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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152화
PAYLUA ORIGINAL · 제152화

제152화 - 흰 조류의 반대편에서 온 신호

별가루 지도 제작자 · 3,622자

오프라인 책장
흰색 깃발 하나와 검은색 깃발 둘을 보고 나는 먼저 신호표를 확인했다. 책에 따르면 '물 아래 사람 있음, 구조선 접근 주의'라는 뜻이었다. 책을 믿는 건 위험할 수 있어도 책을 한 번도 열어 보지 않는 건 더 위험하다. 미라는 내가 확인한 종이를 낚아채더니 곧장 물 위의 빛을 살폈다. “신호를 보내는 사람의 위치가 고정돼 있어.” “암초에 올라갔을까요?” “그랬으면 좋겠네. 움직이는 물에 서 있는 건 권하고 싶지 않거든.” ‘어제의 파도’는 빛을 향해 정면으로 가지 않았다. 하크가 납추를 내리는 동안 미라는 두 조류가 갈라지는 경계를 비껴 갔다. 강한 물살이 선체를 두 번 밀었고 세 번째에는 갑자기 아무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살이 없는 구역이 생긴 것이 아니라 배가 역류의 가운데로 들어간 것이었다. 나는 사영대에서 배운 교훈을 떠올렸다. 움직이지 않는 그림자가 반드시 안전한 땅은 아니다. 깃발은 낮은 돌턱 위에서 흔들렸다. 그 위에 서 있는 소녀는 팔에 천을 묶어 지혈하고 있었다. 발밑에는 허벅지까지 물에 잠긴 사내가 끼어 있었다. 소녀가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여기로 배를 대면 안 돼요! 돌 밑이 비었어요!” 미라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배를 붙이지 않고 작은 구명줄을 바람을 이용해 던졌다. 처음 두 번은 줄이 흰 조류에 밀려 돌아왔다. 세 번째에는 키오가 쇠추를 너무 크게 달아 줄이 바닷속에 빠졌다. “성공입니까?” 그가 물었다. “물고기를 잡을 때는.” 미라가 대답했다. 하크가 줄을 다시 묶었고 이번에는 깃발 끝에 닿았다. 소녀는 먼저 물에 낀 사내의 어깨에 줄을 걸었다. 나는 갑판에서 구조 시각과 위치를 적었다. 미라와 하크가 힘을 맞춰 끌자 돌턱 밑에서 사내의 다리가 천천히 빠져나왔다.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지만 숨을 쉴 때마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배에 올리자 헤론이 부목을 대고 테온이 마른 옷을 가져왔다. 마지막으로 소녀가 줄을 잡았다. 미라는 그녀가 올라온 뒤에도 배를 당기지 않았다. 돌턱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녀는 물 위로 몸을 내밀며 말했다. “그 신호는 누가 가르쳐 줬죠?” “우리 조난 신호표에 있어요.” 내가 대답했다. “그건 백 년 전 기록이에요. 지금은 저 신호를 거꾸로 읽어요.” 나는 순간 뺨이 뜨거워졌다. 구조를 요청한 뜻은 맞았지만 '접근 금지'의 방향이 달랐다. 미라가 먼저 위험한 물살을 살핀 덕에 사람을 살릴 수 있었다. 내 지식이 틀렸던 부분도 구조 기록 옆에 적었다. 나중에 지워 버리면 다음 지도사는 같은 실수를 할 것이다. 소녀의 이름은 하린이었다. 그녀는 창백한 자오선 북단에서 조수 관측을 하는 견습 도선사였고, 다친 사내는 수문 수리공 기담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흰빛 관측봉의 기울기를 확인하다가 다리가 꺼지는 바람에 갇혔다. 선박 등록표에는 이미 두 사람 모두 '정상 귀항'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린이 품에서 꺼낸 금색 증명서의 날짜는 내일이었다. “내일 살아서 돌아오라는 뜻일 수도 있잖아요.” 키오가 말했다. “살아 돌아오면 그때 쓰면 되지.” 하린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기담 아저씨가 못 돌아왔으면 저 기록은 어떻게 되는 건데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미 수없이 본 문제였다. 기록을 보내고, 인수하고, 사람이 도착한 일을 한 칸에 합쳐 버리는 장치. 그 오류가 아르켄에서 시작됐는지, 누군가 아르켄의 이름으로 확산시키는 건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 우리는 하린에게 자오선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을 물었다. 그녀는 작은 나무판에 자신의 측량 구간을 그렸다. 돌턱에서 흰 자갈섬까지, 다시 물길이 갈라지는 지점까지는 직접 걸어 봤다고 했다. 