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을 찾으러 온 배라고 의심한 건 셀모였다. 그러나 아침에 망원경으로 확인해 보니 그 배는 원통을 훔치러 온 것이 아니라 우편정을 찾다가 길을 잃은 낚싯배였다. 나는 의심을 잘못 적은 줄 옆에 작게 썼다. '실제 확인 결과 다름.'
“당신은 꼭 틀린 것까지 장부에 남기나요?” 이나가 물었다.
“틀렸다는 사실도 다음 사람이 덜 틀리게 하는 데 쓸 수 있거든요.”
미라가 웃었다. “네 장부는 나중에 책으로 내. 제목은 '모든 걸 잘못 짚은 지도사'.”
“선장님 이야기도 절반은 그 책에 들어갑니다.”
우리는 그날 오전 낚싯배를 안전한 수심으로 안내했다. 배에는 노부부가 타고 있었다. 노인은 무성 우편정까지 가는 길을 40년 동안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젯밤에는 달빛이 바다를 두 겹으로 갈라 놓아 친숙한 바위가 없어진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하크는 납추로 바위가 실제로 옮겨 간 게 아니라 일부가 잠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노인의 기억은 거짓이 아니었고 지금의 바다는 예전과 달랐다. 우리는 물높이와 바위 위치를 따로 그렸다.
그날 오후 미라는 봉인 원통과 자신이 지닌 붉은 매듭을 놓고 오래된 가정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녀의 동생은 어릴 때부터 매듭을 묶는 걸 좋아했다. 흔한 뱃사람의 매듭을 한 번 더 꼬아서, 손가락으로 풀어 보면 묶은 사람이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알 수 있게 했다. 미라가 동생을 마지막으로 봤을 때도 그는 우편선의 선실 문에 그런 매듭을 묶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바다에서 길을 잃었고, 동생은 길을 찾으러 떠났어. 나는 둘 다 따라가지 못했지.”
그 말에는 평소처럼 농담이 붙지 않았다. 나는 잠시 펜을 내려놓았다. 지도에서 이름이 지워지는 일이 무서운 이유는 이름이 잉크가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매듭을 왜 네가 갖고 있지?” 테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동생이 항구를 떠나기 전에 만들어 줬으니까. 돌아오면 풀어 보라고.”
미라는 오래된 붉은 실을 내밀었다. 매듭의 속은 실이 두 번 꺾인 뒤 작게 되돌아오는 구조였다. 우리는 원통 홈에 남은 섬유의 방향과 비교했지만 끝까지 같지는 않았다. 누군가 같은 매듭을 배운 것인지, 원래 다른 방식으로 묶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나는 우편정의 옛 교본을 가져왔다. '세 번 묶고 한 번 풀기'는 개인의 습관이기도 했지만, 오래된 우편선에서는 항로에서 안전한 쪽을 알리는 표식으로 쓰였다고 했다. 첫 매듭이 접안 방향, 둘째가 물때, 셋째가 사람의 확인을 뜻했다. 마지막에 되돌아오는 고리는 '편지를 받을 사람이 없으면 다시 돌아오라'는 표시였다.
“이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표시예요.” 이나가 말했다. “다만 동생이 그 표시를 썼을 가능성은 있죠.”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성과 사실을 구분하는 태도는 그녀에게 희망을 버리는 일과 같지 않았다. 오히려 살아 있는 사람을 잘못 찾지 않게 하는 방법이었다.
우편정 아래층에는 낡은 매듭 표본함이 있었다. 이나는 그곳에서 십이 년 전 '흰 나침반' 노선의 운반인들이 남긴 손수 만든 표식들을 찾았다. 바닷물에 젖은 종이들에는 담당자의 이름 대신 손의 방향과 묶는 순서가 기록되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미라의 매듭과 닮아 있었다. 그러나 표본에는 다른 이름이 적혀 있었다.
'수령 보조원 — 이수.'
“동생 이름이야?” 내가 물었다.
미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야.”
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안심했다. 이름 하나를 발견했다고 모든 수수께끼를 해결한 척하지 않아도 됐으니까. 이수는 실제로 존재한 보조원일 수 있고, 동생에게 매듭을 배웠을 수도 있다. 우리는 그를 찾기로 했다.
