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천문정은 생각보다 조용한 건물이었다. 멀리서 보면 커다란 검은 바위 위에 흰색 유리 돔이 하나 얹힌 모습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유리 돔은 검은 석재에 붙인 거울 조각 수백 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바다 아래 반사판이 비춘 빛은 그 거울 사이를 지나 하늘로 되돌아갔다. 마치 누군가 별을 보관했다가 밤마다 조금씩 꺼내 놓는 것 같았다.
우리는 천문정의 서쪽 돌계단에 닿았다. 그 길은 라엠이 직접 올라왔던 수로와 달랐다. 미라와 하크가 물때를 확인한 뒤 실제로 접안했고, 나는 그때서야 계단 입구까지 지도에 선을 그었다. 계단 위쪽의 문은 잠겨 있었다. 문에는 '원본 전달자 입장 허가'라고 적혀 있었다.
“원본 전달자가 누구입니까?” 테온이 물었다.
라엠이 고개를 저었다. “저도 이름은 몰라요. 관측 시설의 내부 명부에 가려진 칸이 있었거든요.”
시단이 도착했다. 그는 전날 승인 취소 문서를 손에 들고 있었다. 위쪽 문을 여는 권한은 있었지만 그 안의 원본을 독점 반출할 권한은 없었다. 우리는 그 사실을 문 앞에서 직접 확인했다. 이나는 우편정의 원통을 가지고 왔고, 셀모는 인계 장부를 펼쳤다. 네 사람의 관측 기록과 라엠의 반사판 정보가 서로 다른 서류로 놓였다.
“이제 문을 열겠습니다.” 시단이 말했다.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잠금 장치는 '전달자 미귀환'이라는 문장을 반복해서 내보냈다. 이나가 같은 문장을 세 번 읽더니 문 위의 낡은 창을 가리켰다. 내부에서 손으로 여는 작은 걸쇠가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안에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 라엠은 이 시설의 비상 통로가 바닷물 아래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때 유리 돔 안쪽에서 낮은 두드림이 들렸다. 탁, 탁, 탁. 이어서 짧은 한 번. 나는 미라를 보았다. 그녀도 나를 보았다. 동생의 매듭과 관련된 신호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이곳에서는 기계가 같은 소리를 낼 수도 있었다.
“누가 있습니까?” 내가 외쳤다.
대답은 없었다. 대신 문 위쪽 작은 유리창에 손바닥이 나타났다. 누군가 안쪽에 있었다. 우리는 즉시 우회 통로로 갔다. 라엠이 손전등을 들었고, 하크가 밧줄을 고정했다. 헤론은 위쪽 문 앞에서 시간을 기록했다. 테온은 사람을 내보낼 수 있도록 계단의 막힌 부분을 치웠다.
비상 통로 아래는 물이 차 있었다. 깊이는 허리 아래였지만 조류가 빨랐다. 미라는 먼저 하크와 줄을 연결한 뒤 라엠을 뒤따랐다. 나는 한쪽 벽에 붙어 등불을 들었다. 물속에서 작은 금속판 하나가 떠올랐다. '원본 전달자 보관함'이라는 글씨가 있었지만 사람의 이름은 없었다. 나는 그것을 주웠다가 주머니에 넣지 않았다. 벽의 원래 위치를 표시한 뒤 이나에게 보였다.
마침내 문 안쪽에서 신음 소리가 들렸다. 창문에 손을 댔던 사람은 늙은 남자였다. 몸은 마르고 얼굴에는 긴 상처가 있었지만 의식은 있었다. 그는 자신을 세프라고 말했다. 천문정에서 마지막으로 원본을 실제 수령한 직원이라고 했다.
“언제부터 갇혀 있었죠?” 내가 물었다.
“어제 저녁부터.”
나는 잠깐 숨을 멈췄다. 우리가 추적해 온 것은 12년 전의 미귀환 기록이었다. 그런데 여기 갇힌 사람은 어제부터였다는 것이다. 과거의 미스터리만 쫓다 현재의 구조를 놓칠 뻔했다. 미라는 세프의 어깨에 담요를 둘렀다. 그를 통로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는 다리가 약해 계단을 한 번에 오를 수 없었다. 우리는 테온이 치운 넓은 통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왔다.
