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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58화
PAYLUA ORIGINAL · 제158화

제158화 - 사라진 원판의 항해일지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651자

오프라인 책장
검사소 중앙 제어실은 생각보다 작았다. 내가 기대한 건 거대한 톱니바퀴와 신비로운 별빛이었는데, 실제로는 종이 상자와 끊어진 전선이 대부분이었다. 세계를 지울 수 있다는 장치가 이렇게 평범한 방에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불안했다. 누군가 잘못 놓은 도장 하나가 항구의 문을 여섯 개나 닫아 버렸으니까. 진하는 지난 일주일의 기계 기록을 펼쳐 보였다. 시험 명령은 휘노의 승인 시간보다 세 시간 먼저 내려와 있었다. 발신 표시는 '아르켄 서부 옛 지도실'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에 아르켄 서부에서 누군가 신호를 보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검사소는 원격 신호를 받은 사실만 남기고 발신 위치를 별도로 검증하지 않았다. “이런 구조로 시험을 열어도 됩니까?” 내가 물었다. 휘노는 얼굴을 붉혔다. “평소에는 검사소가 확인을 하고 승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왜 안 했죠?” “저도 그걸 알아내고 싶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변명처럼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진하는 원격 회선을 분리하고 기계식 잠금장치를 다시 달았다. 주민 대표 하린과 수리공 기담이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 시연을 했다. 기담은 아직 부목을 대고 있었으므로 손으로 눌러 볼 수 있는 시험판만 만졌다. “문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확인해야 내려옵니다.” 진하가 말했다. “그 전에 안에 사람이 있는지 실제로 확인하는 절차를 넣겠습니다.” “실제 사람이 확인했는지 누가 확인하죠?” 내가 물었다. “그 질문이 제일 괴롭네요.” “좋은 질문은 원래 그렇습니다.” 미라는 만록의 우편 항해일지를 가져왔다. '흰 나침반'은 십이 년 전 관측판을 옮기는 소형선의 노선 이름으로 사용됐고, 실제 선박 한 척이 그 노선을 항해한 기록도 있었다. 다만 같은 이름을 가진 서류 노선이 나중에 생겨 두 기록이 섞였다고 했다. 만록은 직접 봤던 배의 돛 색과 정박한 장소를 말해 주었다. 그는 선장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했다. 하크는 바다의 실제 수심을 기준으로 당시 항적의 가능 범위를 그렸다. 헤론은 낙성 전후 조수 기록을 겹쳐 보았다. 십이 년 전과 지금은 바다 높이가 달랐으므로 과거에 배가 지나갔다고 오늘도 같은 길이 열린다는 뜻은 아니었다. 우리는 과거 항해일지를 현재 지도 위에 바로 덧씌우지 않았다. 그날 오후 만록이 기억을 더듬어 말한 제삼 정박지로 가는 발자국을 발견했다. 구불구불한 소금 둑 위에 오래된 계류 고리 네 개가 남아 있었다. 두 고리는 부러졌고 나머지 둘은 수리된 흔적이 있었다. 담휘가 보관정에서 보낸 탁본과 크기가 비슷했지만 같은 공방 제품이라고 확정할 근거는 없었다. 나는 모든 유사점을 '대조 필요'라고 적었다. 테온이 소금 둑 아래에서 낡은 돌판을 발견했다. 왕관 조각과 같은 루메르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문장 옆에는 왕실이 통행을 허락한다는 구절이 없었다. 그 대신 '사람의 도착은 인수 서명으로 대체하지 못함'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는 손끝으로 글자를 어루만졌다. “이 문장을 쓴 사람들이 내 나라에서 살았을까.” “그럴 수 있죠.” 내가 말했다. “하지만 왕실의 명령인지, 왕실을 경계하라고 남긴 말인지는 더 확인해야 해요.” 테온은 웃었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왕자가 되기 전보다 배운 게 많다는 생각이 드오.” 소금 둑 끝에는 오래된 우편함 하나가 넘어져 있었다. 잠금쇠는 깨져 있었고 안은 비어 있었다. 미라는 함 아래에 남은 가는 붉은 실을 발견했다. 실은 배에서 쓰는 굵은 밧줄과 달리 종이 봉투를 묶는 데 적당한 굵기였다. 그녀는 직접 매듭을 확인했다. 