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71화
PAYLUA ORIGINAL · 제171화

제171화 - 거울이 비추지 않는 남쪽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526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거울을 믿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거울 앞에 서 있는 내 얼굴보다 거울 뒤에서 누가 각도를 조절하고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칠흑 천문정의 사건을 겪고 나니 그 버릇은 더욱 심해졌다. 하늘에는 없던 별을 물에 만들어 놓고, 그것을 진짜 북쪽이라고 판매하는 사람들을 보았으니까. 거울 관측실은 별락 대륙의 남쪽에 있다는 것밖에 몰랐다. 해도에는 항구 하나 없고, 12년 전 도선사의 기록에는 ‘사라진 모래톱 뒤’라고만 적혀 있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면 모래톱이 사라질 때까지 바다를 기다려야 한다. 선장인 미라는 그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내밀었다. “오늘의 바닷물이 어느 방향으로 빠지는지부터 알아야 해.” 그녀가 두 장의 조수표를 펼쳤다. 하나는 무성 우편정의 이나가 보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천문정 관리인 세프의 장부에 남은 것이었다. 같은 날짜의 물높이가 달랐다. 달력의 날짜를 맞췄는데도 숫자가 다르자 테온은 두 표 중 어느 것이 거짓인지 물었다. “둘 다 당시에는 맞았을 수도 있습니다.” 헤론이 답했다. “이곳은 지형이 바뀌면서 기준점 자체가 움직였어요.” 나는 연필 끝으로 종이의 가장자리를 두드렸다. “그럼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표를 하나 버리는 게 아니라 기준점을 찾아내는 거군요.” 우리는 높은 천문정에서 내려다본 해안을 곧장 그리지 않았다. 그곳에서 보인 검은 띠는 반사판이 만든 빛과 겹쳐 있었다. 대신 라엠이 어제 직접 건넜던 돌계단, 하크가 납추를 내려 확인한 얕은 바위, 탄이 우편선을 운항하며 손으로 만졌다는 두 개의 쇠고리를 표시했다. 세 지점이 따로 찍혔다. 그 사이에 은빛 선을 억지로 잇지 않았다. 정오 무렵 미라는 시험 항해에 나섰다. ‘어제의 파도’가 아니라 작은 보트를 이용했다. 큰 배에 모두 태운 채 처음 보는 여울을 들이받는 건 지도를 만드는 사람도 말려야 했다. 하크는 납추를, 키오는 깃발을 맡았다. 나는 해안에 남아 헤론과 시각을 맞췄다. 보트는 멀리 가지 못했다. 남쪽으로 곧게 뻗은 것처럼 보이던 검은 물결이 실제로는 거대한 원을 그리며 되돌아왔다. “저 물결을 따라가면 출항한 자리로 돌아오겠네요.” 내가 말했다. 헤론은 관측판을 돌렸다. “되돌아온다는 걸 알았으니 귀환로 하나는 확인했군.” 그 말을 듣자 조금 웃음이 났다. 우리는 남쪽으로 가고 싶은데 북쪽으로 돌아오는 길부터 얻었다. 하지만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은 때때로 목적지보다 값졌다. 보트가 귀환할 무렵 검은 물 사이에서 긴 나무판 하나가 떠올랐다. 미라가 갈고리로 끌어올렸다. 판에는 네모난 구멍이 여덟 개 나 있었고, 세 번째 구멍에 하얀 실이 매달려 있었다. 배의 일부처럼 보였지만 세프는 그것을 알아보았다. “거울 관측실에서 수면 높이를 재던 표척입니다. 해안에 걸어 놓는 도구였어요.” “그럼 저곳에서 흘러온 겁니까?” 테온이 물었다. “가능하지만, 그 말은 아직 모릅니다.” 세프가 판의 밑면을 살폈다. “저기까지 가 본 사람에게 묻는 편이 낫겠죠.” 흰 실에는 매듭이 두 번 묶여 있었다. 미라는 그것을 자기 손가락에 올려놓고 오래 보았다. 동생이 사용하던 붉은 매듭과는 종류가 달랐다. 그 차이를 인정하는 데 그녀의 얼굴에 잠깐 힘이 들어갔다. “동생 흔적이 아니라 관측실 물건이네.” “그것도 지금 필요한 물건입니다.” 내가 말했다. “알아. 그래서 더 열 받는 거야. 바다는 맨날 정답을 반만 주거든.” 시험 항해를 마친 뒤 우리는 천문정의 작은 식당에서 결과를 검토했다. 세프는 보트가 돌아온 것을 보고 '남쪽 항로 폐쇄'라고 적으려 했다. 나는 그 문장을 지웠다. 