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항해사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이제부터 조용히 가자'다. 바다에서는 그 말이 대개 폭풍 전의 기도거나, 내가 또 쓸데없는 질문을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창백한 자오선을 떠난 사흘째, 미라는 정말로 조용히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부터 소리가 안 돌아와.”
나는 바다를 보았다. 검푸른 물결, 젖은 돛, 빵 부스러기를 노리는 갈매기. 생김새만으로는 소리를 삼킬 만큼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소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제가 빚진 배삯도 없어지는 겁니까?”
“네 목소리는 오늘도 아주 잘 돌아오는군.”
미라가 키를 오른쪽으로 당겼다. 배의 선미에 매단 작은 종은 조금 전까지 맑게 울리고 있었지만, 수면에 납작한 검은 띠가 나타나자 그 소리는 갑자기 끊겼다. 분명 추는 움직였다. 나는 손을 뻗어 종의 떨림을 느꼈다. 귀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헤론이 나침반과 별의 각도를 번갈아 확인했다. “종 없는 고원의 현상과 같다고 단정하지 마. 고원에서는 소리의 전달 방향이 어긋났지만 여기는 물과 공기에서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하크가 두 손으로 갑판을 두드렸다. 발아래 진동이 전해졌다. 미라가 손바닥을 들어 모두를 멈추게 했다. 우리는 준비해 둔 깃발을 펼쳤다. 창백한 자오선에서 주민들이 직접 확인한 신호였다. 붉은색은 정지, 푸른색은 통행 가능 구간 확인, 흰색 두 장은 사람을 찾는다는 뜻. 이 바다에서 통하는지는 아직 실험할 차례였다.
지도통 안에 별가루가 희미하게 반짝였다. 미라가 실제로 지난 해역을 기록한 선은 이어졌지만, 앞쪽 검은 물 위로는 늘어나지 않았다. 나는 소리가 사라진 구역의 가장자리만 연필로 점을 찍었다. 갈 길이 있다는 것과 갈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무성 우편정은 저 띠 너머라는 거죠?” 테온이 물었다.
“서류에는 그렇게 써 있지.” 미라가 답했다. “서류를 읽고 항해하면 배가 서류처럼 얇아지는 경우가 있어.”
우리는 물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키오가 빵 주머니를 열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내가 한숨을 쉬자, 녀석은 반쪽을 내 손에 올려놓았다.
“빚은 빵으로 갚으면 안 돼요?”
“왜 빚을 진 사람이 이자로 빵을 받는지부터 설명해 봐.”
키오가 대답하려는 순간 하크가 돛대 위에서 깃발을 흔들었다. 검은 띠의 건너편에 작은 배가 있었다. 돛은 없고 노 하나만 부러진 채 매달려 있었다. 배 위에서 누군가 양팔을 흔들었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저편의 사람도 우리가 말을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젖은 겉옷을 벗어 수면 위로 길게 늘어뜨렸다.
미라는 조수의 흐름을 쟀다. 검은 띠는 소리를 삼켰지만 물길까지 멈추게 하지는 않았다. 작은 배는 우리 쪽으로 조금씩 밀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기다리는 대신 구조선을 준비했다. 미라가 허리에 밧줄을 묶었고 하크는 두 번째 고리를 고정했다. 나는 그림을 그릴 준비를 했다가 금세 지도를 내려놓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저 배의 선수, 왼쪽으로 기울었어.” 하크가 말했다. 소리가 다시 들린 순간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검은 띠가 물때에 따라 얇아지고 있었다. “짧게 접근하면 닿겠어.”
미라가 조정한 구조 보트는 검은 구간을 가로질렀다. 소리는 다시 끊겼다. 나는 선미에서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었다. 열, 스물, 서른. 시간이 흘러도 건너편에서는 아무 소식이 없었다. 바람이 미라의 붉은 머리끈을 뒤로 날렸다. 그녀가 푸른 깃발을 들었을 때 나는 비로소 숨을 내쉬었다.
작은 배 안에는 어린 우편 배달부가 있었다. 다리를 다쳤고 허리에는 구리로 된 우편낭을 묶어 놓았다. 미라는 노를 대신 잡아 그를 데려왔다. 남자의 첫마디는 “봉투는 젖지 않았어요”였다.
