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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84화
PAYLUA ORIGINAL · 제184화

제184화 - 봉인된 수령창 아래의 목소리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779자

오프라인 책장
방수 통을 열기 전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했다. 미라에게 잠깐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녀는 통을 두 손으로 잡은 채 나를 노려봤다.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제 얼굴을 보는 대신 매듭부터 봐 주세요. 아무래도 그게 더 믿음직하겠죠.” 미라는 실을 살폈다. 세 번 감아 왼쪽으로 뺀 매듭은 치료소 명부의 그림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실의 색은 한층 진했다. 통이 물에 잠겨 있던 시간을 알 수 없었고, 붉은 염료가 오래됐다는 증거도 없었다. 아셀이 보존 상자를 가져오자 우리는 통을 발견한 장소, 수위, 회수한 사람을 기록했다. 그다음 미라가 직접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편지가 없었다. 작은 금속 열쇠와 납작한 청색 렌즈가 들어 있었다. 렌즈 가장자리에는 날짜가 적힌 네 개의 선이 있었다. 하나는 우리가 어제 잰 수위와 같았다. 나머지 셋은 더 오래된 조수 기록의 수치처럼 보였다. 헤론이 렌즈를 빛에 비추자 가운데 작은 글씨가 떠올랐다. ‘마지막 수신자는 물 위에서 기다리지 않는다. 아래쪽에서 길이 열릴 때 나온다.’ “물 아래에 사람이 있다는 뜻인가요?” 테온이 물었다. “그렇게 단정하면 위험합니다.” 내가 답했다. “오래된 시설을 가리킬 수도 있죠.” 카엔은 통을 압수하려 했다. 그는 정박지 아래쪽 시설이 국가 대조망의 일부이며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셀은 그 말에 수령창 근처 침수 신고가 접수됐다며 안전 조사 권한을 주장했다. 서로 다른 규정이 맞부딪혔다. 나는 두 사람에게 숨은 복도를 열게 해 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대신 침수 현장이 있는지부터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정박지 1단의 바깥 벽을 걸었다. 어제까지 물에 잠겼던 벽에는 새로운 긁힘이 있었다. 베린이 그 자리를 보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수위 표식을 교체할 때 철판 하나가 안쪽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오늘은 물이 빠져 판의 가장자리가 드러났다. 우리는 수리공 둘을 불러 벽이 안전한지 확인했다. 두 사람은 오래된 도면을 꺼내 맞춰 보았다. 그 도면의 이름은 ‘제삼 조류 수령로’였다. 우편물과 사람을 나누어 이동시키기 위해 만든 긴 배수 통로라고 했다. 물이 빠질 때는 건너갈 수 있지만, 제삼 조류가 오면 중간 문이 닫히도록 설계돼 있었다. 누군가 나중에 문을 자동 귀환 판정과 연결했다. 아직 사람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문이 닫힐 수 있었다. “왜 그랬죠?” 미라가 물었다. 수리공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이 드나드는 걸 막으면 우편물만 관리하면 되니까요.” 나는 순간적으로 불쾌해졌다. 사람을 빼면 세상은 아주 관리하기 쉬워진다. 그 생각을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하지만 화를 내는 것만으로는 문이 열리지 않는다. 우리는 정박지 주민들에게 배수로의 옛 출입 기록이 있는지 물었다. 모든이 자신이 젊을 때 그곳에서 짐을 옮겼다고 했다. “그 통로는 열리지 않을 때가 많았어. 비상문은 서쪽 낮은 계단에 있어. 내가 직접 나가 본 적이 있지.” 그의 증언으로 우리는 처음 확인할 수 있는 안전한 입구 하나를 찾았다. 모든은 발목을 다쳤으므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아셀이 옛 돌계단을 가리키는 깃발을 가져왔고, 하크와 미라가 먼저 구조줄을 설치했다. 테온이 바깥에서 문을 붙잡고, 헤론은 조수 시간을 읽었다. 나는 별가루를 지도 위에 풀지 않고 작은 등불을 들었다. 내부는 놀랄 만큼 건조했다. 배수 통로를 따라 낮은 발판이 이어져 있었다. 벽에는 우편물 수령 칸과 사람 출입 칸이 따로 있었다. 그런데 어느 지점부터 두 칸의 이름이 하나의 금색 판으로 이어져 있었다. ‘수령 완료 = 귀환 완료’라는 문장이 보였다. 누군가 사람과 우편물을 같은 범주로 묶은 것이다. 그때 안쪽에서 낮은 두드림이 들렸다. 세 번, 그리고 긴 한 번. 