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박지의 아래쪽 통로를 다시 조사하자고 말했을 때, 아셀은 먼저 서명을 요구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 드디어 공무원이 나에게 서명할 기회를 주는구나. 그런데 종이를 보니 ‘사망했을 경우 유품 처리’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살아 돌아오면 급료를 주는 서식은 없습니까?”
“그건 따로 찾아볼게요.” 아셀이 대답했다. “먼저 왜 들어가야 하는지 정확히 쓰세요.”
우리는 세나가 확인한 인물의 이동 방향과 유란이 실제로 본 작은 배의 항적을 나란히 놓았다. 둘은 같은 곳을 가리키지 않았다. 세나가 본 사람은 동쪽 아래 통로로 갔고, 유란의 배는 북쪽 작은 수로에서 나왔다. 두 장소를 연결하는 길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도에는 아직 없었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둘을 이어 주는 상상 속 직선이 아니라 실제 통과가 가능한 문이었다.
아셀은 구조 목적으로만 출입을 허락했다. 기술자 카엔도 동행을 자청했다. 그는 자신의 서류 조작 문제를 조사받는 중이었지만 장치의 구조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미라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도망갈 생각이면 먼저 말해요. 당신을 찾으러 다니느라 조수표를 다시 쓸 시간은 없거든요.”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카엔이 대답했다.
“말만으론 부족해요.” 아셀이 말했다. “그래서 제 뒤에서 걸으세요.”
실제 출입이 확인된 서쪽 계단으로 내려가자 공기가 차갑게 바뀌었다. 어제 세나를 구조한 방은 비어 있었지만, 우리는 문이 완전히 열려 있는지 확인한 뒤 지나갔다. 헤론은 아셀과 함께 바깥에 남아 수위를 보고했고 하크와 테온은 구조줄을 고정했다. 미라와 나는 카엔의 안내로 동쪽 통로의 입구까지 걸었다. 바닥에는 목발 자국처럼 보이는 원형 흔적이 여러 개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환자의 것인지 운반대의 바퀴 흔적인지 알 수 없었다.
동쪽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문 앞에는 새로운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검인 완료, 안전 귀환 가능.’ 나는 안내판을 읽고 옆에 있는 기계의 발판을 살폈다. 판자 하나가 빠져 있었고 아래에는 깊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안전하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안전의 뜻을 너무 느슨하게 배운 모양이었다.
우리는 판자를 새로 얹지 않고 먼저 반대편 받침 상태를 확인했다. 하크가 줄에 매달려 내려가 쇠고리를 살폈다. 받침은 녹슬어 있었고 가까운 벽에도 금이 가 있었다. 카엔은 원래 수리된 상태여야 했다고 말했다. 서류에는 지난달 수리가 완료된 것으로 적혀 있었다. 실제로 고친 흔적은 없었다. 아셀은 그 사실을 바로 보고서에 넣었다.
“서류를 먼저 고치면 발판도 따라 고쳐지는 줄 알았습니까?” 내가 물었다.
카엔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제 변명하는 대신 우리가 쓰는 기록을 따라 적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사람이 달라졌다고 섣불리 믿지는 않았다. 다만 오늘의 행동은 오늘의 행동으로 기록해도 괜찮았다.
바깥에서 제삼 조류의 첫 신호가 왔다. 헤론은 낮은 종이 두 번 울릴 때까지 통과할 수 있다고 알렸다. 미라는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 “두 번째 신호 전에 돌아와야 해. 안쪽에서 실종자를 발견하면 무리하게 들지 말고 위치부터 알려.”
우리는 목재 받침이 견딜 수 있는 구간에만 보조 줄을 걸어 이동했다. 문 너머에는 생각보다 넓은 방이 있었다. 바닥에는 세 갈래의 좁은 물길이 합쳐졌다. 가운데 길은 최근에 손본 흔적이 있었고 오른쪽은 오래된 돌벽에 막혔다. 왼쪽에서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금속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사람이 있습니까?” 내가 외쳤다.
대답은 없었다. 소리는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됐다. 미라가 손짓했다. “사람일 수도, 물에 흔들리는 부표일 수도 있어.”
우리는 소리의 방향으로 조심히 다가갔다. 좁은 틈 사이에 금속 손잡이 하나가 흔들리고 있었다. 손잡이에는 붉은 실이 감겨 있었다. 미라가 손을 뻗으려 하자 내가 막았다. 물이 다가올 때 저 손잡이가 무엇을 여는지 알 수 없었다. 카엔은 도면을 뒤적이더니 놀란 얼굴로 말했다.
