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도사는 우리에게 작은 책 한 권을 가져왔다. 물에 젖어 퉁퉁 부은 장부였다. 그는 안쪽 수령실에서 허둥지둥 나오며 팔 안쪽에 끼워 둔 것이라고 했다. 내가 페이지를 넘기자 이상한 표가 나왔다. 한쪽에는 관측자 세 명의 이름, 다른 쪽에는 대기자 일곱 명의 이름이 있었다. 맨 아래에는 영이라는 숫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제야 3·7·0의 원본을 찾은 걸까요?” 테온이 물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이 책이 모든 원본의 시작이라는 증거는 없어요.”
헤론이 책의 안쪽 표지를 비췄다. ‘진실조류 대조망, 출입 대기용 수기 장부.’ 관측의 원본이 아니라 이 항구에서 사용하던 대기 장부였다. 셋의 이름은 현재의 관측사가 아니라 오래전에 일했던 서로 다른 시기의 선원들이었다. 일곱의 이름도 같은 날 대기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장부를 하나의 숫자로 압축한 것이다.
영의 칸에는 뜻이 분명히 적혀 있었다. ‘대기자 중 누구의 귀환도 다른 사람의 서명으로 대체하지 않음.’ 나는 작은 글씨를 몇 번이나 읽었다. 우리가 곳곳에서 마주친 금색 장치는 영을 ‘돌아갈 곳이 없음’으로 읽었다. 원래는 정반대의 경고였다. 사람의 귀환은 빈칸으로 남을 수 있어도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을 대신해서 완료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걸 중앙대조실에 보내면 되잖아요.” 키오가 말했다.
“보내야죠. 하지만 그곳에서 만든 장치가 틀렸다고 인정할지는 별개의 문제예요.” 헤론이 답했다.
아셀은 장부 사본을 정박지의 여러 장소에 남기자고 제안했다. 우편소, 치료소, 항해조합, 그리고 유란의 배에 각각 한 부씩 맡기면 어느 한곳의 장부가 사라져도 다른 사람이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했다. 키오는 복사된 글씨의 첫 줄을 읽을 때마다 숫자 옆에 사람의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숫자는 편리하지만 이름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장부 뒷장에는 오래전 기록자의 손글씨가 남아 있었다. '첫 관측자 에르안 — 중단. 자료 수령인 루카스 — 인계.' 서류의 필체는 칠흑 천문정에서 찾은 원판의 탁본과 닮았다. 나는 두 자료를 나란히 놓고 종이의 접힘과 잉크 번짐을 비교했다. 손글씨가 정확히 같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두 기록을 구분하는 방식은 같았다.
그 아래에는 처음 보는 문장이 있었다. '세르안이 네 번째 값을 빼라 명령하기 전, 이견을 남긴 사람들 명부.' 헤론이 손을 멈췄다. 그는 스승 이름이 적힌 자리보다 그 아래의 낯선 이름들을 오래 바라봤다. 스승의 잘못을 은폐하려 했던 과거가 떠올랐을 것이다.
“네 번째 관측이 틀렸다고 생각한 건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어.” 헤론이 말했다. “하지만 틀렸다는 이유로 지워도 된다고 한 건 우리 잘못이지.”
“이견을 남긴 사람들이 있었다는 건 다행이네요.” 내가 말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어떤 숫자를 비교해야 하는지도 몰랐겠지.”
그때 정박지의 중앙 종이 울렸다. 이번에는 자동 진동이 아니라 진짜 종이었다. 아셀이 보내 온 연락이었다. 중앙대조실에서 온 무장 경비대가 부두에 도착했고, 모든 미확정 자료를 회수하겠다고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수기 장부를 봉인한 뒤 바깥으로 나갔다.
경비대장은 '정리 지원대'라는 표식을 달고 있었다. 그가 내민 명령서에는 마슈엘의 이름이 있었다. 경비들은 주민에게 폭력을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원본은 법에 따라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셀은 구조된 사람들의 기록을 공개했다. 경비대장은 그것을 보고도 고개를 저었다.
“대조가 끝나면 모두 같은 방식으로 보호됩니다.”
“보호할 사람이 누군지 지우고 나면 누구를 보호한다는 겁니까?” 테온이 물었다.
