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애 처음으로 별빛이 없는 천문대에서 밤을 새웠다. 칠흑 천문정의 가장 높은 방은 유리 돔으로 덮여 있었지만 거울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반사판이 꺼지자 방에는 달빛만 가늘게 들어왔다. 헤론은 그것이 오히려 좋은 징조라고 했다. 기계가 만든 별을 보지 않으면 실제 별의 위치를 다시 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좋은 징조라기보다 좋은 조건이죠.” 내가 정정했다.
“나도 알아. 네가 언제부터 천문학자의 말을 고치게 됐지?”
“천문학자들이 자꾸 제 지도에 선을 긋기 시작한 뒤부터요.”
우리는 원통을 재생하기 전에 서로 다른 작업을 맡았다. 세프와 라엠은 바늘 장치를 수리했고, 이나는 봉인 전후의 상태를 기록했다. 미라는 관측대 아래 바다에서 작은 배가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테온은 비상 계단의 난간을 고쳤다. 키오와 탄은 우편물을 높은 곳으로 옮겼다. 누구도 자신의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우기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나는 내 일이 가장 적다고 투덜거릴 수 있었다.
“너는 다 적어야 하잖아.” 미라가 말했다.
“그래서 가장 큰 불만을 갖는 거죠.”
해가 진 뒤 네 개의 눈금자가 서로 다른 하늘을 가리키는 이유를 확인했다. 한 개는 루메르가 사라지기 전의 관측기준을 사용했고, 또 하나는 별락 대륙의 낙성 이후 이동한 지평선을 기준으로 했다. 셋째는 천문정 거울에서 반사된 표본 광원을 측정한 수치였다. 넷째는 여백이 남아 있었다. 나는 넷째에 숫자를 써 넣지 않았다. 실제로 관측된 기록이 없었다.
세프는 칠흑 천문정의 중앙 원판을 열었다. 원판은 여러 겹의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안쪽에는 오래된 별자리와 함께 수많은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름이 없는 칸도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칸에는 에르안의 이름 대신 '관측 중단'이라는 말이, 다른 한 칸에는 루카스의 이름 옆에 '자료 인수'라는 말이 남아 있었다. 적어도 이 원판은 두 사건을 하나로 합치지 않았다.
“누군가 나중에 사본을 만들면서 두 칸을 이어 붙였군.” 헤론이 말했다.
“누구죠?” 테온이 물었다.
“그건 아직 모른다. 사본을 만든 공방의 인장이 더 필요해.”
나는 오래된 원판의 바깥쪽을 살폈다. 아르켄 서부 옛 지도실이라는 별칭은 여기에는 없었다. 대신 '북측 관측망 임시 사용자'라는 짧은 문구가 있었다. 누군가 내 가게의 이름을 빌려 이 원판의 수치와 사본을 관리하려 했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왜 하필 내 가게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미라가 갑판 아래에서 올라왔다. 그녀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붉은 매듭이 묶인 작은 조각을 내밀었다. 라엠이 말했던 일곱 번째 반사판의 표식 옆에서 발견했다고 했다. 실이 아니라 붉은 도료로 그린 매듭 위에 작은 금속 조각이 끼워져 있었다. 조각에는 숫자 세 개와 짧은 문장이 있었다.
'3·7·0 — 셋의 관측, 일곱의 대기, 영의 귀환.'
나는 숫자를 읽고 눈을 가늘게 떴다. 오랫동안 지도를 따라다니던 표식이었다. 그 뜻을 완전히 이해한 건 아니었다. 셋이 누군지, 일곱이 누군지, 영이 무엇의 수인지 정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의 귀환'을 사람들이 한 명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으로 자동 처리하는 장치가 위험하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번 보았다. 미라는 조각을 손에 쥐었다.
“이걸 동생이 남겼을까?”
“그 매듭을 아는 누군가가 남겼겠죠.” 나는 말했다. “동생일 수도 있고, 그 사람과 함께 일한 다른 우편공일 수도 있어요.”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원한 건 거짓된 위로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조각을 되돌려 놓지 않고 발견 위치를 그림으로 남긴 뒤, 세프에게 정식 인계했다.
마침내 재생기가 준비되었다. 세프가 바늘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자 원통에서 얇은 진동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말인지 파도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조금 뒤 목소리 하나가 분명해졌다.
“마지막 관측을 완료하지 마십시오.”
말한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바로 알 수 없었다. 소리의 높낮이가 금속에 긁혀 있었다. 목소리는 이어졌다.
“네 번째 빛은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누가 그것을 별이라고 부르든, 아직 확인된 사람은 없습니다. 관측값을 합치면 길이 아니라 명령이 됩니다.”