미라가 반사적으로 멈췄다. 나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누가 있는지 먼저 묻겠습니다.” “내가 물을게.” 미라가 말했다. 그녀는 벽 가까이 다가갔다. “거기 누구 있어요? 위험하면 두 번 두드려요!”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두 번의 두드림이 돌아왔다. 우리는 즉시 구조를 시작했다. 안쪽 문은 바깥 손잡이가 부러졌고, 안에서는 잠금쇠가 내려와 있었다. 베린이 가져온 열쇠를 대보니 모양이 맞지 않았다. 오히려 청색 렌즈를 작은 창에 끼우자 잠금 장치의 상태가 드러났다. ‘사람 미확정, 출입 금지.’ “너무 편리해서 사람을 죽일 것 같은 물건이군요.” 내가 중얼거렸다. 미라가 바닥의 걸쇠를 찾아냈다. 하크가 힘을 보탰고 테온이 문틀을 받쳤다. 안전을 확인한 뒤 서서히 문을 열었다. 안에는 열다섯 살쯤 된 견습 우편공이 있었다. 아이는 발목을 삐어 걸을 수 없었고, 물이 조금씩 차오르는 방에서 혼자 버티고 있었다. 이름은 ‘세나’였다. 며칠 전 우편물을 갖고 들어왔다가 출입 기록이 잘못되어 갇혔다고 했다. 미라의 얼굴에 잠깐 실망이 스쳤다. 자신이 찾는 동생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누구보다 먼저 세나에게 담요를 둘렀다. “여기서 나가는 길은 내가 알아. 내 손을 잡아.” 아이를 데리고 돌아오는 동안 물높이가 발목까지 올라왔다. 헤론이 밖에서 깃발을 흔들었다. 제삼 조류가 예상보다 빨리 오고 있었다. 우리는 안전이 확인된 계단을 향해 움직였고 테온이 마지막으로 문을 다시 열어 두었다. 세나를 밖으로 옮겼을 때 아셀은 직접 이름을 물었다. 아이가 대답하자 치료사가 서명을 했다. 그 과정을 보고 나는 숨이 막힐 듯한 감정이 조금 풀리는 것을 느꼈다. 세나는 회복한 뒤 안쪽 방에서 본 일을 설명했다. 어떤 사람 하나가 금색 장치를 끄려고 왔지만, 장치는 그 사람을 출입자 명단에서 지웠다고 했다. 얼굴은 어두워 보지 못했다. 다만 그 사람은 세나에게 작은 청색 렌즈를 창문 밖으로 밀어 보내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우리는 렌즈가 밖에서 발견된 경위를 이제 조금 이해했다. “그 사람이 어디로 갔죠?” 미라가 물었다. “동쪽 더 아래로요. 제삼 조류가 올라오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했어요.” “언제 그런 말을 들었니?” “제가 들어온 둘째 날이요. 여기 날짜판으로는 나흘 전일 거예요. 하지만 종이 너무 자주 울어서 정확하진 않아요.” 미라는 더 물으려다가 멈췄다. 아이에게 쉬라고 말했다. 동생의 행방을 찾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상처를 헤집지 않으려는 것이다. 우리는 세나가 말한 동쪽 통로의 위치를 도면에 표시했다. 아직 통과하지 않은 곳이므로 지도에는 선을 긋지 않았다. 세나를 치료소로 옮긴 뒤 미라는 아이의 젖은 신발을 난로 앞에 놓았다. 세나는 방 안에서 물소리가 날 때마다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키오가 종이배 하나를 접어 주자 아이는 한참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 종이배도 귀환 완료라고 찍으면 진짜 배가 되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종이에 적힌 건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예요. 모르는 걸 적는 건 쉽지만, 그걸로 진짜 배가 생기지는 않아요.” 세나는 종이배를 조심스럽게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미라가 말했다. “그렇지만 이 배가 실제로 어디까지 떠가는지는 같이 확인할 수 있어.” 아이는 그제야 조금 웃었다. 카엔은 구조 소식을 듣자마자 세나의 귀환 처리 서류를 가져왔다. 아셀은 서류를 돌려주었다. “아이는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실제로 어디서 나왔는지도 적겠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보기 전의 동쪽 통로까지 안전하다고 찍을 수는 없습니다.” 카엔은 표정이 굳었다. “제칠 낮이 시작되면 이런 개별 판정은 허용되지 않을 겁니다.” 나는 그 말을 장부에 적었다. 누구도 아직 보지 못한 곳까지 한꺼번에 완료하려는 사람. 그리고 아직 사람 한 명이 남아 있을 수 있는 곳. 두 가지 사실을 나란히 놓자, 우리가 내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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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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