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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72화
PAYLUA ORIGINAL · 제172화

제172화 - 소란의 발자국은 거꾸로 남았다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596자

오프라인 책장
조개 채취 마을은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모래를 가지고 있었다. 밤새 바다가 물러나면 새 길이 나타났고, 아침 물결이 돌아오면 방금 그렸던 발자국이 모조리 사라졌다. 지도사에게는 악몽 같은 땅이었다. 미라는 그곳을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 항해사가 좋아하는 장소는 대체로 내가 싫어하는 장소인 모양이다. 우리는 천문정에서부터 실제로 확인한 바위길을 밟아 마을로 향했다. 테온은 앞에서 깃발을 세웠고 키오는 뒤에서 사람이 돌아오는 순서를 세었다. 헤론은 모래에 꽂힌 오래된 시계 대신 해의 위치를 확인했다. 바다의 조수는 장부에 적힌 시각보다 약간 빠르게 돌아왔다. “보이는 길은 정말 금방 사라지는군요.” 테온이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밟은 길을 적어 둬야죠.” 나는 대답했다. “누구도 내일 같은 길이 열릴 거라고 장담하지 않고요.” 소란의 집은 모래언덕 위에 있었다. 문 앞에는 이상한 신발 세 켤레가 거꾸로 놓여 있었다. 우리는 주인이 발을 잘못 신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문을 열고 나온 여자는 가장 먼저 우리 발뒤꿈치를 살폈다. “물길에서 여기까지 왔군. 뒷굽에 흰 소금이 묻었어.” 소란은 나이가 마흔쯤으로 보였고 얼굴에는 바람을 오래 맞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나의 도선증을 보여 주자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걸 아직 갖고 있었네. 그 증명서로 배를 몰면 안 돼. 넉 달 사이에 동쪽 바위가 둘이나 무너졌거든.” 나는 그녀에게 남쪽 거울 관측실로 갈 수 있는지 물었다. 소란은 즉시 답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를 집 뒤의 낮은 언덕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바다와 같은 높이의 거울판이 있었다. 오래전에 깨진 유리 조각들이 진흙에 묻혀 빛났다. 유리에는 반대편 언덕의 그림자가 비쳤지만 실제 언덕에는 아무도 없었다. “보이지?” 소란이 말했다. “저쪽에는 사람이 서 있는 것 같아. 그런데 내가 직접 건너가 보면 아무도 없어. 전에 지나간 사람이 비치는 거야. 언제 지나갔는지는 몰라.” “그림이 남는 장치일 가능성이 있군요.” 헤론이 유리를 살폈다. 소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거야. 문제는 그 그림을 보고 따라 걷는 사람이지. 내가 아는 사람 하나는 반사된 발자국을 따라갔다가 급류에 빠졌어.” “살았습니까?” 미라가 물었다. “살았지. 내가 줄을 던졌으니까. 그 뒤로 내 신발을 거꾸로 놓아. 집 앞에 오는 사람도 자기가 보는 게 실제 방향과 다를 수 있다는 걸 한 번은 생각하게 하려고.” 소란은 우리가 칠흑 천문정에서 가져온 표척의 흰 실을 보고 표정을 바꾸었다. 세 번째 구멍에는 원래 빨간 실을 묶었다고 했다. 흰 실은 관측실을 폐쇄한 뒤 임시 대피로를 표시할 때 쓰는 색이었다. 폐쇄된 시설에도 대피로가 남아 있었다는 뜻이었다. “어느 쪽입니까?” 미라가 재촉했다. “그걸 지금 말하면 넌 그쪽으로 항해할 거잖아. 오늘 물을 보고 정하자.” 그날 오후 우리는 소란과 함께 물길을 재러 나갔다. 작은 배 세 척을 띄워 간격을 유지했고, 하크가 각 배에서 납추를 내렸다. 가장 얕은 곳은 소란이 기억하던 대피로보다 서쪽으로 옮겨 있었다. 대신 바위 두 개 사이에 새로 열린 좁은 수로를 확인했다. 소란은 자기 옛 기록 위에 선을 하나 긋지 않았다. 오늘의 종이 한 장을 따로 꺼냈다. “과거에 여기서 통행했다는 기록은 남겨. 오늘도 통과할 수 있다는 건 다른 기록으로 확인해야 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소란이 웃었다.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지도사를 만나네.” “원래는 말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미라가 끼어들었다. “이 친구는 불확실하다는 말을 너무 좋아해서, 식당에서 저녁 메뉴도 아직 모른다고 해요.” “그럼 배고프게 내버려 둬.” 