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온이 구조된 다음 날 나는 잠깐 희망을 품었다. 이제 관측실의 문도 열었고, 내부 설비를 아는 수리공도 살아 있었으니 뭔가 빠르게 해결될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세계는 나를 놀리는 듯 새로운 장부를 꺼내 보였다. 이번에는 사람의 숫자였다.
파온이 가져온 출입 명부에는 여덟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관측원 둘, 수리공 셋, 우편선원 둘, 기록 담당자 하나. 그런데 마지막 관측거울 앞의 화면에는 사람 아홉 명이 비쳤다고 했다. 아홉 번째는 그날 관측실에 등록된 적이 없었다.
“그림자가 하나 늘어난 건 아닙니까?” 키오가 물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 사람이 문을 두드렸어.” 파온이 대답했다.
나는 신중해졌다. 그가 안쪽에 오래 갇혀 있었고 날짜를 잃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우리가 배운 건 증언을 의심하라는 게 아니라 증언이 말하는 범위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파온은 소리를 들은 사실을 분명히 기억했지만 문을 두드린 사람이 누구인지는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관측실 내부를 확인하는 일에는 파온을 바로 데려가지 않았다. 그는 아직 절뚝거렸다. 대신 소란이 설비 도면을 가지고 입구에 남았고 헤론과 미라, 나, 테온이 확인된 복도만 건넜다. 바닥은 완전히 말라 있지 않았다. 수위 표식은 어제 우리가 구조했던 때보다 한 뼘 아래에 있었다. 나는 올라간 길과 내려올 길을 따로 표시해 벽에 작은 깃발을 세웠다.
첫 번째 거울은 창백한 자오선의 바다를 비추고 있었다. 실제로는 그 바다가 북서쪽에 있는데 거울 속에서는 남동쪽처럼 보였다. 두 번째 거울에는 무성 우편정의 붉은 매듭이 비쳤다. 하지만 매듭 아래에는 현재 남아 있지 않은 낡은 금속 선반이 있었다. 과거의 영상일 수 있었다.
세 번째 거울은 검은 천으로 덮여 있었다. 천에는 손바닥보다 큰 구멍이 나 있었고 그 아래 작은 표지가 있었다. '최종 귀환 대조 — 미확정 영상, 사람이 없을 때 작동 금지.' 누군가 그 마지막 문구를 칼로 긁어 지웠다.
“인간이 없을 때 쓰지 말라고요?” 테온이 말했다.
“정반대일 수도 있어요. 사람이 옆에 있어야만 영상과 현실을 비교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헤론이 답했다.
우리는 천을 바로 걷지 않았다. 거울을 작동시킬 전원이 들어오는지, 반사판이 사람에게 빛을 쏘지 않는지 확인했다. 세프에게 배운 방식대로 유리관을 두어 빛이 진짜 하늘에서 오는지 구별했다. 대부분은 기계가 만든 황색이었다. 미라가 수동 차단 레버를 붙잡고 내가 천을 조금 들어 올렸다.
거울 안에는 사람이 아홉 명 서 있었다. 얼굴이 흐릿했고 옷차림도 서로 달랐다. 한 사람은 루메르의 옛 제복을 입은 것 같았고 다른 사람은 천문정에서 쓰는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 뒤에는 바닷가의 돌문이 보였다. 내가 눈을 깜박이는 동안 거울 속 사람의 수가 여덟으로 줄었다.
“지금 사람이 빠진 겁니까?” 테온이 소리쳤다.
“영상이 바뀐 겁니다.” 나는 그를 붙잡았다. “거울 안에서 뭘 보았다고 실제로 누군가 사라진 건 아니에요.”
헤론이 관측판을 비교했다. 영상이 특정 조수 시간의 기록을 순서대로 돌려 보여 주고 있다는 흔적이 있었다. 거울 오른쪽의 톱니가 한 칸 움직일 때마다 영상 속 조류가 조금 달라졌다. 사람의 출입을 세는 장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각의 영상을 합치는 장치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아홉 번째가 꼭 새 사람이라는 뜻도 아니겠네요.” 미라가 말했다.
“그렇죠. 한 사람이 서로 다른 때에 두 번 비친 걸 수도 있어요.”