셀모는 이수가 남긴 작업 장부를 보여 주었다. 이수는 '흰 나침반'의 원본 운송 기간 동안 우편정과 칠흑 천문정 사이의 작은 배를 탔다. 마지막 인수 기록에는 출발이 있지만 도착 확인은 없었다. 대신 이틀 후 '매듭 전달 완료'가 찍혀 있었다. 나는 그 두 가지가 같은 사건인지 다시 물었다. 셀모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예전에는 같은 것으로 처리했어요. 이제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수라는 이름을 알아내고도 미라는 선실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우편정 옆 낡은 계류 고리 앞에 앉아 선박의 이름들을 손가락으로 세었다. 아버지를 찾아 떠났던 동생이 배의 물건으로 취급되어 장부에만 남았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고 했다. 나는 어설픈 위로 대신 낡은 종이 두 장을 건넸다. 하나는 이수의 실제 출항 기록, 다른 하나는 매듭의 그림이었다. “어느 쪽도 아직 동생의 귀환증은 아닙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래. 하지만 이제 내가 확인할 질문은 하나 더 생겼네.”
그날 저녁 원통의 봉인을 검사하던 이나가 작은 종잇조각을 찾아냈다. 봉인의 틈이 아니라 바깥 홈에 끼어 있었다. 글씨는 지워졌지만 종이의 가장자리에는 동그란 점 세 개가 남아 있었다. 헤론이 돋보기를 가져왔다. 점을 이으면 북쪽 하늘의 세 별과 비슷한 모양이 되었지만 그는 그것을 별자리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점의 간격이 일정해.” 헤론이 말했다. “천문학자가 쓴 좌표일 수도, 우편공이 찍은 접수 구멍일 수도 있어.”
테온은 옛 루메르 우편 인장을 꺼내 점의 간격을 대조했다. 두 점은 맞았지만 마지막 하나가 달랐다. 나는 아예 이 조각을 지도 밖에 보관했다. 비슷한 점을 모두 같은 별이라고 우기면 별가루로 만든 세상도 모자랄 것이다.
테온은 이수라는 이름을 몇 번이나 입속으로 되뇌었다. 루메르의 왕실 기록에는 이 같은 짧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았고, 왕실의 오래된 명부로 지금의 사람을 찾아내면 오히려 잘못된 집을 두드릴 수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왕실 문장을 찾지 않고 우편공의 작업 손을 기록하는 방법을 물었다. 이나는 구리줄에 남는 손때와 매듭의 방향을 설명해 주었다. 테온은 손바닥에 잉크를 묻혀 직접 연습했다가 검은 자국이 지워지지 않아 낭패를 봤다. 미라는 오랜만에 소리 내어 웃었다.
그날 밤 탄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갑판에 나왔다. 그는 구조될 때 자신의 낡은 수령표에서 이름이 사라지던 일을 떠올렸다. 혹시 자기가 이곳에 온 사실까지 없어지는 건 아닌지 겁난다고 했다. 나는 그가 실제로 배에 올라탄 시각과 다리를 치료받은 기록을 보여 주었다. 미라의 항해일지, 하크의 구조 줄 매듭, 헤론의 치료 기록, 내 서명이 서로 다른 종이에 남아 있었다.
“그럼 제가 있었다는 게 네 군데에 남네요.”
“아직 다섯 군데예요. 지금 네가 내 앞에서 말하고 있으니까.”
탄은 작게 웃었다. 나는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쓰라고 종이를 건넸다. 그는 오른손이 떨려 몇 글자를 삐뚤게 썼다. 그래도 이름은 끝까지 선명했다.
셀모는 정비가 끝나자 마자 방수 장부를 펴 놓고, 자기가 젖은 보관실에서 구조되기 전 무엇을 보았는지 직접 적었다. 나는 그가 침수되기 전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사실과, 물이 차오른 뒤 몇 분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한 줄에 섞지 않았다. 탄은 옆에서 시간을 세고 있었지만 그가 센 시간도 조수의 시계와 조금 달랐다. 두 사람은 잠깐 다투다가 서로의 표를 지우지 않기로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우리가 150화 넘게 바다를 건넌 끝에 겨우 배운 것이 무엇인지 새삼 깨달았다.
새벽 무렵 우편정 맨 위의 깃대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세 번의 불빛 신호가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낚싯배도, 지나가는 어선도 없었다. 이나가 북쪽을 가리켰다. 검은 수면 위에 작은 우편 부표가 떠 있었다. 부표에는 오늘 우리가 본 것과 같은 붉은 매듭이 묶여 있었다.
미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저건 누가 방금 묶은 거야.”
우리는 부표의 위치를 기록했다. 누가 묶었는지 확인할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낡은 우편낭과 달리 실이 마르지 않은 채 바다에 떠 있는 것은 오늘의 일이었다. 실종된 사람을 찾는 일에 처음으로 '지금'이라는 시간이 들어왔다.
제16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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