다만 오늘도 걸을 수 있는지는 조수표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녀가 손끝으로 찍은 표식 세 개가 하크의 납추 관측과 맞아떨어졌다. 세아의 할머니 보람이 말한 남쪽 갯돌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럼 저 흰 선을 따라가면 관측대가 나오나요?” 내가 물었다. 하린은 흰빛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선은 관측대가 아니에요. 여기서는 빛이 물 위에 세워져 보이는 날이 있어요. 진짜 자오선은 저 빛에서 두 번째 그림자가 사라지는 자리예요. 그런데 오늘은 두 번째 그림자가 없어요.” 헤론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그림자를 쟀다. 그의 그림자는 갑판에 하나, 돛대 밑에 하나 드리워졌다. 그러나 하린의 그림자는 한 개였다. 그녀가 서 있는 곳만 빛의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작은 관측판을 두 장 꺼내 서로 다른 위치에서 시각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인데 빛의 기준면이 다르군.” “그걸 이용해서 낮의 길을 밤에도 안전하다고 팔았을 거예요.” 하린이 말했다. “내가 이 근처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니까 이미 귀항 완료로 찍혀 있더군요.” 다친 기담은 정신을 차린 뒤 더 중요한 말을 했다. “흰 관측봉은 석 달 전에 새 것으로 바뀌었어. 옛 돌기둥은 아직 있어. 그런데 옛 기둥의 눈금을 보지 못하게 막았지.” 누가 막았는지 묻자 그는 눈을 감았다. 사고를 낸 사람을 숨기려는 게 아니라 통증 때문에 더는 말할 수 없는 듯했다. 우리는 그에게 대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미라는 가장 가까운 피항지로 배를 돌리라고 명령했다. 먼저 구조한 사람을 치료해야 했다. 피항지에서 하린의 스승인 늙은 도선사 우석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최근까지 지나간 북쪽 모래둑의 기록을 보여 주었다. 모래둑은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물높이에 따라 반나절씩 열리고 닫혔다. 그는 기록 끝에 가장 큰 글씨로 써 두었다. '흰 선을 보지 말고 발이 닿는 땅을 확인할 것.' 나는 별가루 지도에 우석이 실제로 지나간 구간을 증언으로 표시하고, 우리가 하린을 구한 돌턱까지 직접 관측한 경로를 연결했다. 지도가 가늘게 빛났다. 하지만 옛 관측봉에서 새 관측봉으로 가는 선은 생기지 않았다. 하린은 기담의 침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아저씨가 들고 있던 서류함에 원래 관측봉의 측량값이 있어요. 사고 나기 전에 그걸 바다에 던졌어요. 누가 가져갈까 봐.” “어디에?” “흰 선 바로 아래요.” 우석은 내 앞에 마른 돌조각을 하나 놓았다. 옛 눈금을 본뜬 탁본이었다. 네 칸 중 마지막 칸만 비어 있었다. 나는 역광 군도에서 발견한 납판과 나란히 놓았다. 홈의 방향은 같았으나 간격은 달랐다. 같은 체계의 도구였다는 건 짐작할 수 있어도 같은 원판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 헤론은 자신의 관측판 옆에 작은 메모를 더했다. 내일의 시간표는 예측일 뿐이며 실제로 돌아온 사람의 확인은 내일 해야 한다는 문장이었다. 하린은 잠들기 전 그 글씨를 보고 안도한 듯 보였다. 우리는 잘못된 귀환증 원본도 함께 봉투에 넣었다. 밤늦게 하린이 잠들자 우석은 문을 닫고 우리에게 속삭였다. “관측봉 아래에는 오래된 인수실이 있어요. 거기서 이름을 가져온 사람과 길을 지나간 사람을 서로 다르게 세었지. 그런데 새 주인이 그 둘을 합치려 한 뒤로, 이 해협에서 사람이 하나씩 먼저 돌아오는 일이 생겼어요.” 나는 그 말의 앞뒤를 물었다. '먼저 돌아온다'는 건 실제 사람이 아니라 기록이 먼저 찍힌다는 뜻이었다. 우석은 분명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시작이에요. 끝은 아직 몰라요.” 나는 별가루 통을 닫았다. 내일의 귀환증을 오늘 갖고 있는 사람을 구조한 밤이었다. 그렇다면 창백한 자오선의 가장 위험한 물건은 어쩌면 흰빛이 아니라, 내일을 이미 완료라고 쓴 작은 도장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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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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