나는 손에 든 펜을 멈췄다. 마지막 문장이 앞선 수십 번의 사고와 연결되었다. 확인되지 않은 귀환을 완료로 바꾸고, 서로 다른 장소를 하나의 목적지로 묶던 장치들. 그것들이 왜 같은 네 번째 칸을 가지고 있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이 그것을 직접 만들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목소리는 마지막에 짧게 기침했다. 그 뒤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이름을 적어야 해요. 나중에 누가 이걸 남겼는지 알 수 있도록.”
첫 번째 목소리가 대답했다. “적으면 그 사람을 찾아낼 겁니다.”
“그럼 적지 않더라도, 돌아올 길은 남겨야죠.”
그 대화는 거기서 끊겼다. 미라는 재생기를 바라보다가 한쪽 손을 꼭 쥐었다. 그녀는 두 번째 목소리가 동생을 닮았다고 말했다. 확신할 수 없는 이유까지 스스로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들은 목소리와 12년이 지난 기록, 금속이 깎아 낸 음색은 같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이 말투는 기억나.” 미라가 말했다. “화가 났을 때 끝을 조금 올려서 말했어.”
나는 그 문장을 그대로 적었다. 누군가의 기억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기억만으로 이름을 확정하지 않았다.
한밤중 갑자기 천문정 아래에서 붉은 경보등이 켜졌다. 시단이 보낸 경고였다. 중앙 관측망이 네 번째 눈금자의 빈칸을 자동으로 채우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모든 원격선이 분리된 줄 알았지만 상부 관측실에는 다른 기계식 신호선이 남아 있었다. 라엠이 달려가 거울 회전대를 멈추려 했다. 회전대는 무거웠고 톱니가 닳아 있었다.
“이대로면 거울이 수평을 향합니다!” 라엠이 외쳤다. “아래 항구에 가짜 북극성을 다시 비춰요!”
미라는 남아 있는 사람들을 비상 계단으로 옮겼다. 테온과 하크가 회전대의 고정핀을 찾았다. 나는 원판의 네 번째 칸에 눌러진 자동 표시를 발견했다. 누군가 원격으로 '관측 완료' 명령을 보내고 있었지만 물리적인 원판의 홈은 비어 있었다. 우리는 원판을 부수지 않고 신호 전달용 톱니만 분리해야 했다.
“몇 분 남았습니까?” 내가 물었다.
“잘못된 빛이 바다에 닿기까지는 알 수 없어.” 헤론이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 끊으면 기록은 남길 수 있어.”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좁은 회랑을 건넜다. 시단은 자신이 승인한 회전대를 직접 멈추는 데 동의했다. 라엠이 고정핀을 뽑았고 하크가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거울은 삐걱이며 멈췄다. 바깥의 바다는 잠시 더 검게 보였지만, 수면 아래에서 새 별빛이 솟아오르지는 않았다. 헤론은 곧장 하늘을 다시 관측했다.
“마지막 별은 아직 보이지 않아.” 그가 말했다. “적어도 우리가 확인한 하늘에는.”
나는 그 문장을 천천히 받아 적었다. 예언이 틀렸다는 뜻도, 앞으로 아무 일도 없다는 뜻도 아니었다. 다만 오늘 거울이 만든 거짓된 신호를 실제 하늘에서 일어난 일로 기록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새벽에 우리는 회전대의 자동 명령 로그를 확보했다. 발신지는 역시 '아르켄 서부 옛 지도실'이라는 별칭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말단의 번호가 가려지지 않았다. 북측 관측망의 끝이 아니라 별락 대륙 남쪽의 '거울 관측실'로 이어진 것이었다. 발신 시각은 원통에 녹음된 과거의 시각과 일치하지 않았다. 누군가 지금도 작동 중인 장치를 쓰고 있었다.
미라는 원통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그리고 내게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 그녀가 오래전 동생에게 받았다는 매듭법 그림이었다. 재생된 두 번째 목소리가 남긴 말을 따라 읽으며, 이제 거울 관측실에 누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는 네가 먼저 말해 줘.” 미라가 말했다. “그곳에 갈 수 있는 길이 있는지.”
나는 지도를 펼쳤다. 칠흑 천문정까지 실제로 확인한 길은 은빛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남쪽 거울 관측실까지는 멀고 오래된 이름 하나뿐이었다. 그 사이에 바다가 있는지 땅이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아직 없습니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찾을 수 있는 증언은 생겼어요.”
미라는 웃었다. “그거면 됐어.”
나는 170번째 지도 가장자리에 한 줄을 적었다.
'마지막 별은 아직 떨어졌다고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 그것이 떨어졌다고 쓰기 위해 오늘도 장치를 움직이고 있다.'
그 문장 옆에 새로운 지명을 남겼다. 거울 관측실. 이번에는 선을 긋지 않았다. 대신 돌아올 사람을 기다리는 빈칸과, 아직 길을 찾지 못한 사람의 이름을 함께 남겨 두었다. 세계가 지워지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제17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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