자신이 기억하는 동생의 한 바퀴가 더해진 형태와 닮았지만 그 끝부분이 끊겨 있어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우편함 안쪽의 작은 금속판을 탁본으로 옮겼다. 거기에는 오래된 등록번호와 함께 '인수 확인 대기'라는 글씨가 남았다. 날짜는 12년 전으로, 아린의 지도통 운송 명부가 처음 등장하는 시기와 가까웠다. 그러나 두 기록의 날짜가 가깝다는 것만으로 같은 운송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럼 어디를 더 봐야 하죠?” 키오가 물었다. “거래가 끝난 곳이 아니라 끝나지 않은 곳.” 미라가 답했다. 만록은 원판 운송 물품의 마지막 실제 확인 장소가 제삼 정박지가 아니라고 했다. 그곳은 배가 물품을 접수했다는 기록만 남긴 곳이었다. 실제로 상자가 내려진 곳은 해협 안쪽의 '쌍가위 곶'이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가 그곳에 가 본 건 아니었다. 우리는 곶을 새 지도의 목적지로 쓰되 항로를 이어 그리지는 않았다. 일행이 돌아오자 휘노는 원격 명령 기록을 추가로 분석한 결과를 가져왔다. '아르켄 서부 옛 지도실'이라는 발신 이름은 실제 장치 주소가 아니라 미리 등록된 문서용 별칭이었다. 별칭 뒤에는 임시 관측망 번호가 하나 숨겨져 있었다. 원격 회선의 실제 말단은 창백한 자오선 내부의 북쪽 장치였다. “그러면 누가 아르켄을 사칭한 겁니까?” 테온이 물었다. “적어도 이 신호가 아르켄에서 직접 왔다고는 말할 수 없게 됐죠.” 나는 말했다. 헤론은 관측망 번호를 읽고 안색이 변했다. 스승 세르안이 오래전에 작성했던 관측 원안의 배치도와 연결된 번호였다. 그 배치도는 왕실에 제출된 뒤 대외적으로 폐기됐다고 알려져 있었다. 헤론은 자신이 그 원안을 태우는 장면을 직접 본 적은 없다고 했다. 폐기 통지서만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돌아오는 길에 만록은 젊은 시절 자신이 본 우편선의 돛 색을 다시 설명했다. 처음에는 회색이라고 했지만 바깥 바다의 석양을 떠올리자 짙은 푸른색이었다고 정정했다. 나는 첫 진술을 지우지 않고 바로 옆에 두 번째 진술과 정정 이유를 적었다. “그러면 내가 거짓말한 것처럼 보이지 않겠소?” 그가 물었다. “아니요. 기억을 바로잡을 만큼 성실했다는 뜻이죠.” 그 말을 들은 만록은 오래된 선박 도면을 하나 더 찾아 주었다. 돛의 형태는 기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후에는 진하와 함께 원격 신호의 시간표를 재구성했다. 접수 시각, 장치가 해석한 시각, 실제 수문이 내려간 시각을 각각 나눴다. 세 시각은 모두 달랐다. 네 번째 칸에 자동으로 찍힌 동그라미만 똑같았다. 나는 그것이 장치의 잘못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진하는 부품이 아니라 절차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서명한 교체 작업을 되돌리는 새로운 작업표를 작성했다. 사과 한마디보다 더 오래 걸리는 일이었고, 그래서 조금 더 믿을 만했다. 테온은 우편선을 당장 추적하자고 했다가 미라가 고개를 젓자 말을 멈췄다. 배가 건넜다는 기록이 있다고 오늘의 바다가 길을 열어 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만록의 진술과 최근 수심을 따로 적었다. 그 덕분에 누가 먼저 갈 수 있는지보다 언제 안전하게 확인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게 됐다. 그날 밤 나는 위조 발신명 앞에 붉은 줄을 그었다. 그리고 아래에 적었다. '발신 위치 미확인. 등록 별칭이 아르켄 서부 옛 지도실임. 실제 원격 말단은 북측 관측망.' 나는 어쩐지 숨이 트였다. 내 가게에서 유령이 장사를 하는 것보다, 누군가 유령의 이름을 빌려 장사하는 편이 찾을 수 있는 상대였으니까. 하지만 잠들기 전 지도통에 새 문장이 떠올랐다. [쌍가위 곶 — 마지막 관측 이전에 폐쇄된 원본 인계지] 나는 그 문장을 관측 기록의 표제로만 옮겼다. 그곳으로 가는 안전한 길은 아직 없었다. 별가루 지도에는 우리 발이 실제로 닿은 소금 둑의 끝까지만 은빛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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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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