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안의 사람은 세 번 두드린 뒤 일곱 번 두드렸다. 맨 마지막에는 일부러 침묵했다. 나는 그 침묵 때문에 오히려 그가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동 장치는 언제나 빈칸을 채우고 싶어 했고, 우리 앞의 누군가는 빈칸을 남기려고 애쓰는 것 같았으니까.
“문은 누가 닫았습니까?” 나는 다시 물었다.
“그 질문을 하는 사람이 아직 있군.” 쉰 목소리가 돌아왔다. “현재의 시간은?”
헤론이 태엽시계를 꺼냈다. 카엔의 중앙 표준시계와는 십칠 분 차이가 났다. 미라는 수로의 물때를 보고 실제 조류를 기준으로 삼자고 했다. 우리는 세 시각을 함께 전했다.
안쪽에서 웃음 비슷한 기침이 났다. “좋소. 서로 다른 시각을 억지로 합치지 않는군.”
“문을 열어도 안전합니까?” 테온이 물었다.
“내가 그걸 어찌 아오? 이 안에서는 바깥의 수위를 볼 수 없소.”
듣고 보니 아주 좋은 대답이었다. 문을 열면 죽는지 사는지 단정하는 사람보다, 자기가 모르는 것을 말하는 사람을 조금 더 믿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믿음과 확인은 다른 일이었다.
카엔이 문 위의 선을 따라 손전등을 비췄다. 문은 가운데 지도판과 연결된 작은 경첩 여덟 개로 잠겨 있었다. 일곱 개에는 각기 다른 날짜의 봉인이 붙어 있었고, 여덟 번째에는 도장이 없었다. 누군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으로 남겨 놓은 자리일 수도 있었다. 나는 봉인을 떼지 않고 순서를 적었다.
“잠금쇠를 한꺼번에 풀면 어떻게 되죠?” 미라가 물었다.
“중앙 원판에 사용자 인증이 올라갑니다.” 카엔이 답했다. “그 기록은 모든 항구에 뿌려질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열쇠 대신 망치를 쓰는 편이 낫겠네요.”
“망치는 문을 망가뜨리지.”
“네. 그게 좋은 점인데요.”
나는 미라의 극단적인 효율을 존경했다. 하지만 문 저편의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 우리는 먼저 아래의 공기구멍을 찾았다. 안쪽 사람은 자기 발밑에 좁은 유지보수 통로가 있다고 말했다. 도면에는 존재하지 않는 통로였다. 카엔이 오래된 배수관을 두드리자 안에서 동일한 울림이 돌아왔다. 적어도 빈 공간은 있었다.
테온이 몸을 낮춰 공기구멍으로 횃불을 넣었다. 불꽃은 곧게 서 있었다. 산소가 부족한 방은 아닌 듯했다. 미라는 짧은 줄에 기름 먹인 천을 묶어 안으로 밀었다. 누군가 줄을 잡아 두 번 당겼다. 우리는 서로의 위치를 확인했다.
“내 이름은 여린이오.” 안쪽 사람이 말했다. “첫 경계실의 유지보수 서기였지. 열두 해 전 마지막 관측 원본을 들고 온 사람을 보았소.”
헤론의 손이 멈췄다. “루카스입니까?”
“그가 루카스라고 소개했소. 그때에도 나는 증명서보다 그의 손에 있는 인수표를 먼저 봤지.”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오랫동안 묻고 싶었던 질문을 내가 먼저 들어 버렸구려.”
여린은 자신이 갇힌 경위를 설명했다. 중앙에서 사본을 만들던 사람들이 원본을 네 번째 칸까지 대조하자고 했으나, 마슈엘의 전임 책임자는 일정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여린은 '귀환 미확정' 칸을 지우라는 명령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 뒤 출입 장치에 '퇴실 완료'가 찍혔고 문은 닫혔다. 물과 음식은 유지보수용 환기실을 통해 조금씩 들어왔다. 어떤 날짜에는 굶었고 어떤 날짜에는 우물에서 새벽이 세 번 반복돼 나이를 셀 수 없었다.
“열두 해 내내 있었단 뜻입니까?” 내가 물었다.
“밖의 열두 해를 나는 모른다고 하겠소. 내 수첩의 밤은 여섯 해보다 조금 많소.”
그 말에 세온의 시간이 떠올랐다. 우리는 기록상 기간과 몸이 겪은 시간을 같은 숫자로 쓰지 않았다. 나중에 여린이 밖으로 나오면 의사에게도 그렇게 설명해야 했다.