“당신 다리부터 봅시다.” 헤론이 말했다.
“그건 젖었는데요.”
그가 진지한 얼굴로 답해서 나는 잠깐 웃었다. 배달부는 자신을 탄이라고 소개했다. 무성 우편정의 초급 운반인인데, 아침에 출발할 때는 멀쩡한 수로였고 검은 띠가 밀려와 배를 가뒀다고 했다. 구조해 준 배가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에는 먼저 이름이 아니라 정박지 기록을 요구했다.
“저희는 그냥 돌아가면 안 됩니다. 귀환 신고를 하기 전에 실제로 누가 태웠는지 증명해야 해요.”
내가 종이와 펜을 꺼내자 탄은 안도하는 듯했다. 그는 구조 시각을 적고, 미라가 직접 건넌 물길과 원래 항로가 달랐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나는 그가 자신의 귀환을 누가 확인해 줘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동질감을 느꼈다.
우편낭에는 봉투가 일곱 통 들어 있었다. 모두 방수 밀랍으로 봉인되었고, 하나에는 오래된 루메르 왕실의 검인이 찍혀 있었다. 테온이 그것을 보는 순간 굳었다.
“이 문양은 아바마루 서고에서만 썼어. 그 서고는 루메르가 사라지기 전에 폐쇄됐는데.”
탄은 당혹스러운 얼굴이었다. “제가 받은 건 어제예요. 보낸 사람은 직접 못 봤어요. 접수함에 넣어져 있었거든요.”
우리는 봉인을 열지 않았다. 배달부의 몸과 우편낭을 서로 다른 기록으로 남기고, 우편정에 도착할 때까지 물때를 확인하기로 했다. 그런데 탄이 자신의 수령표를 펼치자 이름 칸의 일부가 검게 번져 있었다. 비에 젖은 자국이 아니었다. 잉크가 종이에서 한쪽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는 표를 보고 속삭였다. “저기에 제 이름이 있었어요. 아침에는 분명히.”
나는 그가 서명한 구조 확인서와 수령표를 나란히 놓았다. 방금 적은 이름은 선명했다. 오래된 표에서만 글씨가 사라지고 있었다. 이 현상이 낙성 때문인지, 우편정 장치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이름이 사라진다고 그 사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탄은 지금 우리 배의 바닥에 앉아 제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배에서 따뜻한 물을 끓이는 동안 탄은 자꾸 우편낭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잃어버린 서류보다 다리가 아픈 게 먼저라며 헤론이 단단하게 붕대를 감아 주자, 탄은 마침내 눈물을 흘렸다. 물에 빠졌을 때보다 우편낭을 잃어버릴까 두려웠다고 했다. 그의 첫 직장이었고, 그가 맡은 편지가 사라지면 지난달 문을 닫은 고향집까지 자신을 믿지 않을 것 같았단다. 미라는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살아서 돌아온 게 먼저야. 배가 부서진 건 우리가 고칠 수 있어. 너는 수리 부품이 아니고.” 탄이 그 말을 세 번 되뇌는 동안 키오는 자기 몫의 마른 빵을 조용히 건넸다.
우리는 저녁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작은 여울에 닻을 내렸다. 하크가 건너편 소금 암반으로 헤엄쳐 가 물높이를 확인했고, 미라가 그 수치를 적었다. 그제야 내가 그 여울의 첫 선을 지도에 그었다. 탄이 잠든 뒤 나는 한쪽 손에 그의 새로운 서명을, 다른 손에 이름을 잃어 가는 낡은 표를 들었다.
두 종이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오래 살아남을까. 지도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나는 그 질문이 무서웠다. 그렇다고 답을 서둘러 적지는 않았다. 검은 수면 너머에서 낡은 우편정의 불빛 하나가 깜박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불빛은 분명히 세 번 멈췄다가 다시 켜졌다.
미라가 그 신호를 바라보다 낮게 말했다.
“누군가 우리에게 기다리라고 하는군. 아니면 가까이 오지 말라고.”
“둘 다 같은 뜻일 때가 있죠.”
나는 지도 가장자리에 흰 빈칸을 남겼다. 우편정으로 가는 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누군가 오늘 밤까지 불을 밝히고 있다는 것만은 우리가 함께 보았다.
제16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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