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74화
PAYLUA ORIGINAL · 제174화

제174화 - 퇴실한 수리공이 두드리는 문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589자

오프라인 책장
거울 관측실의 창에서 네 번째 불빛이 켜졌을 때 우리는 모두 같은 결론을 내렸다. 저 안에 누군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모두 같은 행동을 한 건 아니었다. 미라는 배에 구조용 줄을 싣고 있었고, 테온은 입구를 찾고 있었다. 나는 신호를 보낸 창이 어느 바위 위에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헤론은 관측실이 언제부터 자동으로 불을 켜도록 만들어졌는지 조사했다. “저 사람이 빨리 나오고 싶어 하는데 우리가 너무 늦는 건 아닐까요?” 키오가 물었다. “그래서 각자 할 일을 하는 거야.” 미라는 밧줄을 매듭지었다. “확실하지 않은 물길로 모두 뛰어들면 구해 줄 사람까지 물에 빠져.” 소란이 아침 첫 물빠짐을 기다리자고 했다. 나는 그동안 파온의 퇴실 기록을 다시 읽었다. 마지막 점검 시각은 사흘 뒤의 날짜로 고쳐져 있었고, 잉크의 색도 달랐다. 원래 칸에는 ‘비상 수문 걸림, 거울판 수동 분리 중’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중에 덧씌운 줄에는 ‘점검 완료, 전원 퇴실’이라는 네 글자짜리 결론이 붙어 있었다. 결론은 짧았고 그 때문에 더 무서웠다. 조수가 낮아지자 바위 사이에 돌계단 다섯 개가 드러났다. 우리는 소란과 하크가 먼저 건너가 납추와 쇠고리로 바닥을 확인한 다음에야 한 명씩 이동했다. 별가루 지도는 첫 계단부터 다섯 번째 계단까지 얇게 빛났다. 그 뒤의 어두운 복도에는 여전히 길이 없었다. 나는 종이를 덮고 직접 걸었다. 관측실의 문은 비스듬히 매달려 있었다. 문손잡이에는 흰 천이 걸렸고 문 옆에는 아주 작은 쇳조각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소란이 숨을 들이켰다. “파온이 남기던 표식이야.” “오늘 놓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까?” “아니. 하지만 작업 구역을 막아 놓았다는 뜻은 알아.” 우리는 손으로 문을 억지로 잡아당기지 않았다. 테온은 문 위의 균열을 확인했고 미라는 아래에 대피용 나무판을 깔았다. 헤론은 천문정에서 가져온 부품 장부와 문틈의 쇠핀을 비교했다. 누군가 퇴실한 뒤에도 안에서 열 수 있게 해 놓은 수동 걸쇠가 있었다. 문제는 바깥쪽에서 그 걸쇠를 또 다른 기계가 막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동 퇴실 판정이 작동하면 안전을 위해 잠긴대.” 세프가 장부를 읽었다.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나는 반문했다. “규정에는 이미 퇴실했다고 가정하고 있어.” 문 안쪽에서 똑똑, 세 번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빛보다 분명했다. 미라가 같은 간격으로 문을 두드리고 외쳤다. “밖에 사람이 있어요! 목소리 들립니까?” 한동안 침묵이 흐르다가 젖은 목소리가 돌아왔다. “다섯 번째 발판을 밟지 마요. 안쪽이 비었어요.” 우리는 방금 다섯 번째 발판을 지나왔다. 나는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하크가 바로 그 발판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통나무가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계단이 아니라 얇은 덮개였다. 물이 차면 거기부터 떨어질 수 있었다. “안에 몇 명입니까?” 미라가 물었다. “한 명. 아니, 사람은 한 명이에요. 다른 건 거울에 비친 거예요.” 우리는 이름을 물었다. 목소리는 파온이라고 답했다. 소란은 창 아래에서 그 이름을 부른 뒤 그가 오래전 수리할 때 쓰던 욕설 하나를 덧붙였다. 문 안쪽에서 웃음소리가 났다. “그 말 아직도 하네, 소란.” 그가 실제로 파온인지를 확정하기엔 부족했지만, 서로 아는 기억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문을 열 방법은 있었다. 기계가 막은 바깥 핀을 빼내고 안쪽의 사람이 수동 걸쇠를 내려야 했다. 문제는 두 동작을 같은 순간에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세 번 두드리면 핀을 뽑고, 한 번 울리면 걸쇠를 내리라는 순서를 정했다. 