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손'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미라는 배삯부터 계산했다.
“우리가 배를 빌리면 얼마죠?”
“배가 있는데 왜 빌려요?” 내가 물었다.
“'어제의 파도'는 수리를 받아야 하잖아. 지금 무리하면 그 배까지 잃어.”
선장의 판단은 늘 감정보다 먼저 물높이를 봐야 했다. 미라는 아버지의 배를 찾으러 가면서도 자기 배를 위험에 넣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달라졌다는 생각을 했다. 열두 해 전이라면 오히려 반대였을지도 모른다.
유란이 작은 도선선을 빌려주었다. 아셀과 카엔은 중앙에 남아 현장 대조 기록을 분산 송신하기로 했다. 헤론은 오늘의 하늘을 관측해야 한다며 함께 탔다. 테온과 세온도 승선했다. 세온은 다리의 통증 때문에 선실 안쪽에 앉았고, 미라는 그가 일어서려 할 때마다 손짓으로 말렸다.
“동생을 찾자마자 배 안에 가둬 놓으면 어떡해요?” 내가 물었다.
“가두는 게 아니라 앉히는 거야.”
“둘의 차이가 중요한데요.”
미라가 나를 째려봤다. “네가 한 번만 더 말하면 너도 앉힐 거야.”
나는 조용히 지도를 펼쳤다. 세온이 보내 준 최근 표식에는 배의 잔해가 진실조류 정박지 서쪽, 역방향 조류가 잠깐 멈추는 얕은 만에 걸려 있다고 적혀 있었다. 유란은 오늘 아침 그곳을 직접 지나왔고 선체의 일부를 보았다고 증언했다. 우리는 오늘의 조수표와 바람을 대조해 갈 수 있는 곳까지만 선을 그었다.
서쪽 만에 도착했을 때 배는 절반쯤 돌에 걸쳐 있었다. 선미의 이름은 지워졌지만 뱃머리 안쪽에 남은 글씨가 '새벽의 손'이라고 읽혔다. 미라는 그 글씨를 손바닥으로 쓸어 보았다. 페인트 밑의 오래된 홈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어릴 때 이 이름을 새겼어. '손' 자의 마지막 획을 너무 길게 했지.”
그녀가 오래된 흔적을 알아본다고 해서 배의 모든 시간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선체의 다른 표식도 비교했다. 세온은 자신이 기억하는 부표 위치를 가리켰고, 유란은 바깥에서 본 선박 치수와 맞는지 확인했다. 마침내 우리는 이 배가 찾던 선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기록했다.
선실 안에는 의자가 한쪽으로 넘어져 있었다. 벽에 매달린 작은 나침반은 바늘이 부러졌고, 항해일지의 대부분은 젖어 있었다. 그런데 바닥 아래 작은 기름통이 하나 남아 있었다. 미라가 뚜껑을 열자 바닷물 냄새보다 오래된 밀랍 냄새가 났다. 안에는 구겨진 종이 세 장과 금속 소형 고리가 있었다.
종이에는 서로 다른 세 날짜가 적혀 있었다. 첫째는 아르켄 항구에서 배가 출항한 날, 둘째는 시간차가 생긴 해협에 들어선 날, 셋째는 선원들이 마지막으로 서로를 확인한 날이었다. 나는 그 셋을 한 줄에 이어 붙이지 않았다. 날짜 사이에는 실제로 확인하지 못한 날들이 있었다.
미라는 종이를 읽다 손을 멈췄다. “아버지 글씨야.”
세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마지막 획을 꼭 왼쪽으로 돌렸지.”
문장 내용은 화려하지 않았다. '세온이 아래 수로에 떨어졌다. 아이를 찾으러 두 명을 보냈다. 고장 난 수문이 닫히지 않는다. 내가 남아 손잡이를 붙든다.' 그다음 페이지에는 젖어 지워진 글씨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읽을 수 있는 말은 '미라에게 전할 것, 어떤 바다에서도 살아 돌아온 것을 직접 확인하기 전엔 죽었다고도 돌아왔다고도 쓰지 말 것'이었다.
미라는 한참 동안 종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그 일지만으로 아버지의 죽음이 확인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본 사람이 있어야 했다.