폐쇄를 결정하려면 수로 전체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확인한 것은 검은 원형 조류 때문에 이 시간대의 직행 항로가 위험하다는 사실뿐이었다. 소란이라는 도선사를 만나지도 않고 몇 달 뒤의 바다까지 폐쇄한다고 쓰는 건 다른 종류의 거짓말이었다. 식당에는 북쪽에서 온 두 어부가 있었다. 한 사람은 금색 항로표를 흔들며 거울 관측실까지 하루면 닿는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은 그 표를 따라갔다가 납추가 바닥에 닿지 않아 돌아왔다고 했다. 미라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싸움 없이 들었다. 첫 어부에게 실제로 언제 항해했는지 묻자, 그는 항해한 적은 없고 상회에서 표를 샀다고 대답했다. 두 번째 어부는 어제 다녀왔다고 했다. 그가 그린 작은 여울의 모양은 하크의 측량과 일치했다. “한 사람은 물건을 샀고 한 사람은 물을 만졌군.” 미라가 말했다. 나는 두 어부의 말을 같은 기록표에 적되 확인 방법을 따로 표시했다. 첫 어부의 표는 팔 수 있는 상품일지 몰라도 오늘의 안전한 길은 아니었다. 두 번째 어부 역시 여울 너머의 길은 보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인정하고 나서야 식탁의 언성이 낮아졌다. 그때 키오가 내가 실수로 남쪽 시험선을 지우려는 것을 발견했다. “형, 돌아온 길도 지우면 안 되잖아요.” 나는 손을 멈췄다. 시험선은 실패한 항해의 흔적이 아니라 실제로 안전하게 돌아온 기록이었다. 키오에게 연필을 쥐여 주고 귀환한 시간을 다시 적게 했다. 작은 손글씨가 종이 끝에 남았다. 먼 훗날 누군가 이곳에 올 때, 우리가 남쪽으로 가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안전하게 돌아온 방향을 먼저 읽을 수 있도록. 오후에 이나가 연락선을 타고 찾아왔다. 무성 우편정에 보관한 옛 도선증을 뒤지다가 남쪽 해안에서 실제로 항해했던 사람의 이름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이름은 소란. 최근에는 천문정 동쪽의 조개 채취 마을에서 산다고 했다. 도선증의 마지막 확인 날짜는 넉 달 전이었다. 아주 오래된 전설보다는 낫지만 오늘의 수심을 대신해 주지는 못했다. 그녀가 도선증과 함께 내민 작은 수리 영수증에는 ‘거울 관측실 제2차 수문 수리’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수리비 수령인 란에는 서명이 없었다. 대신 빨간 도장이 하나 찍혀 있었다. 서명을 확인하지 않고 돈을 줬다는 뜻인지, 물품 인계만 확인했다는 뜻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소란을 찾기로 했다. 미라와 하크는 바깥 조류를 살피고, 테온과 키오는 마을까지 가는 돌길을 답사하기로 했다. 나는 항해 준비보다 더 중요한 질문 하나를 적었다. ‘거울 관측실은 지금도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가.’ 다음 날 아침 출발하기 전, 천문정의 오래된 돔 아래에서 갑자기 빛이 한 번 깜박였다. 반사판의 전원을 끈 뒤로 처음 보는 신호였다. 라엠이 부품을 확인하러 뛰어갔다. 나는 섣불리 별가루를 꺼내지 않고 빛이 들어온 각도부터 그렸다. 빛은 하늘이 아니라 남쪽 해면에서 왔다. 소란이 남겼다는 도선증의 뒷면을 펼치자 작게 접힌 문장이 나타났다. ‘관측실에 들어갈 때에는 거울 속에서 보이는 길을 밟지 말 것. 거울 밖에서 돌아온 사람의 발자국을 확인할 것.’ 미라가 그 문장을 읽고 내 어깨를 툭 쳤다. “네가 좋아할 규칙이네.” “제가 만든 규칙보다 오래됐다는 게 마음에 듭니다.” 그날 우리는 남쪽을 향한 지도에 선을 그리지 못했다. 하지만 길을 알아내는 데 필요한 사람의 이름과 그를 만나러 갈 실제 돌길을 얻었다. 빈칸은 그대로 남았고, 이상하게도 그게 전보다 덜 무서웠다. 빈칸을 지우려는 사람이 아니라 채우기 전에 확인하려는 사람이 우리 곁에 있었으니까.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71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71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