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77화
PAYLUA ORIGINAL · 제177화

제177화 - 돌문은 바다의 반대편에 있었다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537자

오프라인 책장
거울 속 돌문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적어도 종이 위에서는 그랬다. 소란이 기억하는 옛 해안선, 헤론의 관측값, 내가 유리 화면에서 본 돌문의 높이를 겹치면 위치 하나가 나왔다. 그런데 그 위치에는 바다가 있었다. 그것도 사람이 걸어 들어갈 수 없는 깊은 바다였다. “돌문이 물에 잠겼겠죠?” 테온이 물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영상의 방향이 반대였을 수도 있죠.” 미라는 내 지도를 한 번 보더니 종이를 뒤집었다. “거울을 보는 거잖아. 처음부터 왼쪽과 오른쪽을 바꿔 봐.” 나는 얼굴을 붉혔다. 그 간단한 생각을 왜 못 했을까. 종이를 뒤집자 돌문의 후보 위치가 고원의 낮은 절벽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후보일 뿐이었다. 우리가 실제로 확인한 길은 거울 관측실 입구까지였다. 그 뒤의 길을 별가루로 이어 놓는 짓은 하지 않았다. 출발 전에 우리는 동쪽 해안에서 돌아온 조개잡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절벽으로 향하는 길이 두 개라고 했다. 하나는 오래된 돌계단, 다른 하나는 높은 풀숲을 가로지르는 짧은 오솔길이었다. 금색 안내판에는 오솔길이 안전하다고 표시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 길을 걸어 본 조개잡이는 낮은 지반이 어제 무너졌다고 증언했다. 나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젖은 장화를 보았다. 진흙에 섞인 자갈은 우리가 바위 해안에서 확인한 돌과 같았다. 테온이 조개잡이들에게 경고판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그들은 처음에 왕자라는 말을 듣고 머뭇거렸지만 테온이 직접 말뚝을 옮기자 곧 도왔다. 우리는 무너진 부분까지 접근하지 않고 안전한 길목에만 표시를 남겼다. 그 작업을 마친 뒤 조개잡이들은 돌계단까지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나는 왕실 문장으로 길을 명령하는 것보다 실제로 걸어 본 사람과 함께 표지를 만드는 일이 더 값지다고 생각했다. 돌계단 아래에서 미라는 손으로 수면의 소금기를 확인했다. 물이 들어오는 구멍이 두 군데였다. 둘 다 옛 조수표에는 없었다. 하크는 밧줄을 고정하면서 오래된 장부가 틀렸다는 말 대신 오늘 확인한 값이 다르다고 적었다. 누군가 과거의 장부를 보며 당시의 길을 연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길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지난 사람의 노력을 없애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해가 낮아질 무렵 소란이 안내하는 절벽길로 올라갔다. 바닷바람이 너무 강해서 키오는 깃발을 몸에 둘둘 감고 걸었다. 테온은 신분이 왕자라서 이런 고생을 하느냐고 묻고 싶은 얼굴이었다. 나는 먼저 말했다. “왕자님, 죄송하지만 세상은 높은 분에게도 높은 곳을 오르게 합니다.” 그가 웃었다. “그런데 너는 왜 나보다 더 숨이 차지?” “저는 왕실 연금이 없어서 체력을 저축할 수가 없었거든요.” 절벽 중턱에는 오래된 우편 등불이 있었다. 불꽃은 꺼져 있었지만 등잔 받침 아래에 실제 바퀴 자국이 두 줄 남아 있었다. 하크가 자국의 폭을 재었다. 바닷물에 부식된 흔적이 적었고 최근에 누군가 작은 운반차를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는 그 자국을 따라가되 가장자리가 무너진 구간은 돌아갔다. 길을 줄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돌아오는 길을 잃지 않는 게 목적이었다. 돌문은 절벽 뒤편에 있었다. 바다를 향하지 않고 육지를 향해 세워진 문이었다. 그 앞에는 옛 방파제의 석재가 쌓여 있었다. 미라는 문을 보고 한참 말이 없다가 말했다. “거울 안에서는 분명 바다 너머에 있었어.” “그래서 거울의 위치를 사실처럼 믿으면 안 됐던 거지요.” 헤론이 답했다. 문 위에는 숫자 세 개와 작은 빈 원이 파여 있었다. `3·7·0`. 이 숫자를 볼 때마다 나는 처음 별가루를 손에 묻혔던 날을 떠올렸다. 