나는 거울 속 한 인물의 손목을 보고 눈길이 멈췄다. 붉은 실이 세 번 감겨 있었다. 미라가 먼저 다가갔다. 그녀의 손이 거울 표면에 닿을 듯 말 듯 떨렸다. 내가 말릴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유리 바로 앞에서 멈췄다.
“저건 내 동생이 쓰던 묶는 법이야.”
“언제 배웠습니까?” 헤론이 물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 급하게 바다에서 줄을 당기면 마지막 매듭이 풀리지 않도록 세 번 감았어.”
그녀는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장면의 유사성을 적었다. 누군가 붉은 매듭을 차고 있다는 사실과 그 사람이 동생이라는 결론은 다르다. 하지만 미라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낮았다는 사실도 보았다.
갑자기 거울에서 짧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물에 잠긴 것처럼 낮아졌다가 다시 높아지는 선율이었다. 파온이 말했던 목소리였다. 소리는 사람의 말보다 천천히 이어졌다.
‘하나는 여기, 둘은 저기, 셋째는 돌아올 사람에게.’
나는 가사를 듣고 우편정의 오래된 분류표가 떠올랐다. 물건을 두 곳에 보내고 세 번째 사본을 수신인에게 남기는 방식이었다. 반면 미라는 다른 기억을 말했다. 동생이 폭풍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자신에게 불러 주던 장난 노래와 같다는 것이다.
우리는 재생 시간을 기록하고 곧바로 전원을 껐다. 여덟 사람의 모습은 사라졌고 관측실 안에는 실제 우리 네 명만 남았다. 테온은 문밖에서 기다리는 소란에게 신호를 보내 살아 있음을 알렸다. 누군가를 놓친 채 증거를 확인했다고 기뻐할 수는 없었다.
거울을 끄기 직전 테온은 벽에 새겨진 두 이름을 발견했다. 하나는 파온, 다른 하나는 낯선 기록원 엘잔이었다. 두 이름 아래에는 각각 다른 날짜가 적혀 있었고 그 위에 '동일 귀환 영상'이라는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나는 벽을 직접 만져 본 뒤 글씨를 모사했다. 같은 영상에 두 이름이 붙었다는 사실이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계가 사람을 구별하지 못했다는 증거에 가까웠다.
헤론은 가려진 조각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그 아래에는 수정판을 세척한 날짜가 남아 있었다. 아홉 번째 노출과 정확히 일치했다. 누군가 영상을 더한 건 아니라 화면을 닦고 다시 켠 시간을 새로운 사람의 출입으로 해석했을 수도 있었다. 우리가 한쪽으로 결론을 몰아가려 하자 미라가 먼저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숫자 하나 때문에 또 사람을 만들어 버리지는 말자.” 그 말에 테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을 나서려는데 거울 아래 틈에서 작은 카드가 미끄러져 나왔다. 기계가 진동하면서 끼어 있던 종이가 떨어진 것이었다. 카드에는 '아홉 번째 승객'이라고 쓰여 있지 않았다. 대신 '제9차 노출 — 이전 제3차 영상과 중복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며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 중복 가능성을 정직하게 남겼지만, 그 뒤의 명부를 만드는 사람은 그것을 지워 버린 것이다.
오후에 파온에게 카드를 보여 주자 그는 오래된 자기 필체를 알아보았다. 실제로 아홉 명이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아홉 번째 장면을 보았다는 표시였다. 자기 기억도 출입 명부의 숫자와 섞여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조금 안도한 것 같았다. 자신이 잘못 보았다는 이유로 가짜말을 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니까.
미라는 바깥 갑판에 혼자 나갔다. 나는 잠시 뒤 따라가 그녀 옆에 앉았다. 그녀는 지금 당장 동생이 살아 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도 내 앞에서 확정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마.”
“그 말 대신 다른 말을 하겠습니다.”
“뭔데?”
“다음에 확인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겼어요. 거울 속 배경의 돌문 말입니다. 그 돌문이 지금도 존재하는지부터 찾읍시다.”
미라는 한참 말이 없다가 웃었다. “너는 참 희망을 못생기게 말하는 재주가 있어.”
“실용적인 모양이라고 해 주십시오.”
그날 지도에는 돌문의 모양만 남겼다. 길은 아직 없었다. 거울은 누군가의 옛 모습을 보여 주었을지 몰랐지만, 사람을 현재로 데려오는 힘은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의 바다를 다시 살피는 것이었다.
제17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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