유란은 밖에서 한 노인을 데려왔다. 노인은 자신을 옛 '새벽의 손'의 부선장 리오크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발견한 배의 치수와 오래된 흠집을 정확히 가리켰다. 미라는 그에게 선체의 안쪽 구조를 물었다. 노인은 선미 아래 숨은 기름통을 먼저 말했고, 항해일지의 마지막 두 날짜를 알고 있었다.
“선장님은 끝까지 수문에 남았소.” 리오크가 말했다. “나는 어린 세온을 실은 작은 보트를 따라갔지. 뒤를 돌아봤을 때 선장이 손을 흔드는 걸 보았어. 그 직후 파도가 수문 위를 덮었소.”
“그 뒤에 아버지를 본 적 있어요?” 미라가 물었다.
“없소. 우리도 몇 번이나 돌아가려 했지만 그 물길은 사라졌어. 선장이 살아 나왔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고.”
미라는 그에게 오래된 항해노래의 마지막 구절을 물었다. 리오크는 망설이다가 음이 틀린 채로 불렀다. 그녀의 눈가가 젖었다. 세온도 그 목소리를 기억하는 듯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그가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서로 다른 증언을 모았다. 아버지가 최후에 수문을 지켰고 이후 목격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강하게 뒷받침됐다. 다만 마지막 순간의 시신이나 구조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면 아버지는 죽은 거야?” 세온이 물었다.
미라는 오래 침묵했다. “우리가 확실히 아는 건 아버지가 널 살리려고 남았다는 거야. 그 뒤는 모른다고 적자.”
그 말을 하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드는지 나는 알 것 같았다. 세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는 일지 끝에 자기 이름과 오늘의 날짜를 써 넣었다. '두 자녀, 현장 유품과 부선장의 증언 확인. 선장 이후 행방 미확정.' 그 기록은 희망을 꾸며 내지도, 슬픔을 서둘러 끝내지도 않았다.
리오크는 또 하나를 덧붙였다. 아버지가 남아 있던 수문 옆에는 작은 구명정이 하나 더 있었지만, 자신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뒤집혀 있었다고 했다. 나는 그 구명정이 어디로 떠내려갔는지 물었다. 그는 모른다고 했다. 미라는 그가 모른다는 말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았다. 대신 그날의 바람과 조수, 구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정확히 듣고 적었다.
우리는 선체에서 작은 구리 고리를 건져 올렸다. 미라는 그것을 손가락에 끼워 보다가 다시 벗었다. 아버지의 손에는 너무 작았고, 어린 세온의 손에는 조금 컸을 것이다. 배가 닻줄을 감을 때 쓰던 고리였다. “아버지는 매듭을 풀 수 있게 묶으라고 했지.” 미라가 말했다. “이걸 보니까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 어떤 줄은 끝까지 붙잡으면 모두가 같이 가라앉으니까.”
우리가 돌아갈 때 헤론은 하늘의 푸른 선을 관측했다. 칠흑 천문정에서 기록한 각도와 비교한 결과, 그것은 기계식 반사광이 아니었다. 세 지점에서 각도를 재자 같은 방향의 운동이 확인됐다. 낙성의 정확한 시점과 위치는 아직 불확실했으나, 실제 천체 현상이 진행 중이라는 데에는 세 관측이 일치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막은 건 거짓 완료였군요.” 내가 말했다.
“맞아. 진짜 낙성은 그와 별개의 일이야.” 헤론이 대답했다.
테온은 멀리 별락 대륙의 산맥을 바라봤다. “또 땅이 움직일까?”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준비해야겠죠.”
중앙으로 돌아오자 원판은 거대한 숫자 하나를 띄우고 있었다.
[전역 경계전이 예상: 다음 새벽]
나는 우선 그 숫자의 출처를 확인하려 했다. 마슈엘은 이번에는 자료를 감추지 않았다. 그가 내민 것은 관측값 세 장과 지워진 네 번째 칸이 있는 원본이었다. 헤론은 그 자리에서 불확실성의 범위를 계산했다. 낙성이 임박했다는 사실은 맞았지만, 전역 경계전이가 반드시 일어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었다.
바로 그 점이 무서웠다. 우리는 불확실한 재난을 앞두고 확실한 사람들을 지켜야 했다.
미라는 아버지의 종이 세 장을 지도통에 넣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레이븐. 이번에는 배가 아니라 사람을 먼저 세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먼 훗날 남길 멋진 결말보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밤이었다.
제19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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