거군요.” “참은 게 아니라 다음에 찾아갈 장소를 남긴 거예요.” 테온은 옆에서 못마땅하게 고개를 저었다. “왕실 근위대라면 압수 영장을 받을 텐데.” “왕자님, 여긴 왕실 관할이 아닙니다.” “이럴 때는 없는 왕국이 참 불편하군.” 그가 농담처럼 말했지만 우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테온은 자기 말의 무게를 아는 듯 수레 바퀴 자국을 한참 내려다봤다. 나는 그 자국을 지도에 표시했다. 도망가는 상단을 찾으려면 큰 깃발보다 바퀴 하나의 흠집이 더 믿을 만할 때가 있었다. 밤이 되자 우리는 시엘의 수리소로 돌아왔다. 벨은 로엔의 신발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거 로엔 거 아니에요. 로엔이 저한테 빌려 준 건데, 그날 서로 바꿔 신었어요.” 드디어 하나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종 장소에서 발견한 발자국의 주인이 반드시 로엔은 아니라는 것. 그러면 그곳에 남은 작은 그림자는 누굴까. 나는 시엘과 벨의 설명을 바탕으로 발자국의 방향을 다시 그렸다. 새로운 선 하나가 나타났다. 길은 흰 언덕을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상단이 보관한 구두들을 거쳐 남쪽의 낮은 부두로 이어졌다. “저기에는 뭐가 있습니까?” 시엘이 표정을 굳혔다. “거울만이요. 바람이 불 때만 항구가 나타나는 곳. 루메르행 배가 침몰했다는 기록이 남은 자리죠.” 미라가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별락 대륙의 하늘에 검은 점 하나가 커지고 있었다. 소금 사막이 가볍게 떨렸다. 헤론은 천문도를 들여다보고 말했다. “다음 낙성까지 열여덟 날. 그런데 저건 별이 아니야. 별이 떨어질 자리를 미리 그린 검은 선이네.” 나는 바닥에 새 지도를 펼쳤다. 거울만의 항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소년과 오래전 사라진 배의 기록이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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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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