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움직이고 배가 마른 땅을 지나가는 광경을 보고도 놀라지 않을 방법을 하나 알아냈다.
생각할 시간이 없게 계속 일을 하면 된다.
상행선은 모래 위에 검은 물길을 남기며 다가왔다. 노를 젓는 사람은 없었다. 낡은 배의 뱃전에는 시계가 줄줄이 매달려 있었고, 시계마다 서로 다른 정오를 가리켰다. 그중 가장 작은 시계 하나가 갑자기 멎었다. 단도가 그 순간 시엘의 나무자를 들어 올렸다.
“견습생들이 쓰던 자를 보여 줘.”
시엘은 자를 뻗었다. 배 아래에서 낡은 종이뭉치가 떠올랐다. 종이에는 두 견습생이 처음 길을 떠나기 전 찍었던 발자국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림 하나가 사라져 있었다. 오른쪽 신발 자국이 없었다.
“둘 중 하나가 길에서 떨어졌다는 뜻인가요?” 내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고, 이 배가 둘 중 한 사람의 날만 따라왔다는 뜻일 수도 있지.” 단도가 말했다.
미라는 밧줄을 준비했다. “탑승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죠?”
“배가 허락하는 만큼.”
“그건 규칙이 아니죠.”
미라의 차가운 말에 단도가 눈을 들었다. 마침내 단도는 배가 안전하게 실을 수 있는 무게와 배가 지나가는 시간의 길이를 설명했다. 살아 있는 사람이 네 명 이상 타면 배가 지나온 어제에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우리는 두 명만 보내기로 했다. 미라와 나였다.
“제가 가겠습니다.” 테온이 나섰다.
“왕자님, 그쪽은 길이 바뀌면 루메르의 기억부터 따라갈 수 있습니다.” 헤론이 말했다. “그 때문에 필요한 사람을 놓칠 수도 있어요.”
테온은 화를 내려다 말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나라를 찾는 마음을 구조에 끼워 넣어서는 안 된다는 걸 이해한 듯했다.
배에 오르자 발밑이 한 번 크게 흔들렸다. 시계들이 거꾸로 돌아가는 건 아니었다. 다만 바람이 닿을 때마다 종소리가 먼저 들리고, 나중에 금속 추가 움직였다. 나는 시간을 거슬러 가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날 사이의 좁은 틈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미라가 배의 뱃머리에서 손을 흔들었다. “레이븐, 여기 봐요.”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 하나는 소금 사막의 그늘로 향했고 다른 하나는 아무것도 없는 흰 언덕으로 이어졌다. 지도는 두 길 모두를 흐릿하게 표시했다. 나는 전자를 가리켰다. 왜냐하면 그 길에는 견습생들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목격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럼?”
“저 아이들이 남긴 자국, 시엘의 자, 단도가 보관한 지도를 같이 써야겠죠.”
나는 세 물건의 공통 지점만 겹쳐 그렸다. 은빛 선이 나타났다. 하지만 길을 넓힐 수는 없었다. 배가 지나갈 수 있는 폭만큼만 선이 고정되었다. 배가 그 선을 따라 움직였고 곧 좁은 선착장에 닿았다.
거기에는 어린 견습생 한 명이 앉아 있었다. 머리를 짧게 자른 아이는 낡은 지도에 작은 점들을 찍고 있었다. 미라가 이름을 묻자 아이는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벨이에요. 제가 여기 온 지 이틀 됐어요.”
시엘의 기록으로는 사흘이 지나 있었다. 나는 이름과 날짜를 모두 적었다. 그 차이를 지우지 않기 위해서였다.
“다른 아이는?” 미라가 물었다.
“로엔은 배를 놓쳤어요. 오늘 아침에 다른 길이 왔거든요.”
벨은 자기가 갖고 있던 흰 지도에 길 하나를 가리켰다. 로엔이 남긴 신발 끈이 그 길의 끝에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바위 너머에는 발자국이 없었다. 나는 무작정 다음 길을 이어 그리지 않았다. 벨이 아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그때 뒤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라가 손을 뻗었다. “둘 다 탈 수 있어요. 벨, 일단 가야 해요.”
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고개를 저었다. “로엔을 두고 갈 수는 없어요.”