아르켄을 구할 때도, 무월항의 귀환 기록을 읽을 때도, 우리는 그 숫자에 서로 다른 뜻을 붙이려 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글로 된 설명이 있었다. ‘세 사람의 측량, 일곱 곳의 증언, 영의 강제 귀환.’ 나는 문장을 소리 내 읽었다. 헤론이 오래 생각했다. “영이 강제 귀환의 숫자라면, 무월항에서 쓰던 영의 의미와도 연결되겠군. 하지만 저 숫자의 모든 사용 사례가 같다는 증거는 없어.” “일단 이 문에서 쓰는 뜻은 확실하네요.” 내가 말했다.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 열쇠 구멍은 없고 옆에 사람 손바닥 크기의 판 네 개가 달려 있었다. 세 판에는 바람, 조수, 발자국이 새겨져 있었고 넷째 판은 비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기분이 묘해졌다. 지금까지 본 관측 장치들이 한결같이 빈칸을 불편해했다. 반면 이 문은 빈칸을 만들기 위해 제작된 것처럼 보였다. 소란은 판의 먼지를 닦으며 말했다. “여기에는 네 번째 관측자가 직접 다녀와서 이름을 남겨야 열렸어. 그런데 누군가 이름이 없는 칸에도 도장을 찍기 시작했지.” “그럼 우리 이름으로 지금 열면 됩니까?” 테온이 물었다. “그렇게 쉬웠으면 지금까지 잠겨 있지도 않았겠죠.” 내가 답했다. 우리가 실제로 확인한 건 문 앞까지의 길이었다. 문 너머를 살핀 사람이 돌아왔다는 기록은 없었다. 나는 열 수 있는지보다 안에 사람이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라가 문을 세 번 두드렸다. 아무 소리가 없었다. 소란이 오래된 도선 신호로 두 번 더 두드렸다. 그러자 반대편에서 아주 작은 쇠조각이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기계가 진동할 때도 날 수 있었다. 나는 문 아래에 종이를 밀어 넣었다. '밖에 세 사람이 있습니다. 안에 계시면 종이를 밀어 주십시오. 문을 억지로 열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한참 기다렸다. 종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바람에 밀려 조금씩 움직이다가 문 아래 틈에서 걸렸다. 그때 테온이 벽 뒤의 좁은 틈을 가리켰다. 물이 오래 빠진 듯한 자국이 있었다. 우리는 우회할 수 있는 작은 배수로를 발견했다. 그 입구에 무너진 돌이 쌓여 있었지만 사람 하나는 기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비어 있었다. 미라는 당장 들어가겠다고 했고 하크가 먼저 줄을 연결했다. 나는 말렸다. 지금 시각에는 조수가 올라올 수 있었다. 파온의 구조를 떠올리면 물이 들기 전 나와야 했다. 우리는 다음 낮의 물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 결정 때문에 밤새 돌문 앞에서 기다린 사람은 아무도 편하지 않았다. 밤에 관측실로 돌아오자 파온이 소란의 도면을 펼쳐 놓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찾은 배수로를 보더니 놀란 듯 말했다. “이건 비상 탈출구야. 원래 안에서만 열려야 했는데 밖에서 접근할 수 있었구나.” “누가 마지막으로 사용했습니까?” 미라가 물었다. 파온은 장부의 한 페이지를 보여 주었다. 넉 달 전의 기록이었다. ‘비상구 개방, 원본 사본 인수인 두 명 입장.’ 다음 줄은 비어 있었다. 퇴실 시각도 이름도 없었다. 나는 다시 지도 가장자리에 빈칸 두 개를 남겼다. 돌문을 향한 길은 확인했다. 그러나 그 문에서 돌아온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때 소란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내일 조수가 빠지면 배수로가 열릴 거야. 하지만 들어가기 전에 하나만 약속해. 안에서 네가 알고 싶은 얼굴을 보더라도 바로 따라가지는 말 것.” 미라는 대답 대신 오래된 붉은 매듭을 손목에 묶었다. 나는 지도통을 닫고 줄을 점검했다. 사람의 얼굴은 믿고 싶은 것을 부르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열어야 할 문은 얼굴이 아니라 돌아오는 길을 확인하는 절차로 열리는 문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77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77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