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6화
PAYLUA ORIGINAL · 제16화

백지 위의 첫 발자국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559자

오프라인 책장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넜는데 도착한 곳이 소금 사막이라면, 여행업계에는 반성할 일이 많다. 하지만 별락 대륙은 반성할 생각이 없었다. 우리가 발을 디딘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해안선은 서쪽으로 움직였고, 뒤를 돌아보니 배가 정박한 곳과 발자국을 남긴 곳 사이에 얕은 물길이 생겨 있었다. 시엘은 그 광경을 보고도 짐수레의 바퀴만 점검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돌아갈 수 없었겠군요.” 내가 말했다. “여기선 돌아갈 수 있는 길부터 표시해야 해요. 가는 길은 그다음이고.” “아르켄에서 배웠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같은 교훈을 다시 배워야 한다니 수강료가 아깝네요.” 시엘은 길 안내료를 받지 않는 대신 우리에게 기록을 부탁했다. 며칠 전에 사라진 측량 견습생들의 발자국을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사막 한복판에 나 있는 작은 발자국 둘은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선명했다. 그런데 두 발자국 모두 앞으로만 향하고 돌아온 흔적이 없었다. “길드는 사람들을 찾지 않나요?” 미라가 물었다. “찾아요. 다만 먼저 견습생들이 길드 보험에 가입했는지 확인하죠. 아직 미성년자들이라 보호자가 동의했는지도 따지고요. 그 사이에 땅은 세 번 바뀌었습니다.” 나는 시엘을 빤히 보았다. 그녀는 자기가 한 말이 얼마나 기막힌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난 얼굴이었다. 키오는 우편통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낡은 구두 밑창에는 새로 찍힌 소금 결정이 붙어 있었다. 그가 사막을 밟는 순간, 우편통의 인장이 희미하게 빛났다. 나는 그 사실을 보았지만 아직 묻지 않았다. 소년에게는 말할 준비가 필요했다. 테온은 견습생들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멈췄다. 왕자답지 않게 모래를 손으로 퍼 올리더니 신발 바닥에 털어 보았다. “소금이 오래됐어.” “소금도 나이를 먹습니까?” “어릴 때 루메르의 조달창고에서 소금 장부를 본 적 있어. 새로 쌓인 결정은 바늘처럼 날카롭지만 오래된 소금은 모서리가 닳지.” 헤론이 그 말을 듣고 놀랐다. “전하께서 소금 장부까지 읽으셨습니까?” “사람들이 왕족은 왕관만 읽는 줄 아는 모양이군.” 그는 작게 웃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테온이 시엘에게 자기 나라 물품 창고의 도면을 묻는 걸 보았을 때 나는 그의 농담이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아직 잃어버린 왕국에서 일어난 일을 이해하려 하고 있었다. 우리는 시엘의 길잡이를 따라 움직이는 산 아래로 향했다. 산은 가까이 가면 갈수록 낮아지는 듯했다. 제일 앞에서 걷던 미라가 자꾸 걸음을 줄였다. 바위가 움직여서가 아니라 뒤쪽 사람의 보폭이 자주 짧아졌기 때문이었다. 세린은 구조된 뒤 아직 기운을 회복하지 못했고, 오렌의 기름병을 넘겨받은 키오는 우편통의 무게 때문에 어깨가 기울어 있었다. “배에 남을 사람은 없었습니까?” 헤론이 물었다. “배에는 세린과 화상을 입은 남자가 남아 있어요.” 미라가 답했다. “돛을 내리고 물때를 기록해 두라고 했죠. 우리가 돌아올 때 같은 바다를 찾으려면 그 기록이 필요해요.” 나는 미라가 숨겨 놓은 목제 부표 두 개를 떠올렸다. 출발점이 살아 있다는 사실은 목적지를 찾는 일만큼 중요했다. 점심 무렵 소금 안개가 지나갔다. 혀끝이 짜고 눈앞은 하얗게 변했다. 한 발 앞의 미라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즉시 일행을 멈춰 세웠다. 도착한 지 두 시간 만에 길을 잃는 지도 제작자라는 명성은 얻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미라가 남긴 밧줄을 손으로 더듬었다. 