“우리가 로엔을 찾으러 다시 올게요.”
“정말요?”
“선장 이름 걸고.”
미라의 말은 기름 냄새와 젖은 밧줄보다 단단했다. 벨이 배에 올랐다. 나는 로엔이 남긴 끈을 지도의 작은 주머니에 넣었다. 그건 위치를 알려 주는 증거가 아니라 나중에 로엔을 확인할 단서였다.
선착장을 떠날 때 배 뒤쪽에서 발소리가 났다. 흰 언덕 위에 누군가 서 있었다. 키가 작은 그림자가 손을 흔들었다. 나는 이름을 부르려다 멈췄다. 그 사람이 로엔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서둘러 현 위치와 시각을 기록했다.
수리소로 돌아오자 시엘은 벨을 끌어안고 한참 놓지 않았다. 단도도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견습생의 실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로엔이 있는 곳은 찾았습니까?” 시엘이 물었다.
“아니요. 다만 마지막으로 본 장소가 생겼어요. 다음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돌아온 벨은 제일 먼저 물을 마셨다. 시엘은 아이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그제야 화를 냈다. 돌아올 수 없는 길에 혼자 들어간 것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왜 안전하다는 장담을 믿었는지 물었다. 벨은 조용히 듣다가 입을 열었다.
“로엔이 혼자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안다고 네가 혼자 갈 필요는 없었어.”
“그럼 다음엔 같이 갈 사람을 찾을게요.”
시엘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속으로 그 대답을 마음에 들어 했다. 어린 견습생이 어른의 위험한 확신을 한 번에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조금씩 배우는 편이 낫다.
벨은 자기 지도에 새로운 표식을 그렸다. 붉은 점 하나는 자신이 구조된 곳, 파란 점 하나는 로엔이 보인 언덕이었다. 검은 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장소. 나는 검은 점을 지우지 않았다. 기록의 빈칸을 잘 보관하는 것도 지도 제작자의 일이었다.
그때 바깥에서 요란한 종소리가 울렸다. 별락 대륙의 상인단이 도착한 것이다. 그들의 수레에는 길을 파는 물건들이 가득했고, 단장은 창백한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내 지도 가방을 보자 반갑게 손을 벌렸다.
“귀한 손님이군요. 별가루 지도 제작자라니. 지도 한 장에 얼마를 받습니까?”
“정확도와 사용 시점에 따라 다릅니다.”
“그럼 이런 건 어떻습니까?”
그는 지갑에서 금화 열 닢을 꺼냈다. 내 가게의 반년치 수입이었다. “당신이 그린 길을 우리 상단에만 팔면 됩니다. 다른 사람은 그 길을 못 쓰게 하는 조건으로.”
내 손이 무심코 금화 쪽으로 갔다. 미라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봤다. 테온은 이를 악물었다. 시엘은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제가 그린 길이 제 물건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나는 물었다.
상단장은 눈썹을 올렸다. “당신이 그렸잖습니까.”
“그러니까요. 그렸다는 것과 소유한다는 게 같다면, 초상화 그리는 사람이 국왕을 소유할 수도 있겠군요.”
상단장은 웃지 않았다. 대신 그의 수레 뒤쪽에 적힌 회사명을 보여 주었다.
‘백동상회. 지도 및 출입권 독점 거래.’
그 글씨 아래에는 작은 별 하나가 검게 그려져 있었다. 나는 아르켄에서 보았던 아브렌의 검을 떠올렸다.
상단장이 미소 지었다. “안 사면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어린 견습생의 실종 신고서를 우리 쪽에서 보관하고 있어서요. 찾으려면 허가가 필요할 텐데.”
시엘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 애를 물건처럼 셈하지 마세요.”
상단장이 부채를 접었다. “물건이 아니니까 이름이 있는 겁니다. 이름이 있어야 거래도 되죠.”
나는 금화를 집어 들지 않았다. 대신 그의 발끝을 보았다. 새 가죽구두 한 짝의 밑창에 하얀 소금이 두껍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소금의 균열은 우리가 찾고 있는 로엔의 신발 자국과 이상할 만큼 닮아 있었다.
“사장님.” 내가 말했다. “구두는 어디서 샀습니까?”
제1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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