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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78화
PAYLUA ORIGINAL · 제178화

제178화 - 누나에게 남긴 마지막 수신표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681자

오프라인 책장
돌문의 배수로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내가 지도사보다 굴뚝 청소부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좁은 돌벽이 어깨를 긁고 소금물이 발목을 적셨다. 뒤에서 테온이 왕관을 가지고 왔더라면 걸렸을 거라고 농담했다. 그가 정말 왕관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우리는 하크가 확인한 줄 하나를 따라 움직였다. 입구에는 소란이 남아 수위를 재고 있었고 미라는 앞에서 작은 등불을 들었다. 헤론은 기록 보관정에서 가져온 네 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방수 천을 둘렀다. 나는 한 손으로 벽을 짚고 다른 손으로 통로의 굽이를 기록했다. 조수가 높아지기 전에 돌아와야 했다. 시간을 알려 주는 건 고장 난 벽시계가 아니라 바깥에서 소란이 보내는 깃발 신호였다. 배수로 끝에는 낮은 돌방이 있었다. 방 한가운데 나무 책상 하나와 침수된 서류장이 놓여 있었다. 사람이 살아 있는 흔적은 없었다. 미라는 물속을 조심스럽게 살피더니 서류장 아래에서 작은 쇠상자를 꺼냈다. 상자는 녹슬었지만 뚜껑의 방수 밀랍은 아직 단단했다. 테온은 그것을 당장 열지 말자고 했다. 나도 동의했다. 이곳에 마지막으로 물건을 놓은 사람의 이름부터 찾아야 했다. 책상에는 두 장의 종이가 눌러 붙어 있었다. 첫 장은 원판 사본 인수표, 둘째는 우편 수신표였다. 인수표에는 수령인 두 명의 자리가 있었지만 하나에는 이름 대신 '전달자', 다른 하나에는 '대조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완전히 다른 역할이었다. 문을 연 사람이 물건을 가져간 사람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우편 수신표에 이름이 있어.” 미라가 낮게 말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펴 든 두 번째 종이에는 오래된 잉크로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수신인: 어제의 파도 선장 미라.' 그 아래 작은 글씨가 더 있었다. '발송인: 선장의 동생. 미확정 항로에서 직접 발송하지 말 것.' 미라는 한동안 종이를 바라봤다. 그녀가 동생의 이름을 입에 올리려다 멈추는 걸 보았다. 지금 이 종이가 정말 동생이 보낸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종이 뒷면에서 더 작은 글씨가 나왔다. '누나, 세 번째 매듭은 돌아오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돌아갈 수 있는 길을 남겨 달라는 부탁이야. 누군가 대신 귀항했다고 쓰면 내 기록도 사라져.' 미라가 숨을 삼켰다. 푸른 유리 만에서 발견한 편지의 문장과 같은 말투였다. 그때 편지는 '누나'라고 시작했지만 특정 지명을 말했었다. 이번 문장은 그 편지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나는 필체를 대조하기 위해 그녀가 가지고 있던 편지를 꺼내 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미라는 망설인 뒤 사본만 내주었다. 가족의 편지를 함부로 펼치는 건 옳지 않았다. 나는 필압과 글자 간격을 비교했다. 특히 '길'이라는 글자를 쓸 때 아래쪽 획을 짧게 끊는 습관이 같았다. 하지만 오래된 종이는 물을 먹으면 글씨가 다르게 번질 수 있다. 미라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동생이 남겼다고 믿고 싶어. 그래도 지금 이 편지가 살아 있는 동생의 증거는 아니지?” “그렇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대신 이곳까지 그 사람의 말이나 물건이 도착했다는 중요한 단서예요. 실제 발송 기록을 찾으면 더 가까워질 겁니다.” 그녀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나는 아무 위로도 덧붙이지 않았다. 대신 소란이 밖에서 보낸 수위 신호를 확인했다. 조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우리는 서류장의 얇은 판 세 장만 모사하고 나머지 원본은 위치를 기록해 보호했다. 쇠상자는 봉인 상태 그대로 들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물이 무릎까지 차올랐다. 