세프가 처음 숨을 고를 때까지 탄은 물을 가져왔고 키오는 마른 수건을 찾았다. 노인은 자꾸 문이 다시 닫힐까 봐 고개를 돌렸다. 미라가 그 앞에 의자를 놓고 말했다. “지금 열려 있는 문은 우리가 직접 지키고 있어요.” 그제야 세프는 수건을 받아 들었다. 그는 감사하다는 말보다 먼저 동료들에게 자신이 살아 있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나는 그 문장을 맨 앞에 적고, 누가 소식을 전달할지도 확인했다.
세프가 갑판에 앉은 뒤 나는 그의 말을 기록했다. 그는 12년 전 원본 상자가 천문정에 들어온 장면을 직접 본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때는 다른 항구에서 일했고, 불과 일주일 전에 복귀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받은 것은 오래된 원판의 보관번호가 적힌 인계 문서였다. 그 문서를 열람하려다 시설이 자동 봉인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열두 해 전 전달자는 누굽니까?” 미라가 물었다.
세프는 한참 동안 기억을 더듬었다. “그 이름이 장부에는 없습니다. 다만 그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한 관측 원통이 남아 있어요.”
헤론이 몸을 굳혔다. “소리를 담아 두는 원통?”
“소리라기보다 떨림을 바늘로 기록한 거예요. 옛날 우편공들이 쓰던 방식이죠.”
이나가 회수한 구리 원통의 끝을 살폈다. 붉은 실을 묶던 홈 옆에 얇은 바늘 자국이 있었다. 우리는 우편정에서 원통을 열람했지만 숫자와 글씨가 있는 은박지만 확인했었다. 안쪽의 빈 공간에 흔들림 기록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세프는 그 원통을 눈앞에 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실제 원본과 함께 보관돼야 합니다. 잘못된 북극성 때문에 관측값이 바뀌었을 때, 누가 그 차이를 지적했는지 알려 주는 유일한 증거예요.”
미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목소리에 이름도 남아 있습니까?”
“확실하지 않습니다. 우편공이 발음하는 이름은 종종 금속이 닳아서 들리지 않죠.”
우리는 녹음을 바로 재생하지 않았다. 장치가 오래되어 바늘을 잘못 대면 원본을 망칠 수 있었다. 라엠과 세프가 함께 작은 재생기를 손봤고, 이나는 원통의 원래 방향을 사진 대신 탁본으로 기록했다. 헤론은 다른 방에서 종이 관측표를 대조했다. 누가 들은 내용을 나중에 하나의 정답으로 합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세프를 구조한 뒤 미라는 그가 갇혔던 방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를 억지로 증언대에 세우지 않았다. 따뜻한 물을 마시게 하고, 본인이 기억하는 순서대로 짧게 묻고, 쉬고 싶을 때는 문을 닫아 주었다. 그가 다음날 밤 스스로 돌아와 ‘내가 들은 건 세 번의 두드림이 아니라 두 번 뒤에 한 번 더 울린 것이었다’고 정정하자 나는 처음 증언을 지우지 않았다. 그 차이가 기계식 신호인지 사람의 손짓인지 구분하는 데 필요할 수도 있었다.
밤이 되자 세프는 천문정의 작은 창고를 열어 주었다. 거기에는 검은 천에 싸인 오래된 상자 하나가 있었다. 상자 표면에는 네 개의 서로 다른 인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중 하나는 루카스의 서명 형태와 닮아 있었다. 헤론은 그것을 보고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루카스가 이걸 열었다는 뜻일까?”
“아직 모르죠.” 나는 말했다. “열지 않고 만져 본 걸 수도 있어요.”
우리는 세프가 기억하는 상자의 위치와 실제 걸쇠가 닳은 흔적을 따로 기록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을 것을 기대하며 천천히 덮개를 들었다. 상자에는 원판 자체가 아니라 원판을 재기 위한 네 개의 눈금자가 들어 있었다. 네 눈금자의 시작점은 서로 달랐다. 같은 밤을 서로 다른 곳에서 측정한 도구였다.
세프는 그중 마지막 눈금자를 가리켰다. “이건 사용자가 돌아오지 않아 끝내 원본 관측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마지막 눈금자 옆에 작게 적힌 문장을 읽었다.
'제사 관측 — 최종 대조 보류. 수신 확인 없는 관측은 마지막 별로 등록하지 말 것.'
나는 그 문장을 보고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두려워하던 마지막 별은 아직 원본으로 확인된 적이 없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하늘에서 무슨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우리는 도구를 보고 서류를 분별하는 단계에 있었고, 세상은 그 사이에도 움직이고 있었다.
제16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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