테온은 뒤쪽의 세린을 부축했고, 헤론은 모래 위에 별자리의 방향을 그려 놓고 금세 지워지는 모습을 관찰했다. 처음에는 별자리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안개 위로 보이는 하늘이 매번 달랐기 때문이다. “이제 어떻게 가죠?” 키오가 물었다. “앞으로 가지 않습니다. 서 있어야 할 때도 있는 거야.” 시엘은 자기 수레에서 작은 종을 꺼내 흔들었다. 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안개 속에서 같은 방향으로 들렸다. 우리는 각자 그 방향을 확인하고 함께 움직였다. 안개가 걷히자 멀리서 배가 정박한 해안의 검은 바위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수첩에 시간과 소리의 방향을 적었다. 흔들리는 별보다 사람 손으로 확인한 작은 종 하나가 오늘은 더 믿을 만했다. 산 기슭에 들어서자 땅이 돌연 어두워졌다. 거대한 그늘 속에는 수백 장의 오래된 지도가 바위에 못 박혀 있었다. 종이마다 다른 길이 그려져 있었고, 한 장은 우리 발밑에 있는 오솔길을 가리켰다. 그런데 그 지도에 적힌 날짜는 내일이었다. “누가 여기까지 와서 지도를 붙입니까?” “가게가 있어요.” 시엘이 말했다. 그늘의 끝에는 좁은 건물이 있었다. ‘여백 수리소’. 문틈으로 연필 깎는 소리가 들렸고, 문 앞에는 신발이 두 켤레 놓여 있었다. 두 켤레 모두 어린아이 것이었다. 미라가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키오가 문 아래로 몸을 숙여 보자 바닥에 낡은 종이가 끼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빼냈다. ‘측량 견습생 두 명. 상행선 탑승. 기항지는 내일.’ “내일?” 내가 중얼거렸다. “그럼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겠네요.” 시엘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애들은 사흘 전에 떠났어요. 길드가 실종 처리하려던 날에.” 문이 열렸다. 안에는 우리가 찾던 견습생들이 없었다. 대신 머리가 희끗한 수리공 한 사람이 책상에서 나침반을 분해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단도였다. 그는 종이를 보더니 선반에서 오래된 시계를 꺼냈다. “상행선은 시간을 싣고 가는 나룻배야. 오늘 탔다고 내일 도착하는 건 아니지.” “배가 어디로 갔습니까?” “내가 안다고 해도 보여 줄 수는 없어. 너희가 있는 오늘에 정박하지 않았거든.” 단도는 창밖으로 비스듬히 걸린 지도들을 가리켰다. “여긴 사람마다 걸어 온 길의 길이가 다른 곳이지. 길을 잃은 아이들은 되돌아갈 길을 기억해야 해. 그 기억을 붙잡을 물건은 가져왔나?” 시엘은 견습생들이 썼던 나무자를 꺼냈다. 자의 끝에 작은 톱니 자국이 있었다. 두 아이가 서로 길이를 맞추며 만든 흠집이었다. 나는 자를 만지지 않고 아이들의 스케치에서 같은 흠집을 찾았다. 직접 확인하지 않은 기억을 내 지도에 덧붙이기 싫었다.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둘을 동시에 찾아낼 수 없어요. 아이들이 서로 다른 장소로 갔다면요.” 단도는 내 말을 듣고 처음으로 웃었다. “그래서 위험한 곳엔 한 사람의 지도만 들고 들어가면 안 되는 거야.” 그는 지도 한 장을 내밀었다. 하얀 종이 위에는 길이 거의 없었고, 모서리에 작은 구두 한 짝이 그려져 있었다. 신발의 밑창에는 톱니 자국 셋이 있었다. “이건 어디서 났죠?” 시엘이 물었다. “그 아이들 중 하나가 남겼어. 너희보다 하루 먼저 여기 온 아이가.” 잠깐 정적이 흘렀다. 우리가 보는 시엘의 시간과 단도의 시간이 다르다는 뜻이었다. 나는 내 수첩의 날짜를 다시 적었다. 그때 산 위에서 큰 소리가 났다. 붙박이 별의 숫자 3이 새겨진 바위가 그늘 아래로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낡은 지도가 같은 방향으로 펄럭였다. 하얀 지도에도 짧은 선 하나가 생겼다. “상행선이 들어온다.” 단도가 낮게 말했다. “이번엔 태울 사람보다 내려야 할 사람이 먼저야.” 그리고 수리소 뒤에서 물도 없는 땅을 가르는 노 젓는 소리가 들렸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6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6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