실제로 신호가 전달되는지 먼저 두 차례 시험했다. 한 번은 문 안의 사람이 세 번을 두 번으로 잘못 들었다. 소리도 거울처럼 뒤섞일 수 있었다. 그래서 소란이 얇은 쇠막대를 문틈에 넣어 촉감으로 전달하도록 바꿨다. 미라가 막대를 세 번 밀었고 파온이 뒤에서 한 번 밀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물이 발목까지 쏟아졌다. 테온과 하크가 나무판을 받쳤고 나는 뒤로 밀리는 장부를 붙잡았다. 파온은 팔에 피가 마른 채로 나타났다. 얼굴은 지나치게 창백했지만 스스로 걷고 말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가 실제 바위계단 밖으로 나온 시각을 적었다. 파온이 무릎을 꿇고 소란의 신발을 알아보는 모습까지 본 뒤에야 내 손끝의 떨림이 조금 가라앉았다. “기록에는 퇴실하셨다는데요.” 내가 말했다. 파온이 기진맥진한 얼굴로 웃었다. “아, 그럼 나는 일이 끝난 거야? 밀린 급료 좀 받아 줘.” “저도 밀린 배삯이 있어서 그 기분 잘 압니다.” 미라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찔렀다. “사람부터 앉혀.” 파온은 소란이 준비한 물을 마시고 무릎을 감싼 천을 갈았다. 그는 며칠째 갇혀 있었는지 확실히 알지 못했다. 안쪽 시계는 두 번 고장 났고, 창에서는 하루를 셋으로 나누어 비추는 빛이 들어왔다. 밖에서 넉 달이 흘렀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는 그에게 지금 당장 그 차이를 설명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직접 기억한 마지막 점검 시간과 오늘의 구조 시간만 따로 기록했다. 구조한 뒤에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하크는 파온이 내려온 다섯 번째 발판의 덮개를 고정했고 키오는 지나온 사람을 세었다. 처음에는 파온을 포함해 다섯 명이라고 말했다가, 구조 줄을 잡았던 소란이 안쪽에 다시 남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우리는 소란을 확인하고서야 사람 수를 확정했다. 모처럼 문이 열렸는데, 구한 사람이 다시 갇히는 일만은 피하고 싶었다. 헤론은 파온의 팔에 난 상처를 살폈다. 쇠핀에 긁힌 흔적과 물에 오래 젖어 생긴 상처가 섞여 있었다. 파온은 관측실 안에서 마른 식량을 찾아 먹었다고 했다. 그 식량이 언제 보관됐는지 알 수 없어 우리는 그가 며칠 동안 있었는지 추정하지 않았다. 대신 안쪽에 아직 남아 있는 식수통의 위치를 도면에 표시했다. 언젠가 다른 사람이 같은 문에 갇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조가 끝났다는 말을 쓰기 전, 다음 구조자가 쓸 수 있는 정보도 남겼다. 파온은 회복한 뒤에도 관측실 안쪽 문을 바라보았다. “수문을 고치려던 날, 누군가 거울에 사람 이름을 붙였어요. 이름이 붙자 장치가 그 사람을 '귀환 완료'로 계산했죠. 실제로는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는데.” “누가 붙였습니까?” 헤론이 물었다. “검은 장갑을 낀 기술자였어요. 얼굴은 못 봤어요. 대신 장갑 손등에 북쪽 별을 지운 문장이 있었죠.” 헤론은 말을 잃었다. 오래전 스승 세르안에게 배운 관측식과 닮은 문장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스승의 이름을 적지는 않았다. 그날 저녁 우리는 구조한 파온에게 쉬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했다. 관측실 안에 아직 누군가 남아 있다고 했다. 거울판 세 장 가운데 마지막 한 장에서만 들리는 노랫소리였다. 사람의 목소리인지 녹음 장치인지는 몰랐지만, 자기가 문을 두드릴 때마다 그 노래도 멈췄다고 했다. 미라는 조용히 물었다. “남자 목소리야, 여자 목소리야?” “잘 모르겠어요. 물속에서 들리는 것 같았으니까. 다만 끝에 붉은 매듭을 세 번 묶으라는 말을 했어요.” 그 순간 미라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어떤 결론도 말하지 않았다. 실제로 돌아온 파온 한 명이 우리 앞에 앉아 있었다. 그 사실만큼은 지도에 정확하게 적었다. 거울 안의 목소리는 아직 빈칸이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74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7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