소란은 진지하게 답했다. 우리가 시험 배를 묶는 동안 조개잡이들이 갯벌에서 돌아왔다. 그중 한 노인은 소란의 도선증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오래된 증명서에는 안전하게 돌아오는 위치를 알려 주는 푸른 바위가 표시되어 있었는데, 그 바위가 지난달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는 것이다. 소란은 그 말을 듣고 직접 노인을 데리고 바위 자리로 갔다. 나는 두 사람이 다툴 줄 알았다. 오히려 소란은 낡은 표를 접고 새 표의 첫 줄에 노인의 이름을 적었다. “지도를 그리는 사람의 체면보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의 발목이 중요하지.” 그녀가 말했다. 그날 채취한 조개를 싣고 돌아가던 아이는 푸른 바위가 깨진 뒤 물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흙바닥에 손가락으로 그려 주었다. 헤론은 물살의 속도를 계산했고 미라는 아이가 실제로 지나온 부분을 따로 표시했다. 늙은 도선사와 어린 조개잡이가 같은 지도에 서로 다른 내용을 남겼다. 아무도 상대의 선을 지우지 않았다. 저녁에 소란은 오래된 바닷길의 기록을 꺼냈다. 거울 관측실은 원래 파도가 세 번 돌아오는 지점을 관측하려 만든 곳이라고 했다. 첫 번째 파도는 실제 조류, 두 번째는 해저 거울이 남긴 반사, 세 번째는 이전 낙성 때 생긴 경계 흔적. 세 가지를 하나로 합치면 안전한 항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시간의 조각이라는 것이었다. “왜 그런 장치를 만들었죠?” 테온이 물었다. “원래 목적은 관측자가 잘못 읽지 않도록 나란히 보여 주는 거였어. 누가 표제를 지워 버리기 전까지는.” 그녀는 손때가 묻은 장부를 펼쳤다. 세 칸의 표제가 있었다. 실제 관측, 반사 기록, 미확정 흔적. 마지막 칸에만 유독 많은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 선들이 지워진 자리에 ‘최종 귀환’이라는 검은 글씨가 덧씌워져 있었다. 우리는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소란이 직접 안내하는 시험 수로를 다시 확인했다. 별가루 지도를 펼쳤지만 은빛은 바위 두 개 사이까지만 이어졌다. 거울 관측실의 위치가 기록에 있다고 해서 그곳까지 길이 생기지는 않았다. 소란은 내 지도를 한참 내려다보더니 손가락으로 빈 공간을 짚었다. “저곳에 사람이 있어. 폐쇄되던 날 남아 있던 수리공이야. 이름은 파온. 기록에는 이미 퇴실했다고 적혔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본 건 그가 안쪽 문을 잠그는 모습이었어.” “그럼 지금도 안에 있을 수 있습니까?” 테온이 놀라 물었다. “모르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거울이 세 번 빛났어. 하지만 그 빛이 사람의 신호인지 장치의 반복인지 확인하지 못했어.” 나는 그 이름 옆에 ‘생존 여부 미확인’을 적었다. 미라는 배를 움직일 시각을 물었고, 소란은 다음 날 새벽 첫 물빠짐을 기다리자고 했다. 곧장 나가지 않고 기다릴 수 있다는 대답이 이렇게 어려운 건 우리 모두 누군가를 빨리 찾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밤이 되자 소란의 집 앞 거꾸로 놓인 신발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그중 한 켤레의 밑창에는 붉은 실이 걸려 있었다. 미라가 그것을 들어 올리자 소란의 얼굴이 굳었다. “그 실은 내 것이 아니야. 누군가 오늘 집 앞까지 왔다는 뜻이지.” 우리는 서둘러 등불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모래에는 신발 자국이 남아 있었다. 발끝은 바다를 향했지만, 발뒤꿈치에는 막 도착한 사람의 젖은 소금이 묻어 있었다. 누군가 바다에서 올라와 일부러 뒤로 걸어간 것이었다. “신호를 남긴 사람이 있네요.” 내가 말했다. 미라는 붉은 실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 오는 걸 알고 있었어.” 바다는 이미 모래를 덮기 시작했다. 나는 남은 발자국을 그대로 모사했다. 따라갈 길은 사라졌지만 지금 누군가 그곳을 지나갔다는 사실까지 사라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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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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