“원래 수동 대피문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중앙 판정선에 연결돼 있군요.”
그 말을 듣고 우리는 직접 당기지 않기로 했다. 대신 벽 아래 작은 틈에 등불을 비춰 보았다. 안쪽에는 최근에 그은 글씨가 있었다. ‘남쪽 배수로에 사람 있음. 자동 폐쇄 금지.’ 날짜는 오늘이었다. 나는 글씨를 읽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누군가 바로 지금 이 장치의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아셀에게 신호를 보내자 그녀는 구조대를 추가로 보냈다. 우리는 줄 두 개를 연결하고 한쪽 문을 수동으로 고정했다. 카엔이 전기 판정선을 분리하자 손잡이가 비로소 가볍게 움직였다. 문을 조금 열었을 때 남쪽에서 사람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거기 누구 있어요?” 미라가 외쳤다.
목소리가 답했다. “위쪽 문이 닫혔어요. 사람 둘이 있습니다!”
미라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그녀는 앞으로 뛰어들지 않았다. 바깥에서 수위 신호가 한 번 더 울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구조줄을 먼저 집어넣고 두 사람에게 각각 몸을 묶게 했다. 한 사람은 젊은 우편공, 다른 사람은 중년의 수리공이었다. 둘 다 의식이 있었고 좁은 발판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편공은 자신을 ‘도사’라고 소개했다. 수리공은 ‘가렌’이었다. 그들은 어제 낮부터 안쪽 배수로에 갇혔다고 했다. 중앙대조실의 명령이 오자 문이 자동으로 닫혔고, 사람을 확인하라는 연락은 없었다고 했다. 도사는 자신이 가져온 짐이 아직 더 안쪽에 있다고 걱정했지만 미라는 먼저 사람을 내보내겠다고 했다.
“짐이 뭡니까?” 테온이 물었다.
“원본 대조판이요. 하나라도 빼면 누가 귀환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요.”
“그건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먼저 나가야 해요.”
우리는 두 사람을 차례로 데리고 나왔다. 세 번째 물결이 통로의 아래쪽을 때리기 시작했을 때는 밖의 안전한 계단이 눈앞이었다. 하크가 줄을 당기고 아셀이 두 사람의 손목을 잡아 올렸다. 모든이 상단에서 담요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아직 발목이 아팠지만 의자에 앉아 구조된 사람에게 물을 건네겠다고 고집했다.
“나는 어제 저 사람들만큼 운이 좋았으니까.” 모든이 말했다.
구조가 끝난 뒤 도사는 자신이 안쪽에서 본 사람을 설명했다. 한 사람이 원본 대조판을 옮기고 있었고, 그 사람은 사람을 먼저 내보내려 했다. 그러나 자동 명령으로 문이 닫히자 자신은 더 깊은 통로로 가겠다고 했다고 했다. 손목에 붉은 매듭이 있었다고 한다. 미라가 숨을 삼켰다.
“얼굴을 보았나요?” 그녀가 물었다.
도사는 고개를 저었다. “두건을 썼어요. 하지만 목발은 짚지 않았습니다. 한쪽 다리를 조금 절었어요. 손으로 벽을 짚으면서 걸었습니다.”
그 차이는 작지만 중요했다. 병원에서 목발을 짚은 환자와 같은 사람일 가능성을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있었다. 나는 그저 두 진술을 나란히 적었다. 지금 우리의 목표는 잃어버린 사람에게 맞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 사람에게 도착하는 일이었다.
그날 저녁 카엔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서류 한 장을 작성했다. '남쪽 배수로, 사람이 남아 있는 동안 자동 폐쇄 금지.' 아셀과 구조된 도사가 각각 목격자로 서명했다. 명령이 중앙대조실에 전달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정박지의 문 하나를 현장에서 다시 열 수 있게 됐다. 나는 지도에 실제로 통과한 동쪽 방과 남쪽 입구까지만 은빛 선을 이었다.
그 선 끝에는 아직 확인하지 못한 어둠이 있었다. 미라는 그곳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오늘 구조한 두 사람만큼, 저 안의 한 사람도 내일을 기다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대답 대신 내일 사용할 새 줄을 손질했다. 때로는 희망보다 튼튼한 줄이 더 필요한 밤이 있다.
제18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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