뒤에서 키오의 호각 소리가 들렸다. 소란이 수위를 다시 확인하라는 뜻이었다. 미라는 등불을 높이 들고 뒤로 돌아섰다. 테온이 미끄러지는 나를 붙잡았다. “여기서 귀환 완료 처리되면 참 곤란하겠는데.” 그가 중얼거렸다. “저도 동의합니다. 특히 제 배삯을 다 못 냈거든요.” 배수로 밖으로 나왔을 때 파온은 돌문 곁에 서 있었다. 그는 우리가 가져온 상자를 보자 표정이 굳었다. 그 상자는 과거 자신이 수문을 고치던 날 다른 사람이 들고 들어온 것과 같은 모양이라고 했다. 그는 내용물을 보지 못했지만 상자 모서리에 흠집이 두 개 있었다고 기억했다. 우리가 가져온 상자에도 흠집이 있었다. 돌문 아래에서 돌아온 뒤 미라는 가장 먼저 자기 손목의 매듭을 풀어 말렸다. 젖은 채 묶어 두면 실이 썩기 때문이다. 아주 실용적인 행동이었는데, 나는 그날 따라 그 실을 대하는 손길이 유난히 조심스럽다고 느꼈다. 그녀는 새로 발견한 문장과 예전 편지의 내용이 서로 맞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다. 자기에게 유리한 문장만 읽지 않으려고 애쓰는 게 보였다. 소란은 배수로 입구에 작은 흰 깃발을 세웠다. 오늘 실제로 통과할 수 있었지만 다음 물때에도 그렇다는 뜻은 아니라는 경고를 함께 적었다. 파온은 배수로 안에 물을 빼는 장치가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지만 오늘은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우리가 한 번 살아 돌아왔다고 같은 길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해가 기운 뒤 관측실의 넓은 방에서 입회인을 모았다. 소란, 파온, 세프, 미라, 헤론, 테온, 그리고 나. 상자의 밀랍을 먼저 탁본으로 남겼다. 붉은 매듭과는 다른 검은 실 두 가닥이 얽혀 있었다. 뚜껑의 서명 자리에는 루카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 이름을 보자 조심스러워졌다. 이름이 있다고 그 사람이 직접 봉인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상자를 열자 원판은 없었다. 대신 두 개의 작은 흑석 조각과 우편 인계표 한 장이 있었다. 흑석 하나에는 별의 모습을 흉내 낸 기계식 광원 설계가, 다른 하나에는 관측자가 직접 이름을 쓰도록 만든 빈칸이 새겨져 있었다. 두 조각은 서로 맞물리지 않았다. 누군가 두 가지 다른 목적의 물건을 하나의 상자에 넣은 셈이었다. 인계표에는 원래 수신인이 '루카스 — 보관'으로 적혀 있었고 아래에는 '에르안 — 귀환 여부 미확정'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름을 읽은 헤론의 얼굴이 굳었다. 에르안의 실제 생존을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누군가는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상태를 마지막까지 남기려 했다는 뜻이었다. 미라는 그 인계표에서 자신의 동생이 직접 서명한 듯한 줄을 찾았다. 이름은 번져 읽기 어려웠지만 아래에는 세 번 감은 매듭의 작은 그림이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녀가 동생의 흔적을 좇는 일이 얼마나 오래 버티는 일이었는지 가까이에서 보았다. “그 아이는 사람 이름을 잘못 쓰는 걸 제일 싫어했어.” 미라가 말했다. “내가 급해서 다른 선원 이름을 써 버리면 꼭 다시 쓰게 했거든.”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우린 그 아이와 꽤 잘 맞았을 것 같군요.” “그래. 넌 분명 그 아이를 아주 지치게 했을 거야.” 밤이 되었을 때 소란이 새 소식을 가져왔다. 돌문 뒤의 서류장에 다른 종이가 하나 더 있었는데, 우리가 나간 직후 수위가 낮아진 틈으로 일부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종이에는 바다 남쪽의 항구 이름과 인계일이 적혀 있었다. '진실조류 정박지 — 마지막 수신, 일곱 번째 낮 이전.' 나는 지명을 베껴 썼다. 지도 위에는 선을 긋지 않았다. 우리가 확인한 건 거울 관측실의 돌문까지였다. 미라는 오래된 편지를 품에 넣고 말했다. “이제 동생의 이름을 대신 적을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그 아이가 남긴 길을 직접 가서 확인할 거야.” 우리는 거울 관측실의 마지막 문을 닫았다. 문 밖의 바다는 아직 위험했지만, 이제 누가 왜 그 위험을 일부러 숨겼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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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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