경비대장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왕자를 알아보고 무릎을 꿇으려 했지만 테온이 손을 들어 막았다. “루메르의 왕관으로 명령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 이 정박지에서 오늘 구조된 두 사람의 말을 들으십시오.”
도사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자기 이름과 갇힌 시간을 직접 설명했다. 가렌은 자신을 실제로 꺼내 준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 두 사람의 증언은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한 사람은 문이 두 번 열렸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세 번 열렸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둘 다 자동 장치가 문을 잠갔고 구조대가 와서 열었다는 사실에는 일치했다.
경비대장은 처음으로 망설였다. 그때 금색 판이 입항한 군함의 경보 종을 울렸다. '대기자 일곱 명 전원 귀환 완료.' 아직 우리가 찾지 못한 사람이 있는 남쪽 수로까지 한꺼번에 대조됐다는 뜻이었다. 아셀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제 서류 싸움이 아니라 실제 안전 문제였다.
“지금 그 명령을 실행하면 남쪽 수로의 수동문도 닫힙니다.” 카엔이 말했다.
“누가 확인했습니까?” 경비대장이 물었다.
“제가 회로를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사람이 갇힌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카엔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았다. 경비대장은 부하들에게 원본 회수를 잠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대신 중앙대조실에 사고 보고를 올리겠다고 했다. 중앙의 답을 기다리는 동안 문을 수동으로 열어 놓는 것까지는 허락했다.
우리는 그 허가에 안주하지 않았다. 정박지의 주민들에게 미확정 상태에서 자동 잠금이 다시 내려올 수 있다고 알렸다. 아셀은 비상 계단의 위치를 깃발로 표시했고 미라는 하크와 함께 낮은 항로를 확인했다. 모든은 치료소 의자에 앉아 어린이들에게 수신호를 가르쳤다. “두 번 흔들면 사람이 남았다는 뜻이다. 세 번 흔들면 구조줄이 필요하다.”
나는 동쪽 부두에서 오래된 장부를 다시 펼쳤다. 그 안의 대기자 일곱 명 중 마지막 이름 아래에는 작은 문장이 있었다. '귀환을 기다리는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짧고 뻔한 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말을 지키지 않아서 수많은 항구를 돌아왔다.
그때 경비대장에게 반송 답신이 도착했다. 중앙의 승인은 거절됐고, 제칠 낮 정오에 모든 명부를 자동으로 통합하라는 지시가 되풀이돼 있었다. 문서 끝에는 ‘현장 이견은 대조 완료 이후에 기록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문장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세계가 지워진 다음에 이의 신청을 하라는 거군요.”
미라는 웃지 않았다. 그녀는 남쪽 수로 끝에 다시 나타난 작은 배의 돛을 가리켰다. 배 위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고, 오른쪽 어깨에 붉은 천이 감겨 있었다. 거리는 멀었지만 그는 우리 쪽을 향해 세 번 손을 들었다가 두 번 내렸다. 미라가 즉시 같은 신호로 답했다.
상대는 배를 멈추지 않았다. 대신 남쪽 돌벽의 낮은 통로를 가리켰다. 그쪽에는 출입 명부에 없는 문이 하나 있었다. 우리가 아직 직접 통과하지 못한 길이었다. 미라가 배를 부르기 위해 앞으로 달려가자 내가 붙잡았다.
“혼자 뛰어들면 안 돼요.”
“알아.” 그녀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번에는 같이 가자.”
도사는 남쪽 문을 조사하는 배에 타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친 손으로 구조줄을 잡기에는 아직 무리였다. 미라는 그를 배 밖에서 신호를 보내는 사람으로 배치했다. 도사는 처음에는 자신을 뒤에 남긴다고 생각해 실망했지만, 헤론이 수위 기록을 맡기자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곳에 직접 들어가는 사람만 구조자가 되는 건 아니었다. 누군가는 밖에 서서 우리가 돌아올 시간을 정확히 알려 줘야 했다.
우리는 배를 준비했다. 남쪽 문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조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뒤에서 경비대장이 외쳤다. “그곳은 폐쇄된 수로입니다!”
“그래서 확인하러 가는 겁니다.” 미라가 대답했다. 그녀는 언제나 먼저 달려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줄과 수위표를 챙겨 올 때까지 기다렸다.
제18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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