우리는 문을 열기 전 여린에게 안쪽 구조를 직접 그려 달라고 했다. 그는 구겨진 종이를 공기구멍으로 밀어 주었다. 선은 떨렸지만 물통과 침상의 위치, 비어 있는 창고의 벽을 구별해 그려 놓았다. 미라가 벽을 세 번 두드리자 그가 표시한 지점에서 같은 소리가 돌아왔다. 적어도 그 종이를 그린 사람은 저 안쪽의 공간을 실제로 알고 있었다.
나는 밖의 도면과 안쪽의 종이를 겹치지 않고 따로 놓았다. 하나는 관리자가 기억하는 방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갇힌 사람이 보고 있는 방이었다. 두 그림 사이의 작은 차이가 출구를 찾는 데 필요한 정보였다. 여린은 마지막으로 종이 끝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여기 있다. 밖으로 나왔다는 도장은 아직 찍지 마시오.' 나는 그 문장이 어느 복잡한 비상 규정보다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유지보수 통로의 안쪽 걸쇠는 바깥 수동 배수판과 연결되어 있었다. 카엔은 판의 낡은 나사를 풀었다. 내가 손전등을 비추고 테온이 몸을 지탱했다. 미라가 줄을 잡고 바깥 조류가 역류하지 않는지 살폈다. 판 하나를 떼어 내자 좁은 틈이 드러났다.
“여린 씨, 저희가 문을 당기기 전에 바깥을 보실 수 있는 곳까지 나오세요.” 내가 말했다.
잠깐 후 손가락 네 개가 틈새에서 나왔다. 뼈마디가 부풀어 오른 손이었다. 여린은 몸을 구부려 천천히 통로를 통과했다. 나오자마자 눈을 감았다. 밝은 횃불조차 오랜만인 듯했다. 테온이 외투를 덮어 주었다.
“귀환 완료.” 카엔이 습관처럼 중얼거렸다.
여린이 눈을 번쩍 떴다. “그런 말 하지 마시오. 난 아직 계단 아래에 서 있소.”
카엔은 숨을 삼켰다. “죄송합니다. 구조 지점으로 이동 중이라고 기록하겠습니다.”
우리는 여린을 작업대까지 부축했다. 미라는 물을 조금씩 마시게 했다. 그는 숨을 고른 뒤 자신을 구조한 사람의 이름을 직접 물었다. 나는 그 질문이 반가웠다. 적어도 금색 판이 우리 대신 대답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레이븐입니다. 지도 제작자죠.”
여린의 물컵이 흔들렸다. “그 이름을 여기서 듣는군.”
“아시는 이름입니까?”
“너를 직접 만난 적은 없소. 하지만 오래된 등록판이 널 기다렸소. 네 지도가 여러 사람이 본 길을 한 장에 얹었다는 소식이 온 뒤, 중앙이 사용자를 만들었지.”
그는 작업대 서랍에서 얇은 서판을 꺼냈다. 서판에는 '사용자: 아르켄 서부 옛 지도실'이라는 기관명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글씨로 '대리 서명 자동 생성'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내 손이 떨렸다. “이 사람들은 내가 직접 그린 적 없는 세계 지도에 내 이름을 붙이려 했군요.”
“이름 하나면 모든 경로를 한 번에 닫을 수 있으니까.”
헤론이 서판을 뒤집었다. 거기에는 첫 경계실의 초기 규칙이 새겨져 있었다. '마지막 확인자는 관측을 끝내지 않는다. 확인하지 못한 길을 다음 사람에게 남긴다.'
마지막 확인자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확인하는 사람이 확인을 끝내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일까. 여린은 우리를 더 안쪽 문으로 이끌려다 중심을 잃었다. 테온이 붙잡았다.
“무리하지 마십시오.”
“안쪽에 원본이 있소. 내가 보관한 건 아니지만 남겨 놓았다는 건 기억해. 대신 그 문을 열려면 내가 보지 못한 곳까지 안전하다고 쓰면 안 되오.”
방 바닥의 동그란 석판 한 장이 느리게 돌기 시작했다. 누가 장치를 켠 적도 없었다. 카엔이 중앙 통신기의 빛을 확인했다. 원격 명령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석판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세계 경계 일괄 확정 — 대리 사용자 승인 가능]
그리고 그 아래, 여린이 결코 원하지 않았을 단어가 깜박였다.
[승인자: 레이븐]
나는 손에 묻은 별가루를 보았다. 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했다고 해서 남의 인생까지 대신 확인할 권리를 얻는 건 아니었다. 이제는 그 권리를 빼앗으려는 기계가 내 이름을 정확히 부르고 있었다.
제19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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